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받침을 만든 뒤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린 시월 중순 월요일이다. 비가 그쳐가던 아침 지난번 원동 철길 굴다리에서 본 ‘담쟁이 단풍’을 사진과 함께 지기들에 보냈다. “시멘트 담벼락에 한 뼘씩 자리 넓혀 / 아득한 암벽 등반 잎사귀 무성해져 / 허공에 베를 짜듯이 그물망을 엮는다 // 나무가 아니면서 계절감 먼저 알아 / 상강을 앞둔 절기 본색을 드러내니 / 나이테 두르지 않고 단퐁으로 물든다”
상강이 나흘 앞으로 다가와도 남녘에는 단풍은 아직 이르다. 설악에서 불붙은 단풍은 야밤에도 산등선을 넘어 남으로 내려올 테다. 서리와 무관하게 낙엽이 일찍 지는 벚나무는 우리 지역에서도 나목이 되어가나 다른 수종은 청청한 잎을 보인다. 도심 가로수 느티나무가 조금씩 갈색을 띠고 흙살이 적은 곳에 뿌리 내린 은행나무가 지난여름 가뭄으로 노란색을 띠어가는 정도다.
월요일은 서부권 진북면으로 나가 목공 강좌를 수강하는 날이다. 101번 버스로 마산역 광장으로 나가 농어촌버스 출발지에서 진전 상평으로 가는 75번 버스를 탔다. 어시장과 댓거리를 지나면서 근교 촌로를 승객으로 태워 밤밭고개를 넘어 진동으로 갔다. 환승장을 둘러 나와 동촌을 지난 진북면 행정복지센터에서 내렸다. 옛 오일장 장터 들어선 교육장 상생협력센터를 찾아갔다.
10부터 진행된 목공 교육 두 번째 수강이다. 앞 시간 안면을 익힌 강사는 재료를 준비해 나타났다. 마산합포구 오동동에서 공방을 운영하면서 학교 창의적 재량 활동이나 기관 프로그램 강사로 위촉받아 나오는 분이었다. 수강생들은 진북 거주 여성들과 내서읍에서 몇 분 나왔다. 창원에서 나간 이는 내 말고 한 사람 더 보였고, 수강생들은 다수가 여성인데 남자는 한 사람 더 있다.
지난 시간은 다양한 나무의 질감을 만져보고 현미경으로 나이테를 확대해 보기도 했다. 이번 시간은 각이 진 얇은 나무 조각들을 봉지에 담은 재료를 받았다. 테이블 위 올려놓고 퍼즐을 맞추듯 무늬를 만들어보라 했는데 나는 성을 쌓거나 집 모양을 띤 구상체를 꾸며봤다. 강사는 정육각형 바탕에 테를 둘러 짠 틀을 주면서 얇은 나무 조각을 거기 채워 무늬를 완성하십사고 했다.
강사는 먼저 완성된 작품을 보여주며 정육각형 틀에 넣을 나무 조각을 본드로 붙이게 했다. 때로는 사포로 문지르기도 하며 세모꼴이나 마름로도 된 조각들을 틈이 없도록 채워 끼워 접착제로 붙였다. 이후 윤이 나게 니스로 칠해서 문지르니 결이 아름다운 육각형 찻잔 받침이 완성되었다. 보조강사가 테이블을 순회하며 재료를 나눠주거나 보충해 수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다음 시간은 인두화에 해당하는 우드 버닝을 한다는데 미적 감각을 살려볼 기회가 되지 싶다. 교육장을 나와 옛 장터 구석 돼지국밥으로 점심을 먹고 오후 일정이 기다렸다. 지난주는 광암 바닷가를 거닐고 해수욕장 모래톱에서 맨발로 걸었다. 이번은 진전면으로 가는 버스로 신기에서 내려 율티 연안으로 갔다. 작은 섬들이 점점이 뜬 맞은편은 당항포로 이어지는 창포가 드러났다.
대형 조선소로 납품될 철골 구조물을 생산하는 공장을 돌아 선두마을로 갔다. 포구에는 어선이 몇 척 묶여 있고 방파제 서낭당은 남근 형상 석물이 인상적이다. 서낭당 앞 포구나무가 소나무를 껴안듯 연리지로 자랄 두 그루 중 소나무가 재선충에 고사해 안쓰러웠다. 선두에서 모롱이를 돌자 뒷개였는데 장기마을 뒤여서 그렇게 부른다. 멸치 건조장에서 말린 멸치를 한 상자 샀다.
선두에서 장기로 나가 고현에 이르는 길은 지역 특산물에서 딴 ‘미더덕'로 명명했다. 진동만 일대는 미더덕이 가득 나와 사월에는 축제도 열었다. 가을날 해수면은 호수처럼 잔잔해도 부표 아래는 굴처럼 수하식으로 기르는 미더덕이 자라고 있을 테다. 고현 어촌 체험 마을 방파제로 가니 연안 공룡 화석은 조금 물때가 아니라 바닷물이 채워져 볼 수 없어 귀가 발길을 재촉했다. 26.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