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신곡
기독교를 몰랐던 그대 플라톤
지금도 지옥에 있는가
기후위기를 예상하지 못했던 철저한 이원론자들
기후위기까지 염두에 둘 수 없었던 위대한 발명가들
그대 플라톤 데카르트 베이컨 추종주의자
단테는 그대들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
증기기관차가 촉발시킨 산업혁명
전기가 가속도를 붙인 환한 지구
밤낮으로 일하다 날아가는 우주 저편
위인전 시리즈는 재편집될 것인가
자서전 판매량은 뒤바뀔 것인가
복잡다단 디지털에 단순소박 참선을 입혀
몽매의 눈 뜨지 못하게 하는
21세기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는
21세기 신곡 어디에 갇힐 것인가
알고도 멈추지 않는 지식의 천국 시대
지금의 장미는 단테의 장미가 아닐 텐데
나는 지옥으로 가는 탄소를 내는가
나는 연옥으로 가는 탄소를 내는가
나는 천국으로 가는 탄소를 내는가
21세기 정의의 신이 들고 있는 탄소 저울
나는 어디로 가는 삶을 살고 있는가
오, 단테여, 오, 신곡이여, 오, 멈추지 않는 이원론이여
시를 쓰는 이 순간, 시를 올리는 이 순간
탄소의 무게는 늘어만 가는데
나는 정녕 어느 층으로 가려고 이러고 사는가
오늘도 탄소만 내고 있는데
멈추면 멈추는데
오, 단테여, 오, 신곡이여
다시 태어나 새 길을 밝혀다오
오, 단테여, 오, 신곡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