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는 자녀 양육이 쉽지 않다. 초등학교 일학년인 손녀가 방학을 하니 돌볼 사람이 필요하다 해 내가 기꺼이 자원을 했다.
나는 아들 딸 키울 때도 거의 자유방임이었는데 손녀를 보니 더 귀여워 손녀가 원하는 것은 무었이든 다 해준다. 딸과 사위는 그런 내가 교육에 좋지 않다며 딸이 가끔 잔소리를 한다. 손녀는 자기 뜻대로 다해주는 할아버지가 최고로 좋다고 한다.
나와 놀다가 학원 갈 시간이 되면 방학인데 마음껏 놀지도 못한다며 엄마한테 전화해 아파서 학원 못간다고 말해 달란다. 딸에게 전화해 바꾸어주니 손녀는 갑자기 아픈 사람처럼 죽어가는 목소리로 아파서 학원에 못가겠다고 말한다. 딸이 걱정하며 그러라고 하니 전화를 끊고 큰소리로 오 예라고 소리친다. 나는 손녀에게 훌륭한 배우가 될 것 같다고 말하며 우리 둘은 박장대소한다.
딸도 중학생일 때 학원 땡땡이치고 친구들하고 놀고 밤 늦게 집에 들어오며 아빠 공부 너무 열심히 해서 피곤해라고 말하며 지친듯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딸 피곤하겠네 쉬면서 해. 사실은 딸이 학원에 안왔다고 학원에서 전화를 해 내가 아파서 못간다고 했었다.
손녀를 데리고 눈썰매장에 갔다. 무릎수술을 해 아직 다리가 부실한데도 손녀랑 손을 잡고 썰매를 탄다. 썰매가 똑바로 가지 않고 빙글빙글 돌 때는 아찔하다. 손녀는 소리를 지르며 아슬아슬할수록 재미 있단다. 나는 삼십분만 타도 지친데 손녀는 세 시간이나 탔다.
썰매장에서 화살 던져 풍선 터뜨리기를 해 손녀가 상품으로 예쁜 인형을 받았는데 그 귀한 것을 나에게 주며 차에 달고 다니란다.
집에 와서 윷놀이를 했다. 손녀가 이기면 삼천원 내가 이기면 천원 내기로 했는데 손너가 세번 이기고 내가 한번을 이겼다. 손녀는 자기가 윷놀이 천재라고 좋아하며 할아버지가 돈을 너무 잃어 이천원을 도로 주겠다고 한다. 이런 배려는 어디서 배웠을까?
오늘 밤은 하진이 부모가 둘다 늦게 들어온다해 하진이 데리고 공원으로 저녁 산책을 나갔다. 마침 눈이 내려 환상적이다. 하진이가 팔짝팔짝 뛰며 좋아한다.
할아버지 추운 날 아이스크림 먹으면 너무 좋겠지? 그럼 최고지. 눈 오는 밤에 둘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산책을 한다. 죽기 전에 또 이런 날이 올까?
하진이 데리고 동네 도서관에 갔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행복하고 좋은 사람이 될거라며 하진이가 매일 책을 읽으면 할아버지가 하진이를 점말 좋아할거라고 하니 할아버지가 말 안해도 책 읽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하진이는 짜파게티를 특히 좋아한다. 하진이랑 둘이 짜파게티 요리를 한다. 하진이가 스스로 해보도록 나는 조언만 하니 요리를 잘한다. 할아버지 내가 했어 이거 먹어봐 진짜 맛있지?
하진이는 티브이 씨리즈물을 좋아한다. 부모가 늦게 들어오는 날은 십오세 이상 보라는 것도 함께 본다. 키스 장면이 나오면 소리를 지르며 좋아한다. 내가 보면 안된다고 하면 두 손으로 눈을 가리는데 손가락 사이로 화면을 볼 수 있게 가린다. 나는 못본척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