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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보험산업이 나아갈 길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는 자본시장법 시행
최근 금융위기로 은행, 증권, 보험사들이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가장 큰 현안은 자금의 유동성 문제입니다. 미국 發 금융위기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돈이 묶이게 됐습니다. 정부는 금융규제완화를 통한 원활한 자금흐름으로 위기를 해결해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발효된 ‘자본시장법’이 이러한 금융시장에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자본시장법의 시행은 보험사에게 위기 또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비용을 절감하면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모형을 개발하는 것이 보험사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자본시장법은 우리나라의 실물경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는 자본시장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현재까지 금융시장을 구분하고 있던 ‘금융투자업종’, ‘금융투자상품’, ‘투자자’를 재분류하고 금융기능을 통합∙분류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투자상품 측면에서는 포괄주의방식의 상품발행을 적용해 다양한 상품의 판매가 가능하게 했습니다. 또 완화된 규제만큼 증가된 리스크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투자자의 종류를 일반투자자와 전문투자자로 구분해 이에 맞게 강화된 투자자보호책을 마련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먼저 자본시장법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 법이 증권사에 적용되는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은행과 보험사 등에 적용되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자본시장법은 우리와는 무관하니까 하던 대로 해도 된다”라는 생각은 산업의 후퇴까지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자본시장법의 시행으로 대형보험사는 보험지주회사를 형성하고 중소형보험사는 다른 금융그룹에 편입돼 거대한 보험금융그룹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울러 보험사에 지급결제업무까지 허용되면 실질적인 보험, 은행, 비금융업종을 아우르는 보험지주회사 또한 탄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금융지주회사 방식의 업무통합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면서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경제, 기능∙고객별 금융사의 배치가 쉬워 시너지 효과 뿐만 아니라 고객정보활용과 마케팅을 통합할 수 있어 상당히 유리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형보험사들은 보험금융그룹을 형성해 대응하고자 할 것이며 일부 보험사에서는 벌써 이러한 조짐이 보이고 있는 곳도 존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투자상품의 포괄주의 적용으로 파생상품이 다수 출현해 보험상품과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권역간 분쟁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기초자산이 자연과 사회현상 등과 관련된 파생금융상품은 전통적으로 보험사가 취급하는 상품과 중복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포괄주의에 대한 활용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습니다. 포괄주의의 적용은 곧 정부의 정책이 ‘하향식(Top-down)’에서 ‘상향식(Bottom-up)’으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경우 고객과의 접점에 서 있는 영업조직의 활용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습니다.
증권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상품에 포괄주의가 적용된 적이 없어 다소 부정적인 부분이 많이 부각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다”면서 “특히 고객과의 접점에 서 있는 영업조직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영업조직부분에서 은행, 증권보다 앞서있는 설계사 채널의 활동도에 따라 보험사들의 경쟁력을 보다 강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한 他 금융권보다 리스크 관리에서 우위를 보이는 점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습니다. 수익증권 판매, 신탁업 겸영 등 수익성을 넓힐 수 있는 점과 보험사의 자산운용대상상품폭이 보다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을 예상됩니다. 또한 동일한 금융기관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기관별 규율)에서 동일한 금융기능에 대해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기능별 규율)을 활용할 여지가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에는 보험사의 특성상 他 금융사보다 제약이 많이 따랐지만 동일한 금융에 적용이 되기 때문에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보다 쉽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적합성의 원칙이 적용되는 부분도 있지만 설명무, 고객정보파악의무(Know-Your-Customer-Rule), 새로운 시스템 구축 등 기회비용증가도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量보다 質 성장
우리나라 보험시장 규모는 2007년 末 기준으로 1,170억 달러(생명보험 813억 달러, 손해보험 357억 달러)로 세계 7위의 거대시장입니다. 2006년에 비해 11.1% 성장하는 등 시장규모 또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험료 수준을 나타내는 보험침투도는 11.8%로 세계 5위에 이릅니다. 양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야말로 놀라운 성장을 이룬 셈입니다.
그러나 해외시장진출을 포함한 글로벌화, 자산운용의 효율성 증대 등 질적인 측면은 양적 성장에 비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더구나 최근 미국 發 서브프라임 사태로부터 비롯된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맞아 국내 중소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제는 질적 팽창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특히 보험은 장기산업이라는 특성상 급변하는 금융흐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 만큼 정부와 업계가 함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우선 보험영업 측면에서 보면 現 보험업계는 소비자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함으로써 신계약 감소에 대응하고 새로운 트렌드에 부합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양적 성장을 위한 무리한 고금리 확정형 상품의 판매확대는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요즘처럼 주식시장의 변동성 증가, 경기침체로 인한 가처분소득 감소 등이 진행되더라도 신규수요축소와 유지율 하락 등을 방지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일례로 외국계 생명보험사의 변액연금상품 중에는 주식편입비중이 90%에 이르는 상품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노후대비목적의 변액연금을 사실상 주식처럼 판매하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연금 지급시 원금을 보장하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손해가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주가 폭락으로 손해가 발생하면 회사가 손실을 물어주는 구조여서 안정성 측면에서 취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주식비율이 가장 많은 ‘무배당 리더스 변액연금보험’ 상품이 50% 이내이며, 나머지는 30% 이내로 안정적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보험연구원도 2008년 8월 ‘FY2008 수입보험료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을 9.2%로 전망하며, 주식시장의 변동성 리스크가 적은 주력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보고서는 “변액보험 영역에서 인덱스펀드와 주가지수파생상품 등에 투자함으로써 수익률을 주가지수에 연동시켜 변액보험의 안정성을 강화한 인덱스변액보험이 주력상품이 될 것”이라면서 “장기손해보험은 의료비 실손보험을 중심으로 각종 정액형 특약이나 자동차보험, 배상책임보험 등을 부가한 통합보험 위주의 상품전략을 유지해야 하며, 온라인 자동차보험의 지나친 가격경쟁이 유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퇴직연금상품도 마찬가지입니다.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노후생활 안정을 위해 도입된 국책사업인 만큼 투자상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형태로 판매되어서는 안됩니다.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상품 가운데 DC형에서 많이 나타나는 이 같은 판매는, 가입자에게 손실을 줄 수도 있는 만큼 안정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금융기관들은 퇴직연금제가 본격 도입되는 2010년을 앞두고 퇴직연금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고금리를 보장하겠다고 내세우는 등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제도설계 및 자산운용능력 등 전문역량을 갖춘 사업자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담보할 수 있는 상품을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보험산업을 키울 수 있는 길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보험영업에 이어 강조하고 싶은 분야는 투자영업입니다. 다시 말해 자산운용 측면입니다. 과학적인 자산배분전략을 통해 자산운용수익률을 높여야만 환경변화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장기채 위주로 매입하는 보험사의 채권운용부문은 단기적으로 평가손실이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일시적은 금리변동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응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운용대상 다각화, 자산운용의 지역적 분산 등을 통해 리스크 헷지 및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도모해야 합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미국의 금융위기에 따라 해외투자로 인한 손실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해외투자는 투자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보면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나아가 채권운용역량 강화, ALM 리스크 축소 등으로 요약할 수 있는 투자영업의 강화는 무엇보다 전문인력의 확보가 선행돼야 합니다.
세 번째로, 글로벌 시대를 맞이해 국내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해외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보험산업의 국제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프랑스의 악사(AXA)는 프랑스 內 소형 보험사로 시작했지만 활발한 인수합병(M&A)를 통해 매출규모를 확대, 글로벌 보험사로 거듭났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가구당 보험가입건수가 4.2건에 이를 정도로 포화상태에 도달하고 있는 만큼 중국, 인도 등 신흥국가를 중심으로 해외투자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함께 보험산업의 질적 성장은 걸림돌이 되는 법과 제도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면에서 정부도 많은 관심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보험업은 은행이나 증권 등 다른 금융업종에 비해 제약조건이 상당히 많은 분야로 알려져 있는 탓입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에서 요율협상권을 부여한 보험판매플라자 제도의 도입을 고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입니다. 보험판매플라자는 보험사와 가입자의 쌍방대리를 하게 되는데다 불완전판매를 확산시킬 가능성이 더욱 커집니다.
기본적으로 보험사는 급변하는 사태에 흔들리지 않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를 중심으로 경영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매출과 동시에 리스크를 고려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기업문화가 정착돼야 하는 것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보험과 투자영업 등에서 효율성을 제고한다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한 체질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무한경쟁이 아닌 시너지로서의 교차판매
국내보험시장 판매채널이 다양화되고 전문화되자 비전속설계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의 요구에 따라 우여곡절 끝에
교차판매라는 제도는 전통적인 전속 설계사제도 자체에 커다란 혼돈을 가져다 줄 수 있지만, 1社 전속주의에 묶여 있는 설계사가 수익모델을 다양화하고 수익을 증대시키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전속조직 판매채널 종사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입니다.
교차판매가 시행되면서 고객들은 한 명의 설계사를 통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함께 가입할 수 있어 보험가입이 편리하게 됐습니다. 또한 설계사가 펀드취득권유인 자격을 가지고 있다면 펀드도 함께 상담하고 가입할 수 있습니다. 전속조직에 있어 ‘토탈금융서비스’의 출발인 셈입니다.
이에 현장에서는 설계사 수입증대를 위해 추진된 교차판매가 보험사들의 편법이 아닌 ‘사업’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입니다. 교차판매가 ‘용두사미’에 그치지 않고 영업 일선의 설계사와 관리자들이 또 다른 수입원으로 끌어안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사업비 절감을 위해 설계사가 개별 선택제로 움직이고 있는 교차판매방식에 있어 설계사와 관리자들의 수입증대와 직결되는 사업비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업계관계자의 전언입니다.
교차판매 초기에는 설계사들의 기대심리를 반영해 실적이 가장 두드러졌으나 최근 실적은 초기에 비해 성장폭이 다소 둔화되었습니다. 이는 교차판매 초반에 설계사들의 기대가 컸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생명보험 판매자격을 취득한 손보설계사 수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교차판매 초기인 2008년 9월에 5,619명이던 취득자수는 10월 1,115명으로 크게 감소했고, 11월에도 1,658명으로 보합세를 유지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생보의 경우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손보상품을 이용해 자사상품을 판매하는 차원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판매된 손보상품 중에서도 자동차보험이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판매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상품들을 이용해 고객들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자사상품을 판매할 시간에 손보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대해 생보사 관리자들의 의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손보 교차설계사의 경우 자사상품 중에 변액을 제외하고 생보상품과 비슷한 상품들이 있어 굳이 생보상품을 판매해야 할 메리트를 못 느낀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파행 운영되는 現 상황을 올바른 방향으로 전환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전문가들은 우선 제도적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첫째, 교차모집설계사에 대한 교육시스템의 부재를 들 수 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법규, 윤리, 신상품 등 原 소속 설계사와 동일한 교육체제를 수립하고, 교육방법, 시기 등 소속보험회사의 업무를 고려해 최대한 편의를 제공해야 합니다.
둘째, 교차모집설계사에 대한 관리가 부실해지기 쉽다는 것입니다. 소속 설계사와 동일한 기준에 의해 교차모집설계사의 영업행위를 통제하고 관리해야 하나, 실제로 소속설계사와 동일한 기준(엄격한 기준)으로 할 경우 교차설계사가 회사를 선택하지 않을 것을 우려해 설계사 확보차원에서 관대한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셋째, 불완전판매에 대한 교차설계사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처벌규정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설계사 방식 외에 대리점 방식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넷째, 금전적인 보상이나 지원들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재 각 사별로 시스템적인 지원이 쉽지 않고, 수당이나 계약유지시스템, 설계사의 이직시 계약유지 및 수당의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습니다. 이에 대해 생보 한 지점장은 근본적인 대안으로 “각 社 관리자들이 상대 교차설계사들을 교육할 수 있도록 아예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되면 일정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교차판매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특정 생보사와 손보사가 상호전략적 제휴를 맺는 것이 좀 더 나은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상호경쟁이 아닌 화합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무엇보다 일하는 사람이 수익에 얽매이지 않고 고객에 대한 완벽한 설계를 한다는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전문가들은 추가적으로 자기만의 전략을 특화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장벽에 가려 있을 때는 모두가 전문가였습니다. 그러나 장벽이 치워진 상황에서는 누구도 전문가가 되기 어렵습니다. 누구나 모든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시대가 될 수 있도록 전문성이 더욱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고객에게 ‘판매수수료’가 지불되는 것이 아니라 ‘자문상담료’가 지불된다는 느낌이 들게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그래도 역시 ‘맨파워’가 경쟁력
21세기 들어 세계금융산업은 지속적인 규제완화로 금융기관 사이의 업무영역이 허물어지는 대형화, 겸업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런 겸업화의 물결이 보험산업에도 몰려왔으며 그 본격적인 시작이 방카슈랑스 제도의 도입이었습니다. 2003년 방카슈랑스 도입 이후에도 보험상품 판매채널은 홈슈랑스, 마트슈랑스, 최근의 GA까지 다양한 판매채널을 등장시켰습니다.
이런 흐름은 곧 전통적 모집채널인 설계사와 대리점의 점유율 축소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자본시장법을 계기로 보험의 복합금융상품화가 대세를 이루면서 보험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대면 마케팅 전략을 수행할 전통채널의 필요성이 다시금 강조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설계사∙대리점 조직 쇠퇴는 시대에 부응하지 못한 판매방식의 낙후성에 있다며 경쟁력을 갖춘 설계사∙대리점조직은 다변화채널 시대에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합니다.
손보사의 경우 전통채널의 판매비중은 82%로 여전히 높습니다. 하지만 국내 생보사는 2007년 사업연도를 기준으로 설계사, 대리점으로 대표되는 전통채널의 판매비중이 64%로 나타나 상대적을 낮았습니다. 특히 외국사의 경우 전통채널의 의존도가 더욱 축소되고 있는데, 전체 판매비중이 33% 정도로 줄었습니다. 현재 전통적 채널의 비중은 여전히 他 채널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1990년 중반의 97%, 2002년도의 84.7%에 비하면 눈에 띄게 신계약 실적이 줄고 있으며 전통적 채널의 종사자 수도 크게 줄었습니다. 1997년 3월 전국적으로 설계사 인원이 44만 명, 대리점 종사인원이 10만 여 명이었던 것이 IMF 이후 대량증권 대량탈락이라는 고질병에서 벗어나면서 효율성을 추구한 결과, 설계사 수는 2008년 9월 현재 설계사 22만 명, 대리점 5만 여 개로 대폭 축소됐습니다.
설계사로 대표되는 인원감소는 저능률 조직을 줄이고 경영효율성을 높이는데 기여했으며 다채널 중심전력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전통적 채널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방안을 뒤로 한 채 새로운 채널을 통한 영업기반확대는 자칫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보험상품은 존재가 무형적이고, 효용은 추상적인 것이 특징입니다. 따라서 자발적인 수요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특징은 대면조직인 전통채널의 역할이 끝난 것이 아니라 진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역설해 줍니다. 즉, 전통채널 중심 대면마케팅의 필요성이 여전히 제기됩니다. 판매채널이 다양화되고 상품영역의 경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최고의 경쟁력은 대면조직의 강화라는 인식은 보험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또한, 생보사들에게 실손보상상품의 판매가 허용됐고 생∙손보사의 교차판매가 제도화돼 있기 때문에 설계사 조직의 정예화, 지식기반의 전문화가 절실한 실정입니다.
2008년 5월 보험소비자연맹의 여론조사결과에 의하면 월 납입보험료가 10만원 이상인 고액보험계약자의 경우 직접 대면해 보험가입을 하고 싶다는 의견이 82%를 차지해 3만원 미만 30%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여론결과가 조사됐습니다. 이러한 여론은 보험업에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고액보험을 개발할 때 전통채널의 기능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변액보험이나 장기연금저축 등 고액보험료 계약의 경우에는 전통채널의 판매가 더욱 효과적입니다. 보험상품의 장기성과 보험약관의 난해함은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부족한 보험소비자가 실제로 보험을 판매하는 대면조직을 통해 직접 상담함으로써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의 영업력 강화는 보험모집종사자의 수와 기능적 효율성에 달려 있는 것이지 채널을 다변화시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전통채널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역량과 금융지식을 갖춘 전문조직육성이 필요합니다. 보험설계에 있어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재무설계입니다. 2000년 이후 선진국형 저성장∙저물가∙저금리 시대로 돌입하며 자산증식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습니다. 저축의 시대가 끝나고 투자의 시대로 바뀌는 시대가 열렸으며 재테크는 지고 재무설계가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재무설계를 통한 금융지식의 확대와 판매기법의 개발이 필요해 보입니다. 또한 상담시 재무설계기법을 활용하기 위해 투자계획, 세금계획, 부동산계획, 위험관리 등 다양한 지식이 체계적으로 갖춰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상시적인 교육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대형 생보사의 경우 전통채널의 역량강화는 교육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전제로 상시적인 교육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합숙교육과 순회교육을 통한 실전 은퇴설게와 재무계산기초, 상품교육 등은 설계사들의 경쟁력을 한 층 높여주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들을 위한 사이버 교육 과정을 개설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할 수 있도록 했으며, 정기적으로 위성교육방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종합자산관리사 자격증인 AFPK나 CFP를 취득했을 때 경비의 일부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즉, 영업전략의 하나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전문조직의 육성입니다. 전문조직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대졸남성전문조직입니다. 생보사의 남성설계사 비중은 10년간 큰 폭으로 늘어났습니다. 전체 설계사의 4명 중 1명은 남성설계사입니다. 생보사의 이러한 흐름이 손보사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습니다. 남성설계사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전문성입니다. 기존까지는 계약부터 먼저 성사시켜보자는 ‘계약 지상주의’가 성행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흐름이 ‘설계 우선주의’로 패턴이 바뀌어 가면서 전문성을 소화할 수 있는 남성설계사에 대한 수요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보험상품이 날로 복잡해지고 재무설계에 대한 고객의 니즈가 커지는 현상과도 맞물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손보사들은 특화조직을 운영하면서 남성설계사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조직으로는 한화손보의 ARC가 손꼽힙니다.
제조와 유통이 분리된 많은 업종들 중에서도 전통 판매채널에 대한 중요성은 여전히 강조되고 있습니다. 전속사에 대한 충성심, 상품에 대한 전문성과 고객서비스에 대한 경쟁력 등 많은 장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첨단화된 금융기법으로 무장한 전통채널의 변신을 지켜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