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화해·일치] 가난한 이웃이 행복한 한반도 평화 / 이원영
발행일2019-09-29
[제3163호, 22면]
한강의 기적이라는 산업화를 달성했고, 뒤이어 민주화를 일궈낸 우리의 역사는 세계사적 전환의 시기에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는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가 직면한 도전이다.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와 불평등의 확대, 4차 산업의 부상에 따른 산업 구조 재편, 사회의 활력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는 급격한 노령화의 진행 등은 사고의 틀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도전들이다. 이러한 도전의 근간에는 금융위기 이후 더욱 맹위를 떨치고 있는 제조업의 저성장, 금융업의 단기 이윤 확대와 같은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이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란 딴 세상의 한가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미래의 희망을 찾기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는 청년 세대들은 ‘민족’이라는 말부터 가슴에 다가오기 어려운 단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무대에서 벌어지는 국제관계는 국가의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매일매일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1년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평화는 부침을 거듭하면서 길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가장 기대가 작아졌을 때, 다시 새로운 계기를 만들면서 다시금 길은 이어졌다. 이는 남북과 북미 간에 협상이 진행되면 협상장에서, 아예 접촉이 끊어졌을 때조차도 주고받는 신호 속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전투는 남과 미국을 위시해 일본, 중국, 러시아 등도 참전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동북아 국가들이 국제무대에서 자국 이익이 침해 받느냐 확충되느냐 하는 것을 결정하는 전투다. 과거, 동북아 지정학에서 남북은 모두 강대국들을 대리해 출전하는 선수였다. 그러나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국제무대의 전투에서 남북이 공동 승자가 될 수 있는 길을 개척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통한 남북 협력을 통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새로운 도전을 극복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성장의 새로운 원천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야말로 남북이 함께 추구해야 할 창조질서의 보전을 통한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독자들을 만나 온 이 칼럼은 필자에게는 매주 독자들과 나누는 ‘평화의 인사’였다. 부족하고 미흡했던 칼럼이 독자들에게 한반도 평화에 대해 조금이라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길 빈다. 필자는 “가난한 이에게 귀를 기울이고 그에게 평화의 인사를 상냥하게 건네어라”(집회 4,8)는 말씀대로 가난한 이웃이 행복한 한반도 평화를 이뤄가는 또 다른 곳에서 독자 여러분들을 만나 ‘평화의 인사’를 건넬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한다.
※그동안 민족화해일치 칼럼 기고를 해 주신 이원영 연구원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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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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