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는 2014년 사이렌 오더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매장 밖에서 미리 주문한 후 픽업할 수 있는 혁신적인 시스템으로서, 현재 전체 주문의 약 18%가량이 사이렌 오더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스타벅스는 사이렌 오더를 통해 인건비를 줄이는 한편, 보다 손쉽게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1석2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아디다스는 생산공정을 디지털화한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맞춤형 신발을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고, 자라는 최적화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매장 내 재고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재고율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이들의 공통점은 성공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rtion)’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기존 산업에 디지털이 결합돼 새로운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뜻한다. 커피, 의류, 신발 등 얼핏 IT와 무관해 보이는 분야에서 일어난 혁신 사례는 디지털 전환의 효용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의 디지털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이유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디지털 전환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세계적인 IT 컨설팅 기업인 델 테크놀로지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전환을 시작하지 않은 기업의 비율은 22%에 달한다. 세계 평균 9%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지난달 28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진행된 ‘한국형 Digital Transformartion 실현 전략’ 토론회는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 사례를 공유하는 등 한국형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 김청한 / Sciencetimes
이에 우리 산업 구조와 조직 문화에 맞는 관련 전략을 수립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28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진행된 ‘한국형 Digital Transformartion 실현 전략’ 토론회는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 사례를 공유하는 등 한국형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비즈니스 패러다임 변화에 주목하라
먼저 김학용 순천향대 교수가 ‘디지털 시대 기업의 생존전략’을 발제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의 영향력은 제조업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비즈니스 패러다임 변화에 주목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 교수가 말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새로운 가치의 발굴’이다. 그는 최근 삼성전자가 내놓은 스마트 냉장고를 그 예로 들었다.
“지금까지 냉장고는 그저 음식을 보관하는 가전제품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AI, 사물인터넷 등으로 똑똑해진 스마트 냉장고는 쇼핑, 음악 감상, 요리 레시피 다운로드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죠. 한 발 더 나아가 냉장고 속 식재료 소비를 분석해 다이어트나 건강 관리에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비즈니스를 새롭게 재해석하는 것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학용 순천향대 교수는 비즈니스 패러다임 변화에 주목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 김청한 / Sciencetimes
그는 특히 제품의 서비스화를 강조했다. 기존의 물건 판매-구입 이라는 관계를 완전히 뒤바꾸는 혁신이라는 의미다.
김 교수는 “이제는 다양한 형식으로 제품과 서비스가 융합되고 있다. 단순한 일시불 물건 구입이 아니라 정기 구독, 사용량 기반 지출, 관리형 모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 행위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추세에 속도를 더하는 기술이 사물인터넷이다.
김 교수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기껏해야 1인당 1~2개 정도이지만, 사물인터넷 디바이스는 한 집에 6대 이상 비치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기업들은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곧 ‘수익의 파편화’로 이어진다. 예전에는 물건을 팔면 바로 기업에게 수익이 되지만, 이제는 정기적 혹은 비정기적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수익이 발생한다는 것. 수익 발생 시점이 늦어지기에 앞으로의 기업은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국내 스마트 팩토리 설루션 사업자를 육성해 관련 생태계를 구축하고, 중소기업에 상품 기획 및 사업화 전략 방안을 지원하는 등 정부의 체계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실현해야 한다”며 발제를 마쳤다.
위기 극복 열쇠는 스마트 팩토리
두 번째 발제에서는 실제 대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적용 사례가 소개됐다. 김기수 포스코 상무는 ‘철강업 DX의 성공 DNA : connection & Collaboration’ 이라는 제목으로 포스코에서의 스마트 팩토리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포스코에서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한 배경은 조업 환경의 변화였다. 중국 철강사가 급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포스코의 원가 경쟁력이 저하되고, 건설된 지 30여 년이 지난 설비가 노후화되는 등 다양한 악재가 발생한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등 갈수록 커지는 환경의 중요성도 감안해야 했다.
김 상무는 “이렇게 어려워지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 설루션으로서 스마트 팩토리를 추진했다”라며, 중요한 두 가지 키워드를 내세웠다.
그 첫 번째는 데이터. 김 상무는 “2014년을 기점으로 개념이 바뀌었다. 그전에는 하드웨어 중심의 자동화에 치중했으나, 이후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한 공정 효율화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철강업은 굉장히 규모가 큰 사업이다. 때문에 관련 데이터를 꼼꼼히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화 알고리즘을 만들면 그 효과를 충분히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기수 포스코 상무는 스마트 팩토리 성공 사례를 소개하며 협업을 강조했다. ⓒ 김청한 / Sciencetimes
그 대표적 사례가 스마트 고로(용광로)다. 직경이 10미터에 이르는 고로의 조업은 전체 제품 생산 비용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철강 생산의 핵심 프로세스다. 문제는 지금껏 그 제어를 조업 전문가의 직관이나 경험에 주로 의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에 포스코는 무려 2만 8000여 개에 이르는 수많은 항목의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관련 센서를 설치하고, 이를 분석해 자동 제어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관련 프로젝트에 투입된 전문 인력만 50명이 넘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생산량은 1.04% 증가하고 원가는 0.015% 절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연간 약 50억 원의 효과다.
“인간, 기계, 세대, 기술 모두 아우를 수 있어야”
두 번째 키워드는 협업이다. 앞서 언급된 스마트 고로의 성공사례도 현장 조업자의 노하우, 울산과학기술원의 데이터 분석 기술, 센서 업체의 가격 경쟁력 등이 어우러져 달성한 것이다.
김 상무는 “사내 조업 전문가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지만, 제조업 공정에 대한 이해도와 풍부한 현장 경험이 있다. 이는 디지털 전문가가 가지지 못한 것”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역시 서로 채워줄 부분이 있다. 때문에 대기업 역시 중소기업의 우수 기술을 도입하고, 또 기술을 역으로 전수해주는 등 상생을 통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이렌 오더라는 혁신적인 모바일 주문 시스템을 도입한 스타벅스는 가장 성공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이뤄낸 케이스로 꼽힌다. ⓒ Pixabay
협업은 생(生)의 경계도 뛰어넘는다. 자동화 시스템이 경험하지 못한 데이터가 발생할 경우 오판의 가능성이 있기에 사람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 상무는 “AI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조업 전문가는 이를 바탕으로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인간과 기계, 세대, 기술을 모두 아우르는 협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성공의 DNA”라고 강조하며 발제를 마쳤다.
포럼은 이후 백승 비와이인더스트리 전무의 ‘중소기업의 스마트 팩토리 고도화 사례’ 발제 및 패널토론을 거쳐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