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서로의 신분(킬러)을 속인 채 결혼한 부부가 있습니다.
각자 꽤 잘나가는 일반 직장인으로 거짓행세를 하며 부부관계를 유지해 가지만 결국 서로의 정체가 들통 나고, 하필이면 서로 경쟁조직의 '특급 킬러'인 관계로 서로에게 총구를 들이대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영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Mr. & Mrs. Smith)]는 이렇게 다소 황당한 내용의 줄거리를, 재기 발랄한 대사와 상황 연출을 통해 유쾌하게 풀어 나가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첫 장면은 마치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Harry Met Sally....)]에 나오는 부부들의 고백과 상담을 보는 것 같은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결혼 6~7년차인 - 서로의 진술이 엇갈립니다... ^^ - 스미스 부부는 서로를 사랑하지만 뭔가 충분치 않은, '권태감'을 서서히 느끼고 있는 위험한 시기를 맞이한 상황입니다.
업계에서 알아주는, 내로라하는 '특급 킬러' 이지만 완벽하게 평범한 모습으로 위장하고 살아가는 이 부부는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서로의 정체를 알아버리고, 조직의 명령에 의해 서로의 목숨을 빼앗아야 하는 위태한 상황에 직면합니다.
하지만 '슈퍼맨' 같은, 최강의 이들 부부는 서로가 서로를 농락하며 마치 게임을 즐기듯이 위험한 대결을 즐길 뿐입니다.
이 영화의 매력은 바로 이 위태하면서도 유쾌한 상황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일반인 이라면 상상도 못할 정도의 위기에 처했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살아남아 버리는 스미스 부부의 모습은 때로 실소(失笑)를 흘리게 만들기도 하지만, 관객들은 어느새 마치 게임하듯 총질과 칼질을 해대는 이들 부부의 무한 액션을 즐기게 됩니다.
관객들을 이렇게 만들어 버리는 건, 아마 <브래드 피트(Brad Pitt)>와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의 매력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브래드 피트>는 멋지면서도 때로는 귀여워 보이는 <미스터 스미스> 역할을 잘 소화해 내었고, <안젤리나 졸리> 역시 그 특유의 섹시한 매력을 더할 나위 없이 잘 발산해 내어 <니콜 키드먼(Nicole Kidman)>과 <캐서린 제타 존스(Catherine Zeta Jones)>에게 <미세스 스미스> 역할을 줄 뻔 했다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또한 다소 유치해 보이기도 하는 장면과 대사들이 등장하지만, 전체적으로 꽤 재미있고 흥미로운 영화가 되게 만든 [본 아이덴티티(The Bourne Identity)]의 감독 <더그 라이만(Doug Liman)>의 연출도 상당히 무난해 볼만한 액션 오락영화 한편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 싶습니다.
마지막 이들 부부가 적들에게 포위 되었을 때는 마치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라 이들의 운명이 다소 궁금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역시 결말은 유쾌하게 마무리 됩니다.
다소 어이없고 황당한 장면들도 눈에 띄지만, 그냥 유쾌한 액션 영화라 생각하면 무난히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 조금 엉뚱한 생각을 했는데...
"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부부를 꼽는다면 누구를 꼽아야 할까? " 라는 질문에 답변한다면...
아무래도 저는 <스미스 부부> 보다는 <토마스 해리스(Thomas Harris)>의 원작 [한니발(Hannibal)]에 등장하는 <한니발 렉터(Hannibal Lecter)> 박사와 <클라리스 스탈링(Clarice Starling)>, 이들 부부를 - 원작에서는 영화와 달리 이들이 서로에게 애정을 느껴 '부부'가 되고 맙니다... - 꼽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
그래서 <스미스 부부>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위험한 부부' 라고 칭해도 될 것 같다는... 상당히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 너무 썰렁한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