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소개했던 Toronto NOW라는 무가지의 이번주 판을 보다가 영화평에서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현재 토론토에 개봉중인 영화 중에 NOW로부터 별을 다섯개 받은 영화가 딱 두 개 있었는데, 하나는 팔레스타인의 테러리스트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 Paradise Now >이고, 나머지 하나는 이스라엘의 테러리스트가 주인공인 스필버그 감독의 < Munich > 였습니다.

< Munich >는 독일의 도시 '뮌헨'의 영어식 표기입니다. [뮤니크]라고 읽더군요.(실은 영화보기 직전에 사전 찾아봤습니다. 표를 사려면 저 발음을 알아야 하기땀시.. -.-;;;) 이 영화는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일어난 '검은 9월단(Black September)'의 테러와 이스라엘의 역테러에 관한 영화입니다.
스필버그 는 잘 알려져있다시피 지금까지 미국 주류사회 이데올로그로서의 역할에 극히 충실해왔던 영화감독입니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영화 기술로 '미국의 애국주의'와 '군국주의', '가족주의'를 위한 영화를 끊임없이 만들어왔지요.
<쉰들러 리스트>를 통해 이제는 '가해자'로 자리잡은 유태인들이 마치 현재도 '피해자'인 것처럼 이야기해서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었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미국 우익의 군국주의적 애국심을 자극하고, <마이너리티 리포트>, <우주 전쟁> 등은 원작의 의미를 뒤집어 볶아먹으며 '가족주의'와 '애국주의'로 똥칠을 해서 많은 SF 팬들을 분노하게 했었습니다.
특히 H. G. 웰즈의 <우주 전쟁>은 본래 사회주의자인 웰즈가 제국주의를 비난하기 위해 제국주의의 폭력과 공포를 다룬 소설인데, 이것을 테러리즘에 공포를 느끼는 미국인들의 이야기로 완전히 뒤집어 놓기도 했지요.
게다가 유태인인 스필버그가 이라크전에 대한 세계 여론이 계속 시끄러운 이 마당에 '검은 9월단'에 대한 영화 <뮌헨> 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영화는 개봉되기도 전부터 이미 격렬한 논쟁 속에 휘말려 들어가 있었습니다.
<뮌헨>의 원작인 조지 조너스(George Jonas)의 <복수(Vengeance)>라는 논픽션 책은 모사드의 테러단에 참가했던 사람의 구술에 의해 쓰여진 것이라 친 이스라엘 시각이라는 비난이 있고, 그 내용의 진위여부가 논쟁이 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문제는 심각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작가인 조지 조너스가 실제로 그 사건의 모사드 테러단원이 아니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책 속 내용을 작가에게 제공해준 인물이 실제로는 당시 모사드가 아니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물론 저는 서점에서 책 껍데기만 구경하고 아직 못 읽어봤음)
그리고 스필버그는 이 영화를 위해 모사드의 테러단과는 인터뷰를 진행했지만(영화 속의 주인공인 테러단의 리더), 검은 9월단 측과는 인터뷰를 하지 않고 영화를 만들어서 현재 검은 9월단의 마지막 생존자로부터 공평하지 못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모사드에서도 스필버그를 비난하고 있는데,
'니가 실체적 진실을 알아? 알지도 못 하는 게 왜 주제넘게 나서서 깝죽대고 그러냐'같은 비난이지요.
이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스필버그는 영화를 개봉하기 전에 논쟁을 우려해서 사전 홍보도 전혀 하지 않고, 언론용 시사회조차 하지 않은 채 비밀에 붙여서 만들고 개봉했습니다. 12월말 개봉 후 현재 찬사와 비난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도 현재 소수의 개방관에서만 상영중이고, 전국적인 개봉은 1월 6일경이랍니다) 그런데 이렇듯 논쟁의 한 가운데에 놓인 <뮌헨>이 팔레스타인 폭탄 테러리스트가 주인공인 < Paradise Now >와 나란히 NOW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뽑혔다는 사실이 참 흥미로왔습니다.
전문 : http://blog.jinbo.net/neoscrum/?cid=8&pid=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