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이 많이 가고 물도 자주 줘야 하는 잔디 대신 한쪽을 잔디를 걷어내고 캘리포니아 토착식물을 심은 정원.
정원 관리 ‘저푸른 잔디… 물먹는 하마’
주택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정원. 특히 푸른 잔디가 깔린 정원은 미국식 주택을 한층 더 멋스럽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한낮에는 사막을 방불케 할 정도로 뜨겁다가도 해가 뉘엿뉘엿 기울면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부는 요즘 같은 날이라면 정원의 부드러운 잔디에 앉아 한여름 밤을 즐겨보는 건 어떨지. 푸른 잔디가 깔린 아담한 정원은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과 평온함을 안겨줘 가족끼리 허물없는 대화를 나누며 하루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야외 패밀리룸’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일부를 손에 넣은 듯 완벽한 안식처 같은 느낌을 주는 푸른 잔디의 매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맨발로 아이들이 뛰고 뒹굴어도 될 만큼 부드러운 촉감과 안전성, 복잡한 생각을 한꺼번에 정리해주는 듯 자연의 초록색이 주는 마음의 안정감 등 손쉽게 생각 할 수 있는 장점뿐 아니라 잔디 뿌리가 박혀있는 흙으로 인해 먼지를 덜 나게 하며 주변 온도 역시 잔디가 없는 곳 보다 서늘하게 유지시켜주는 장점도 있다. 그래서 푸르디푸른 잔디로 가꾼 정원은 정통 미국식 주택을 위한 조경이라 불릴 만큼 일반적이며 가장 인기 있는 가든 스타일이다. 하지만 잔디를 심은 정원을 제대로 가꾸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는지. 무성하게 자라는 잔디는 정기적으로 깎아줘야 하며 요즘처럼 뜨거운 날씨에 조금만 물주기를 소홀히 했다가는 금세 타죽게 마련이다. 게다가 캘리포니아는 요즘 최대 가뭄으로 인해 유례없는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물 안줘도 되고 가꾸지 않아도 되는 정원’(low maintenance yard)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를 위해 대표적인 미국식 조경인 잔디를 포기하고 사막기후에도 잘 자라는 식물과 캘리포니아 토착 식물 위주로 정원을 조성하는 ‘지어리스케이핑’(Xeriscaping)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가 하면 물을 적게 먹는 잔디 품종으로 바꾸거나 정원의 일부는 잔디를 걷어내고 콘크리트나 흙과 키 작은 나무와 꽃으로 대체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다우니에 거주하는 정명자씨는 최근 푸른 잔디 일색이던 정원에 잔디를 조금 걷어내고 파라솔과 의자만 놓았는데도 정원 전체가 야외 카페 못지않게 근사해졌다고 설명한다.
다우니에 거주하는 정명자씨 역시 최근 잔디밭 일색이던 뒷마당을 손질해 새롭게 단장했다. 뒷마당 중앙의 잔디를 모두 걷어내고 콘크리트를 바른 다음 파라솔과 의자를 놓았으며 담장 주변으로는 화단을 만들어 키 작은 꽃을 조르르 심어 두었다. 날씨가 더운 요즘에는 해만 지면 커피나 티 한잔씩 들고 나와 새로 단장한 파라솔에 앉아 가족끼리 도란도란 얘기하며 티타임을 즐기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 있다. 아쿠아텍처럴디자인(주)(Aqua tectural Inc)의 대표인 찰리 유씨는 “잔디보다 손이 덜 가는 식물을 심거나 아예 대리석으로 정원을 꾸미는 등 다양한 방법이 활용되고 있지만 미국식으로 지은 주택 조경으로는 그래도 잔디를 함께 매치하는 것이 제멋”이라며 “무엇보다 집 외관과 잘 어울리는 정원으로 디자인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놀이터 같은 공간과 함께 잔디밭, 야외 패티오 가구 등이 어우러진 근사한 정원. <나무 인테리어 제공>
물 절약형 정원 만들기
사막 식물로 조경 잔디 죽이고 공간활용 물은 아침 일찍이
1. 잔디의 종류 잔디의 종류를 어떤 것으로 택하느냐가 중요하다. 유럽산 잔디인 톨 페스큐(Tall fescue)는 여러 잔디 중 건조하고 더운 날씨에 강해 수입 잔디임에도 불구하고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가장 인기다. 이밖에도 바히아(Bahia), 버팔로 그래스(buffalo grasses) 등도 물을 적게 먹는다.
2. 길게 자르기 잔디를 3-4인치 정도로 길게 자르면 잔디 사이에 그늘에 생겨 잔디가 뿌리를 박고 있는 흙이 빨리 마르지 않아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실제로 잔디 전문가 폴 터키(Paul Turkey)에 따르면 잔디를 짧게 자를 때에 비해 잔디에 물을 주고 난 후 수분 증발율이 70-80%나 절약된다고 한다. 또한 잔디 깎아낸 후 남은 잔디는 그대로 두는 것도 흙이 마르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3. 자연 비료주기 자연비료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자연 비료를 사용하면 토양이 물을 머금고 있는 능력이 더 커져 그만큼 물을 적게 먹는다. 또한 자연비료 덕분에 흙에는 미생물이 많아져 잔디 또한 잘 자란다.
4. 스프링클러 점검하기 잔디에 주는 물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스프링클러를 한번쯤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잔디 전문가인 랜츠 월헤임(Lance Walheim)은 스프링클러가 한번 작동할 때마다 어느 정도의 물을 사용하는지 알 필요가 있으며 매번 스프링클러를 사용할 때마다 물 사용량을 점검해 표시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물을 주는 시간도 중요한데 태양이 피크에 이르는 한낮보다는 이른 아침이 물주기에 더 효과적인 시간이므로 이 시간에 타이머를 맞춰두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5. 인조 잔디 활용하기 천연 잔디 대신 인조잔디를 깔면 물을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번거롭게 손질할 필요도 없어 간편하다. 최근에는 인조 잔디를 깐 후 골프 퍼팅 연습을 할 수 있는 시설을 함께 마련해 앞마당을 골프 연습장으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인조 잔디에 관한 정보는 www.synlawm.com을 참조한다.
6. 잔디 대신 토착식물 심기 정원에서 잔디가 차지하는 면적을 줄이고 대신 남은 공간에 서양 가새풀인 얘로우(yarrow), 타임(thyme), 사철나무인 주니퍼(juniper) 등 다양한 식물을 심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잔디를 대신해 심는 식물로는 캘리포니아 자생 식물이나 사막 기후에도 잘 견디는 선인장 등 다양한 옵션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한다. 이들 식물은 이곳 기후에 잘 견디므로 잔디보다 물도 적게 먹으면서 관리하기도 한층 쉬워진다. 이들 식물에 대한 정보는 랜초 산타아나 보태닉 가든 (Rancho Santa Ana Botanic Garden)의 자생 식물 핫라인을 활용한다. (909)624-0838
글 성민정 기자 사진 신효섭 기자
▲ 손이 많이 가고 물도 자주 줘야 하는 잔디 대신 한쪽을 잔디를 걷어내고 캘리포니아 토착식물을 심은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