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읽은 사랑의 연정>
모처럼 애정소설을 한권 사서 읽었다.
고전서생이 되어 고전만 요즘 공부하다가 요즘 문장문장 소복한 사랑이 첫눈 장독께 내리듯 권태로운 주인공 가슴에 내린다. 남편과의 사랑-남편을 사모한 여자의 방문-귀농-인규란 이혼남과 시골 이웃에서 만나 불꽃같은 사랑을 하며 마치 불에 뛰어든 나방과 같이 생을 파괴함에도 미흔은 규와 사랑을 속삭인다.
소설 전체가 씁쓰드름한 뒷맛이 느껴지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살면서 항상 불꽃을 피우며 비루하고 환멸을 느끼는 삶에 희망을 주는 것을 느낀다.
-결국 불륜으로 권태기를 넘기지만 문장 문장의 여성 심리묘사가 잘 되어 있다.
작가는 세밀한 묘사에 대가로 연애소설의 으뜸이라고 하지만 표현이 따근따끈하다. 한남자만 고집하지 않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내 생애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이리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탈 사랑이야기를 왜 나는 읽었던가? 고전에서는 신독이라고 혼자있을 때 마음가짐을 잘 하라고 하지만 ㅎ
횡성에 제자가 핸드폰에 이 책을 생일선물로 사달라고 한달전부터 조른다. 연락이 왔지만 여러가지 백형이 위암수술로 걱정이 많이 뒤로 미루었다고 오늘 벨몽드 춘천서점에 가서 사서 두어시간내에 다 읽고 택배로 부쳐주었다. 답답한 하루 외도로 인한 삶의 고백이지만 정도가 아닌, 삶을 짓밟을 수 있을까?
-2014. 문학동네 편찬 영화 밀애로 나왔다고 함,
(전체 줄거리)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 하나를 두고 오손도손 잘 살던 미흔의 집. 어느 날 저녁 식사를 앞두고 있는데 한 젊은 여자가 찾아옵니다.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던 그녀는 다짜고짜 남편과 헤어질 수 없다고 합니다. 이내 전후 사정을 파악한 미흔은 악을 쓰듯 비명을 지르며 쓰러집니다.
약간의 시일이 지난 후 경상도의 한 시골 마을.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미흔을 위해 한적한 전원 마을로 이사했는데, 남편은 직장에 사표를 내고 마을 읍내에서 작은 서점을 운영합니다. 미흔은 종종 넋이 나간 듯 멍하게 앉아 있습니다. 그런 아내를 보며 괴로운 듯 한숨을 쉬곤 하는 남편. 집안은 어두운 정적으로 뒤덮힌 채 하루하루가 이어집니다.
아픈 기억을 치유하는 데는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맞는 듯 조금씩 기력을 회복하는 미흔. 그녀는 가끔 외출도 하며 기계적이나마 가정을 꾸려갑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약간이나마 안도감을 느끼는 남편과 아들. 하지만 그나마의 불안한 평화도 그리 오래가진 못합니다.
어느 날 외출했다 집으로 오는 도중 한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한 집을 발견하게 되는데, 순간 호기심이 동한 듯 그녀는 차를 세워 놓고 발길을 옮깁니다. 집은 아무도 살지 않는 듯 고요하기만 한데 미흔은 기이한 분위기에 휩싸임을 느낍니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듯 잰걸음으로 그 집을 나온 미흔이 차로 다가가니 웬 사내가 그녀의 차에 앉아 있습니다. 사내는 어깨를 으슥하며 뒤에 있는 자신의 차를 가리킵니다. 미흔의 차 때문에 지나가지 못하고 있었던 듯합니다. 미흔이 죄송하다는 듯 가볍게 고갯짓을 하자 사내는 자신의 차로 돌아갑니다.
미흔은 나중에 이웃 아낙에게 대나무 집에 대한 사연을 듣게 되는데 바람 피운 아내를 남편이 낫으로 내리쳐 죽였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어느 날 오후 미흔은 아들의 친구를 데려다 주기 위해 길가에 차를 세웁니다. 인적 드문 곳에 위치한 가게는 마치 휴게소와 같은 느낌을 주는데 갑자기 뭔가 왕창 부서지는 소리들이 들리며 한 여자가 뛰쳐 나옵니다. 남편의 폭력을 피해 도망나오는 여주인인 듯합니다. 미흔은 얼결에 그녀와 아들 친구를 태우고 그곳을 피합니다.
미흔은 그날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듯 아직도 종종 두통을 느끼곤 합니다. 약이 떨어진 것을 안 그녀는 읍내에 있는 작은 병원엘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의사와 작은 다툼이 벌어집니다. 일방적으로 특정약의 처방전만 달라는 미흔과 제대로 증세를 알지 못한 채 무턱대고 써 줄 수 없다는 의사의 실갱이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의사는 언젠가 대나무 집 앞에서 만난 적이 있는 그 사내 인규였습니다.
그가 미흔의 요구에 쉽게 응하지 않고 증상을 캐묻는 데는 미흔에 대한 호기심이 내재된 태도로도 보입니다. 미흔은 일순 흥분한 듯 발끈하며 화를 냅니다. 하지만 사내는 별로 동요하지 않고 미흔의 흥분을 받아넘깁니다. 그리곤 한 가지 뜻밖의 제안을 합니다. 제안이라기보다 일종의 게임(일정한 기간 동안 조건 없는 사랑을 나누되 먼저 사랑을 고백하는 쪽이 지는 것)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결국 따져보면 자신과 연애나 한번 해보자는 소리네요. 마치 자신을 잘 안다는 듯 자신만만한 그의 제안에 미흔은 알지 못할 야릇한 기분을 느낍니다.
그리고 얼마 후 남편과의 사소한 다툼(시골에 와서 서점이나 하고 있는 자신도 희생자라는) 후 미흔은 인규의 제안에 응합니다. 인규의 집, 병원, 숲, 여관 등으로 이어지는 그들의 밀애는 약속처럼 사랑 없이 즐기는 섹스 그 자체였습니다.
어느 날 미흔은 도로가 가게엘 들르게 됩니다. 아들 친구의 엄마인 여주인과의 오랜 대화를 통해 두 사람은 친구가 됩니다. 아마도 서로의 상처를 감지한 두 사람이 동병상련의 정을 느낀 듯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미흔은 점점 대담해집니다. 한밤중에 몰래 맨발로 잠옷차림을 한 채 인규의 집을 찾기도 하죠. 그때부터 인규는 약간 부담감을 느끼는 듯 합니다. 동네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들리기도 하지만 미흔은 아랑곳 않고 점점 인규에게 몰입해 갑니다. 사소한 다툼 끝에 인규에 대한 마음이 특별해졌음을 느낀 미흔은 인규에게 고백합니다. 인규는 불투명한 미래를 말하며 그녀의 등을 다독거립니다.
마당 한쪽에 연못을 만들자는 남편의 제안에 응하는데, 미흔이 인규와 같이 있는 시각 공사 인부들이 집을 찾아옵니다. 아내도 아들도 집에 없는 것을 안 남편은 마을을 둘러보다가 외딴 모텔 앞에 정차된 미흔의 차를 발견합니다. 얼마 후 모텔을 나와 주차장으로 온 미흔은 남편과 마주칩니다.
남편은 한적한 낚시터로 데리고 가 악다구니 쓰듯 추궁합니다. 미흔의 시인에 그녀를 때리고 고통스러워 하다가 혼자 떠나 버립니다.
초췌한 모습으로 멍하게 길을 걷는 미흔. 밤이 깊은 시각 인규의 병원 앞에서 전화를 겁니다. 그녀의 연락을 받고 나온 인규는 도로 가 휴게실로 가 그녀를 씻겨 줍니다.
다음 날 두 사람은 조용히 마을을 떠납니다. 두 사람만의 미래를 꿈꾸며 차는 도로 위를 질주합니다. 잠시 후 맞은 편에서 오던 트럭의 포장이 그들의 시야를 가리고 차는 전복됩니다.
시간이 흐른 후 길거리를 걷고 있는 미흔. 사고로 인규를 잃었고, 가정도 잃었고, 친지도 잃은 그녀에게 남은 건 뭐가 있을까요. 사진관 앞에서 발을 멈춘 그녀는 쓸쓸한 미소를 띄운 채 사진을 찍습니다(끝) 퍼온글
첫댓글 . 불같은 사랑 뒤엔 무엇이 기다릴까요. 감동 입니다.
교과서적인사랑에권태노운인간의 몸짓입니다 ㅎ
파격적입니다.....사랑이 섹스인지 섹스가 사랑인지를 누가 알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