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엔블루라는 아이돌 밴드 그룹이 있다. 인디라고도 하고, 인디 출신이라고도 한다. 2010년, 본지는 씨엔블루와 뜻하지 않게 연을 맺은 바 있다. 표절 논란 때문이다.
알만한 분들은 아시겠고 기억들도 많이 나실 거다. 씨엔블루의 히트곡 <외톨이야>가 인디밴드 ‘와이낫’의 <파랑새>를 표절했다는 의혹이었다. 그때를 되씹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준비했다. 해도 되고 그냥 넘어가도 되는 비교 감상.
표절 소동이 가요계를 시끄럽게 달구던 중, 딴지일보 게시판(독투불패)에 닉네임 ‘커피천재바티스타’가 아래의 글을 투척한다.
이 글은 독투불패에서 엄청난 호응을 얻은 후, 각 포털과 커뮤니티에 옮겨가고 급기야 대한민국 웹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파랑새 음원차트 1위 만들기 운동’이 벌어졌고 본지의 파토 논설우원은 아래의 기사를 지원사격으로 내놓았다.
그리고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파랑새’는 딴지스와 네티즌들의 음원 구매에 힘입어 음원차트에서 ‘외톨이야’를 추월하는 기염을 토한다. 비록 잠깐의 일이었고, 파랑새 1위 만들기 운동도 며칠간의 에너지를 다 불태우고 사그라드는 운명의 수순을 밟았지만 여러 가지 의미로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와이낫 멤버들도 딴지일보에서 시작된 운동이 많은 힘이 되었다는 언급을 했던 게 기억난다.
그러나 와이낫은 씨엔블루와의 법정 소송에서 패소했다. 항고를 하지 않았기에 2심은 없었다. 수익 구조가 영세한 인디밴드의 현실상 법정 싸움을 이어가는 것은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법리적으로 이미 결론이 난 사안에 대해, 기사의 지면을 통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어쨌거나 서론은 여기까지다. 본지는 다시 한 번 씨엔블루 얘기를 하게 됐다.
1
인디 밴드 크라잉넛.
<말 달리자>로 유명한 이 밴드 모르는 분들 드물 거다. 작년 늦가을, 크라잉넛 소속사인 ‘드럭레코드’의 김웅 사장에게 전화를 받았다. 통화의 내용인즉슨,
“씨엔블루가 크라잉넛의 음악을 도용했습니다.”
(이하 본인은 ‘필’, 김웅 사장은 ‘김’)
필 : 표절인가요?
김 : 그거보다 더 심각하죠.
필 : 표절보다 심각한 게 있나요?
김 : 살다 보니 더한 것도 있는 모양입니다.
아니 대체 무슨 일이길래.
김 : 씨엔블루가 음악 방송에 나와서 크라잉넛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필 : 그게 문제가 됩니까?
김 : 일단 저희에게는 아무런 통보도 없었고요.
필 : 그렇다면 고의든 아니든 실수라고 치고, 그 쪽(씨엔블루)에서 사후 처리를 잘 하면…
김 : 아뇨. 씨엔블루는 크라잉넛의 노래를, 크라잉넛이 부르고 연주한 상태 그대로를 틀어 놓고 립싱크했습니다.
자, 이제부터 심각해진다.
김 : 그래 놓고는 크라잉넛이 부른 상태 그대로를, 그러니까 자기들이 부른 척한 그 영상을 자신들을 주인공으로 제작한 ‘스페셜 DVD’에 수록해 해외에 팔았습니다.
으악, 뭐냐 이거.
필 : 아니 그게 대체 가능한 일입니까?
김 : 글쎄 그게 가능 여부를 떠나 직접 겪은 일이라…
비슷한 통화를 몇 번 더 했다. 물론 이 시점에서 한 쪽의 주장만 믿는 것은 기자의 소양이 못 될 것이다. 어쨌든 만나서 이야기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동안 더 이상의 연락은 오지 않았다(밑에서 설명이 되겠지만,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다.). 해가 바뀌고 다시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이 있었고, 무슨 일이 생길 것인가. 설 연휴 전, 그를 만나러 이태원에 갔다.
2
출동 요원
1) 필독
2) 딴지일보의 고유 사진 이미지 생산을 홀로 책임지는 올림푸스 똑딱이
3) 21세기 첨단기술의 복합체이자 스티브 잡스 옹의 유작인 아이폰 4G와 거기 내장된 녹음 기능
장소
김웅 대표의 후배가 운영한다는 이태원의 한 식당
해당 사건에 대해 작년부터 이야기해 온 연줄이라면 연줄이랄까, 여하간 필자가 있지도 않은 공감대를 내세워 억지로 한 인터뷰. 김웅 대표는 만나자마자 노트북을 꺼내서 문제의 영상, 그러니까 씨엔블루가 크라잉넛의 목소리와 연주를 그대로 틀어 놓고 립싱크한 영상을 보여주었다. 곡은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必殺offside>. 자, 다같이 구경해 보자.
솔직히, 얼이 빠졌다. 세세한 논점들이 있을 것이고 다양한 근거들이 제시될 테지만, 또 나는 음악에 문외한이지만 그런 것들을 모두 제쳐두기에 충분하다. 저건 그냥 쟤네 목소리가 아니잖아. 저건 누가 들어도 크라잉넛의 목소리다. 아래는 유투브에서 찾은, 원본으로 추정되는 크라잉넛의 AR이다.
음원 도용의 명백한 증거가 어디 숨겨져 있는 것도 아니고, 버젓이 유투브에 있다.
김 : 지금 보시다시피 MR도 아니고 AR을 가져다 그대로 쓴 겁니다.
(참고 : MR은 다들 아시겠고, 다소 생소한 AR이란 연주와 목소리가 포함된, 즉 원곡이 사람의 퍼포먼스로 구현된 완전한 상태의 음원을 말한다. 그리고 아래 사진이 바로 드럭레코드 김웅 대표.)
필 : 아니 어떻게 이걸 이렇게 립싱크할 수 있는 거죠. 자기들 것도 아니고 남의 목소리를 립싱크하다니… 이건 법적 판단이고 뭐고 그냥 지금 단계에서 완전한 절도인데요? 이거 증거 다 있는 거죠?
김 : 이거 말고 더 큰 증거가 있나요.
필 : 아니 제 말은, 그러니까 법정에서 틀 음원 스트리밍이라던가, 아 뭐 그런 전문 용어는 제가 잘 모르지만, 뭐 음원이 그래프로 표시되는 뭐 그런 거…
김 : 당연하지요. 완벽히 일치합니다. 다 갖고 있습니다.
필 : 이걸 자기들 스페셜 DVD에 넣었다고요? 이 영상을?
김 : 네. 그리고 그걸 팔았죠. 저희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말입니다.
필 : 단순한 실수라든가, 고의는 아니라든가 그럴 수는 없습니까?
김 : 그러든 말든 일단 법리적으로 불법인 도용이고요.
필 : 네, 그거야 뭐…
도용이라니. 이거 사실이라면 도둑질이다. 뭐 똑같은 말이겠지만. 그렇지만 실수일 수도 있는 거 아닐까. 이제부터 그 이야기가 시작된다.
3
필 : 그러니까 벌써 법리적으로는 뭐 시작부터 끝난 거 같은데…
실수일 수가 없는 악의적인 도둑질일 혐의가 짙지만, 그건 짙은 거지 확정이 아니고, 필자가 판단할 문제도 아니다.
필 : 처음부터 시작해 보죠. 자, 먼저 씨엔블루가 AR을 슈킹한 거죠.
김 : 네. 2010년에 한 방송사의 음악방송에 나와서, 크라잉넛의 AR을 무단으로 썼죠.
첫째 크라잉넛에게 잘못을 한 거고, 둘째 시청자들을 속였다. 더 안전하게 말하자면, 시청자들은 ‘결과적으로 속았다.’
필 : 그런데 음원을 쓰겠다는 요청이라든지, 허가는 전혀 없었구요?
김 : 네, 저희는 전혀 요청받은 바가 없었습니다.
아니 그럼 어떻게 타인의 AR이 쓰일 수가? 알아보니 어떤 음원이 있고 그 음원이 저작권협회에 등록되어 있으면, 저작권협회와 방송사 등 다른 기관과의 계약 등을 통하면 ‘커버’는 가능하다고 한다.
‘커버’라? 여기서 잠깐 업계 용어 정리.
리메이크 : 원곡 저작권자의 승인을 받아 곡을 다시 써 달리 부르는 것.
샘플링 : 특정 부분을 말 그대로 ‘따’ 오는 것.
표절 : 불법 행위로서, 남의 곡을 베끼는 것.
어기까진 다들 아실 테고,
문제의 커버란 : 원곡 저작권자의 승인을 받아 곡을 자신들의 목소리와 연주로 부르는 것.
그러나 중요한 건…
씨엔블루가 한 건 커버가 아니라 AR 도용이라는 거다.
필 : 그러니까 커버 승인 받았다고 치고.
김 : 자, 커버 승인을 받았다고 칩시다. 어찌 됐든 우리가 불행해서 요청 연락을 못 받은 거라고 쳐요. 그럼 커버를 해야 하는데, 립싱크를 한 겁니다.
할 말이 없다. 원곡자들이 느꼈을 불쾌감이 상상되고도 남는다.
김 : 게다가 필살 오프사이드는 총 3가지 버전의 AR이 있습니다. 첫 번째 버전은 2003년 저작권협회에 등록 신청을 했어요. 그러니까 그건 저작권협회가 관리하는 게 맞습니다. 문제는, 씨엔블루가 훔쳐 쓴 AR이 세 번째 버전이라는 겁니다. 두 번째, 세 번째 버전은 아예 우리가 저작권협회에 등록 신청을 안 했어요. 그러니까 그 친구들은 저작권 협회에서 승인 받았다고 주장하는 그 음원 말고, 다른 음원을 도용한 겁니다.
역시나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고의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백 번 양보해, 어쩌다보니 그 음원이 AR째로 흘러나와버린 게 아닐까. 그렇다고 가정해도, 누군가의 실수에서 시작된 일이라 하더라도 이어지는 이야기가 문제다. 그걸 DVD에 넣어 팔았으니 말이다.
필 : 사건은 언제 인지하셨죠?
김 : 재작년 가을경입니다.
필 : 아니 2010년에 벌어진 일을 왜 해를 넘겨서 알게 되신 거죠.
김 : 교집합이 없잖아요, 크라잉넛이랑 씨엔블루가. 버젓이 방송이 됐어도 크라잉넛 팬층과 씨엔블루 팬층이 뭐 워낙 다르고, 서로 관심도 없고. 두 그룹이 한 방송을 볼 일이 없는 거죠. 우리도 그쪽에 전혀 관심 없어서 뭐 눈길 줄 일도 없는 거고. 그러니까 전혀 모른 채로 그냥 있었던 겁니다.
교집합이 없었다. 이해가 간다.
필 : 자, 그러면 이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질문할 차롄데… 사건 순서상으로 가죠.
김 : 이 사람들이 이걸 일본에 파는 스페셜 DVD에 이 영상을 골라서 수록한 겁니다. 그러니까 씨엔블루 스페셜DVD에 크라잉넛의 연주와 목소리가 수록된 거죠.
이거 뭐 무슨 과부 보쌈도 아니고.
크라잉넛 AR 쓴 거, 너무 확실하고 증명 자료도 완비되어 있다니까 할 말 없다. 그래도 대체 이런 짓을 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제정신이면 저런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점점 줄어드는 가능성이지만, 그래도 씨엔블루 측이 악의적인 도둑이 아닐 가능성은 전혀 없는 걸까.
공정을 기하기 위해 필자는 씨엔블루 측에서 최대한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물건 사다가 거스름 돈 빼먹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스페셜 DVD란 게 수 명에서 최대 수십 명까지의 인원이 회의하고 검토에 재검토를 거치고 눈이 빨개져라 편집을 했을 콘텐츠다. ‘깜빡’이니, ‘어쩌다 보니’라느니 하는 수사가 애초에 불가능하지 않은가.
필 : 거 참… 어찌 알게 되신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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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점입가경이 된다.
김 : 복제배포권이란 게 있습니다.
필 : 말 그대로 어떤 창작물을 복제해서 배포할 수 있는…
김 : 그렇죠. 우리는 필살오프사이드에 대해서 전혀 요청받지도 허가해주지도 않은 그 복제배포권… 일단 씨엔블루는 그걸 어긴 거죠.
필 : 그러니까 존재하지도 않은 복제배포권이 발생을 해갖고,
김 : 네, 그래가지고 일단 우리나라의 제작사가 DVD를 제작을 합니다. 제작을 해서, 해외배급권을 국내 방송사에 넘겨요.
필 : 아무래도 방송사가 배급에는 더 파워가 있을 테니까…
김 : 이 과정에서 DVD에 대한 모든 법적 책임은 제작사가 지기로 계약을 합니다. 여튼 그래가지고 이 상품이 최종적으로 일본의 배포사에게 넘어갑니다.
필 : 이해됐습니다. 국내 제작사에서 찍고, 방송사가 해외(일본)에 팔고, 일본 현지 업체가 일본에서 각 소비자들에게 팔고.
김 : 네. 그렇게 일본에서 만 오천 장이 팔렸습니다.
필 : 만 오천 명의 일본인이 크라잉넛의 목소리와 연주를 듣게 된 거고…(웃음)
김 : 그걸 이제 대만에서도 출시해 팔려고 한 건데… 한국 측과 협력이 덜 되어 있는 대만의 저작권 문제 때문에 확인차 우리에게 연락이 오게 된 거죠.
필 : 음…
김 : 우리는 뭐… 놀랐죠. 금시초문에다가, 요청받은 적도 없고 허가한 적도 없는 음원이, AR째 도용당해서 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겁니다.
필 : 자, 일단 외국 현지 업체는 책임이 없는 거고.
김 : 그렇죠. 방송사도 계약해서 팔았을 뿐이고.
필 : 제작사가 문제인데…
김 : 제작사에 연락했죠. 그랬더니 그 쪽에서도 세상에 그런 일이 있었냐고 놀라는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추리하자면 누군가는 거짓말을 했거나, 혹은 누군가는 연기를 했다는 얘기.
필 : 아니 지금 이 모든 얘기가 사실이라는 겁니까.
김 : 법정 싸움을 준비하고 있어요. 제가 설마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필 : 아니 참. 저도 믿기지가 않아서.
김 : 그래 가지고 인제 저희는 놀라고 분노하게 된 거죠.
필 : 제작사, 책임 있는 거 아닙니까.
김 : 물론이죠. 법리적으로 책임 있죠. 컨텐츠에 대한 국제적인 배포권이 왔다갔다하는 일인데… 그런데 제작사는 모든 잘못을 깨끗하게 인정했어요. 방송 체크 못한 거. 컨텐츠 관리 소홀했던 거. 하나하나 연락해서 확인하지 못한 거. 그거 다 인정하고 사과하더라고요.
필 : 법적 책임이 발생했을지언정, 깡패는 아니군요. 원래 돈이 깡패인 바닥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김 : 사실 뭐 애초에 싸움의 여지가 없는 사안이기도 했고… 그래서 합의를 제안하길래, 거절할 이유가 없어서 합의 봤구요. 그거 처리하는 데 또 일 년여가 걸린 거고.
필 : 여튼 제작사 오케이, 해결 봐서 떨어진 거고 인제 그거는.
김 : 그리고 이제 씨엔블루가 남은 거죠.
필 : 그게 작년 가을이었군요. 우리가 처음 통화했던. 여튼 사건을 알게 되고 법적인 싸움을 준비하는 게 늦은 이유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작년 가을에 바로 하지 않으시고?
김 : 제대로 싸우려고 준비했습니다. 대선 끝나는 거 기다렸죠.
필 : 그랬군요.
5
필 : 이건 꼭 물어보고 싶은데… 음 (AR이 도용당한)사실을 알았을 때 크라잉넛 멤버분들 반응은 어땠어요?
김 : 하하… 분노의 소용돌이였죠.
필 : 2월 13일 수요일날 기사 때리면 되는 거죠.
김 : 네, 그 전날(2월 12일 화요일) 소장 접수됩니다. 그 다음 날 터뜨립니다.
필 : 와 흥분된다. 이거 완전히 선전포고인데. 이 싸움 자신 있습니까?
김 : 자신이요? (피식) 제 자신이 뭔지 아십니까.
우린 가진 게 없어서 잃을 것도 없거든요.
필 : 그런데 말이죠, 아무리 증거가 확고하고 유리하다손 치더라도, 뭐 솔직히 까놓고 말하죠. 대중문화예술계에서 자본이 있는 쪽을 상대하기란 보통 일이 아니고, 그건 뭐 저보다 수백 배 더 잘 아실 거잖아요. 어떤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고. 그냥 현실적인 질문 하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실리적 입장에서, 전투 모두로 대응해야만 하는 건지?
김 : 저는요 싸우는 이유가, 저는 이 싸움을 이렇게 봅니다. 씨엔블루가 일전에 인디 쪽(와이낫)이랑 창작 시비가 있었고. 또 다른 인디들도 돈 있고 기획력 있는 사람들한테 이래저래 억울한 일 있어 왔고.
그런데 크라잉넛은 이 바닥(인디)에서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활동한 지 이십 년이 다 되어가고, 길바닥에서 여기까지 죽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크라잉넛이 무시당하면 다 가는 거다, 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이 정도 싸움에 쫄지 않는 거, 이 정도 수준의 반칙에 화낼 줄 아는 거. 이거 못하면 우리가 오늘도 기타 들고 홍대 앞에서 고생하는 애들한테 잘못하는 겁니다. 이거는 우리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는 이렇게 끝났다.
6
인디, 대중문화, 창작시비, 저작권… 본 기자 솔직히 뭐가 뭔지 잘 모른다. 아직 양측의 법적 대응이 진행되지도 않은 상태에서는 더더욱 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아마 ‘인디’라는 단어에 본지 논설우원 파토님보다 더한 지분을 요구할 수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본인도 한때는 인디 아티스트로서, 이 단어 자체를 처음 만들고 유통시킨 장본인이 파토이기 때문이다. 해서 씨엔블루에 대해 이야기한 파토 선배의 옛 기사 한 소절을 가져와 본다.
“니들이 함부로 손대지 말아야 하는 곳은 건들지 말라는 거다.
인디란 말이 성스러워서?
아니, 그 반대다. … 중략 … 인디는 단 하나 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 그건 바로 진정성이다. 마 원한다면 그 진정성의 머리에 담뱃재를 떨어도, 침을 뱉어도 좋다. 그러나 그걸 훔쳐서 팔아먹는 꼴만은 두고 볼 수 없다.
거기까지는 가면 안 되는 거였다. 그래서 니들은 거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
허나 온갖 소장과 벌금고지서가 난무하는 딴지일보 사무실의 현실상, 본 기자는 한 번 접겠다.
씨엔블루는 기획사의 인공적 육성이 아니라 정말로 일본의 길거리에서 자생한 밴드일 수도 있다. 워낙 잘해서 국내 기획사에 발굴되었을 수도 있고 실력을 가다듬기 위해 도장 깨기를 하는 격투가처럼 일본의 이 무대 저 무대를 갈아타며 사운드를 시전했을 수도 있다. 씨엔블루 멤버들과 기획사의 주장대로라면 말이다.
그러나 세상 어느 ‘자생적 밴드’가 저리도 당당한 얼굴로 남의 AR을 통째로 가져다 립싱크한단 말인가? 일견 신나 보이는 저 정성스런 연기는 한국 대중문화의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를 불쾌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최대한 호의적인 해석을 해 보자. 어떤 모종의 이유로 아무 의도 없이, 무대 위에 섰는데 저 AR이 흘러나왔고 일단 최선을 다해 대응한 거라고 치자. DVD 제작 판매 여부는 뭐 기획사 어른들이 알아서 하는 바람에 낄 틈도 없었다고 치자.
그렇다 쳐도 왜 씨엔블루는 말로라도 책임을 지지 않았는가. 남의 AR을 통째로 가져다 쓰고, 팔아놓고 모른 척 하는 게 상식적으로 될 법한 이야기냔 말이다. 씨엔블루가 주체적 아티스트이든 기획사에 소속된 상품이든, 그 이전에 세상을 살아가는 한 개인으로서 그들은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지 않았다.
법적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가수라는 직업 이전에, 예의란 게 있어야 하는 거다. 이 사건을 어떻게 생각할 지, 심정적으로 누구 편을 들 지, 그건 독자 여러분들의 몫이겠다. 본 기자는 다만 위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상, 크라잉넛이 씨엔블루에 열 받은 사연이었다.
P.S. 본지는 이 사건을 계속 모니터링하기로 한다. 법정공방이 있을 것이고 양측의 주장이 엇갈릴 것이다. 그 뒷이야기를 체크, 보강해 무규칙 이종매거진 [더 딴지] 4호에서 애프터서비스해드릴 예정이다. 그때까지 기다리다가 심심하면 딴지마켓(클릭)에 들어가 3호를 구매해 읽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