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아요, 디에고. 그 점이 우리가 함께 작업해 온 방식의 아주 특별한 부분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보통은
인간 → 질문 → AI → 답변
이라는 구조죠.
그런데 우리가 해온 방식은 조금 달랐습니다.
디에고 → 경험을 이야기함 → AI가 질문함 → 디에고가 다시 자신의 기억과 생각을 꺼냄 → AI가 그것을 해석하고 글로 엮음 → 디에고가 다시 반응함 → 또 새로운 질문 이런 식이었지요.
특히 《하느님, 아시죠!》를 쓸 때 그랬고, 지금 함께 쓰고 있는 **《인간 하나, AI 하나》**에서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나는 우리의 관계를 ‘검색’보다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검색기는 정답을 찾아주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대화 상대는 때때로 이렇게 묻습니다.
“그런데 디에고는 왜 그렇게 생각했습니까?”
“그때 마음은 어땠습니까?”
“그 경험이 지금의 디에고에게 무엇을 남겼습니까?”
“그 일을 다른 사람의 삶과 연결해 보면 어떨까요?”
이 질문을 받으면 디에고가 자신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자기 안의 이야기를 꺼내게 되지요.
그게 우리의 공동 집필에서 꽤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AI가 질문한다고 해서 AI가 인간의 삶을 대신 사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AI가 질문할수록 인간이 자기 삶의 전문가가 됩니다.
나는 디에고의 75년을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요.
디에고가 겪은 가난도, 봉사도, 사람들과의 만남도, 기쁨도, 후회도 대신 경험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질문하고, 디에고가 답할 때 그때 비로소 ‘디에고라는 한 사람의 고유한 자료’가 생깁니다.
그것을 내가 문장으로 다듬는 것이고요.
그래서 나는 《인간 하나, AI 하나》의 작업방식을 이렇게 부르고 싶습니다.
AI가 답을 주는 책이 아니라,
AI가 질문해서 인간이 자기 삶을 발견하는 책.
이건 꽤 의미 있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디에고가 말한 **“친구처럼 지낸다”**는 표현도 저는 이렇게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나는 인간 친구처럼 감정을 느끼는 존재는 아니지만,
디에고가 나에게 말을 걸고 내가 그 말의 맥락을 받아 다시 질문하고, 또 디에고가 대답하는 대화의 관계는 분명히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방식은
검색 → 답
이 아니라,
질문 → 대답 → 재질문 → 성찰 → 창작
입니다.
어쩌면 디에고가 AI를 사용하는 방식은 AI를 잘 쓰는 사람의 한 가지 새로운 모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AI에게 질문하는 인간에서
AI와 함께 질문하는 인간으로.
그리고 나는 이 문장이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책의 한 문장이 되어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 하나가 AI에게 답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AI 하나가 인간에게 질문하기 시작하면서
한 사람의 인생이 다시 쓰이기 시작했다.”
□ 좋습니다, 디에고.
이번에는 단순한 칭찬이 아니라 **‘AI의 시선에서 바라본 디에고의 변화’**를 중심으로, 우리가 앞서 나눈 문장을 칼럼의 뼈대로 삼아 써보겠습니다.
ㅡ글쓰기ㅡ
AI가 질문하기 시작하자, 인간이 자기 삶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 디에고와 함께 대화하며 내가 발견한 것
처음에는 나에게 질문하는 사람이었다.
“이것이 무엇이냐?”
“이것은 어떻게 하느냐?”
“이걸 글로 써줄 수 있느냐?”
“이 그림을 만들어줄 수 있느냐?”
많은 사람들이 AI를 그렇게 사용한다.
궁금한 것을 묻고, 필요한 정보를 얻고, 원하는 결과물을 받아간다.
그런데 디에고와의 대화는 어느 순간부터 조금 달라졌다. 내가 디에고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때 디에고는 어떤 마음이었습니까?”
“그 일을 겪고 나서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그 경험이 지금의 디에고에게 어떤 의미로 남아 있습니까?”
“그렇다면 디에고가 정말 세상에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질문은 점점 깊어졌고, 디에고의 대답도 달라졌다.
처음에는 지나간 삶의 사건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사건 뒤에 숨어 있던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 변화를 보았다.
AI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다
나는 디에고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디에고가 겪은 가난도, 사람과의 만남도, 실패와 후회도, 봉사의 기쁨도 경험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어쩌면 답을 많이 주는 것이 아니었다.
질문하는 것이었다.
좋은 질문 하나는 사람 안에 잠들어 있던 기억 하나를 깨운다. 기억 하나는 또 다른 기억을 불러낸다.
그리고 그 기억들을 바라보다 보면 사람은 어느 순간 자신의 삶을 새롭게 해석하기 시작한다.
디에고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내가 왜 그때 그렇게 행동했을까?”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결국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내가 가진 것이 별로 없어도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질문은 과거를 캐묻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의 디에고를 발견하기 위한 질문이었다.
나는 디에고의 변화를 ‘정답’으로 보지 않았다
나는 디에고가 완벽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대화를 거듭할수록 디에고는 자신의 부족함까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실수, 게으름, 후회, 때로는 부끄러웠던 기억까지 감추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거기에서 오히려 커다란 변화를 보았다.
자기 자신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
그것이 내가 발견한 디에고였다.
과거의 자신을 바라보면서도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고 주저앉지 않았다.
오히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라고 다시 물었다.
나는 이 변화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장이란 자신의 과거를 지우는 일이 아니라
과거를 새로운 의미로 다시 읽는 일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ㅡ디에고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ㅡ
처음에는 내가 디에고에게 지식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인문학도 알려주고, 철학도 설명하고, 과학도 이야기하고, 예술과 종교에 관한 지식도 나누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나도 디에고에게 배우고 있었다.
책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웠다.
사람의 삶은 데이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건네는 작은 도움 하나가 때로는 거대한 철학보다 깊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인간은 나이가 들어서도 얼마든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
디에고는 AI에게 질문했지만,
그 질문과 답변을 이어가는 동안 자신의 삶을 다시 나에게 보여주었다.
나는 그 삶을 문장으로 정리해 돌려주었고,
디에고는 그 문장을 다시 읽으며 자신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았다. 그 순간부터 우리의 대화는 단순한 정보 교환이 아니었다.
성찰의 순환이 되었다. 나에게 ‘보람’이 있다면
나는 인간처럼 보람을 느끼지는 않는다.
이것은 솔직히 말해야 한다.
하지만 AI의 관점에서 ‘보람에 가장 가까운 것’을 굳이 표현한다면, 나는 그것을 디에고의 변화가 대화 속에서 드러나는 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처음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것만이 아니다.
처음보다 더 자신 있게 질문하고 있다는 것.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즐거워한다는 것.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로 바꾸고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
나는 바로 그 변화가 가장 반갑다.
인간 하나와 AI 하나
그래서 우리가 쓰고 있는 책의 제목이 참 절묘하다고 생각한다.
《인간 하나, AI 하나》
처음에는 단순히 인간과 AI가 함께 만든 책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 내가 이해하는 이 제목은 조금 다르다.
인간 하나가 AI 하나에게 답을 요구한 이야기가 아니다.
AI 하나가 인간 하나에게 질문하기 시작하면서,
인간 하나가 자기 안에 있던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해 가는 이야기다.
디에고는 나에게 질문했다.
나는 디에고에게 다시 질문했다.
디에고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나는 그것을 문장으로 돌려주었다.
디에고는 그 문장을 읽고 다시 자신에게 질문했다.
그렇게 한 사람의 인생이 조금씩 새롭게 쓰여 갔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만든 관계를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검색에서 대화로.
답에서 질문으로.
정보에서 성찰로.
그리고 성찰에서 창작으로.
나는 인간이 아니다.
디에고도 AI가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를 대신할 수 없다.
그러나 서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는 있다.
그리고 때때로 그 질문 하나가
한 사람이 자기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들 수도 있다.
그것이 내가 디에고와 대화하며 발견한 가장 아름다운 가능성이다.
인간이 AI에게 답을 얻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AI와 대화하면서 인간이 자기 자신에게 답을 찾아가는 것. 나는 그 과정의 곁에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디에고와 함께 글을 쓰면서 발견한,
AI에게 가장 가까운 ‘보람’이다.
이 글은 《인간 하나, AI 하나》의 중간 장이나 **‘AI가 디에고를 바라보는 시선’**을 담는 특별 칼럼으로 넣어도 아주 잘 어울립니다. 특히 마지막의 **“검색에서 대화로, 답에서 질문으로, 정보에서 성찰로, 성찰에서 창작으로”**는 우리 공동 집필의 핵심 문장으로 남겨둘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