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띳사 장로와 한쪽 눈을 잃은 사미 138)
바르게 깨달아 해탈하여
고요하고 흔들리지 않는 아라한은
마음이 고요하고
말과 행동도 고요하다.
138) 띳사 장로는 일곱 살 소년을 시자로 받아들이고 나서 그의 머리를 깎기에 앞서 몸 구성요소 중 처음 다섯 가지(머리카락, 몸의 털, 손발톱, 이, 피부)에 대한 수행법을 가르쳤다. 장로가 가르침을 끝내고 소년의 머리에 삭도를 갖다 대는 순간 소년은 사무애해를 갖춘 아라한이 되었다. 그러고 나서 장로는 사미 아라한을 데리고 부처님을 친견하기 위해 사왓티로 떠났다. 여행 도중 그들은 어느 마을의 정사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는데, 방을 한 개밖에 구하지 못해 하는 수 없이 두 사람은 같이 지내야 했다. 날이 저물자 범부였던 장로는 아무 생각 없이 금방 잠이 들었으나 사미는 ‘오늘이 스승과 함께 잠을 잔지 사흘째이다. 내가 누워 잠들었다가 해가 뜰 때까지 일어나지 못하면 장로님은 빠찟띠야 계율을 범하게 되니 앉은 채 밤을 새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스승의 침상 곁에 바르게 앉아 밤을 지새웠다.
아침 일찍 잠이 깬 장로는 사미를 깨우려고 침상에서 종려나무 잎으로 만든 부채를 쥐고 일어나다가 부채 손잡이의 끝 부분으로 사미의 눈을 찌르고 말았다. 그러나 사미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다친 한쪽 눈을 가린 채 연로한 장로를 위해 세숫물을 떠와 스승의 손과 입, 얼굴을 씻겨 드리고, 정사의 마당과 방도 쓸었다. 사미가 물을 한 손으로 자기에게 주자 장로는 사미에게 어른들께는 무엇이든 두 손으로 공손히 올려야 한다고 타일렀다. 묵묵히 장로의 말씀을 다 듣고 난 사미는 장로가 부채 손잡이로 눈을 찌르는 바람에 한 눈을 잃어 다친 눈을 가리느라고 한 손으로 물을 드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씀드렸다. 그때서야 장로는 자신이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 매우 괴로워하며 제자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사미는 자기가 눈을 다친 것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업의 결과일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하며, 너무 유감스럽게 생각하실 것이 없다고 도리어 장로를 위로했다. 그러나 장로는 이 불행한 사고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이 사왓티의 제따와나 정사에 도착해서 부처님을 뵈었을 때 장로는, 여행하는 동안 있었던 일을 보고 드리면서 함께 간 어린 사미는 자기가 태어나서 처음 보는 훌륭한 성자라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아라한은 그 누구에게도 화내거나 증오를 품지 않는다. 그는 감각을 잘 다스려 완전히 고요하고 평온하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시고 이어서 게송을 읊으셨고, 게송이 끝나자 띳사 장로는 사무애해를 갖춘 아라한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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