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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티브 스피커>는 1995년에 나온 작품이다. 그 안에 뉴욕 시장직에 도전하는 한인 이야기가 나온다. 존 광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토종 한인으로 주인공은 아니지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인물이다. 미군 부대 슈사인 보이로 출발해 불법 이민을 하고 한뎃잠을 자는 등, 무던히도 고생한 다음 자기 가게를 갖게 되고 그의 사업은 번창한다. 거의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영어, 그리고 미국식 가치관에 대한 완벽한 지식이 그의 강점이자 장점.
이민오는 모든 이들은 주류 문화에 동화해야 한다. 언어는 물론 문화적 가치관에서 동화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동화하지 못하는 이들은 이방인으로 살아야 한다. 자신들만의 공동체내에서 제한된 삶을 사는 것이다. 가족들을 뒷바라지 하면서 살아가는 여인들. 실용언어는 하되 머릿속 사고를 표현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의 동화는 피상적이다. 대화를 주고 받을 수는 있되 생활에 그치는 것으로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다. 세번째 동화는 언어와 가치관의 동화. 말로 하는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고(완벽할 정도로) 그리고 미국인 사회의 전통 가치관을 이용해 정치 기부금을 모을 정도로 가치관 동화에도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숨어 있는 장벽은 지배 민족 위주의 사고관이다. 어찌 미국만 그럴까. 우리 사회 역시 다민족 다문화로 흘러가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장벽은 더 높고 더 두텁다. 단일민족이라는 사고는 타 민족 타 인종을 용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엊그제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한인 시장이 선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바인, 올해 초 내가 머물렀던 그곳에는 한인촌이 따로 있다고 했다. 기아에서 그곳에 공장을 세웠고. 교육도이시며 새로 생겨난 도시라(역사가 50여년 밖에 안되었다고) 어바인은 백인들만 사는 동네라면서 그 말을 하는 이에게서는 은근히 자랑이 풍겼는데. 그렇게 한인이 많았을까.
이 창래는 언젠가 이런 날이 오리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다인종 다문화 사회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미국은 백인 중심의 사회다. 이번에 흑인 대통령이 당선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가치관은 여전히 백인 중심 가치관일 것이다. 그가 내각을 클린턴 주변 인물로 채운 것만 봐도 알지 않는가. 흑인은 두번째 인종. 그들의 이민 역사가 그만큼 길기에 두번째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
경제적인 측면에서 성공한 존 광은 자신의 사무실을 소수 인종들로 채운다. 자원 봉사자에게 거리에서 열 가지 언어로 '당신도 존 광처럼 될 수 있다'라고 외치게 한다. 열 가지 언어로 동일한 내용을 말한다는 것. 그것은 모든 민족은 평등하다는 소리와 다름없다. 언어는 한 민족의 정체성을 말하는 것과 다름없으므로. 보기에는 모두가 평등한 다문화주의를 표방하던 백인들, 그의 정적들은 당황한다. 소수 민족의 통합, 혹은 평등은 그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권력자는 정보와 지식을 독점하려 한다. 지식과 정보는 권력의 근원, 돈의 근원이므로. 그래서 존 광은 추락한다. 가치관은 보이지 않는 장벽이며 바벨탑을 만든 근원이다. 보이지 않는 신을 향해 올라가기 위해 지었다는 바벨탑, 그 일을 위해 모인 사람들은 의사소통의 부재로 인해 헤어진다. 언어가 달라서 의사소통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성경의 설명인데. 로마와 뉴욕은 진정한 바벨로 묘사된다. 이 도시가 바벨로 묘사되는 것은 숨어있는 질서, 가치관 때문이다.
중심부에 있는 이들이 생각을 바꾸기 전에는 그 사회는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처음 읽고 대번 반해버린 책. 가슴이 뛸 정도로. 그리고 몹시 기뻤다. 나는 이 소설에서 뛰어난 문학성을 그리고 힘을 보았던 것이다. 한국인 이세 작가의 힘을.
첫댓글 다민족국가의 대표 나라인 미국에서조차 그러한데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저도 박수 보냅니다. / 희야님, 요즘 내가입시 끝난 중3 아이들 읽을 책과 영화 목록을 뽑고 있는데 참 어중간해요. 좋은 영화 추천 좀 해주세요! / 성과 이름은 붙여 씁니다. 이 창래 -> 이창래.
좋은 영화 목록이라. 몇 개나 뽑아야 하나요? 아미슈타드(멋진 영화예요. 비록 전 불만이 있기는 하지만), 올 더 킹즈 맨, 쇼생크 탈출, 미스트(이거 정말 괜찮습니다. 왜 그런지는 후에 설명해드릴게요), 굿 윌 헌팅, 허공에의 질주,그린마일, 노킹 온 헤븐즈 도어....
감사합니다. 이만하면 됐습니다.
우와 댓글에 있는 영화 이것만 다 봐도 상식과 교양이 움쑥 하겠군요. 전 쇼생크만 본 것 같습니다. 적어놔야지...
단비님. 저 영화들은 당의정입니다. 아이들 수준을 고려한 것이지요. 진정으로 생각해야 하는 영화를 보려면 다른 영화를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전 당의정도 괜찮구요. 심각한 것도 괜찮고요, 진짜루 젤 좋아하는 건, 법정 다툼이 있는 스릴러 랄까요? 그 담은 존재의 본질을 더듬는 것? 예를 들면 [검찰측의 증인~ 추리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 [가드너~정원사가 너무 순진하지만 경제적 도움을 주는 스토리] 등인데요, 이런 영화는 소장하고 싶은데, 구할 수가 없더군요.
단비님 이 글에 대한 답글은 저 위 크래쉬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