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를 찾습니다
짧은 치마를 입은 이십 대 중반의 여자
아무런 망설임 없이 들어와
반쯤 일어선 침대에 눕는다
하양 머리가 듬성듬성 난 중년의 사내
그녀의 가장 깊고 깊은 곳을
예고도 없이 밀치고 들어선다
그 여자의 미지 세계
첫사랑을 고백받은 정인(情人)에게도 조차
보여주지 못했던 세상과 통하는 문이다
그녀는 어둡고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은밀하고 화려한 빛을 만들어
우주 밖 행성들과 밀회를 즐기고 있다
다른 한쪽에는 보금자리를 잃은 직박구리
둥지를 틀고 언 강이 풀리기를 기다린다
중년 남자의 계속된 고집스러운 압박
속울음 참아내는 여자의 눈 가장자리
주렁주렁 엉기는 수정 눈물방울
고통의 크기를 짐작할 뿐이다
·
·
지금 나, 목젖을 치료하고 있는
이비인후과 모니터 앞에 앉아
이름이 호명되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7시집 『부처를 죽이다』 중-
사람들은 늘 내가 생각하고 내가 본 것만 상대에게 말하고 설득하려 듭니다. 반쪽만 보고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스스로 판단합니다. 이 詩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빅토르 위고는 “인간은 한쪽 면밖에 볼 수 없다.” 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두려움과 신비의 암흑 속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인간은 늘 섣부른 판단으로 일을 망치거나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때로 나의 단편적이고 이분법적인 사고, 사사로운 감정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면 상대는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를 속박하는 틀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그러한 방법은 마음 다스리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하고 여행을 많이 하여야 하며 책을 많이 읽는 것밖에 없습니다.
서커스단의 어린 코끼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쇠말뚝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어른 코끼리가 되면 그런 쇠말뚝 정도는 자기의 힘으로 얼마든지 뽑고 탈출할 수 있으나 어린 코끼리 시절부터 자신은 절대 이 쇠말뚝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고 미리 판단해 버리고 탈출을 시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간의 행복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학자와 성인(聖人)들이 행복에 관해 이야기하였고 수많은 행복론을 제시했지만 뚜렷한 대안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단지 물질적으로만 계산하거나 측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플라톤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행복 조건으로 다섯 가지를 이렇게 꼽았습니다.
첫째 ‘먹고 입고 살고 싶은 수준에서 조금 부족한 듯한 재산’
둘째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 약간 부족한 용모’
셋째 ‘자신이 자만하고 있는 것에서 사람들이 절반 정도만 알아주지 않은 명예’
넷째 ‘겨루어서 한 사람에게 이기고, 두 사람에게 질 정도의 체력’ 다섯째 ‘자산의 연설을 듣고서 청중의 절반은 손뼉을 치지 않는 말솜씨’
이 다섯 가지 행복 조건은 완벽하고 만족할 만한 것들이 아니라 조금은 부족하고 모자란 상태입니다. 세상의 모든 재물이든 명예이든 또 외모든 완벽하고 부족함이 없다면 바로 그것 때문에 근심과 불안과 긴장하며 살기 때문에 또 다른 불행을 초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조금 내려놓고 버린다고 해서 불행한 것은 아닙니다. 행복은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 자신에게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