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악에 따르는 멸시는 감수하지라도 그 원인이 되는 악은 정당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예를 들면, 얼굴에 보기 흉한 종기가 생기면 창피함 때문이 아니라 병을 고치고자 종기를 치료하려고 애쓸 것입니다. 만일 잘못을 했어도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경우에는 구태여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
실수를 했지만 내가 비천해졌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와는 달릿 ㅏ려 깊지 못하거나 어리석은 탓으로 남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에는 진심으로 용서를 청하고 잘못을 바로잡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때로는 애덕을 실천하고자 비천함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다른 사람이 나쁜 영향을 받지 않도록 그들 앞에서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해도 마음속으로는 더욱 깊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
필로테아 님, 그대가 비천함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훌륭한 것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분명하게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우리 영혼에 가장 유익하고 하느님께서 가장 만족하시는 비천함은 우연히 또는 자연적으로 생기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을 받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것은 언제나 우리 자신이 선택한 것보다 훨씬 더 좋습니다. 만일 하느님께서 나에게 선택하라고 하신다면, 나는 최대의 비천한을 최상의 비천함으로 택할 것입니다. 우리의 의지와 취향은 많은 덕들을 훼손시키기 때문에 최상의 비천함이란 우리의 개인적인 성향과 반대되는 종류의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소명과 맞아야 합니다. 시편의 저자처럼 "하느님 집 문간에 서 있기가 악인의 천막 안에 살기보다 더 좋습니다." (시편 84,11) 하고 말할 수 있는 은총을 주님께서 베풀어 주신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
사랑하는 필로테아 님, 우리에게 이 덕을 주실 수 있는 유일한 분은 우리를 높은 곳으로 인도하시려고 '사람들의 우셋거리, 백성의 조롱거리' (시편 22,7)로 사시다 돌아가신 우리 주님뿐이십니다. |
지금까지 내가 말한 것들이 실천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생각되겠지만, 이를 실천하면 꿀처럼 감미로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