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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맞을수록 좋아하는 여자 "그대는 노황야의 딸이 아니니 내가 그대의 조상을 욕한다 해도 황상과 노황야, 그리고 태종황제와 태조황제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오." 공주는 대노해 입을 열었다. "내가 어째서 노황야의 딸이 아니란 말이에요? 이 죽일 놈의 태감이 말 을 함부로 하는군. 내일 오후 나는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어요. 죽일 태감, 만약 그대가 오지 않는다면 나는 태후에게 그대가 나를 때렸다고 고자질할 테에요." 그러면서 그녀는 옷자락을 걷어올렸다. 눈같이 희고 고운 팔은 시커멓 고 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그것은 모두 위소보가 비틀거나 꼬집어서 생긴 자국이었다. 위소보는 속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 전 나는 왜 이렇게 심하게 싸웠을까?) 공주는 다시 말을 이었다. "흥! 내일 오지 않는다면 어디 목숨이 붙어 있게 될지 두고 봐야 할 거 에요." 이 같은 상황에 이르자 위소보로서는 굴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즉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나는 내일 그대를 상대로 놀아 주기는 하겠소. 하지만 그대는 나를 다 시는 때리지 마시오." 공주는 크게 기뻐했다. "그대가 온다니 좋아요! 내가 그대를 다시 때리면 그대도 나를 때리면 되잖아요? 우리는 강호의 호걸들이니 은원은 분명히 해야 해요." 위소보는 쓰디쓰게 웃었다. "그대에게 다시 매를 맞게 된다면 이 호한은 악귀가 되고 말것이오." 공주는 웃었다. "안심해요. 나는 결코 그대를 때려서 죽이지는 않을 거예요." 그리고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봐야 그대를 반쯤 죽여놓기밖에 더하겠어요?" 그러다가 그의 안색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고 함박 웃으며 간드러진 소 리로 말했다. "소계자, 궁안에는 많은 시위 태감들이 있으나 나는 그대만을 좋아해 요. 다른 녀석들은 너무 뼈대가 없어요. 설사 나에게 맞아 죽는다 해도 감히 나에게 냄새나는 계집애니, 천박한 계집애니 하는 욕은 못하 죠......" 그리고 그녀는 위소보가 욕을 하는 음성을 흉내내서 다시 말을 이었다. "갈보가 난 망나니 계집애! 헤헤헤! 그 누구도 한 번도 나에게 이런 식 으로 욕ㅇ르 한 적이 없어요." 위소보는 우습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그대는 욕을 얻어먹는 것을 좋아하시오?" 공주는 웃었다. "그대처럼 나를 욕하는 것이 좋아요. 태후가 정색을 하고 꾸지람을 할 때와 나보고 예의를 다하라고 가르칠 때는 같은 욕이지만 정말 듣기가 싫어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다면 그대는 여춘원으로 가는 것이 가장 좋겠군"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네가 가서 갈보가 된다면 너를 욕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주모도 너 를 욕하고 때릴 것이고 놀러운 사람도 성질이 나면 너를 때리고 욕할 것이다.) 공주는 정신이 번쩍 드는 듯 물었다. "여춘원은 어떤 곳이죠? 거기는 좋은가요?" 위소보는 속으로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매우 재미있는 곳이라오. 하지만 강남땅에 있으니 그대는 갈 수가 없 소. 그대가 여춘원에서 삼 개월만 산다면 정말 좋아서 죽을 지경이 된 다고 보장할 수가 있소. 아마 공주도 하기 싫어질 것이오." 공주는 한숨을 내쉬더니 여춘원이 매우 가고 싶은 듯 말했다. "내 나이가 들면 반드시 가봐야겠어요." 위소보는 정색을 했다. "좋소, 좋아. 장래 나는 그대를 반드시 데려가 주겠소. 사내대장부의 일언은 중천금이라 하지 않았소?" 그는 사마난추(駟馬難追)라는 말을 제대로 기억해 내지 못했다. 대장부 일언은 중천금이라는 말을 배운 다음에는 사마난추라는 말으 ㄹ대신해 서 쓰게 되었다. 공주는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 "내가 그들 시위들이나 태감들과 겨루게 되면 누구든지 내게 양보하기 때문에 조금도 재미가 없어요. 어제 황제 오라버니와 무공을 겨루게 되 었을 때야 삼푼 정도 진짜로 겨루게 되었죠. 하지만 그 역시 아프게 매 질을 하거나 나를 비틀어 아프게 하지 않았어요. 소계자, 오로지 그대 만이,그대만이 나를 때린 거예요. 그대는 마음을 놓아요. 나는 절대로 그대를 때려 죽이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갑자기 그의 입술에 입맞춤을 하고 나서 얼굴을 붉히며 나는 듯 방을 뛰쳐나갔다. 위소보는 순식간에 하늘이 빙빙돌고 땅이 흔들리는 것 같아 그만 털썩 주저앉아 생각했다. (이 공주는 약간 실성한 것 같다. 내가 그녀를 때리면 때릴수록, 욕을 하면 할수록 그녀는 더욱더 기뻐하는 구나. 제리랄! 늙은 갈보가 난 계 집애가 정말 이 가짜 태감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그녀의 아리따운 얼굴을 생각하니 마음이 울렁거렸다. 그는 몸 을 일으켜 가까스로 자기의 처소로 돌아갔다. 그러고 난 후 그는 지칠 대로 지쳐 침대 위에 쓰러져서 잠이 들고 말았다.그는 다섯시간을 꼼짝 하지 않고 잠을 잤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그런데 전신의 곳곳이 아파와서 참을 수 없어 신음소리를 내질 렀다. 몸을 일으켜 상처에 뿌려졌던 소금가루를 씻어내려고 했다. 그러 고 보니 상처는 이미 피가 엉켜서 옷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그래서 옷 을 잡아당기자 다시 한 번 극렬한 아픔이 찾아들어 그는 다시 한 번 더 냄새나는 계집애, 썩은 계집애니 하며 마구 욕을 해댔다. 그리고 소금 을 씻어내고 금창약을 발라ㅆ. 이튿날 소황제를 만나게 되었다. 강희는 그의 코가 시퍼렇게 멍들고 눈 이 부어 있을 뿐 아니라 머리카락과 눈썹마저도 크게 그을린 것을 보고 대뜸 그의 보배와 같은 누이동생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물었다. "공주가 때린 것인가? 상처는 심하지 않은가?" 위소보는 쓰디쓰게 웃었다.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사부님,이 제자가 어르신의 체면을 잃게 했으니 앞으로 삼 년 동안 고된 연마를 쌓아 다시 이 욕됨을 씻고 어르신의 체 면을 세우도록 하겠습니다." 강희는 본래 그가 노기충천해서 자기보고 나서서 화풀이를 해달라고 할 줄 알고 은근히 걱정을 했다. 사실 그의 누이동생이 아무리 잘못했다 하더라도 주인된 몸으로 노복과 다름이 없는 신하들을 구타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강희는 만약 위소보가 그 같은 청을 해올 때 아랑곳하지 않는다면 혹시나 그가 오대산으로 가 자기의 부황을 시중들 때 정성을 다하지 않을까봐 걱정되어 정히 난처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위소보가 그같이 말하며 이일에 대해 결코 원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바탕 장난을 친 것으로 여기는 것 같아 크게 기뻐하며 웃었 다. "소계자, 그대에게 정말 훌륭한 상을 내려야겠는데 그대는 무엇을 가지 고 싶은가?" "사부님께서 제자의 무예를 꾸짖지 않으신 것만 해도 제자는 이미 고맙 기 이를 데 없습니다. 무슨 상을 또 바라겠습니까?" 그리고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사부님께서 이 제자에게 몇 수의 고초를 전수해 주신다면 이후 위험한 일을 겪더라도 남에게 당하지 ㅇ을 것이니 차라리 그러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강희는 껄걸 소리내 웃었다. "하하하! 좋아. 좋아!" 그는 즉시 태후가 전수해 준 무공 가운데서 몇 수의 절묘한 초식을 뽑 아서 그에게 전수해주었다. 이 몇 초의 금나수법은 퍽 비범했으나 홍교 주 부부가 전수해 준 육 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위소보는 옛 날 그와 무공을 겨룰 때 그 몇수를 그가 사용한는 것을 본 적이 있었 다. 그런데 이 때 소황제가 직접 지도까지 하면서 펼쳐 보이자 얼마 후 대충 알게 되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옛날 그와 씨름을 할 때는 친구와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는 황제이고 나는 신하이다. 이 친구관계는 어찌 되었든 오래가지 못할 것 이다. 내가 북경에 돌아와 보니 소황제는 키는 별로 크지 않았지만 위 풍이 있어 보인다. 소현자라는 석 자를 다시 내뱉을 수 없으니 차라리 칭호를 바꾸는 방법도 또한 아첨을 하는 비결이 될 것이다.) 그래서 그는 땅바닥에 엎드려서는 쿵쿵 여덟 번의 큰절을 하면서 말했 다. "사부님, 절 받으십시오, 제자 위소보는 어르신의 개산대제자(開山大弟 子)입니다. 강희는 어리둥절했으나 곧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 첫째로 매우 재미있 게 느껴졌고, 둘째로 그가 다시 소현자라는 칭호로 부르는 것도 확실히 기뻐할 일이 못 되는 지라 웃으며 입을 열었다. "황제는 장난의 말은 하지 않는다네. 내가 그대의 사부라고 말했으니 그대를 제자로 거둬들일 수밖에 없군." 그리고 큰 소리로 불렀다. "게 아무도 없느냐?" 두 명의 태감과 두 명의 시위가 서재로 달려 들어왔다. 강희는 말했다. "몸을 돌려라" 네 사람은 대답했다. "네" 그러나 규칙에는 신하들이 황제 앞에서 등을 돌리지 못하게 되어 있었 다. 등을 돌린다는 것은 지극히 불경스러운 태도였다. 네 사람은 강희 의 뜻을 모르는지라 허리를 굽히고 몸을 슬쩍 옆으로 돌렸을 뿐 감히 몸을 돌리지 못했다. 강희는 탁자 위에서 한 자루의 가위를 들고 네 사람의 등뒤로 돌아갔 다. 네 사람은 다시 약간 몸을 돌렸다. 강희는 네 사람의 땋은 머리를 내려다 보았다. 그 가운데 한 태감의 머리가 가장 윤기가 나고 까맣다. 그는 왼손으로 머리채를 잡더니 싹하고 머리를 잘라냈다. 그 태감은 그 만 혼비백산 해서 즉시 무릎을 꿇고 연신 큰절을 했다. "신하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신하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강희는 웃었다. "두려워 말게. 그대에게 열 냥의 은자를 상으로 내리지. 모두 나가게." 네 사람은 어리둥절해졌다. 그러나 그저 강희황제의 기분을 예측하지 어렵다고 생각하고 뒤로 물러났다. 강희는 잘라낸 머리를 위소보에게 건네 주며 웃었다. "그대는 곧 가서 화상이 되어야 하는데 공주가 그대의 머리카락을 태운 것을 보면 이것도 하나의 뜻이 아닌가 하네. 하늘이 공주의 손을 빌어 서 그대에게 삭발하여 중이 되도록 분부를 내린 것이네. 그대는 먼저 이 머리를 꼬아서 머리에 달도록 하게. 그렇지 않으면 보기가 흉할 것 일세." 위소보는 무릎을 꿇고 말했다. "네, 사부님의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 정말 알뜰하기 이를 데 없습니 다." 강희는 웃었다. "그대가 나를 사부로 모신 것을 다른 사람들에겐 이야기하지 말게. 나 는 자네의 입이 무겁고 행동이 조심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응낙한 것일세. 만약 밖에서 그런 소리를 함부로 내뱉고 다닌다면 이 장문인은 즉시 그대의 무공을 제거하고 문파에서 그대를 축출하겠네." 위소보는 잇달아 말했다. "네, 네. 제자가 어찌 감히 그러겠습니까?" 강희가 그와 무공을 겨루고 씨름을 한 사실은 태후와 해대부 외에는 궁 중에서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속으로 그를 제자로 거두어 들인 사실을 그저 밖으로 소문만 내지 않는다면 황제의 체면을 잃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성격이 꼼꼼한 편이라 한 번 더 당부하기를 잊지 않았다. 강희는 자리에 앉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태후는 음흉하고 악랄하다. 나에게 무공을 가르쳤지만 결코 진정으로 모든 심혈을 기울인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사람을 때 려 뼈마디를 동강내는 무서운 재간에 대해서는 어째서 반초도 내게 전 수해 주지 않았느냔 말이다. 사실 나는 사부가 되었지만 기실 이 녀석 에 비한다면 별로 강한 편은 못된다. 따라서 고명한 무공을 전수해 줄 만한 것이 없다. 소림사의 화상들은 무공이 지극히 고강하다. 이번에 부황께서 어려움에 처하셨을 때 역시 그들이 구해 주었으니....." 이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는 마음속으로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서 말했 다. "그대는 가서 상처를 조섭하도록 하게. 그리고 내일 다시 나를 만나러 오게나." 위소보는 자기의 처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수하의 태감을 시켜 어의를 불러와 약을 바르고 상처를 치료하도록 했다.상처가 아프긴 했으나 살 갗에 입은 상처라 근골을 다치지는 않았다. 어의는 열흘이나 보름쯤 조 섭하면 즉시 낫게 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점심밥을 먹은 후 공주와의 약속대로 공주를 찾아나섰다. 그런데 가슴이 자꾸 두근거렸다. 그녀를 다시 만난다는 것이 두렵기도하고 기 쁘기도 했다. 문을 열자마자 공주는 크게 소리를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위소보는 이 미 방비를 하고 있던 터라 왼팔로 막고 오른발로 걸었다. 그리고 오른 손으로 공주의 뒷 등을 잡고 그녀를 눌러 몸을 굽히도록 만들었다. 공주는 웃으며 말했다. "죽일 태감 같으니, 오늘은 어떻게 무서워졌네요." 위소보는 그녀의 왼팔을 잡고 뒤로 비틀며 나직이 말했다. "그대가 나를 훌륭한 계자나 오라버니라고 부르지 않는다면 나는 그대 의 이 팔을 부러뜨려 놓겠소." 공주는 욕을 했다. "쳇, 이 죽일 태감 같으니!" 위소보는 공주의 팔을 힘주어 비틀며 호통을 내질렀다.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면 그대의 이 팔을 비틀어 놓겠소." 공주는 웃었다. "그래도 난 부르지 않을래요"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계집애는 정말 천박하구나! 내가 때리면 때릴수록 더 좋아하는 구 나) 그리고 왼손으로 철썩하며 그녀의 엉덩이를 한 번 내질렀다. 공주는 몸 을 한 번 펄쩍 뛰는 듯했으나 깔깔거리며 웃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제기랄! 그대는 원래 맞는 것을 좋아하는군!" 그리고 힘주어 다시 몇 대의 주먹을 내질렀다. 공주는 아파서 땅바닥에 엎드린 채 일어나지 못했다. 위소보는 그제서 야 손을 멈췄다. 공주는 한숨을 내쉬었다. "됐어요.이제는 내가 그대를 때릴 참이에요." 위소보는 고개를 한들었다. "아니오. 나는 그대에게 맞지 않겠소."그는 속으로 이 계집애의 손 씀 씀이가 매우 악랄하니 만약 맘ㅈ기 시작한다면 언제라도 목숨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생각했다. 공주는 크게 성질을 부리며 달려들더니 마구 때리고 물려고 했다. 그러나 위소보는 몇 대의 따귀를 갈기고 땅바닥 에 쓰러뜨린 후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다시 한 차례 볼기를 때려댔다. 그는 속으로 볼기마저 때렸으니 이제 더 겸연쩍어 할 필요가 없다고 생 각하고 손을 뻗쳐 그녀의 전신 곳곳을 마구 비틀었다. 공주는 그의 다 리에 매달려서는 그의 두 다리를 얼싸안고 얼굴을 그의 다리 사이에 끼 우고 가볍게 문지르며 간드러지기 이를 데 없는 코먹은 소리로 말했다. "훌륭한 계자,훌륭한 오라버니 나에게 한 번만 맞아줘요. 내가 아프게 는 때리지 않을께요." 위소보는 그녀가 마치 조그만 새가 바람에 의지하듯 하는 양과 또 다정 히 부르는 소리를 듣게 되자 그만 가슴이 설레어 대답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공주가 다시 말을 했다. "훌륭한 오라버니, 나는 그대의 몸에서 피가 나오는 거승ㄹ 보았을 때 무엇보다도 좋았어요." 위소보는 깜짝 놀라 노해 부르짖었다. "안 돼!" 그리고 왼발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한 대 걷어차 버렸다. "놔요. 나는 가겠소. 그대와 함께 어울리다가는 언젠가는 그대의 손에 죽게 될 걸." 공주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대는 나와 놀지 않겠어요?" 위소보는 말했다. "너무 위험하오. 시시각각 목숨을 잃을 위험이 있으니까 말이오." 공주는 깔깔거리고 웃더니 몸을 일으켰다. "좋아요. 그렇다면 나를 부축해서 나의 방으로 데려다 줘요. 난 그대에 게 맞아 걸음도 옮겨놓을 수 없게 되었어요." 위소보는 말했다. "나는 부축하지 않겠소." 공주는 벽을 붙잡고 천천히 걸어나갔다. 그러면서 말했다. "계자,내일 다시 와요, 좋죠?" 공주는 갑자기 왼발의 무릎을 절룩거렸다. 하마터면 쓰러질 것 같아 위 소보는 재빨리 다가가 부축을 했다. 공주는 말했다. "훌륭한 계자, 수고스럽지만 두 명의 태감을 불러 나를 데려가게 해줘 요." 위소보는 속으로 태감을 부르게 된다면 태후에게 알려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공주가 어떻게 상처를 입게 되었나를 따지게 되고 자기가 그랬다는 사실이 조금이라도 알려지게 된다면 목을 잘리는 죄명 을 뒤집어 쓰게 될 것이라 생각하고 어쩔 수 ㅇ벗어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내가 그대를 부축해 방으로 데리고 가도록 하죠." 공주는 웃었다. "좋아요 계자,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서쪽으로 향했다. 공주의 거처는 자녕궁의 서쪽인 수강궁(壽康宮)옆이었다. 두 사람은 자 녕궁의 화원에 이르게 되었다. 위소보는 황태후의 태도를 상기하고 마 음을 졸였다. 두사람이 기다란 난가넹 이르게 되었을 대 공주가 갑자기 귀에다 가볍 게 숨을 불어내는 것이 아닌가? 귀소보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그러지 마세요......" 공주는 부드러운 소리로 말했다. "왜요? 내가 그대를 때리는 거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그녀는 위소보의 귓볼을 가볍게 물고는 혓바닥을 살짝 내밀어서 천천히 핥았다. 위소보는 간질간질해져 참을 수 없어 나직이 말햇다. "당신이 만약 나의 귀르 ㄹ물어 다치게 한다면 나는 그대를 다시는 만 나지 않을 것이요. 남아일언 중천금이라 했소." 공주는 본래 갑자기 그의 귓볼을 깨물어 한 조각 살이라도 뜯어낼 충동 을 느꼈으나 그 같은 말을 듣자 감히 더 깨물지 못하고 그저 코먹은 소 리로 웃으며 말했던 것인데 그 웃음소리를 듣고 위소보는 얼굴을 시뻘 겋게 붉히지 않을 수 없었고 동시에 온몸이 나른해졌다. 공주의 침궁에 이르게 되었을 때 위소보는 몸을 돌려 나가려고 했다. 공주가 말했다. "이리 들어가요. 내 그대에게 재미있는 물건을 보여 줄께요." 이 때 건녕궁의 네 명의 태감과 네 명의 궁녀가 문밖에서 시중을 들기 위해 서 있었다. 공주는 그의 손을 잡고 곧장 자기의 거실로 들어갔다. 두 명의 궁녀가 따라들어왔다. 그리고 뜨거운 물수건을 올렸다. 공주는 한조각의 수건을 들고 위소보에게 내밀었다. 위소보는 얼른 받아서 얼 굴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냈다. 두 명의 궁녀는 공주가 태후나 그 외의 사람에게 이처럼 공손하게 구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거기다 나이어린 태감이 아무렇지 않은 듯 받아 드는 것을 보고 무례하기 이를 데 없다는 생각에 오히려 어리둥절해지 고 말았다. 공주는 그 같은 광경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무엇이 보기 좋아 그렇게 넋을 잃고 바라보느냐?" 두명의 궁녀는 대답했다. "네,네." 그들은 허리를 굽히고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 그런데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공주는 손을 뻗쳐 가까이에 있는 한 명의 궁녀의 눈을 찔렀다. 궁녀는 살짝 피한다고 피했으나 그만 참담한 비명소리만 질렀을 뿐이었 다. 눈알이 뽑혀지지는 않았으나 얼굴은 선혈로 물들게 되었다. 눈썹위 에서 아랫턱까지 네 개의 손자국이 드러나 있었다. 두 명의 궁녀는 혼 비백산해서 재빨리 물러나고 말았다. 공주는 웃었다. "자, 저것봐요. 저 못난 것들은 그저 용서를 비는 고함소리밖에 내지를 못해요. 그러니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위소보는 그녀의 손 씀씀이가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속으 로 이 작은 갈보는 흉악한 점에 있어 그녀의 어머니인 늙은 갈보와 비 슷하니 역시 이곳에서 일찌감치 빠져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 "공주, 황상께서 내게 일을 시키셨으니 나는 곧 가봐야 겠소이다." "무엇이 그리 급해요?" 그녀는 얼른 문을 닫고는 빗장을 질렀다. 위소보는 가슴이 쿵쿵 뛰는 것을 느꼈다. 도대체 그녀가 무슨 이상한 짓을 할지 알 수 없었다. 공주는 웃었다. "내가 이 궁의 주인 노릇을 한 지 십 오 년이 되었어요. 남의 시중만 받다보니 재미가 없어요. 우리는 입장을 바꾸도록 해요. 그대가 주인이 되고 내가 종이나 신하가 되겠어요." 위소보는 두 손을 들어 마구 흔들었다. "안돼요, 안돼. 나는 그와 같은 복이 없소이다." 공주는 예쁜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그대는 하지 않겠단 말인가요? 나는 큰소리로 부르짖을 거예요. 나는 그대가 나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으며 나의 온몸을 푸른 멍이 들도록 때 렸다고 말하겠어요." 그리고 갑자기 소리내어 부르짖었다. "아이구 아파라!" 위소보는 연신 읍을 하며 말했다. "소리지르지 마시오! 소리지르지 마시오! 내 그대의 분부를 따르도록 하겠소" 이곳은 공주의 침실이었다. 그리고 밖에는 많은 태감들과 궁녀들이 서 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그저 몇 번 부르기만 한다 면 즉시 사람들이 몰려올 판이었다. 그야말로 무공을 겨루는 집 주위에 는 아무도 없어 상관이 없었지만 이 곳은 그곳과는 달랐다. 공주는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쳇, 천박한 것 같으니라구! 내가 좋은 말로 할땐 듣지 않고, 반드시 경의로 바치는 술은 마시지 않으면서 벌주만 마시려 하는 군요."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너야말로 비천한 여자다. 주인노릇을 하지 않고 종 노릇을 하겠다니!) 공주는 이때 한쪽 무릎을 꿇고 공손히 문안을 드린 후 입을 열었다. "계패륵(桂貝勒)그대는 주무시려고 하시는가요? 소신이 그대의 옷 벗는 시중을 해드리죠." 위소보는 살며시 코웃음을 쳤다. "흥! 나는 자지 않겠다. 너는 나의 다리를 주물러 다오." "예" 공주는 땅바닥에 앉아 그의 오른발을 들어 자기의 무릎 위에 얹고 천천 히 주무르기 시작했다. 정말 세심하고 알뜰했으며 전혀 그의 상처를 건 드리지 않았다. 위소보는 칭찬의 말을 했다. "정말 훌륭한 신하로군! 그대는 정말 근사하게 시중을 들어 주는구나." 그리고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 공주는 크게 기뻐서 나직이 말했다. "주군께서는 너무 과찬이십니다." 그의 오른쪽 신발을 벗기고 그의 발가라긍ㄹ 가볍게 주물렀다. 그러더 니 발을 바꾸어 안마를 하고 신발을 벗긴 후 다시 발가락을 가볍게 주 물렀다. "계패륵, 침대위로 가서 누우시죠. 제가 등을 두드려 드리겠어요." 위소보는 그녀의 안마에 매우 기분이 상쾌해졌다. 그는 속으로 이 천박 한 계집애가 실컷 종노릇을 하지 않고는 자기르 ㄹ놓아주지 않을 것이 라 생각하고 침대 위로 올라와 비스듬히 누웠다. 그러자 코속으로 그윽 한 향기가 스며들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천박한 계집애의 침대는 이토록 화려하구나. 여춘원의 제일 가는 갈보들도 이 같은 요나 이불은 갖고 있지 못했지) 이 때 공주는 엷은 이불을 잡아당겨 그에게 덮어 준 후 가볍게 등을 두 드리기 시작했다. 위소보는 정신이 몽롱해졌다. 한창 계패륵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을 때 갑자기 문 밖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황태후께서 왕림하셨소!" 그는 그만 깜짝 놀라 재빨리 일어나려고 했다. 공주는 당황한 나머지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달아나기엔 늦었어요. 움직이지 말고 빨리 이불 자락 속으로 숨으세 요." 위소보는 머리를 움츠리고 이불 속으로 숨어들었다. 잠시 후 은연 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놀라서 기절을 할 지경이었다. 공주는 침대 휘장을 내려놓더니 몸을 돌려 빗장을 뽑고 문을 열었다. 그러자 태후가 성큼 안으로 들어서며 입을 열었다. "대낮에 문을 왜 닫아놓고 있느냐?" 공주는 웃으며 말했다. "또 무슨 별 희한한 짓을 하며 놀았지? 어째서 얼굴에 핏기가 전혀 없 느냐?" "저는 매우 피곤하다고 하지 않았어요?" 태후가 고개를 숙여 보니 침대 앞에 한 쌍의 신발이 놓여 있고 또 비단 모기장이 가볍게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그녀는 속으로 이상함을 느끼 고 태감과 궁녀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모두 밖으로 나가 있어라." 뭇사람들이 나가자 그녀는 입을 열었다. "문을 닫고 빗장을 걸어라!" 공주는 웃었다. "태후께서는 무슨 이상한 놀음을 할 모양이죠?" 그녀는 태후의 말대로 문을 닫고 태후가 바라보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 다. 신발을 발견하고는 그녀는 그만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녀는 얼른 변명을 했다. "나는 지금 막 남장을 해보려던 참이에요. 남자 녀석으로 분장을 해서 태후에게 보이려던 참이었어요. 제가 남장을 하면 그 모습은 퍽 준수하 겠지요?" 태후는 냉랭히 말했다. "침대 위의 저 녀석의 모습이 준수한지 그렇지 않은지 어디 두고 봐야 겠다." 그리고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침대 앞으로 다가갔다. 공주는 깜짝 놀라 태후의 손목을 붙잡고 말했다. "태후, 저는 그와 장난을 하고 있는 거예요......" 태후는 손으로 그녀를 뿌리쳤다. 그리하여 그녀를 몇 걸음 밀어 내고는 즉시 모기장을 걷어올리고 이불을 들췄다. 이어 냅다 위소보의 옷깃을 잡고 들어올렸다. 위소보는 침대 안쪽으로 얼굴을 돌린 상태로 있었다. 감히 그녀와 눈을 마주칠 수 없었으나 크게 놀란 그는 전신을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공주는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태후, 이 사람은 황제 오라버니가 가장 좋아하는 태감이에요! 태후께 서는...... 그에게 상처를 입히지 마세요!" 태후는 살며시 코웃음을 쳤다. 그녀는 손을 돌려 위소보의 얼굴을 후려 갈겼다. 철썩철썩 따귀를 갈기고는 호통을 내질렀다. "꺼져라! 다시 네가 공주와 놀아나는 것을......" 그녀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고 크게 놀라 물었다. "너였구나." 위소보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저는 아니에요." 그 한 마디는 정말 아리송한 말이었다. 그러나 이같이 간이 바들바들 떨리는 상태에 놓여있는데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태후는 그의 뒷덜미를 꼭 잡고 나직이 말했다. "천당에는 길이 있는데도 가지 않으면서 지옥에는 문이 없는데도 뛰어 들어 왔구나! 네 녀석이 공주에게 감히 무례한 행동을 했으니 오늘 나 를 원망하지는 못할 것이다.: 공주는 다급해 외쳤다. "태후, 제가 그에게 이곳에 누우라고 했어요! 그를 탓할 수는 없어요." 태후는 왼손을 들더니 위소보의 정수리를 가볍게 후려쳤다. 그리고 왼 팔을 쭉 뻗고 운기행공하여 악랄한 수법으로 그의 정수리를 내려쳐 일 장으로 그를 요절내려고 했다. 위소보는 위급한 가운데 갑자기 홍교주가 가르쳐 준 적정항룡이라는 일 초를 상기했다. 두 손을 뒤로 뻗어 태후의 가슴을 한 번 거머쥐었다. 태후는 깜짝 놀라 가슴을 움츠리며 말했다. "죽고 싶으냐?" 그 순간 위소보는 두 발로 침대가를 차며 훌쩍 재주를 넘어 어느덧 태 후의 목에 목말을 타듯 하면서 두 손의 식지로 그녀의 눈을 눌렀고 엄 지 손가락으로 그녀의 태양혈을 눌렀다. 그리고 호통을 내질렀다. "그대가 움직이기만 한다면 나는 그대의 눈알을 뽑아내고 말겠소!" 그의 이 일초는 숙련되지 않아 본래 펼치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그는 침대 위에 있었고 태후는 땅바닥에 서 있었다. 한 사람은 높은 위치에 있고 한 사람은 낮은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목말을 타는 것이 손쉬웠 다. 그러나 본래 눈을 뽑는데는 중지를 사용해야 했는데도 식지로 눌러 대고 뒤로 훌쩍 재주를 넘게 되었을 때 발끝으로 모기장을 걷어 올렸었 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일초는 어정쩡한 것이었으며 낭패한 몰골이라 홍 교주가 이 모습을 보았다면 반쯤 울화통이 터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었 다. 하지만 수법이 잘못되기는 했어도 초식은 실로 교묘하기 이를 데 없어 태후는 즉시 제압당하고 말았다. 너무 졸지에 일어난 일이라 그녀 로서는 대항할 수 없었던 것이다. 공주는 깔깔 소리내어 웃으며 부르짖었다. "호호호! 소계자, 무례한 행동을 해서는 안 돼요! 빨리 태후를 놔 주세 요." 위소보는 오른쪽 다리를 들고 오른손으로 비수를 뽑아들었다. 그리고 태후의 등을 겨눈 후 그제서야 그녀의 뒷덜미에서 미끄러져 아 래로 내려왔다. 그런데 갑자기 팍 하는 소리와 함께 오색 찬란한 물건 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바로 신룡교의 오룡령이었다. 태후는 깜짝 놀라 부르짖었다. "이건.....이......물건은 어디서......온 것이지?" 위소보는 태후가 가짜 궁녀나 유연 등과 몰래 결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했다. 어쩌면 이 오룡령이 그녀로 하여금 순순히 말을 듣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이것은 본교의 오룡령인데 그대가 알아보지 못한다는 말이오? 정말 당 돌하군." 태후는 전신을 흠칫 하더니 입을 열었다. "네. 네." 위소보는 그녀의 말이 공손해지는 것을 보자 의기양양해졌다. "오룡령을 대할 때는 교주가 친히 왕림한 것과 마찬가지로 대해야 하 오. 홍교주께서는 홍복을 영원히 누리게 될 것이며 수명은 하늘처럼 길 것이외다." 태후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홍교주께서는 복을 영원히 누리게 될 것이며 수명은 하늘처럼 길더 라." 그리고 몸을 구부리고 오룡령을 집어들더니 머리 위로 높이 쳐들었다. 위소보는 손을 내밀어 오룡령을 받으며 말했다. "그대는 나의 명령을 듣겠소? 듣지 못하겠소?" 태후는 말했다. "듣겠어요. 삼가 분부를 따르겠습니다." "교주의 보배와 같은 가르침을 시시각각 마음속에 새겨둘지어다. 적을 제압하고 이기게 되는 등 성공하지 않는 일이 없을지어다." 태후는 따라서 공손히 읊었다. "교주의 보배와 같은 가르침을 시시각각 마음속에 새겨둘지어다. 적을 제압하고 이기는 등 성공하지 않는 일이 없을지어다." 이때서야 위소보는 겨우 한숨을 내쉬고는 비수를 거두었다. 그리고 의 젓한 걸음걸이로 침대가에 걸터앉았다. 태후는 공주에게 말했다. "너는 밖으로 나가거라. 그렇지 않다면 너를 죽이고 말 것이다." 공주는 깜짝 놀라 대답했다. "네." 그녀는 위소보를 한 번 바라보다가 가슴 가득히 끓어오르는 의혹을 금 할 수 없어 입을 열었다. "태후, 혹시 황제 오라버니의 성지인가요?" 강희는 나이가 들게 되자 위엄과 권세가 점점 불어났다. 태감과 궁녀들 그리고 어전 시위들은 황상을 이야기할 때 두려워하고 동경하는 표정이 날로 더해갔다. 그렇기 때문에 공주는 태후가 황제에 대해 퍽 어려워하 고 있다는 사실을 미루어 알게 된 터였다. 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그는 황제의 심복이시다. 요긴한 일로 나와 이야기하려고 하 는 것이니 너는 절대로 이야기하지 말아라. 더욱더 황제 앞에선 들먹이 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황제가 너에게 화를 내지 않을 것이 다." "네, 네, 저는 그토록 우둔하지 않아요." 그리고 방을 나간 후 방문을 닫아 주었다. 태후와 위소보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각자 마음속으로 의심을 품고 있었다. 갑자기 태후가 입을 열었다. "벽 저쪽에 귀가 있을지도 모르니 이곳은 이야기할 곳이 못 됩니다. 자 녕궁으로 가서 자세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그녀의 말투가 깍듯해지고 또 상의하는 투로 나오며 감히 함부로 결정 을 내리지 못하는 것을 보고 위소보는 더욱더 마음이 느긋해졌다. 그러나 곧 다시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이 늙은 갈보는 마음이나 심보가 악랄하다. 나를 자녕궁으로 데려간 후 어떤 간계를 써서 해를 입힐지 모르는 일이 아닌가?) "나는 본교에서 새로 임명된 백룡사외다. 홍교주의 명령을 받고 오룡령 을 손에 들고 나온 것이외다." 태후는 대뜸 숙연해져 우러러보는 표정을 지으며 허리를 굽혀 절했다. "속하가 백룡사께 인사드립니다." 위소보는 태후가 신룡문의 부하제자들과 결탁한 것을 보면 홍교주에 대 해서 매우 존경하리라고 짐작했다. 따라서 이 오룡령은 어느 정도 그녀 를 꼼짝할 수 없게 만드는 위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 코 그녀 자신이 바로 신룡교의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짐작 하지 못했었다. 그는 태후의 신분이라면 천하에서 해내지 못할 일이 없는데 놀랍게도 신룡교에 가입했을 뿐 아니라 그곳에서의 지위가 자기보다 훨씬 낮은 것을 보고 정말 불가사의하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녀가 공손하게 절을 하는 것을 보자 그만 아연해져 어찌할 바를 몰랐다. 태후는 그가 잠자코 말이 없는 것을 보자 아직도 옛날의 원한을 기억하 고 있는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놀람과 두려움을 느끼고 나직이 말했다. "속하는 전에 미처 백룡사의 신분인 줄 모르고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황송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아무쪼록 백룡사께선 너그 러운 아량으로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나 위소보가 나이가 어린데도 교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끝내 완전히 믿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그녀는 근년에 이르 러 교주와 부인이 신진소년들을 대거 끌어올려 중용하게 되었으며 교에 몸을 담고 있는 노형제들은 도살당하거나 혹은 의심을하여 권세를 차츰 떨어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이 어린애 가 백룡사에 임명되었다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녀는 다시 머리를 굴렸다. (설사 그가 정말 백룡사라 하더라도 내가 지금 그를 죽인다면 교에서는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 꼬마녀석은 내게 증오심을 깊이 느끼고 있을 것이니 그가 살아 있도록 내버려 둔다는 것은 후환이 무궁해질 것 이야.) 살기를 떠올리자 눈에는 자기도 모르게 악독한 빛이 드러나게 되었다. 위소보는 즉시 알아차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야단났다. 이 늙은 갈보가 나를 죽이려고 하는구나.) 그는 엄숙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조금 전 내가 그대를 사로잡을 때 쓴 수법은 누가 전수한 것인지 아 오?" |
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