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1/1) 주막거리의 「자두나무」 수피
꽃에서 달콤한 향기가 나기도 하고, 잎이 나기 전에 하얀 꽃이 피는 이 나무 앞에서, “이 나무는 「자두나무」입니다.” 하면 ‘그런가 보다.’ 하는 표정으로 별 반응이 없다. 그러다가, “열매는 핵과이고 유월에서 팔월 중에 붉은색으로 겉에 곶감 분처럼 백색 분이 생기기도 합니다. 맛이 달착지근하면서도 시그럽지요. 이 열매를 ‘오얏’이라고도 합니다.” 하면, “아, 오얏나무!” 하면서 안면이 있다는 듯 반가운 얼굴을 하곤 한다.
이름이 두 개다 보니 헷갈리는 나무 중에 하나다. 누구는「자두나무」라 하고, 어떤 이는 「오얏나무」라고 한다. 따지고 본다면 「자두나무」가 정명이고 「오얏나무」가 이명이다. 책에는 자두란 어원이 열매에서 나왔다고 한다. 열매가 복숭아와 비슷하고 보라색이라는 뜻의 ‘자도紫桃’에서 ‘자두’로 변했다는 데,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았다. 우린 어릴 때부터 두 가지 이름을 섞어서 불렀기 때문에 ‘자두’나, ‘오얏’이나 모두 다 알아듣는다.
「오얏나무」라고 하면 여말선초에 유명세를 떨친 나무였다. 왕 씨가 이 씨를 경계해서 생긴 이야기로, 떠오르는 이 씨의 기운을 꺾기 위해 고려 왕실에서는 「오얏나무」를 심고 베고, 심고 베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오얏나무」는 조선 왕조의 탄생 비화에 한목을 한 역사적인 나무인 셈이다.
이 자두나무를 소개하려 하면, 어떤 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번에 문자를 쓰신다.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 하면서 “참외밭에선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선 갓을 고쳐 쓰지 말라” 하시면서 해석까지 해주신다. 그랬다. 「오얏나무」 하면 떠오르는 한시이고, 한 번쯤 입에 올린 적이 있을 한시 한 자락이다. 잘 익은 오얏이 얼마나 탐스러웠으면 손이 올라갈까. 먹을거리가 넉넉지 못했던 옛날엔 그래고도 남았을 것 같다.
이 나무의 원산지는 중국이고, 수고가 약 10m정도 자란다. 가만히 보면 삼사월에 흰 꽃이 잎이 나기 전에 핀다. 자손 번식을 우선으로 하는 나무들은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운다. 꽃 색깔을 멀리서 보면 노르스름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런 꽃에서 매혹적인 향이 풍긴다. 멀리까지 가는지 멀리서부터 “무슨 냄새지?” 하는 사람들도 있다. 열매가 달콤새콤하다. 신맛에 눈을 감으면서도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는 청량감이 있어 많이들 찾는다. 살구는 과육과 씨가 달라붙지 않아 먹기에 편하지만, 자두는 이와 달리 착 붙어있어 깔끔하게 먹기에는 좀 그렇다.
상주 양촌 마을에 자두나무가 많이 있었고 맛도 참 좋았다. 고모산성의 주막거리의 길가에는 몇 그루가 있을 뿐이다. 여기에 장미과 나무들이 한 줄로 서있는데, 「살구나무」와 「매실나무」는 자세히 봐야 식별이 되지만, 「자두나무」는 꽃이나 나무의 수피가 이들과 달라 구분하기가 쉬운 편이다. 끝. 2021.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