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사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습니다.
잠은 포기해도 밥은 포기하지 않는다, 라는 신념 하에 한 끼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챙겨먹었던 터라 오늘도 씩씩하게 공양간으로 내려갑니다.
어둑한 길을 이제는 눈 감고도 갈 수 있을 정도^^
오늘은 하늘 가득 구름으로 가득합니다.
태풍이 온다고 하더니만....
다섯 가지 반찬과 된장국으로 배고픔을 달래고
어제는 과일도 떨어져 세 끼 외에 아무 것도 안 먹었더니 새벽부터 출출했어요.
이제 점심공양을 마치면 집으로 갈 시간...
오늘 마지막으로 들러볼 곳은 우화정과 장보각입니다.
우화정은 지나가면서 사진만 찍고 들어가보지는 않은 곳.
수미정도 마지막으로 다시 보고....
저는, 이렇게 알록달록 반짝거리는 곳을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는 날부터 호감이 가지는 않았던 곳이죠.
그런데 어제 오신 여자분이 이곳에서 사진 찍으면 정말 잘 나온다고 하면서 칭찬이 자자하더군요.
그래도 사진 찍고 싶은 곳은 아니어서 오늘도 그냥 지나칩니다.
여기가 바로 우화정
바람을 보고 달을 듣는다(관풍문월)는 글귀가 마음을 울립니다.
어찌 바람을 보고 달을 들을 수 있을까요?
보통은 바람을 듣고, 달을 보는 것일진대...
들어가는 입구
꽃비가 내리는 정자라는 뜻이지요.
천장의 모습
아무도 없는 정자
말없는 다기들만 조용히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네요.
혼자 조용히 앉았다가 뒹굴뒹굴 누웠다가 그렇게 지내고 싶었는데
어제 온 부자가 뒤따라 들어오고, 곧이어 템프스테이 팀장이신 화담 선생이 들어오시고^^
입안에 혀가 없는 자는 마땅히 들어오고(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하는 비유적인 표현)
밤에 꿈을 꾸는 자는 들어올 수 없나니(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못 들어온다는 표현)
제가 고개를 갸우뚱하니까, 시적인 표현이라고 화담 선생이 말씀하시네요.
화담 선생이 차를 준비하시고
저 멀리 보이는 산이 운악산입니다.
화담 선생은 원래 출가를 했었으나 지금은 절을 나와 절에서 일을 하고 있답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고 독일유학까지 다녀왔으나 겸손을 갖추지 못해 절 생활을 잘 못하고
결국 절을 나왔다고 하네요(본인 말씀에 의하면)
부자도 함께 앉아 한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정 교육에 대한 얘기, 학교 교육에 대한 얘기, 종교에 대한 얘기 등등
모두 옳으신 말씀. 수긍이 가고 공감이 가는 말씀)
학교에 체험학습을 내고 이곳에 왔다는 남자 아이는 참 색다른 경험을 했을 겁니다.
쌉싸름한 차 맛이 괜찮아, 무슨 차냐고 여쭈니 보이차랑 다른 차를 섞어 블렌딩했다는 대답.
화담 선생은 참 아는 것이 많아, 근처 맛집도 소개해 주었어요.
포천 이동에 있는 시골 중국집 '미미향'은 양장피가 유명하다고 하네요.
물론 다른 음식도 참 맛있어서 예약을 해야 먹을 수 있답니다.
미미향 옆에 있는 '갈비 1987'은 스테이크가 그만이라는 말씀.
포천 사는 나도 몰랐던 맛집.
언제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우화정 뒤에 있는 장보각은
동대총장을 지내신 지관 스님의 책이 보관되어 있답니다.
장보각 옆에 있는 샘물
졸졸졸 소리가 경쾌합니다.
맑고 깨끗한 물 한 모금 마시고 나니, 기운이 납니다.
어제 저녁까지 2챕터 마무리를 하느라 온몸이 욱신욱신 쑤셔 잠을 잘 못잤거든요.
이제 방으로 돌아가 커피 한 잔 마시고
어제 쓴 2챕터 다시 한번 읽어보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렵니다.
3박4일 백련사 템플스테이를 이렇게 마칩니다^^
언젠가 다시 오겠죠?
첫댓글 3박4일에 2챕터라... 엄청난데요?
절 두세군데 더 돌면 완성!
죽을힘을 다했기 때문에 더 이상은 불가능. 체력이 안 되어서...
@바람숲 그 집중력이 정말 부럽습니다.
@산초 무슨 엄살을...
@바람숲 엄살 아니고요, 진짜 저는 산만하거든요. ㅠㅠ 집중력 1도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