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벌레님 대단하십니다...
그 많은 분들을 다 기억하시고,
모든 님들의 좋은 책과 구절을 센스있게 해설과 함께 올려주시다니...
역쉬 대학원 수석은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 봅니다.^^
따뜻하고 풍성했지만, 다소 어수선했던 토욜 정모를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답니다.
앞으로 좋은 책과 글, 다양한 생각...많이 나누었으면 합니다.
: 역시나 이번 정모도 알차고 보람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정모의 분위기나 그날의 사건들에 대해서는 이미
: 여러 님들께서 올리셨으므로 저는 님들께서 소개하신
: 좋은 책과 구절을 얘기하는 것으로 후기를 대신합니다.
: 부족한 기억력과 빈약한 상상력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니
: 착오가 있더라도 이해하시고, 혹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 고쳐주시기 바랍니다. 발표순서를 따르겠지만, 역시
: 맞는지는 자신할 수 없습니다-.-
:
:
: 먼저 짱님, 문태준 시인의 <호두나무와의 사랑>이라는
: 시를 읽어주셨습니다.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신
: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문태준의 시는 여전히
: 난독증(難讀症)을 불러일으키고, 유려한 리듬이 없어
: 매끄럽지 않지만, 그가 지닌 투박함과 묵직함이 오히려
: 시집을 관통하는 매력으로 작용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문태준 시인이 신경림의 농촌시를 계승하고 있다는 평이
: 있지만, 그의 시는 기존의 농촌시와는 다른 면모를 보이는
: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것은 그의 시가 유승도와는 다르게
: 향수와 현실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춤을 추고 있는 까닭
: 이겠습니다. 그가 노래하는 농촌은 공동체적인 삶의
: 풍성함이나 가슴따뜻함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입니다. 이제
: 그런 미덕이 다만 화석화한 채로 남아있는 공간이지요.
: 1970년대의 경북 김천의 태화리와 2000년의 태화리가 같은
: 공간일 수는 없겠지요. 그 두 공간을 시간이라는 매개체가
: 격리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문태준의 시를 볼 때 시간과
: 공간이 다른 차원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문태준의
: 시가 농촌을 얘기하면서 시간에 대한 인식 쪽으로 흘러
: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인 것 같습니다.
: 화석화한 시간과 공간에 대한 탐색, 문태준 시인의 시가
: 보여주는 것은 그 탐색의 자세라고 생각됩니다.
: 문태준 시인은 [수런거리는 뒤안](창작과비평사,2000)
: 이라는 한 권의 시집을 상자했습니다.
:
:
: 두번째로 스마일엔젤님께서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 에서 몇 구절 읽어주셨습니다. 영원한 고전으로 남을 만한
: 책이지요. 엔젤님의 안목은 탁월했습니다.
: 그런데, 페이지를 자주 넘나드는 엔젤님의 왕성한 상상력과
: 입담에 그만, 제가 어지러워서 정리는 제대로 못했습니다.
:
:
: 그 다음은 벌레가 장석남 시인의 <옛 노트에서>라는 시를
: 읽었습니다. 시 게시판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
: 네번째로 강신규님께서는 [전라도죽이기]로 유명한 전북대
: 강준만 교수님의 일련의 책들을 추천하셨습니다. 이 시대의
: 깨어있는 진보적 지성이라 할 수 있는 강교수님의 글 꼭들
: 읽어보세요. [김영삼 이데올로기](개마고원에서 출판)를
: 예로 들면서, 혼란의 시대에 비판적 안목을 지니고 산다는
: 것의 중요성에 대해 강신규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
:
: 다음은 소리님께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짓고 이세욱이
: 옮긴 [여행의 책](열린책들,1998)에서 좋은 구절을
: 읽어주셨습니다. 인사말의 몇 구절이었는데요, 내용은
: 직접들 읽어보셔야 하겠지만, 욕심을 내서 정리해보면
: 다음과 같습니다.
: 명상(mind control이라고 해도 무방하겠군요)을 통해
: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참된 자유와 풍부한 사유의
: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라는 내용이었던 듯합니다.
:
:
: 카프리님께서는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 몇 구절을 소개하셨습니다. 인간의 근원적 존재조건에 관한
: 철학적 물음으로 가득한 책입니다. 여러 곳에서 출판이
: 되었는데, 카프리님께서 갖고 계신 것은 소담출판사에서
: 출판된 것이더군요.
:
:
: 찌니님은 원태연의 <모습>(맞나요?)이라는 시를 읽어
: 주셨습니다. 열여덟살의 감성에 딱 맞았던 모양이지요?
: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내용의 시였던
: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
:
: 바부탱이님은 수능을 치른, 아직은 고3인 젊은이인데요,
: 11월 정모후기를 보고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를 읽어
: 보았지만, 아직은 시를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말씀을
: 하셨습니다. 차차 나아지겠지요. 현대시는 어려운 게
: 많아서 시간을 두고 읽어가야 한답니다.
: 그리고, 도올 김용옥 선생의 강의가 인상깊었다는 말씀도
: 하셨는데요, 그분의 강의내용중 김수환추기경을 소개한
: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하셨습니다. 참된 종교인은
: 자신의 믿음을 남에게 강요하는 사람이 아니라, 진정으로
: 타인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
:
: aha님께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하하, alice님께서
: 아하님의 바로 뒤에 앉아계셨었답니다.)를 다시 읽어볼
: 것을 권하셨답니다. 그 속에는 우리가 허투루 읽고
: 지나쳤던 구절들이 있다고, 훗날 읽어보니 의미심장한
: 부분들이 많았더라고 하셨습니다. 구체적인 부분을 하나
: 예로 드셨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죄송
:
:
: 박지선님은 [전태일평전] 읽어볼 것을 권하셨습니다. 많은
: 분들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근로기준법 사수'를
: 외치며 분신하셨던 청년노동자의 생애는 결코 우리의 가슴
: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불타오르겠죠?
:
:
: you님께서는 김용택의 <참 좋은 당신>이라는 시를 읽어
: 주셨습니다. [그여자네 집](창작과비평사,1998)에 실린
: 시인가요? 제가 그 책을 선물한 바람에 기억이 나질
: 않는군요. 김용택 시인 특유의 살가움이 잔뜩 묻어나는
: 시였습니다.
:
:
: 지니천사님은 부제가 "四月 義擧 學生父母의 넋두리에서"
: 라고 붙은 조지훈 선생의 <사랑하는 아들 딸들아>를 읽어
: 주셨습니다. 게시판에 올리신 글을 보면, 감각이 톡톡
: 튀시던데, 역사와 사회에 대한 관심까지 함께 지니셨으니
: 지니천사님은 좋은 글 많이 써주셔야겠습니다^^
: 이 시는 1960년 4월 19일의 사일구의거에 대한 추모사라고
: 할 수 있겠습니다. 부모와 조상이 지은 죄를 대신해 어린
: 학생들이 속죄양처럼 죽어간 것에 대해 사죄하는 내용이고,
: 더 나아가 역사의 진보에 대한 건강한 믿음을 피력한 시죠.
: 조지훈 시인의 [여운]이라는 시집에 실렸구요,
: [조지훈전집]1권(나남출판,1996)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
:
: 아이리스님은 현각스님의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를
: 소개하셨습니다. 서양에서는 이성에 근거한 합리주의가
: 한계를 드러내자 새삼 동양의 신비에 관심을 집중하고
: 있는데요, 현각스님이 그 추세의 중심에 있다고 해도
: 과언은 아니겠죠? 하버드에 다니다가 스님이 되기까지의
: 과정을 따라가 보는 것도 흥미로우니 아직 못 읽으신 분들
: 꼭 한 번 읽어보세요.
:
:
: 와룡님은 준비를 못한 상태에서 기억을 해내려니 어렵다고
: 솔직하게 말씀하시고 즉석 자작시를 읽어주는 기지를
: 발휘하셨습니다. 서로를 잘 모르지만, 이런 만남을 통해
: 서로에게 의미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 참 아름다운
: 것일 거라는 '정말 아름다운' 시였습니다.
:
:
: 김군님께서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민음사,1988)중 1부 17장을 소개하셨습니다. 여러모로
: 애쓰느라고 정신없이 뛰어다니다가 얼결에 지명을 당해서
: 얼굴이 새빨개진 상태로 읽으셨답니다.
: 우리는 우리의 사랑이 필연인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은
: 지극한 우연이 아닐까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주인공 토마스가
: 테레사와의 사랑이 단지 우연에 불과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 인식하게 되는 내용은 상당히 아프죠. 실은 우연만이 가장
: 든든한 필연이자 당위가 아닐까 저는 생각했습니다.
:
:
: 앨리스님께서는 하종오 시인의 시를 두 편 읽어주셨습니다.
: 더 많이 준비하셨다는데 시간관계상 두 편만 읽으셨고,
: 시게시판에 소개하신다니 다들 조회수 많이 올려주십시다.
: <분당동이 아비들하고 통일동이 아이들하고>라는 시 참
: 좋았습니다. 역사에 대한 건강한 전망이 담긴 튼튼한
: 시였습니다.
:
:
: 코코님은 도종환의 산문집 [모과]에서 몇구절(표지구절?)을
: 소개하셨습니다. 제 몸을 쭈그려뜨림으로써 모과는 향기를
: 만들어간다는 의미심장한 구절이었습니다. 김중식시인의
: <모과>라는 시가 연상되더군요.
:
:
: 중독의 세계님도 당황스러워하다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 산문집에서 몇 구절 읊어주셨습니다. 기억력 대단해요...
: 그 중에는 '삶의 힘이 되는 말' 게시판에 중독님께서
: 올리셨던 구절도 있더군요. 중독님의 기억력을 확인하고
: 싶으신 분들은 게시판에 들러보시면 되겠군요^^
:
:
: 가을님께서는 칼릴 지브란의 글을 소개하셨습니다. 한때
: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명상시인(이라고 하면 맞겠나?)이죠.
: "나는 즐거이 나그네이고자 한다."라는 구절이 기억에
: 남습니다.
:
:
: 블루문님께서는 이철수의 판화산문집 [소리하나]에서 몇
: 구절을 읽어주셨습니다. 저도 이철수님 좋아해서 월초에
: 학고재랑 아트스페이스랑 들러봤는데, 참 좋았습니다.
: 블루문님께 다시 들어봐도 여전히 좋았습니다. 농사를
: 지으면서 자연과 호흡하는 사람의 크낙한 마음이 이철수의
: 판화에는 들어있죠. 우주에 대한 선(禪)적인 깨달음도
: 담겨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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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나님 역시 난감해하시다가 강원도 정선을 여행하면서
: 수첩에 적어두셨던 여행기를 읽어주셨습니다. 짧은 여행의
: 기록 얼른 연재하시길 기대합니다. 여행기에서는 강원도의
: 냄새가 물씬 풍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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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쪼꼬파이님께서도 바삐 왔다갔다 하시다가 마지막으로
: 발표를 하셨습니다. 장 코르미에가 쓴 [체 게바라 평전]
: (실천문학사, 2000)에서 멋진 한 구절 소개하셨습니다.
: 표지를 넘기면 화보 첫장에 게바라의 얼굴과 함께 이런
: 구절이 있죠.
: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 그러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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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여기까집니다. 분명 잘못된 게 있을 거에요-.-
: 뒤에 발표하신 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제가 기억하는
: 건 여기까지가 끝입니다.
: 혹 빠진 분이 계실까 하는 게 가장 큰 걱정이네요...
: 많은 분들과 얘기를 나누지 못해서 더 그럴 겁니다.
: 너무 아쉬웠어요, 담엔 더욱 많은 분들과 대화할 수
: 있기를 바랍니다.
:
: 이번 정모처럼 알찬 시간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바라구요.
: 정모가 담아내지 못하는 만남은 글로하는 만남에서
: 보충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모두들 건필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