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요약> 상생의 정신: 우리가 하나님께 드릴 예물/ 신명기 16:9-12, 마가복음 1:40-45
우리 교단에서 제공하는 목회 달력에는 오늘을 ‘맥추 감사 주일’로 드릴 것을 권장합니다. 5월 하순부터 시작해서 6월 중이면 보리를 추수하고 모내기도 끝나기 때문입니다. 곡식(보리)를 거두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자는 의미이지요. 과거 농경사회의 흔적입니다. 유사한 절기가 구약에 기록되어 있는데, 오늘 본문이 그 중 하나입니다. 맥추절(출23:16)이라고도 부르는 칠칠절은 보리 수확이 끝날 때쯤 지키는 절기입니다. 농사를 짓지 않는 우리에게는 두 절기 모두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어받을 만한 소중한 정신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상생의 정신>입니다.
본문은 칠칠절을 행하는 방법으로 “당신은 당신의 주 하나님 앞에서 즐거워하라.”라고 말합니다.(11절) 그런데 “당신과 당신의 아들, 딸, 남종, 여종, 레위인과 나그네와 고아와 과부와 함께”라고 말합니다.(11절) 보리 수확의 기쁨과 감사를 혼자만 즐기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다 함께 즐기라고 말합니다. 그들도 하나님 앞에서 감사하고 즐거워하게 하라는 것이지요. 그것의 구체적인 내용은 나와 있지 않지만, 우리가 햇곡식으로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즐거워하는 것을 미루어 짐작하건대, 아마 수확한 보리로 같이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일정 부분을 나눠주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특히 뒤에 언급되는 사람들은 이런 소출을 스스로는 얻을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땅의 기업이 없는 자들로, 그래서 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의 사람들입니다. 그런 자들도 하나님께서 자신들에게 곡식을 베푸시며 돌보신다는 것을 느끼고 감사하며 기뻐하도록 그들과 함께 즐거워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성경이 말하는 <상생의 정신>입니다.
또한, 바로 이 정신이야말로 우리가 하나님께 드릴 예물입니다.(10절) 우리가 가진 것을 하나님께서 주신 것으로 알고 자원하여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함께 즐거워하는 것이 말이지요. 특히 약자들, 소외된 자들과요.
이 상생의 정신을 확장시키시며 새 시대를 여신 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율법에는 훌륭한 상생의 정신이 깃들어 있습니다만, 어쩔 수 없는 한계도 있었습니다. 나병이라 알려진 악성 피부병 환자들이 그렇습니다. 이들은 율법에 의해 부정한 자로 규정되어, 공동체에서 격리된 채 살아야 했습니다.(레위기 13:45-46) 이는 그들을 보듬고 같이 살고 싶어도 다른 사람들과 공동체에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규정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자에게 예수께서는 굳이 손을 내밀어 대셨습니다.(본문 41절) 그리고는 율법에 명시된 대로 제사장의 승인을 받으라고 하셨습니다.(44절) 이는 그 사람의 병을 고쳐주실 뿐만 아니라, 그가 다시 사회와 공동체로 들어가서 구성원의 일부로 인정받으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살 수 있도록 조치하신 것입니다.(레위기 14장) 육체적인 병을 고치셨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새롭게 회복시키신 것입니다. 나는 선생으로 인정받고 존중받으니 불만 없고 불편한 것 없다며 나 몰라라 하시지 않고, 그런 대우를 받지 못하는 다른 사람도 인정받고 존중받으며 살도록 세우시고 살리신 것입니다. 이것이 예수께서 보이신 <상생의 정신>입니다. 말씀만으로도 낫게 하실 수 있는데 굳이 손을 대신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합니다. 그에게 접촉하심으로써 예수께는 부정한 것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함과 그 예수를 통한 하나님의 돌보심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보다 감각적으로 느끼도록 말이지요.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이처럼 예수께서는 이 <상생의 정신>을 실현하시면서 자신의 삶을 하나님께 온전히 드렸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 속한 사람이라는 그리스도인은 예수의 발자취를 따라 그 <상생의 정신>을 실현하며 하나님께 드리는 사람입니다.
그런 우리 평화목교회 공동체와 교우들이 되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2024년 7월 7일 김소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