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문화 강좌로 나가
전날 부산 화명생태공원을 다녀온 시월 중순 토요일이다. 강가에서 가을 운치를 느껴보고 구포 나루 축제를 구경한 걸음 ‘화명 가시연’을 남겼다. “유장한 강물 흘러 구포를 앞둔 화명 / 물길과 나란하게 경부선 철길 지나 / 둔치에 공원을 꾸며 시민들이 찾는다 // 물억새 이삭 나와 운치를 더한 습지 / 선홍색 꽃이 저문 가시연 넓은 잎은 / 무사가 가슴팍 가릴 방패처럼 보여라”
주말 날이 밝아오는 아침 이른 시간 자연학교 등교에 나섰다. 안민동에서 오는 102번 버스로 창원역 앞으로 나가 1번 마을버스를 탔다. 도계동 만남의 광장에서 용강고개를 넘어간 동읍 행정복지센터를 지났다. 다호리를 거쳐 주남삼거리에서 가월을 지난 주남저수지에서 내렸다. 거기서부터 가술까지 느긋하게 2시간 걸려 걸어갈 참이다. 옅은 안개가 살짝 끼어 걷히는 아침이었다.
주남저수지 둑길로 드니 어른 키보다 높이 자란 물억새가 이삭이 나와 곡식처럼 보였다. 지난여름 폭염과 가뭄이 대단해 발갛게 타다시피 시들다가 뒤늦게 내린 비를 맞고 회생했으나 생육이 부진했다. 물억새가 가뭄을 타 예년처럼 정상적으로 꽃을 피우지 못해 헝클어진 모습이었다. 물억새꽃 열병을 받으며 탐조 데크에 이르러 저수지 수면을 바라보니 연잎들을 시들고 있었다.
둑길을 따라 걸으면서 지난여름 대단한 폭염에도 피고 지길 반복하던 연꽃 송이들을 떠올렸다. 초여름에 짧은 장맛비 이후 마른장마로 강수량이 예년에 못 미쳐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낸 경지에 이르렀다. 뒤늦게 가뭄을 해갈시킨 단비는 내렸으나 아직 저수지 수면을 다 채울 정도는 아닌 듯했다. 탐조대 학습관을 지나 둑길을 따라 계속 걸어 주천강 물길 배수장에서 농로로 갔다.
외딴 농가 울타리에 석류와 모과가 영글고 낙엽이 진 벚나무는 꽃송이가 달렸다. 개량된 수종으로 한 해 두 번 꽃을 피운 벚나무였다. 낙엽이 지면서 가을에 꽃을 피우면서 내년 봄에 필 꽃눈이 맺어지는 듯했다. 벼가 익어 이슬이 걷히는 아침나절 콤바인이 굴러가며 타작이 이뤄질 들판을 지났다. 신동에서 장등으로 가니 노부부가 농수로 언저리 심은 콩과 팥을 수확하고 있었다.
가술에 닿아 대산 평생학습센터로 들었다. 주말이라 1층 노인대학은 문이 닫혀도 2층 도서관은 업무를 봤다. 열람실로 들어 10여 년 전 샘터사에서 간행한 ‘하루 한시’를 뽑아 읽었다. 대학에서 한문학을 가르치는 여섯 교수가 중국과 우리나라에 전하는 한시를 골라 풀어 놓은 책이었다. 대중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한시를 생활 속으로 끌어들여 쉽게 이해하게 하도록 한 책이었다.
주말임에도 평생학습센터 도서관으로 걸음을 함은 10시부터 문화 강좌가 열려 참석하기 위해서다. ‘스마트 에이징 6070’ 네 번째 강좌로 인생 레시피 만들기 시간이다. 조향사가 등장해 수업 재료들을 펼쳐 준비했다. 수강생 여덟 가운데 남자는 혼자라도 어색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지나간 시간에서는 사진으로 보는 인생 이야기를 나눴고 스마트폰에서 인공지능을 배웠다.
비염으로 후각이 둔함에도 갖가지 향수로 핸드크림과 향수병 제작에 적극 임했다. 문화 강좌를 마친 시내로 복귀하는 귀로에 ‘조향 수업’을 남겼다. “신중년 육공칠공 에이징 문화 강좌 / 손에 쥔 스마트폰 신기한 인공지능 / 궁금증 척척박사로 개인 비서 두었네 // 네 번째 공부 시간 조향사 모셨는데 / 갖가지 꽃향기를 코에다 맡아보고 / 마음 든 원액을 섞어 향수병에 담았네”
오후 일정은 북면 텃밭을 둘러보려고 온천장으로 가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식후에 텃밭으로 가니 일전 비가 내려도 채소는 물 부족을 느껴 시드는 기색이었다. 내일 저녁에 강수가 예보되어 물은 주지 않고 남겨둔 고구마를 마저 캤다. 귀로에 은퇴 후 화실에서 문인화를 그리는 친구를 주점에서 만나기로 한 저녁이다. 추석을 넘기고 오랜만에 보는 친구에게 고구마를 나누었다. 26.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