僧換押吏(승환압리)
옛날에 한 스님이 죄를 짓고 먼 곳으로 유배를 가는데
古一僧被罪遠配 고일승피죄원배
아전 형리가 압송해 가는 도중에
吏押去至中道 이압거지중도
스님이 추로라는 술을 사서
僧沽得秋露 승고득추로
압송하는 아전 형리에게 마시게 하니
飮押吏 음압리
아전 형리가 몹시 취하여 고꾸라졌다
吏泥醉倒也 이니취도야
스님은 아전 형리가 취한 틈을 타서
僧乘其醉隙 승승기취극
*乘(승): ~하다 ⤏ 타동사로 쓰임
아전의 수염을 깎고
而削吏鬚髥 이삭리수염
고깔을 벗어서 그것을 씌우고
脫弁着之 탈변착지
납의(스님의 옷)를 벗어서 그에게 입힌 후에
解衲衣之後 해납의지후
스님은 곧이어 아전의 관복을 갈아입고 압송하는 아전이라 자칭하면서
僧仍着吏冠服而自稱押吏 승잉착리관복이자칭압리
술 취한 아전을 감독하면서 가는데
督醉吏而去 독취리이거
아전이 술이 깨고 나서
吏酒醒後
자신의 몸을 둘러보고 말하기를
環顧其身曰 환고기신왈
“스님은 여기에 있는데,
僧則在是 승즉재시
내 몸은 어디로 갔다 말인가?”
吾身何去 오신하거
끝내 스님과 바뀐 채 귀양 갔다
竟替僧而去 경체승이거
이 말은 들은 사람들은 모두 입을 가리고 웃더라
聞者胡盧 문자호로
출처: 蓂葉志諧(명엽지해)
홍만종이 엮은 한문 소담집.
해학적인 일화와 외설스럽고 골계미 넘치는 이야기를 수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