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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동+......☜ 스크랩 아내의 입원/ 탄의 귀농일지17
금수산 오태동 추천 0 조회 416 16.10.27 08:17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아내의 입원/탄의 귀농일지17  

 

 

아내의 수술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결혼 후 무슨 병으로 앓아 누운 적이 없기에 평소 건강에 자만하고 있었다.

어쩌다 몸살이나 감기가 심하면 쌍화탕과 뜸으로 해결했고, 체했다 싶으면 무조건 바늘을 찾아 손가락 발가락을 땄다. 반 쯤 따다보면 막혔던 혈행이 제대로 돌아간다.  

아내의 신장은 아무런 예고나 증상이 없었다.  

나의 간 검진을 위해 병원에 같이 갔다가 검진 한 번 해보라는 간호사의 권유로 신장을 살펴보게 되어 부종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럴리가 없는데, 의아해하는 아내에게 동네병원에서는 바로 큰 병원을 가보라했고, 대학병원에서는 몇 가지 사진을 찍어보고는 바로  입원과 수술을 결행했다. 

신장은 하나를 떼어내도 괜찮다고 했다. 문제는 암의 전이였다.

내 병은 아무 것도 아니야, 암도 유행인지 병원엔 도대체 암환자 아닌 사람이 없다. 그래서인지 아내는 아픔 중에도 덜 외로워했다. 

오히려 병실을 지키는 나는 농촌으로 이주한 것이 잘한 짓인지, 아내의 암이 새로운 변화에서 온 스트레스와 부작용은 아닌지, 생각이 많아져 머리가 무거웠다.    

 

회복은 염려했던 것 보다는 빨랐다.

수술 전부터 있었던 기침이 오래 가시지 않아서 폐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 약을 추가로 복용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잘 먹고 잘 자고 잘 웃는다.

매일 저녁 여섯시만 되면 유아원을 다녀온 손자 놈의 전화를 받고 즐거워한다.

녀석은 거의 같은 시각에 지네 집 전화의 단축키를 눌러 “할머이 안녕?”  하고 말을 걸어온다.

“그래, 너는 밥 잘 먹었니?”

아이와의 대화는 매일 조금씩 길어지고 날이 갈수록 할멈은 이 새로운 일과를 기다린다.

자칫 때가 지났는데도 전화가 오지 않으면 뭔 일이 생겼나 하고, 안절부절못한다.

이것도 인간의 생태적 본능이 아니가 싶다.

 

(병원으로 찾아온 손자를 보며)

 

뭘 먹기만하면 속이 거북하다며 입맛이 돌아오지 않아 고생하던 아내는 문득 염소탕이 먹고싶다며,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염소탕 집 앞에 차를 멈추게 했다. 

몇 차례 염소를 먹고는 기분이 좋아졌다.

 

밭으로 돌아왔다. 한두 달 던져놓은 밭이 완전히 초원이다.

온통 개망초와 쑥으로 뒤덮였다. 쑥대밭이란 말을 이럴 때 쓰는 모양이다.

사이사이 민들레, 엉겅퀴, 명아주도 머리를 내밀고 있다. 매실 나무 사이로 상추, 고추, 파, 토마토, 옥수수를 먹을 만큼만 심은 것들이 잡초에 밀리면서도 그런대로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어 위안이 되었다. 이른 봄에 두 살짜리 어린 매실나무 중에서도 조숙한 놈들이 꽃을 피우더니 가지에 열매를 매달고 있다. 대견스럽다. 작년 가을 메밀을 털었던 밭에서는 그 때 떨어졌던 씨가 절로 싹을 피워 하얀 꽃밭을 이루고 있었다.

  

 

  

들판의 생명은 돌보지 않아도 저들끼리 잘 자란다.

그런데 가슴팍까지 올라온 이 풀을 어떻게 해야 하나?

아내는 아직 밭에 나서기가 어렵고 친구가 와서 숙식을 함께하며 풀베기를 도와주었다.

평생 처음 낫을 들어본다는 친구와 나는 예초기 날을 좌우로 휘두르며 초원의 브루스를 추었다.

일을 일로하면 힘이 드니 놀이삼아 하자며 친구를 부추겼다. 예초기 모터 소리에 맞추어 목청껏 노래도 하고, 박자에 맞추어 몸을 흔들다보면 한나절이 금방 지나간다.

아내는 세끼의 식사와 두 번의 참, 하루 다섯 끼를 챙겨 주기에 바쁘다. 아침만 빼고 끼마다 막걸리를 올리자니 만만찮은 일이다. 술김에 힘든 줄도 모르고 풀을 베는데 슬며시 나타나 저녁엔 찹쌀 백숙이 나올 지 모른다고 한 마디 던지고 간다.  

 

풀을 베든 친구가 난데없이 소릴 질렀다.

“작업 중지! 여기 까투리가 알을 품다가 달아났어.”

쫓아가보니 망초 숲 사이 곱게 튼 둥지에 열 개의 알을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며칠 째 풀 베는 소리에도 달아나지 않고 생명을 품었던 까투리는 눈앞에 나타난 침입자를 보고 달아났다. 어미새는 멀리 가질 못하고 근처 잣나무에 앉아서 소리치며 알을 지킨다. 알에서 어미의 체온이 만져졌다.

“이거 영 미안하게 됐네. 어떻게 하지?”

둥지 주위에 아직 베지 않은 풀을 그대로 두고 어미가 와서 다시 품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주위가 다 드러난 판에 과연 어미가 와서 품어줄까?

궁리 끝에 한 자나 되는 유공관을 가져다가 하늘만 빠끔히 열어놓고 사방을 막아주었다.

잘한 짓인지 서툰 짓인지 모르겠지만 그 후 어미를 보지는 못했다. 

 

 

다시 돌아온 금수산의 여름, 날이 저문다.

하루는 낮보다 어둠이 있어 더 고맙다. 긴장에서 풀려난 몸은 낮에 달구어진 열기를 식힌다.

오늘은 방충망을 사다가 창에 이중의 저지선을 구축했으니 포근한 잠자리가 될 것 같다.

마님은 내일 산딸기를 따서 잼을 만들어 주겠단다.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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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6.10.27 09:23

    첫댓글 내가 직접 일을 하는 듯 합니다.

  • 작성자 16.10.27 13:02

    위 글 중 부종을 종양으로 고칩니다. 의학용어라서...
    아내는 5년이 지난 올해 수술을 했던 병원에서 검진결과 암환자의 딱지를 뗐습니다.

  • 16.10.28 09:32

    은근히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마음이 놓입니다.

  • 작성자 16.10.28 17:31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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