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은 고약한 병이다. 음식을 통해 섭취한 당질(탄수화물)이 적절히 분해되지 않아 혈액 속의 당(糖)수치, 즉 혈당(血糖)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질병이다.
당뇨병은 1형과 2형으로 나뉜다. 소아형인 1형 당뇨병은 어린이ㆍ청소년에게 흔하며 대개 유전적인 요인으로 발병한다.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완전히 파괴된 것이 원인이다. 1형 당뇨병 환자는 평생 몸 밖에서 주입한 인슐린에 의존해 살아간다.
성인형인 2형 당뇨병은 가족력(家族歷)과 더불어 비만ㆍ과식ㆍ고지방 음식 섭취ㆍ운동부족 등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생긴다. 국내에서 최근 당뇨병 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 것도 서구식 식생활 탓이다. 국내 당뇨병의 98% 이상이 2형 당뇨병이다.
한국인의 당뇨병 유병율은 8∼13%로 알려져 있다. 얼추 10%로 계산하면 전국에 450만 명 이상의 당뇨병 환자들이 산재해 있다. ‘국민병’ㆍ‘당뇨대란’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래서다.
인슐린 내성 개선하는 크롬
크롬은 ‘두 얼굴’을 지녔다. 자동차 도색ㆍ가죽 제조ㆍ제련ㆍ용접 일을 하는 사람에게 크롬은 천식ㆍ기관지염, 심하면 폐암을 유발하는 독(毒)이다. 이때의 크롬은 6가 크롬이다.
반면 3가 크롬은 당(糖)대사를 돕는 등 ‘착한’ 미네랄이다. 서구에서 3가 크롬은 당뇨병ㆍ임신성 당뇨병ㆍ인슐린 내성(耐性)을 개선하는 성분으로 주목받고 있다.
2형 당뇨병 환자가 크롬 보충제를 복용하면 당화혈색소가 0.6%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2007년에 제시됐다. 혈당이 높아져 적혈구 내 산소를 운반하는 혈색소와 혈액 중의 포도당이 결합한 상태가 당화혈색소다. 대개 2∼3개월간의 장기적인 혈당치를 반영한다. 당뇨병 환자에게 당화혈색소는 전반적인 혈당 조절과 합병증 위험을 평가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지표다.
당화혈색소의 권장 수치는 6.5% 미만이다. 이를 1% 포인트만 낮춰도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21%, 미세혈관합병증 발병률을 37%, 심근경색 발병률을 14%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선 크롬이 체중ㆍ식욕ㆍ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근육을 키워주는 건강 보조제로 판매된다. 체중감량을 하는 사람이나 보디빌더에게 인기가 높다.
크롬 섭취가 부족하면 혈당과 혈중 인슐린은 물론 총 콜레스테롤ㆍ중성지방 수치가 상승한다.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떨어진다. 그러나 크롬 보충제를 복용하면 비만ㆍ고지혈증ㆍ고콜레스테롤혈증이 예방ㆍ치료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음식을 골고루 먹는 사람이라면 크롬이 결핍될 가능성은 적다. 크롬은 동물의 간(肝)ㆍ달걀ㆍ닭고기ㆍ콘플레이크ㆍ굴ㆍ민들레ㆍ귀리ㆍ레몬그라스ㆍ보리ㆍ복숭아 등 다양한 식품에 함유돼 있다.
혈관 튼튼하게 하는 마그네슘
당뇨병 환자인데 노력해도 혈당 관리가 잘 안 된다면 마그네슘 부족이 원인일 수 있다. 식사를 통해 마그네슘을 충분히 섭취하면 몸에서 더 많은 인슐린이 생성될 뿐 아니라 인슐린이 더 효율적으로 작용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개선하며 혈관이 튼튼해진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2006년 ‘당뇨병 의학(Diabetic Medicine)’에 마그네슘 보충제를 12주간 복용하면 공복 혈당이 떨어지고 HDL 콜레스테롤이 올라간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연구에서 당뇨병 환자들이 매일 섭취한 마그네슘의 양은 평균 360㎎이었다.
소화기관 휴식 돕는 식이섬유
식이섬유도 당뇨병 환자에게 이롭다. 위(胃)에서 음식이 서서히 내려가도록 돕기 때문이다. 소화기관들이 한꺼번에 일을 몰아서 하지 않고 때때로 ‘휴식’을 취하는데 식이섬유가 기여한다.
2004년엔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사를 하면 식후 혈당이 21%,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7%,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8%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를 수행한 학자들은 매일 25∼50g의 식이섬유를 섭취할 것을 권장했다.
2형 당뇨 예방에 칼슘·비타민 D
미국에서 당뇨병 환자가 급증하는 것은 칼슘과 비타민 D의 섭취 부족 탓이란 연구논문이 제시됐다. 한국인의 칼슘ㆍ비타민 D 결핍은 미국인보다 훨씬 심각하다. ‘칼슘의 왕’인 우유 섭취량이 적은 데다 햇볕 쬐기를 꺼려 ‘선 샤인 비타민’인 비타민 D가 체내에서 덜 생성되기 때문이다.
당뇨병 전(前) 단계에 놓인 사람이 칼슘과 비타민 D 보충제를 섭취하면 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크게 낮아진다. 칼슘은 저지방 우유ㆍ저지방 요구르트, 비타민 D는 연어ㆍ고등어ㆍ정어리에 풍부하다.
혈당 조절에 유익한 허브들
허브나 향신료 중에도 혈당 조절과 당뇨병 예방ㆍ치료를 돕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베이잎(bay leaf)과 정향(clove)은 당뇨병 환자에게 매우 유익한 허브들이다. “반 찻숟갈의 베이잎이 인슐린의 효율을 세배 높여준다”는 말이 있다. 정향의 유제놀(eugenol)은 췌장에서 인슐린 생산을 촉진한다.
계피 가루를 하루 1/4 찻숟갈가량 꾸준히 섭취하면 혈당은 물론 당뇨병의 합병증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파키스탄인 60명을 6그룹으로 나눠 1그룹엔 계피 1g, 2그룹엔 계피 2g, 3그룹엔 계피 3g을 40일간 먹였다. 4∼6그룹엔 플라시보(가짜 계피)를 1∼3g 제공했다. 계피를 하루 1g 먹은 1그룹에서 놀라운 결과가 얻어졌다. 이들의 공복 혈당이 18∼29%, 중성지방이 23∼30% LDL 콜레스테롤이 7∼27%,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12∼26%나 감소한 것이다.
계피 1g은 대략 계피 1/4 찻숟갈 분량이다. 연구에 참여한 파키스탄인들에게 계피 제공을 중단하자 혈당이 다시 올라갔다. 흥미로운 사실은 계피를 하루에 2g이나 3g씩 섭취한 사람들에게선 별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커피 대용품으로 알려진 치커리도 당뇨병 환자에게 이롭다. 치커리는 유럽인에게 한국인의 배추만큼 친숙한 존재다. 당뇨병 환자에게 좋은 치커리 성분은 이눌린(inulin)과 식이섬유다. 마른 치커리가 볶은 것보다 혈당을 조절하는 효과가 크다.
이눌린은 다당류의 일종이다. 이눌린은 혈당을 서서히 오르내리게 한다. 인슐린의 역할을 대신하고 피로에 지친 췌장을 쉬게 한다는 이유로 ‘천연 인슐린’으로 통한다. 이눌린은 치커리 뿌리에 많이 들어 있다.
인슐린 분비 활성화하는 강황
카레를 만들 때 사용되는 호로파(葫蘆巴)와 강황도 당뇨병 환자가 기억해둘 만한 식품이다. 강황은 카레의 주성분이자 노란 색소 성분이다. 카레가 노란 것은 강황 때문이다.
강황은 오래전부터 당뇨병 치료에 사용됐다. 강황에 풍부한 항산화 성분인 커큐민은 당뇨병 치료와 염증 억제 효과를 가지고 있다. 동물실험에선 강황이 혈당을 낮추고 인슐린 분비를 늘리며 신장 손상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당뇨병 환자의 밥을 지을 때 물에 1/4∼1/2 찻숟갈의 강황을 넣으면 밥맛은 유지되면서 노란 웰빙 밥이 지어진다. 토마토나 콜리플라워에 강황을 뿌려 먹는 방법도 있다.
합병증 예방에 좋은 마늘·양파
한국인이 즐겨 먹는 마늘ㆍ양파도 당뇨병 환자에게 추천된다. 마늘과 양파는 한국 음식뿐 아니라 지중해식 식단에서도 중요한 식재료다. 생양파는 예부터 아시아ㆍ유럽ㆍ중동에서 당뇨병 치료에 사용됐다.
마늘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세포를 자극해 혈당을 낮추고 당뇨병의 위험한 합병증인 심혈관 합병증 예방에 기여한다.
당질의 흡수 속도 낮추는 식초
민간요법에선 식초를 당뇨병 치료에 이용한다. 식초의 초산은 음식이 위(胃)에서 장(腸) 쪽으로 서서히 내려가게 한다. 또 식사 후 금세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혈당을 올리는 주역인 당질 음식의 체내 흡수 속도도 지연시킨다. 식초를 먹으면 혈당이 서서히 오르는 것은 이래서다.
흰 빵이나 흰밥에 식초 한두 스푼을 첨가하면 혈당이 25% 감소하고 포만감은 두 배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됐다. 당뇨병 환자는 식초를 소량의 올리브유와 으깬 호두에 넣어 저은 후 샐러드 드레싱으로 이용하면 좋다.
콜레스테롤 수치 낮추는 녹차
당뇨병 환자에게 권할 만한 음료는 녹차와 감초 우린 물이다.
커피와 차에 함유된 카페인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체중 조절을 돕는다. 당뇨병 환자에겐 커피보다 녹차가 낫다.
동물실험에선 녹차 추출물이 당뇨병 합병증의 하나인 심부전을 예방하고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낮추며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녹차에 계피를 뿌리고 설탕 대신 스테비아를 넣어 단맛을 내면 당뇨병 환자를 위한 훌륭한 음료가 된다. 아몬드ㆍ블루베리ㆍ메밀ㆍ푸룬(prune, 말린 서양자두)ㆍ녹색 콩도 당뇨병 환자가 가까이할만한 식품들이다.
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의약전문기자
첫댓글 좋은 정보입니다,...잘 읽고 갑니다,...고마워요,~~~
미래에는 약과 식품의 경계가 없어 진다 하니 영양학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져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