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금강굴 사인도 보이지 않고 계곡의 물소리도 들리지 않아 자꾸 걱정이 앞선다, 해지기 전에 비선대까지는 가야 하는데 기약이 없는 것 같아 불안하다. 지친 몸이지만 계속 걸음을 재촉하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열심히 걸어 내려가니 금강굴이 저 멀리 보이고 비선대 계곡의 물소리도 들린다. 이제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겠다는 안도의 숨을 쉬게 되었다. 비선대에 도착하니 날씨가 어둑어둑해진다. 그런데 비선대에서 설악산 관리사무소가 있는 소공원까지 약 5.5km 걸어가야 속초 시내로 갈 수 있는 택시를 탈 수 있는데 이 구간이 마치 실제 거리의 열 배처럼 느껴진다. 드디어 이날 꼭두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14시간을 걸은 후에 택시가 보이니 그 택시가 마치 우리를 구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어찌나 택시 안이 편안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속초터미널에 도착하니 저녁 7시 35분 서울로 가는 버스가 8시에 있단다. 그래서 저녁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편의점에서 간편식으로 허기를 채우고 버스에 승차하여 설악산에게 굿바이 인사를 하고 서울로 떠났다. 서울로 간다는 확신이 오니 한 사람이 말하기를 “내년에도 다시 와야겠지” 한다. 그리면서 내년에는 서북 능선으로 가자고 한다. 다른 한 사람은 다시는 설악산에 오지 않겠다고 이야기한다. 지금 당장은 생각하거나 대답하기 싫다. 한 달 정도 지난 후 가부간에 대답을 하기로 결심을 하고 오늘은 아무 생각도 안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