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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일 씨의 첫번째 앨범 <시동을 걸었어> |
제주도에서 생활한 지 1년 6개월. 그가 새 앨범을 세상에 내놓는다. 아침저녁으로 어린이집 차량 운전을 하고, 어린이집 근처에 작은 작업실을 구해 노래를 만들었다. 주말마다 서울에 와서 음반 녹음을 했고 텀블럭 소셜 펀딩으로 제작비를 모금했다. 모금액은 목표액을 뛰어 넘었다. 목 상태가 완전히 나아진 건 아니지만, 제주의 자연이 자신을 회복시켜 주는 것을 느낀다 했다. 결국, 음악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첫 앨범인데, 만족스러우세요?”
“네. 솔직한 음반 같아요. 지금의 내 모습, 내 고민을 그대로 담았어요. 미화시키지도, 부풀리지도 않고요”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를 꼽는다면 어떤 곡일까요?”
“음, 어렵네요. 쉽게 나온 곡이 없거든요. 한 곡 한 곡 힘든 상황에서 나와서인지 모두 애착이 생겨요. 다만 음반에서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잘 드러나는 곡이 뭐냐고 한다면 ‘나에게로 가는 길’이란 곡이예요.”
누군가 내게 말했지 사는 게 너무 느린 것 같다.
무수한 것들을 놓치며 답답하게 살아간다고
나또한 그런 날 보며 끊임없이 자학을 했지
변할 줄 모르는 내 자신에 잔인하게 욕을 해댔지
무기력하게 시들어 가는 절망 속에 지쳐만 가는 안쓰러운 나를 보았지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는
너무 멀리 찾아 헤멨나
다른 곳만을 바라 보았나
내속에 있는 무한한 에너지를 난 믿을 수가 없었나
-조성일 1집 앨범 <나에게로 가는 길>
결국, 내가 나를 토닥여줘야, "괜찮다고, 내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나 자신과 싸우고 결국 화해하는 노래예요. 자학이 심했거든요. 실수를 하거나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 견딜 수가 없었죠. 어느 순간 거울 앞에서 내 모습을 봤어요. 결국 내가 나를 토닥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느리건, 답답하건 나는 그냥 나를 믿고 나만의 흐름대로 가면 되는 거야. 그러니까 괜찮아’하면서요. 그런 고민을 음반에 담았어요.”
그는 자신을 향한 이 위로가 결국 세상을 위로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민중가요가, 길거리에 내몰리고 상처 입은 이들에게 ‘힘내서 나가 싸우자’고 말하기 전에 ‘많이 아프니? 힘들겠다’하며 공감해 주길 바란다. 사람들의 일상을 어루만지기를 바란다.
자신과 세상을 향해 ‘괜찮다’고 노래하는 그에게 계속 민중가수로 불리고 싶은지, 그렇게 불러도 될지 물었다. 그는 “언젠가 감사하게도 그렇게 평가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굳이 따지자면 저항가수 정도가 적당할 듯 하다”고 답한다. 민중가수는 그에게 가볍게 불리울 수 없는, 소중하고 묵직한 호칭이기 때문이다.
“가끔씩 공연장에서 ‘민중가수 누가 오셨습니다’ 이렇게 소개하잖아요. 저는 '민중가수'가 함부로 부를 수 있는 호칭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꽃다지를 민중가수, 혹은 민중노래패라고 하는 건 맞아요. 역사 속에서, 현장 속에서 그런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 왔으니까요. 민중가수는 앞으로 저의 지향점이죠.”
첫 번째 솔로 앨범, 나의 맨 얼굴로 세상을 위로할 수 있다면
활동한지 20년이 넘는 꽃다지에게 붙는 수식어는 ‘희망의 노래’다. 그들은 자본이 모든 빛나는 가치를 삼켜버린 시대에, 꿋꿋하게 소중한 가치를 노래해 왔다. 자신들이 담아내야 할 메세지와 음악의 완성도에 대한 긴 고민의 시간 끝에 세상에 내 놓은 노래들은 이전보다 훨씬 삶의 맨 얼굴에 가까웠다. 자기 이야기를 하듯 써 내려간 노래들에는 녹록치 않은 세상을, 그 속에서의 좌절과 분노, 서글픔을 외면하지 않고 그대로 담아냈다. 세상을 직시하면서 부른 희망은 이전보다 작은 소리일진 몰라도 훨씬 살가워졌다. 그래서 그들은 여전히 '희망의 노래 꽃다지'다.
그 긴 고민의 시간을 함께 했던 조성일 씨는 이제 홀로 서기를 시작한다. 진짜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했다. 결국 날 것의 자기 얼굴이라야 진짜 힘이 될 수 있고, 진짜 힘만이 세상을 위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음반발매일인 8월 17일. 홍대 롤링홀에서 그의 첫 번째 단독 콘서트가 열린다. 두려워하고 자책하는 시간의 끝에서 자신을 위로하며 만든 그의 노래가, 자기만의 길을 향해 첫 발걸음을 내딛는 그의 맨얼굴이, 당신의 어깨를 토닥여 줄 듯 하다.
씩씩하지 않아도 괜찮아. 힘들고 고단하다고 말해도 괜찮아. 울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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