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입국(매주 화요일 새벽 5시경) → 교육장 이동 → 건강검진 → 한국어·한국문화·고충처리절차 교육 → 작물재배법 기초교육(2박3일) → 농장이동 ….
농업분야 고용허가제 대행기관인 농협중앙회가 외국인 근로자와 ‘동행’하는 일정이다. 올해 농업분야 도입 규모는 2,000명. 취업교육을 맡은 농협중앙회 농촌자원개발부 외국인력고용지원팀 통역요원과 직원은 외국인이 도착하는 매주 화요일 이른 새벽에 이들을 영접하기 위해 새벽 3시쯤 집을 나선다. 제시간에 맞추지 못할 걱정에 밤을 새기도 한다. 또 입국 후 2박3일간의 교육기간 내내 이들과 호흡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농협 직원들의 외국인 근로자 고용지원 업무는 ‘24시간 풀 가동’인 셈이다.
농협 직원의 이러한 배려에 외국인들도 감탄한다. 24일 교육을 마치고 농장으로 떠나기 전에 화성시 동탄면 소재 청려수련원에서 만난 네팔인 에카리즈 리잘씨(29)는 “농협 직원의 따뜻한 관심에 힘이 솟는다”면서 “한국의 선진농업 기술을 배우는 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22~24일까지 네팔에서 온 119명은 농장주가 데리러 올 때까지 수련원에 대기하면서 한국에 대한 부러움과 더불어 기회의 땅에서 꿈을 반드시 일구겠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8명의 네팔인을 데리러 온 노규영씨(경기 이천시 마장면)는 “외국인이 아니면 농사짓기 힘들다”며 “외국인 근로자 쿼터가 부족한 가운데 필요한 인력을 배정 받았으니 일한 만큼 보상을 해 주며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천의 농장에서 점심을 마치고 휴식을 취한 외국인 근로자들은 곧바로 상추 작업에 투입됐다. 노규영씨는 “외국인이 예정보다 늦게 와서 상추 수확을 하지 못해 일부는 갈아엎었다”며 “상추가 너무 많이 자라 첫날부터 작업을 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은 취업교육이 끝난 후에도 종합상담센터(☎1588-2085)를 통해 통역은 물론 갈등과 분쟁의 조정자 역할도 한다. 이를 위해 네팔·베트남·태국·캄보디아어가 가능한 통역사를 고용, 사후관리에 힘쓰고 있다. 한기린 외국인력고용지원팀장은 “외국인들이 취업 기간을 마치고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면서 통역요원에게 고맙다고 전화를 한다든지, 한국에서 배운 농업 기술로 농장을 운영하겠다는 꿈을 이야기할 때 통역사나 직원 모두가 뿌듯함을 느낀다”며 외국인 근로자 지원 관리에 더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잠깐 / 통역사 길주혜씨
“가난한 나라인 네팔에서 온 외국인을 위해 통역과 상담을 할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낍니다.”
최근 네팔 통역사로 채용된 길주혜씨(26)는 “네팔에서 1년 반 정도 봉사활동을 한 것이 지금 농협에서 일하는 데 큰 힘이 됐다”며 “앞으로 궂은 일도 있겠지만, 꿈을 품고 온 네팔인들의 ‘멘토’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길씨는 24일 노규영씨 농장으로 네팔인 8명을 안내할 때에는 인근 농업인들의 항의까지 들어야 했다. 가지 농사를 짓는 송병규씨(54·덕평리) 등 인근 농장에서 최근 고용된 네팔인들이 게으름을 피운다며 혼을 내 달라는 주문이다.
결국 길씨는‘악역’까지 맡으면서 혼을 내고, 정석대로 일해 줄 것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농업인들의 대행 기관이 올해부터 농협으로 이관되면서 사증이 늦게 나온다는 불만에 대해서도 이는 농협의 잘못이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나 해당 국가의 사정 등이 얽힌 문제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가족처럼 편한 농협에서 일하는 것이 행복하다는 길씨는 “네팔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농장을 떠나지 않고 농장주와 사이좋게 지내며 일할 수 있도록 상담자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했다.
화성·이천=최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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