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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아돌프 히틀러의 마지막
2010.04.29 17:49
백승찬 기자
청산가리 삼킨 뒤 머리에 총 쏴
승승장구하던 소련군은 베를린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아돌프 히틀러가 18개의 방과 자가발전시설을 갖춘 지하 벙커에 들어간 지도 3개월이 넘었다. 나치의 모든 고위 장교들이 패전을 직감하고 있었지만, 히틀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전쟁을 독려했다. 헤르만 괴링, 하인리히 히믈러, 요제프 괴벨스 등 측근들과도 끝없이 회동했다.
최후의 순간이 다가오자 히틀러는 오랜 연인 에바 브라운과의 정식 결혼을 결심한다. 그리고 결혼 이튿날인 1945년 4월30일, 히틀러와 브라운은 청산가리를 삼킨 뒤 머리에 총을 쐈다. 히틀러는 유서에서 칼 되니츠 제독을 국가수반으로, 요제프 괴벨스를 총통으로 지명했다. 되니츠는 라디오 연설에서 “볼셰비키 적들로부터 독일을 지켜내겠다”고 말했으나, 허언임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되니츠의 독일은 5월8일 연합군에 무조건 항복했다. 반면 괴벨스는 히틀러의 유언을 따르지 못했다. 괴벨스 부부 역시 그들의 여섯 아이들을 죽인 뒤 자살했기 때문이다.
히틀러·브라운 부부는 남은 독일군들에 의해 성급히 화장됐다. 소련군은 히틀러의 유해를 가져간 뒤 오랜 기간 동안 보관 위치를 밝히지 않았다. 나치 추종자들이 히틀러를 기리는 추모비를 만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독일의 패전 기미가 짙어지던 43년쯤부터 독일군 내부에서도 히틀러를 죽이려는 세력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건이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을 중심으로 한 ‘발키리 작전’이다.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은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활약하다 왼쪽 눈과 오른 손가락 세 개를 잃은 용맹한 군인이었다. 그는 44년 7월20일 회의 중인 히틀러 옆에 폭탄 가방을 두고 나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폭탄이 터졌음에도 히틀러는 용케 목숨을 건졌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게 한 장본인 히틀러의 목숨은 다른 누구도 아닌 히틀러 스스로에 의해서만 거둬질 수 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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