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게 기증불가품목
소형식기 세척기 한대가 우리집 거실에서 며칠째
갈곳을 잃고 대기 상태로 있다.
20년전.
친구 친정어머니 돌아가셨을때, 난 그 친구 어머니
장례식장에 조문오신 손님 접대용 반찬 세가지를 만들어 보냈다.
그때는 병원 장례 문화가 요즘같지가 않아서 문상객
식사 준비는 모두 상주측에서 만들어 가지고 가야했다.
경황없는 친구를 위해 급히 장을 봐서 제일 손쉽고,간단한 반찬
으로 준비했다.
잔 멸치에다 꽈리고추넣어서 고추장 양념 볶음을 했고,
도라지를 째서 일미와 잔파를 넣고 새콤달콤 고추장
양념으로 무쳤고,무우 채썰고 잔파 넣고 젓갈 양념으로
모자반을 고추가루에 무쳐서 병원 영안실에 갖다줬다.
갑자기 당한 어머니 죽음에 경황이 없는 내 친구는 생각지도
않게 내가 가져다준 반찬으로 영안실에서 마른 안주사고 국,
밥만 해서 덕분에 초상 잘 치뤘다고 우찌 그런 생각을 했느냐며
두고 두고 고마워했다.
친구는 캐나다이민 가기전 제사도 많은 우리집에 조금이라도
나의일손 들어라고 식기세척기를 선물로 가져왔다.
나보다 고집이 조금 더 센 친구에게 결국 졌다.
난 무수리과라 전혀 식기 세척기 스타일 아닌데...^^
내 성질에 사용할것 같지 않으니, 자기 있을때 설치해야한다고
고집을 부려 결국 설치를 하긴 했으나,세척기로 사용하기보다
친구의 빈자리를 채우듯 거의 주방 장식품으로 자리 차지 하고
있었던 세월이 더 많았다.
한번씩 사용 할라치면 그릇은 세척되기 쉽게 잘 놓아야하고 밥알도
반찬 양념도 대충 행궈내고 넣어야 했다.
이럴바에야 까짓 그냥 확 씻고 말지....ㅎ
세탁기처럼 물이 어느정도 채워져 물이 뜨겁게 데워지면
식기 전용세제를 넣어서 세척을 하는것이다.
노즐에 뿜어 나오는 물로 세척하고 헹구고 건조하고...
기계야 편리하지만, 우리 살립에 작은 그릇만 있나.큰 솥,
냄비, 후라이팬, 물통,컵 양재기 등등.
하루 두끼만 해먹어도 씻어야 하는 그릇 종류가 얼마나 많은데,
규격에 맞는 그릇만 호강스레 그속에서 샤위하고 있을수만은
없지.
그래서 여태 싱크대위에 실용성으로 보다, 장식품으로 차지
하고 있다가, 싱크대가 좁아서 2단 싱크 선반을 달기로 하고
결국 식기세척기를 떼냈다.
늘 곁에 둘때는 몰랐는데, 막상 식기세척기 떼내고 나니 왜그리
허전한지...
쉽게 버리지를 못해 며칠을 거실 한켠에 두었다.
친구의 마음이 담긴 거라 쉽게 버리기 너무 아까워서...
그나마 그 친구를 본듯 친구와 함께한 추억을 생각하며
행주로 닦고 닦으며 여태 함께했는데...
그러다 생각한것이 아름다운가게에 기증 하기로 했다.
전에 친구랑 집에 안쓰는 물건 가지고 가본적이 잇기에...
우리 동네 제일 가까운 아름다운가게에 전화를 하고 접수를
했다.
전자제품 같은건 직접 나와서 물건의 상태를 보고 가져간다고
했다.
고장난것도 아니고, 몇번 사용하지 않았기에 당연 좋은 주인
만나 제대로 사용하리라 믿었다.
오늘같이 매서운 추위에 아름다운가게 직원 두분이 나오셨다.
제일 먼저 제품날짜를 확인한다.
99년식.
물건 상태가 아무리 양호해도 전자 제품은 십년 넘으면 기증 불가 란다.
추운날 시간 맞춰 오신분들에게 그냥 보내기 미안해서 백과사전이라도
보내려고 박스째 보여드렸더니, 그 역시 새책이라도 년식이 오래되어
기증 불가.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결국 헛걸음으로 돌아가신 아름다운가게 직원
한테도 미안하고, 친구의 마음이 담긴 식기세척기가 무용지물이 되니
맘이 더많이 서운하고 그렇다...
친구와 함께한 추억만 남기고 이제 종이에 사용가능이라는 글을 써서
식기 세척기를 집앞에 내려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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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요즘은 전자제품이 워낙 자주 모델이 바뀌니 중고가게에서도 잘 안가져가더라구요. 사람은 오래 묵을수록 정이라는기 있어 비록 모양은 망가져도 올매나 좋은데...... 그래서 최신 기계설비가 난무하는 요즘이 편리하긴해도 더 삭막하고 살벌해 지는가 봅니다. 고로 우리는 디지탈보다 아날로그로 삽시다 ㅎㅎㅎㅎ
세월이 이리 변한줄 모르고....^^ 나에게만 소중한거지 하루 다르게 발전하는 전자제품이란걸 모르고 괜히 아름다운가게직원들만 추운날 고생하게 한것 같아 미안함만 더 보태졌네요. 맞아요. 한번 아날로그는 영원한 아날로그....
우아 식기세척기 전들이려 하는데 안쓰신다니 세상에~~~~~~~~부`~^^*
년식이 오래 되니 만약 고장시 부품 보관 기간도 지났을테고 하니 거부한것 같아요. 설치비도 들고 하니.... ^^
섭섭하셨겠어요
그 친구에게 받은 마음 십분의 1도 전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벤쿠버에 살고 있어요. 오래전 시집살이 하는 저에게 가끔씩 와서 애기들 자라는 사진도 찍어주고... ㅡ.ㅡ
이궁 식기 세척기 손님이라도 왕창 오먼 몰라 거의 안쓰이는 물건 정 땜에 저도 아름다운 가게에 옷 많이 드렸네요. 옷장에 자리 차지하고 버리긴 너무 아깝고 누군가 유용하게 쓰시겠지하고.... 좀 과감하게 정리를
처음에 사용할때는 참 신기했답니다. 마지막 헹구고 나온물은 뜨거웠거든요. 그 물 받아서 냄비도 솥도 씻고...
진정 알뜰여왕이시옵니다 ㅎㅎㅎ
친구분과의 추억어린 물건이므로 기증불가되었네요 (임의해석~ㅋㅋㅋ) 아름다운 가게가 맞습니다! ^^* / 고급형음식물처리기를 전통**만들기까페에 무료나눔했는데 저도 몸으로 움직이는 편이라 나는 필요치않치만 다른분께는 쓰임새있을것같아서 나눔을 했어요~ 물건의 값어치가 중요한것보다는 쓰임새가 더욱 중요한것같아서,,
포플님은 여기서도 많은 나눔 하시잖아요. ^^ 많은 회원님들께 따뜻한 정을 느끼도록....^^
타인으로 받은 물건은 그 사람 마음이 담겨있어서 얼마나 소중한지. 그래서 쉽게 버리지 못하는 물건이 많아요. 작은 쪽지 하나라도 냉장고에 붙여둔답니다.
이렇게 추운 날씬데요 여기와서 얘기 나누다보면 훈훈해 져요^^ 웬지 년식도 비슷하고 사고도 비슷한거같고... 좋아요^^
아마 같은 곳을 바라 보는 것 자체로 조금은 닮은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