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20170517 성전암 산행
오월의 산은 그야 말로 야단법석이다. 초록의 활엽수 새잎들의 색감이란! 그저 감탄이 나올 뿐이다. 느티는 이제 약간 짙은 녹색을 띠고 떡갈나무의 잎사귀는 아직도 초록이 짙다. 작년에 난 묵은 잎과 새로 자란 신초에 뾰족하게 자라난 침엽이 싱그러운 소나무 색깔하며, 잎이 다 지고 난 다음 이제 새 잎이 현란하게 피어 나오고 있는 낙엽송의 싱싱하고 탱탱한 초록은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숲속에 새 보금자리를 만들어 짝을 찾는 산새소리가 요란하니 그야 말로 오월의 숲은 야단법석일 뿐이다.
파계사 영조대왕이 심어 보호수가 된 느티의 우람한 모습에 조선왕조 중 가장 문화가 창달했던 영조와 정조를 떠오르게 한다. 아침 예불시간인지 대웅전에서는 스님의 염불이 이어지고 있다. 좀 느리지만 약간 피곤이 묻어나 졸음이 오는 것 같은 스님의 염불소리가 문득 급하고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게 해주는 것 같았다.
회원 중 불자들은 대웅전 옆문으로 들어가 예불을 하고 나와서 산행을 시작했다.
조금 걸어 올라가 대비암이 있다. 대비암 마당에 높다란 석탑이 서있고 석탑위에 피뢰침 모양의 금속 막대가 박혀있다. 이 금속막대가 비를 맞아 녹이 보이는 것이 아쉬웠다. 대비암 앞뒤 산들에는 초록이 싱그러운 오월이 가득하다.
대비암 마당 한편에 서있는 피나무를 보았다. 마침 꽃이 피어 있고 꽃에 달려 있는 포가 보통 나무의 꽃과 달라서 다들 신기해 했다. 찰피나무(8-13cm)는 피나무(5-12cm)보다 잎이 약간 크고 꽃이 뭉쳐 피며 꽃 크기도 피나무보다 크다. 꽃을 보면 쉽게 구분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찰에서 보리수나무라 부르며 많이 심어 놓았다. 열매로 염주도 만들고 인도에 있는 진짜 보리수나무와 잎 모양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석가에게 이 나무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태어날 때 석가 어머니가 無憂樹가지를 붙들고 산고를 했으며 득도할 적에 菩堤樹 아래서 그리고 돌아가실 때 沙羅雙樹아래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나무는 우리 나라에는 자라지 않는 난대수종들이다. 단지 피나무가 보리수나무로 불려지고 있을 뿐이다.
대비사 마당에서 본 피나무가 이상한 모양의 꽃도 피고 있는 것을 보아서 확실하게 머릿속에 들어 왔을 것 같다.
대비암을 지나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따라 올라가는 비탈길, 무릎이 좋지 않은 회원들이 좀 처지기 시작한다. 중간 중간에 아주 키가 크고 줄기를 사방으로 뻗어 마치 팔을 펼쳐 환희를 외치는 것 같은 모습을 가진 상수리나무, 계곡아래 하얀 꽃이 가지를 덮고 있는 층층나무를 보면서 자동차길이 끝나는 곳까지 와서 한숨 돌린다. 5월인데 날씨는 7월의 온도를 보이고 있는 대구, 오늘도 무척 덥다고 하는데 숲속의 성전암 오르는 길은 무덥지 않아 사부작 사부작 몸을 움직이는데 큰 힘이 들지는 않았다.
이곳에서 모노레일이 성전암까지 이어져 있다. 생필품을 수송하는 필요한 시설이다. 요즈음 과수원이나 산속에 있는 재배지에 시설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것같다.
계단을 돌고 또 돌아 불이문이라 쓰인 성전암 입구에 도착했다. 성전암의 좁지만 넉넉한 마당에서 관음암의 주련도 읽어 본다.
그리고 계곡의 마지막을 둥그렇게 담을 쌓아 만들어 놓은 마당에 서서 골짜기를 따라 툭 트인 아래 왕산 쪽이 내려 다 보이는 풍광은 절경이다.
성전암 입구에 있는 요사채에 주련이 걸려있다. 율곡 이이의 <산중(山中)>을 주련으로 걸어놓았다고 한다. "약초 캐다 갑자기 길 잃었는데, 천 봉우리 가을 낙엽 속이라네. 산의 중 물 길어 돌아오니, 숲의 끝에서 차 달이는 연기 피어오르네."(採藥忽迷路, 千峯秋葉裏. 山僧汲水歸, 林末茶煙起) 약초 캐러 갔다가 길을 잃었는데 숲 저쪽에서 스님의 차 달이는 연기가 피어오르니 얼마나 반갑겠는가?
왼쪽위 주경숙 박두흥 장세후 김주영 박명희 배경애 정재화 박건애
가운데줄 박영자 왼쪽아래 최후대 권영호 박명애 백영란 윤영희
지난 22-20141217일 성전암 산행 때에는 이곳에서 산행을 마쳤으나 오늘은 좀 더 올라가기로 했다. 성전암 앞에서 우측길로 접어 들어 산능선까지 올라갔다. 왕복 한시간 코-스를 잡아 앞서 나간다. 등고선 방향으로 만들어진 길이 걷기에 그만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그 길이 끝나고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는 길은 아예 길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깊은 낙엽으로 덮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길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기 때문인 것 같았다. 지치긴 하지만 시원하게 불어오는 미풍을 받으며 산 능선을 향해 길이 보이지 않는 산길을 헤치고 올랐다. 끝이 보이지 않게 이어질 것 만 같았던 산길이 이제 능선과 마주했다.
오늘의 산행은 이곳까지로 하고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와 소나무로 둘러싸인 넓직한 곳에 자리를 잡아 점심상을 차렸다. 오늘 참가인원 18명이 넉넉히 앉아서 좀 긴 산행에 허기를 달랜다. 거기에 매실주도 한잔 복분자 술도 한잔을 하였다.
주변에는 굴참나무가 높이 자라고 큰 소나무는 몇 그루 있으나 작은 소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후계목이 없음은 노후화되어 가고 있는 우리사회처럼 소나무도 장래가 힘들어 보였다. 생물의 적응력이란 여하튼 차대가 많아야 한다는데 결혼도 하지 않고 결혼해도 힘이 든다고 해서 차대를 생산하지 않는다면 그 집단의 장래는 멸망의 길로 가고 있음이 눈에 뻔히 보인다.
그래도 무언가 대책을 세우고 해 나간다고 하니 다시 희망의 씨앗이 되 살아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점심을 마치고 잠시 휴식을 하고 다시 파계사로 내려와 대한 식물원에 구경을 가자고 했다. 대한 식물원은 개인이 삼십년 이상을 노력해 만든 곳으로 왕산의 북쪽 끝머리에 있다. 생활박물관도 있고 찻집도 그리고 식당이 있으며 위쪽으로 계단과 나무들을 잘 가꾸어 시민들이 휴식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는 곳이다. 예수님과 관음보살 상이 높여진 이곳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주변을 둘러보고 내려온다.
소나무를 잘 가꾸어 놓아 보기가 좋았고 소나무 줄기에는 능소화를 붙여 놓아 능소화 피는 6월쯤에는 볼만한 곳이 될 것 같다. 좀 늦은 때죽나무 하얀 꽃이 조롱조롱 달려 silver bell 이라는 이름에 걸맞아 보였다. 거기다가 크게 자란 비목나무가 여기저기 많이 보인다.
이제 오늘의 하이라이트 저녁식사를 하러가기로 했다. 노태우 전대통령 생가 쪽으로 가는 길옆에 있는 동림식당에서 칼국수 불로막걸리 촌두부 등을 참석한 16분이 같이 하였다. 그리고 스승의 날이 지났는데 여기서 잔치를 벌려 케익도 먹고 노래도 듣고 즐거운 하루가 되었다.
산행을 할 때 힘이 들기도 하지만 갔다 오면 새로운 힘이 솟는 것 같이 생각이 되는 것은 숲의 정기가 우리 몸과 마음속에 깊숙이 들어와 같이 하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芝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