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장맛비를 피하여 산뜻하게 출발하다(탄생지 ~ 갈산동주민센터 30km)
2020년 8월 8일(토), 폭우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였는데 다행히 아침에 맑다가 낮에 잠시 비가 내린다. 오전 6시, 분당의 아들 집을 나서 출발장소인 중구 인현동의 구 명보극장 앞으로 출발하였다. 아들의 승용차 편, 주말이라 고속도로를 막힘없이 달려 30여분 만에 목적지에 이른다. 멀리 부산에서 올라온 박해용 대원이 먼저 와 있고 곧이어 일행들이 속속 등장한다. 6시 50분 출발행사, 단장을 맡은 배준태 예비역해군제독이 다음과 같이 출발인사를 한다.
‘환송 차 동행하시는 회원 여러분, 감사합니다. 뜻깊은 길에 참가하신 대원 여러분, 치하와 축하인사를 드립니다. 3년 전 2017년 8월 15일에 발대식을 가진 첫 번째 이음단의 백의종군 대행군이 큰 성과를 거두어 그간 25명이 이 길을 완보하였고 지금도 250여명이 도전 중에 있습니다. 이번에 두 번째 대행군에 임하는 목적은 더 많은 분들이 걷기만이 아니라 자전거, 자동차, 충무공이 그랬던 것처럼 말 등을 이용하여 충무공의 얼과 기상이 서린 이 길을 산티아고 순례길에 버금가는 길로 가꾸는데 최선을 다하기를 다짐하는 마음으로 다시 도전합니다. 참가자 여러분 모두 건강하고 활기 있게 완보합시다.’
강전 코스리더의 일정안내에 이어 ‘걷자. 걷자, 힘차게 걷자’를 우렁차게 외치고 7시에 두 번째 백의종군길 대행군에 나섰다. 참가자는 대원 13명(1명은 상중으로 수일 후 참여), 당일 참가자 17명 등 30명.
일행은 서울시가 충무공의 생가 터로 고시한 곳인 옛 명보극장 자리를 출발하여 인근 신도 빌딩에 있는 또 다른 생가 터(중구청이 여러 고증을 거쳐 2017년 4울 3일에 안내판을 설치, 탄생지가 헷갈리네)를 경유하여 종로 1가에 있는 의금부 터에 도착하니 7시 30분, 그곳에 세운 비석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충무공 이순신 백의종군로 출발지, 이곳은 1597년 4월 1일 충무공 이순신이 선조의 명을 받고, 출옥하여 백의종군길을 떠난 출발지이다. 백의종군로는 충무공 이순신이 한성(서울)을 출발하여 초계(합천 율곡)까지 간 행적로와 동년 8월 3일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 되기 전까지의 행적로이다.’
종로1가 의금부 터 앞의 기념촬영
그곳에서 기념 촬영 후 남대문‧서울역‧청파로‧삼각지‧국립박물관 앞‧동작역을 거쳐 사당역에 이르니 오전 11시, 오전 내내 구름 끼고 선선한 날씨더니 이때부터 남태령(삼남지방에서 과천 거쳐 서울로 들어오는 관문, 이를 지나노라니 서울 오는 이들이 과천에서부터 긴다는 옛말이 떠오른다) 지나 과천시 관문동의 점심장소까지 가는 1시간 반 동안 약한 비가 내린다. 폭우가 아닌 것만으로도 감사, 오전에 20여km를 비 걱정 없이 잘 걸었다.
걷는 길목의 도로변에 위치한 식당의 점심메뉴는 만두전골, 5시간 넘게 열심히 걸은 탓인지 일행 모두 맛있게 잘 먹는다. 13시 30분에 오후 걷기 출발, 과천 정부종합청사 길을 돌아 인덕원을 거쳐 안양시 갈산동주민센터까지 약 10여km의 거리다.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 공원의 무궁화 꽃무리가 장관이고 안양시 인덕원 터에 새겨진 고장의 소개가 눈길을 끈다. 인덕원 터의 큰 돌비에 새겨진 내용, ‘인덕원이라는 지명은 조선시대에 환관들이 내려와 살면서 주민들에게 큰 덕을 베풀었다하여 인덕이라는 말에 마침 이곳에 관리들이 숙식하였던 원이 있어 인덕원이라 칭하게 되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는 정유년 4월 초사흘에 인덕원에서 쉬었다 갔다는 내용이 있다.’
이를 살핀 후 평촌을 거쳐 첫날 목적지인 갈산동주민센터에 이르니 오후 4시, 역사와 문화의 숨결이 서린 백의종군길 1,2코스인 첫날의 30km를 전국에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큰 탈 없이 걸었다. 숙소까지 다시 1km를 걸어 여징을 푸니 온몸이 뻐근하나 마음은 상쾌하다. 인근의 소박한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는 동안 빗줄기가 굵어지고 전국적으로 폭우 피해가 크다는 뉴스가 전해진다. 오늘밤부터 내일 사이 서울‧경기 등 중부지방에 500mm의 큰 비가 올 것이라는 기상예보,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하기로 하고 일단 휴식을 취하자. 열심히 걸은 대원과 성원의 뜻을 담아 힘을 보탠 당일참가자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평안히 쉬십시오.
한강 수위가 높아진 동작대교를 지나는 일행들의 모습
* 출발에 앞서 도서관에서 난중일기를 빌려 지참하였다. 그중 백의종군에 즈음하여 쓴 충무공의 육성을 간간히 인용하고자 한다.
‘1597년 4월 1일(신유) 맑다. 옥문에서 나왔다. 남대문 밖 윤간의 종 집에 이르러 봉, 분, 울, 사행, 원경 등과 같이 앉아 오랫동안 이야기했다. 지사 윤지신이 와서 위로하고, 비변랑 이순지가 보러 왔다. 지사가 돌아갔다가 저녁 먹은 뒤에 술을 가지고 다시 돌아왔다. (그의 아들) 기헌도 왔다. 이순신(한글발음이 같은 이름의 옛 부하장수) 공이 술병을 가지고 와서, 같이 취하며 간곡한 정을 나누었다. 영의정(유성룡), 판부사 정탁, 판서 심희수, 찬성 김명원, 참판 이정형, 대사헌 노직, 동지 최원, 동지 곽영이 사람을 보내 문안했다.’
‘4월 초2일(임술) 비가 종일 왔다. 여러 조카들과 이야기했다. 방업이 음식을 넉넉하게 차려 가지고 왔다.(필공을 불러 붓을 매게 했다. 어두울 무렵에 성으로 들어가 정승과 이야기 하다가, 닭이 울자 헤어져 (성 밖으로) 나왔다.’
‘4월 초3일(계해) 맑다. 일찍 남쪽으로 길을 떠났다. 금부도사 이사빈, 서리 이수영, 나장 한언향이 먼저 수원부에 도착했다. 나는 인덕원에서 말을 먹이고 (조용히 누워 쉬다가) 저물어서 수원에 들어가 (경기관찰사 수하에서 심부름하는, 이름도 모르는 군사의 집에서) 잤다. 신복룡이 우연히 왔다가 내 행렬을 보고 술을 마련해 와서 위로했다. 부사 유영건이 나와 보았다.’(난중일기, 인간 이순신을 만나다 허경민 옮김에서)
첫댓글 비가오는데도 걷느라고 애쓰십니다.함께 하지 못해 많이 아쉬워요.마음속으로 뜨겁게 응원하고 있습니다.백의종군길에 함께 하신 모든분들 화이팅입니다.그리고 존경합니다.
배준태단장님을 비롯한 참가자 여러분. 고르지못한 날씨에 수고가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부디 건강한 몸으로 전원 완보하시길 기원합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