이공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
친목과 활력이 어우러지는 스포츠, ‘테니스’
모든 취미활동이 그렇듯, 운동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도 다양한 이유로 그 운동에 심취한다. 운동하는 순간의 희열감, 경기를 하면서 생기는 열정과 성취감, 스트레스 해소 등이 그 이유일 것이다. 나에게 테니스란 어떤 매력이 있을까. 한 가지로 얘기하기 어렵지만, 지나온 경험에서 하나 꼽자면 사람들과의 어울림 또는 친목의 창구 역할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내가 테니스를 시작한 것은 십 년 전 유학생활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적성해처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보내는 학교생활이었지만, 타국에서의 생활은 생각보다 벅차고 고독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도서관에서 지내다 보니 건강은 나빠지고 생활은 고립돼 있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테니스장이었다. 처음 잡아보는 라켓이었지만 과감하게 시작했고, 금세 생활의 활력소가 되었다. 한두 명의 친구와 시작을 했으나, 비슷한 처지의 유학생과 직장인들이 모이면서 모임은 이내 잘 조직된 테니스 클럽으로 거듭났다. 회원 수가 늘어 클럽은 다양한 직장의 사람들로 채워졌고, 초보자부터 상급자까지 수준도 다양했다. 클럽에 처음 나올 때는 테니스를 배우기 위해서만 참여를 했지만, 어느새 친목 모임의 성격도 짙어져 동네 반상회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진지하게 운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게임에, 초보자들은 레슨에 집중하면서 참여했고 모임이 끝나면 너나 할 것 없이 동네 펍에 앉아 수다를 떠는 것이 금요일 밤의 일상이 되었다. 일하는 분야는 서로 다르지만, 테니스라는 공통 주제로 쉽게 친해질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그 친분은 유지되고 있다. 그때의 어울림은 박사 논문을 쓰던 시기나 취업 준비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심신을 지탱해주는 큰 힘이 되었다.
세종시에 정착한 지금, 이 도시를 보면서 처음 유학 갔을 때의 느낌이 떠오른다. 이곳은 누구에게나 처음 오는 도시이고 낯선 환경이기에 사람 간의 친목은 더 중요하다. 어울림을 위한 공원이나 체육시설 같은 공간이 잘 갖춰진 도시인 만큼, 곳곳에서 조깅이나 테니스 클럽을 결성하여 건강을 유지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그 모습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회사 테니스장이 떠올라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우리 테니스장은 좋은 공간임에도(바닥은 매우 아쉽지만) 오랜 기간 방치돼 있다. 테니스를 통해 많은 동료들이 세종시 생활의 활력과 친목을 도모할 수 있을 거라 믿기에, 잘 정비되어 활용될 수 있기를 나지막이 소망한다. 그리고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