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히는 데서 통하는 도리(道理)
파도에 시달리는 배가 뒤집히지 않는 것은 복원력이 있기 때문이다.
배가 왼쪽으로 기울면 오른쪽으로 돌아가려는 힘이 작용하고
오른쪽으로 기울면 왼쪽으로 돌아가려는 힘이 작용한다.
생활 속에서 부딪치는 모든 경계는 다름 아닌 복원력이다.
나로 하여금 바른 수행을 통해
진화의 길로 나아가게 하기 위한 반작용인 것이다.
언젠가 내가 행하였던 신·구·의 삼업이 현실의 경계로 다가와서는
나를 향해 바르게 가고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게 내게 닥친 경계의 참뜻이다.
선한 과보는 선한 과보대로 더욱 선업을 쌓아가라고 말하고 있고,
악한 과보는 또 그대로 더 이상 악업을 짓지 말고
바르게 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고로 일체 경계는 다 수행의 재료요 공부의 기회가 된다.
보왕삼매론의 다음과 같은 대목도 그것을 말한다.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쉬우니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
곤란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기 쉽다.
공부하면서 마음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쳐나니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
수행하는데 마장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장이 없으면 서원이 굳세어지지 않나니,
마장으로 수행의 벗을 삼으라.
”보왕삼매론의 이 같은 말씀은 막히는 데서 도리어
통하는 길을 찾으라는 뜻이다.
사람이 일상 속에서 통하고 성취하는 것만을 좋아하다 보면
도리어 옴짝달싹할 수 없는 처지로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눈물 섞인 빵을 먹어보지 못한 이는
인생을 말할 자격이 없다는 서양 격언이 있다.
생활 가운데 닥치는 어려움이 오히려 나를 완성시키는 길임에도
우리는 한 결 같이 역경계는 싫다 하고 순경계만을 탐착한다.
그러나 역경계를 견뎌보지 못한 사람은
장애에 봉착했을 때 이를 이겨낼 힘이 없어서
스스로 바른 길을 찾아내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거나 비탄에 잠기게 된다.
‘막히는 데서 도리어 통하는 길이 있음’을 곱씹어 볼 때다.
출처 : 염화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