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이 맘때였다. 정말 상상조차 하기 싫었던 기억..
며칠, 아니 몇 주 동안이었나?
몸의 한 곳이 아팠다. 그러나 곧 낫겠지하며 버텼다. 그런데...
여느 때처럼 시원하게 볼 일을 보려고 화장실에 가서 앉았다
담배 하나 물고 힘 주고 있는데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주르륵......"
평소와 다른 소리에 흠칫한 나는 차마 변기를 들여보지 않으려 애쓰고 찝질한 마음으로 뒷정리를 하고 난 뒤 밑을 본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변기 안이 온통 새빨갰다.
"뭐지? 나 죽는 건가........"
"왜 내 분신들이 빨간색을 띄고 있는 건가 ?"
그랬다. 변기가 온통 피바다였다.
놀란 가슴을 끌어안고 네이버 지식in에 접속했다.
"저기요 x을 눴더니 피가 나오는 데 이게 뭐죠?"
대수롭지 않은 척하며 글을 남겼다. 최대한 당황하지 않은 척하며.....
잠시 후 달린 답변에 난 또 한번 경악을 금치못했다.
"대장암 같은데 병원가 보세요."
뭐시라? 대장암 내 나이 26에 대장암이라고라?
그 흔한 감기도 몇 번 안 걸리고 평생 몸에 칼대는 일없을 거라 호언장담하던 내가...
대장암이라고?
눈물이 났다.
두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엄마에게 몸이 안 좋다고 했다.
엄마 얼굴을 보니 또 다시 눈물이 났다.
우리 엄마......
내가 돈 많이 벌어서 꼭 호강시켜 드리려고 했는데...ㅠㅠ
울 엄마 내가 우는걸 보니 심상치 않다고 생각하셨나보다.
부리나케 화장하시고 (화장은 꼭 하신다 -_-)
병원으로 함께 달려갔다.
접수를 하고 초조하게 기다리는 동안 오만 별별생각이 다 들었다.
"시한부인생이면 어떡하지."
"마당에 사과나무라도 심어야하나?"
"xxx씨 진료실로 오세요"
침착하자.......그래 침착하자..........
의사를 마주하니 도저히 침착할 수 없었다.
이 인간의 입에서 내 운명이 결정나는 구나.
"변 색깔이 어떻던가요??? "
나는 울먹이며...
"아주 빨갛던데요. 온통 피바다였어요 변기가... 쿨쩍... "
"흠. 치질이군. 내시경 준비해요."
잠깐...
치질이라고? 지금 치질이라고 했냐 ?
그 한창 재밌게 보던 세 친구에서 정웅인이 걸려서 디지게 고생하던 그 치질이라고?
남자 셋 여자 셋에서 신동엽이 걸렸던 그 치질이라고 ?
"다행이다 ㅡ_ㅡ"
대장암인줄로만 알았던 나는 치질이 뭐건 간에 일단 행복했다.
이제 안 죽어도 된다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음... 그런데, 내시경 그게 뭐지 ?
참고로 본인은 고래도 안 잡은 놈이다.
병원은 와 본 일이 없으니 이름만 들어봤지. 자세히 뭐하는 건지는 몰랐다.
그냥 전날에 밥 먹으면 안 된다던데...
어렴풋이 그런 것들이 떠올랐다.
나는 헤벌쭉하며 침대로 쓩 올라가서 누웠다.
웃음이 자꾸 나왔다.
안 죽는구나 이제... 그것만으로 마냥 행복했다.
좀 있으니 의사가 기다란 호스 같은 걸 들고오더니 날 보고 돌아누우란다.
"응? 돌아누우라고...?"
그랬다. 뒤로 하는 내시경이었다. ㅡ_ㅡ;;
엎드려 누워서 바지를 까고 가슴까지 무릎을 올리란다.
시키는대로 했다.
목숨을 건졌는데. 뭐가 무서우랴.
울 엄마는 뭐가 그리 웃긴지 옆에서 계속 싱글거리며 웃기만 한다 -_-;;
잠시 후 뭔가가 내 뒤로 들어왔다.
오 이런!!!!!!!!
살면서 처음 느낀 엄청난 고통이었다.
고작 호스하나가 나를 이렇게 아프게 하다니!!!!!
의사샘 손길이 거칠었다.
호수를 내 xx에 꼽고는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쌩쇼를 했다 ㅠㅠ
존내 고통스러워서 저절로 신음소리가 나왔다.
"으응......하아아......."
옆에서 간호사 누님이 킥킥거린다 -_-;;
'니뇬도 언젠가 여기 누워서 당할거다.....'
속으로 계속 저주를 퍼부우며 고통을 감내하고 있으려니 곧 해방감이 찾아왔다.
나를 계속 아프게 하던 나아쁜 호스가 내 몸에서 이탈했다.
쇼생크 탈출에서 팀 로빈스가 이렇게 행복했을까?
난 "I am free"를 외쳤다
물론 속으로 ㅡㅡ....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수술을 해야된단다.
이미 치질이 암처럼 내 똥꼬 주위에 퍼졌다는 거였다.
이대로 두면 똥꼬가 막혀서 똥꼬를 새로 뚫어야한단다.
기가 막히고 똥꼬가 막히는 얘기였다.
이 놈 돈 벌어 먹을라고 구라치는거 아냐....
피 좀 나온다고 수술을 하라니...
머리 아프게 빠져나갈 궁리를 하는 동안
의사샘 내 속을 알기라도 했는지........
똥꼬가 막힌 사진을 보여줬다.
저주스러웠다.
이렇게 될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생각하고
다음날 바로 수술을 하기로 생각했다.
내 뒷모습이 사랑스러웠던지 계속 해맑은 웃음을 짓던 간호사에게
수술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집으로 돌아온 뒤
다음날 있을 대수술을 생각하며 잠을 청했으나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이 나이에 수술이라니.....
고래도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잡지 않은 내가...
초등학교 때도 예방 주사피해 달아나던 내가...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냥 냅두면 막힌다는데 ㅠㅠ.....
다음날 긴장되는 맘을 안고 수술실로 들어가려는데 어제 그간호사가 날 붙잡더니
가스통만한 주사기를 들고왔다. = 0 = "....."
"신이시여 !! 저게 정녕 주사기란 말입니까......."
말이 주사기였지
애기 젖먹이병 아니면, 휴대용 버너에 들어가는 가스통만했다.
원래 주사기는 저렇게 생긴 게 아니지 않은가.
저런 건 물총이라 불러야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려는데
간호사가 이걸 들고 직접 화장실로 들어가
내 똥꼬에다가 발사하란다.
아무리 마렵더라도 꼭 10분 동안 참으란 말과 함께 .....
그렇구나 관장약이었구나!
..... 그래 아무리 의사라도 수술할 때
똥꼬에 그게 꽉 차있으면 찝찝하겠지...
선심쓰는 척하며 내 똥꼬에다가
내가 직접 주사기를 박고 -_-;; 발사했다
(사진 찍어 놨으면 대대로 가보였을 거다......)
한 2분 정도 지나니 배가 살살 아파왔다.
"와 이거 약발 좋은데 "
감탄할려는 순간 갑자기 파도가 밀려왔다.
분노의 파도 -_-;;;;;
탈출하고 싶어서 발악이 난 파도들이
도저히 나에게 10분이란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5분만에 거사를 치르고 돌아온 나는
왜 이렇게 빨리 왔냐는 간호사의 핀잔을 들으며 수술대에 누웠다.
근데 또 돌아누우란다 ㅜㅜ.....
아 ~이건 수술도 엎드려서 해야하는 질병인가......ㅠㅠ
정말 내가 몹쓸 병에 걸렸구나 생각하는데
등에 따끔한 뭔가가 전해지는 순간 나는 그만 잠이 들었다 -_-;;
내가 마취제를 첨 맞아봐서
수면제로 착각이라도 한 건지 금새 잠이 들었다 -_-;
암튼 눈떠보니 5시간이 지나있었다.
생각보다 참을만했다.
내 똥꼬를 빌어먹을 휴지쪼가리로 막아논 거 빼고는;;
의사말로는 모레면 퇴원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휴 별거 아니군 하며
수술도 받을만한데 이런 몹쓸 생각들을 했었다....
훗 그땐 내가 너무 어리석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정작 문제는 화장실에서 큰일을 볼 때
죽을 각오를 해야한다는 거였다.
간호사가 친절하게
"화장실 가고 싶으면 진통제 놔달라고 하세요" 라고 말했을 때 눈치를 챘어야했다.
나는 내 똥꼬가 다 아물 때까지
절대 큰 일을 보면 안 되는 것이었다 -_-;;
수술 후 아직 남아있는 마취제 약발에
별거 아니겠지 하며 화장실에서 힘을 준 순간
나는............
기절했다............
지금도 생각하면 쪽팔리는 일이지만
나는 똥누다가 기절한 놈이다!! ㅠ_ㅠ
정신을 차려보니 10분 정도 흘렀던 것 같았다....
다행이 거시기는 나오지 않았었다.
단지 힘 한번 준 것만으로 이 건강한 내가 기절을 했던 것이다 -_-;;
나중에 간호사 말로는
나말고도 기절한 사람이 여럿있댄다...
역시 병원에서는 간호사 누님 말 잘들어야 한다.
그분들 말씀을 무시쳤다가는 눈물로 후회하게된다;;
지나가면서 대수롭지 않게 내뱉는 말들이
다 뼈가되고 살이 되는 말들이었음을......
나는 결국 일주일을 먹지도 않고 화장실을 안 갔다 -_-;;
퇴원 후에도 고통은 계속 되었다.
젤 큰 문제는 생리대를 차야한다는 것이다;;
도저히 그걸 살 용기가 나지 않아서 ㅠㅠ
동생 꺼를 훔치기로 했다.
여동생이 있다는 게 정말 다행이었다;;
근데 난 도저히 가족들에게 내가 생리대를 차야한다는 걸
말할 만큼 용기 있는 놈이 아니었다.
그냥 훔치기로 했다. -_-;;
며칠 후 식사 중에 동생이 내뱉은 말에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못했다.
"엄마 어떤 뇬이 자꾸 내 생리대 훔쳐 가는 거 같아. 잡히기만 해봐라...."
눈물이 났다....ㅠ.ㅠ
"미안하다 동생아. 내가 니 생리대 훔쳐간 `어떤 뇬` 이다........"
*인터넷에서 본 글인데 재미있어서 뜯어왔어요.
첫댓글 하하하 전 또 언주니님의 글인줄 알고..안그래도 전 어찌 이리도 순식간에 성격이 바뀔 수있나 생각하며 의아했어요. 퍼온 글이었군요. 어떤년이 생리대를 참 많이 훔쳤나보네요.ㅎㅎㅎㅎ
me 투! 이 카페에 이렇게 글을 솔직하게, 재미나게 쓰는 분이 있구나 하고 놀랐죠.
관장...이거...환장하는거더군요...저도 기절했다가 깨어났었어요 ㅋㅋ...
저는 하루 전에 받은 하얀 물 한 통(5리터)을 2시간 간격으로 마셔서 위와 장을 깨끗이 비운 후 수면 내시경을 했더니 할 만 했어요.
ㅎㅎ 그게 그리 아픔니껴. 대장 비우는 것도 예사일이 아니고 근데 왜 씰데없이 그런게 생기는 갑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