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문화]空理空談(공리공담)
[字解]
空 빌 공
理 이치 리
空 빌 공
談 말씀 담
[意義]
아무 소용이 없는 헛된 말을 이르는 말이다.
[解義]
'근래에 학자를 보니 손으로 쓸고 닦고 하는 예절도 모르면서 입으로 천리를 말하며 명성을 도둑질해서 사람들을 속이려 하다 도리어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고 그 해가 타인에게까지 미칩니다.
어찌 선생과 어른들이 이를 꾸짖어 그만두게 하지 않은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이는 남명 조식이 퇴계 이황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 일부이다.
남명은 점차 空理空談으로 치달아가고 있었던 당대의 성리학자들에게 따끔하게 일침을 가하고자 했던 것이다.
남명은 오건에게 보내는 글에서도 이와 비슷한 말로써 '당대의 선비'라는 자들이 무지한 사람들보다 못하면서도 賢者(현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漢代(한대)에 鄭泰(정태)라는 사람이 孔公緖(공공서)를 비판할 때 "그는 噓枯吹生(허고취생:고목에 입김을 불어넣어 소생시킴)에 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鄭泰는 말라 비틀어진 나무라도 살려낼 수 있는 것처럼 그럴 듯하게 말하는 孔公緖가 高談峻論(고담준론:뜻이 높고 바르며 엄숙하고 날카로운 말)을 표방하지만 결국은 空理空談으로써 대중을 현혹시킬 뿐이라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수백 년,그리고 천 수백 년 전의 말이지만,이들의 말은 우리 사회의 현재 모습을 너무나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 같다.
한 시대의 문화권력을 쥐고 있는 이른바 '이론가'들의 행태에 '하늘의 이치'를 내세워 명성을 도둑질하고 噓枯吹生의 그럴 듯한 이론으로써 대중을 현혹시켜 현실세계의 냉혹한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있는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이들이 권력과 밀착되어 있음에랴.
空理空談의 空은 '헛되다'는 뜻이기도 하고 '실질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空中(공중)과 空港(공항)의 空처럼 空은 '하늘'을 가리키기도 하는데,하늘이 그러하듯 '비어있다'는 뜻도 된다. 空欄(공란) 空腹(공복)의 空이 그러하다.
空想(공상)과 空言(공언:거짓말)의 空은 '헛되다'는 뜻이다.
空은 시간의 상대되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며,孔(공:구멍)과 통용되기도 한다.
理는 '이치'라는 뜻이지만,본래는 구슬의 줄무늬에서 온 말이다.
그런 때문으로 나뭇결이나 살의 잔 금 등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理에는 '다스리다'는 뜻도 있는데,역시 다스림의 제일 원칙은 민심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다.
출처:부산일보 글.김성진·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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