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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파트 1편입니다. 법정파트는 역전재판 느낌을 내보려 했지만 그게 쉽지는 않네요. 분량은 이번편이 조금더 많습니다.
다들 비 피해가 심한 요즘인데 비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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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암살 미수에 이은 왕자 암살 미수라는 사건은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기에는 충분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재판에는 이미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이 모여 재판을 지켜보고 있었다. 판사는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눈빛에 지지 않겠다는 듯 큰 목소리로 재판의 시작을 알렸다.
“왕자 살해미수 사건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변호 측 검사 측 준비는 되셨습니까?”
올리버 검사는 자신의 머리를 단정히 만지며 대답했다.
“검사 측 준비되었습니다.”
평소와 달리 파란색 양복을 입은 세르니온은 익숙지 않은 옷에 불편함을 느꼈다.
“변호 측 준비되었습니다.”
“그럼 법정 시작하겠습니다. 검사 측 사건 설명 부탁드립니다.”
올리버 검사는 다시 한번 머리를 어루만지며 설명을 시작했다.
“본 사건은 왕자님이 인간마법사에게 살해미수를 당한 사건입니다. 사건이 일어난 시간은 밤 11시로 추정합니다. 용의자 시엘은 왕자가 있는 광장으로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 왕자를 흉기로 찌르게 됩니다. 그러나 왕자는 바로 쓰러지지 않았고 용의자를 공격하게 되었고 서로 기절하게 됩니다. 그리고 기절에서 깨어난 용의자는 목격자에게 발견되었습니다.”
“왕자님을 암살하려 하다니 정말 끔찍한 사건이군요.”
판사가 표정을 일그러뜨리자 세르니온은 책상을 두 손으로 쾅 치며 말했다.
“아직, 그녀가 살인했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성급한 단정은 하지 마십시오.”
“그건 목격자의 증언으로 입증될 것입니다.
“그럼 검사 측 목격자를 부르세요.”
검사가 부른 목격자는 다름 아닌 코코였다. 세르니온은 침을 꿀꺽 삼켰다.
“본인의 이름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코코입니다.”
“코코씨가 본 그날의 모습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코코는 자신이 본 광경을 차분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날. 새벽 왕자와 만나기로 했습니다. 장소는 광장이었습니다. 평소에도 그곳에서 왕자를 만났기에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1시쯤 시엘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안개가 발생했고 저는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싶어 그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광장에 도착했을 때 피투성이로 쓰러진 왕자와 시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코코의 증언이 끝나자 법정에 사람들의 술렁임이 퍼졌다.
“뭐야 그럼 저 인간이 죽인 거야?”
“다른 가능성이 없잖아?”
이야기를 듣고 난 판사는 더 이상 재판이 필요 없다는 듯 말했다.
“음 증언에 이상한 점은 없어 보이는군요. 반론이 없으시다면 여기서 결론을.”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내려던 재판을 세르니온이 막아 세웠다.
“잠깐!”
“네?”
“아직 변호 측 심문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변호 측은 심문을 요구합니다.”
“이렇게 명확한 사건에 심문이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허락합니다.”
세르니온은 천천히 나가 코코를 바라보았다. 둘 사이에는 슬픔과 어색함이 흘렀다.
“코코씨 평소에도 왕자님을 광장에서 만나셨다고 하는데 정말인가요?”
“예, 왕자와 광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많이 나누곤 했습니다. 광장에는 새벽에 사람들의 드나들지 않기 때문에 그곳이 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어디서 시엘씨를 목격한 거죠?”
“왕궁 접대실 이였습니다.”
판사가 둘의 심문에 끼어들었다.
“잠깐만요 접대실 이요? 왜 당신이?”
“그건 말하지 않겠습니다.”
올리버 검사가 오른손가락으로 안경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건 왕자님과 목격자의 개인적 일이니 넘어가기로 하시죠. 실제로 검사는 그곳에서 광장이 보이는지 확인해보았습니다.”
“그래서 어떻든가요?”
“분명 그곳에서는 광장에 있는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올리버 검사는 무언가 말을 덧붙이려 했지만, 잠시 생각하다 말을 끝냈다. 그리고 세르니온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잠깐! 검사님은 지금 말을 이상하게 멈췄습니다. 뭘 더 말하고 싶었던 거죠?”
“검사 측 여기는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는 것을 추구하는 법정입니다. 방금 하려던 말마저 하세요.”
올리버 검사는 혀를 한번 찬 후 대답했다.
“다만, 정확하게 누구인지 얼굴을 구별할 수는 없었습니다.”
세르니온은 양 허리에 손등을 얹힌 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코코씨의 증언에 모순이 생깁니다. 코코씨는 분명 시엘씨의 모습을 확인했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확인이 되지 않았던 거군요.”
“그건…. 이유가 있습니다.”
“그럼 그 이유를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분명 그때 광장에 있던 인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누구인지는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안개가 발생하고 제가 광장으로 달려가는 10분 정도의 시간 동안 그곳에서 다른 사람이 나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도착한 곳에서 시엘씨를 봤기에 저는 제가 본 사람이 시엘씨임을 확인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빠져나가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합니까?”
“네 왕궁 집무실부터 광장까지 달려가는 길이 뚫려있기에 다른 사람이 오갔다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분명 없었습니다.”
“그러면 다른 질문을 하겠습니다. 분명 왕자님은 범인에 의해 복부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어떤 흉기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혹시 검사 측에서 증거물을 회수했나 싶어서 질의했지만 검사 측도 흉기를 확보했다는 말은 없었습니다.”
세르니온의 질문에 코코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코코의 당황스러운 표정을 본 세르니온은 속으로 기뻐했지만, 올리버 감사는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
“후후후, 검사 측은 분명 흉기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분명 범인은 어떤 방법을 통해 흉기와 함께 현장에서 사라진 게 됩니다.”
“과연 초보 변호사의 싸구려 추리군요. 분명 저는 흉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지 흉기에 대한 입증이 불가능하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네에?”
“실제로 범인이 사용한 것은 마법입니다. 그것도 얼음 마법.”
올리버 검사의 ‘얼음 마법’이라는 한마디에 법정 모두가 놀란 표정이 되었다.
“!!!”
사람들의 놀란 표정을 즐기며 올리버 검사는 말을 이어나갔다.
“이미 관련 증언은 확보했습니다. 용의자 시엘은 얼음마법을 사용할 줄 압니다. 그리고 왕자님의 상처 부분은 그냥 검에 찔렀다기에는 상처 부분이 속부터 얼어붙었다고 되어있습니다. 즉 용의자는 얼음 마법으로 단검을 만들어 찌른 후 단검을 없애버린 겁니다. 그렇다면 누구도 흉기를 찾아낼 수 없기에 목격자만 없다면 완전 범죄가 되는 것이지요.”
올리버 검사의 말에 다시 법정의 분위기가 소란스러워지며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얼음 마법?”
“설마 그 저주받은 얼음 마녀인가?”
세르니온은 책상을 내리쳤다.
“그런 억지가?”
“억지라고 말한다면 다른 가능성을 제시해주시겠습니까? 분명 그곳에 빠져나간 사람은 없고,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다른 방법으로 왕자님을 해할 수 있었는가?”
“으으으.”
“보십시오. 변호 측은 어떠한 반박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목격자와 검사의 완벽한 추리로 인해 흉기, 범인, 피해 시간까지 모든 것이 완벽해졌습니다.”
의기양양한 올리버 검사의 표정을 보던 세르니온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증거물을 떠올렸다. 그리고 강하게 책상을 내리친 후 올리버 검사에게 자신의 검지를 들이댔다.
“이의 있소!”
“???”
아까와 반대로 이번엔 세르니온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올리버 검사를 압박했다.
“검사님은 분명 말씀하셨습니다. 왕자님이 얼음으로 된 단검에 찔렸다고. 그렇기에 상처 부분이 이상하게 얼려져 있었다고.”
“그렇죠.”
“그렇다면 이상한 게 있습니다. 변호 측은, 이 황금 시계를 제출합니다.”
세르니온이 제출한 시계를 본 판사는 빛을 보며 감탄했다.
“오 멋진 시계군요. 그런데 이게 왜?”
“그 시계에 있는 문양을 잘 봐주십시오.”
“음 이건 왕가의 문양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이 시계는 바로 왕자님의 방에서 찾은 시계입니다.”
판사는 놀라며 올리버 검사를 바라봤다.
“뭐라고요! 검사 측 그런 말은 없지 않았습니까?”
예상치 못한 증거품에 올리버 검사가 당황한 기색이 느껴졌다.
“분명 검사 측이 현장을 봤을 때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네 이건 변호 측이 현장에서 찾아낸 것으로 커튼 뒤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병사들이 제대로 현장을 보지 않은 것 같더군요.”
“도대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검사 측에 책임을 물겠습니다. 그런데 이 시계가 어떻다는 거지요?”
“시계를 잘 봐주십시오. 황금빛 시계가 오염되어 있지 않습니까?”
판사는 세르니온의 말을 따라 시계에 묻은 얼룩을 보았다.
“그렇군요. 이 검붉은 게 시계의 빛이 바래게 하고 있군요. 근데 이건 뭐죠…. 이건 피 아닙니까?”
“맞습니다. 피입니다. 범인에게 습격당할 당시 왕자님의 피겠지요. 분명 검사 측은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상처 부분이 속부터 얼어붙었다고.’ 그런데 분명 현장에서 발견된 왕자님의 몸에도 이 시계에도 피가 묻어있습니다. 이건 명백히 검사 측의 주장과 모순됩니다.”
세르니온의 말을 들은 올리버 검사는 일부 머리가 빠졌다.
“아아악!”
판사는 놀라는 사람들을 진정시키기 바빴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변호인 설명하세요.”
“복부의 상처와 얼어붙은 흔적의 순서가 뒤바뀐 겁니다. 그날 왕자님은 범인에게 습격을 받아 복부에 자상을 입었습니다. 그리고 범인은 이후 왕자의 복부에 얼음마법을 이용해 상처를 얼어붙게 한 겁니다. 마치 얼음마녀가 이 범행을 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요.”
올리버 검사가 책상을 치며 반박했다.
“말도 안 됩니다. 지금 변호인의 주장은 단지 억지 주장일 뿐입니다. 그 피가 언제 묻은 것인지 확인할 수 없지 않습니까?”
“물론, 그걸 입증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라면 황금 시계에 저 정도의 피가 묻을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설령 묻어다 할지라도 보통이라면 그 피를 닦아냈겠지요.”
“하지만 그렇다면 이상합니다. 왜 저 시계가 다른 곳도 아닌 왕자님의 방에서 발견된 겁니까? 왕자님이 습격당한 장소는 바로 광장이었습니다.”
“분명 검사님은 그렇게 주장하셨죠. 왕자님이 공격당한 시간은 밤 11시에서 11시 10분 사이 그리고 장소는 광장이라고 그러나 이 시계가 가리키고 있는 것은 다른 사실입니다.”
세르니온의 자신만만한 주장에 판사도 수용의 태도를 보였다.
“그게 뭐죠 변호인?”
“우린 여기서 사건이 일어난 시간에 대한 발상의 역전을 해야 합니다. 우선 왕자님의 시계를 열어봐 주시겠습니까?”
“네 열었습니다.”
“시간이 몇 시인가요?”
“시간이 3시군요? 근데 이상합니다. 지금은 3시가 아닌데 아니 그것보다 이 시계 움직이지 않는군요.”
“그렇습니다. 보시는 대로 왕자님의 시계는 3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가리키나 바로 왕자님이 습격당한 시간은 밤 11시가 아닌 3시이며 습격당한 장소도 바로 광장이 아닌 왕자님의 방이었다는 것이 됩니다.”
올리버 검사는 반쯤 빠져나가는 머리를 신경 쓰지 못 한 채 놀랐다.
“아아악!”
반쯤 벗어진 머리를 본 세르니온은 올리버 검사의 머리에 심심치 않은 애도를 표하며 계속 밀어붙이기로 했다.
“분명히 이 증거물은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왕자님이 습격당했을 당시 장소, 시간 그리고 흉기에까지. 이 증거물 하나로 검사 측이 주장한 모든 것이 무너진 것입니다.”
세르니온의 생각과 달리 올리버 검사는 포기하지 않고 맞받아쳤다.
“분명 시계로 인한 범행시각에 대해서 의문이 생긴 것은 맞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범인은 왕자님을 8시간 동안 보이지 않게 했다는 겁니까? 분명 검사 측이 조사한 바에 따르며 근위병들은 왕자님의 목소리를 4시까지 들었다고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6시에 왕자님이 나가기 전까지 어떤 사람도 드나든 적 없다고 했습니다. 확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반박하실 겁니까?”
세르니온은 검지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미소지었다.
“그건, 아마 설명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일단 왕자님은 3시에 습격을 받으신 후 범인에 의헤 비밀통로로 옮겨지셨습니다. 그리고 범인은 왕자님의 목소리를 위조했습니다. 물론 똑같이 낼 수는 없지만, 왕자님이 목이 좋지 않다고 말하면 크게 의심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얼굴까지 가리는 로브로 몸을 가린 체 나가는 것도 별 의심하지 않았을 겁니다. 특히나 평소에도 혼자 돌아다니셨던 왕자님의 성격을 생각한다면요.”
판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그럴듯하게 들리는데 한가지 이상한 게 있군요. 비밀통로요?”
“네, 왕자님의 방으로 통하는 비밀통로가 있습니다.”
판사는 놀라며 검사를 다그쳤다.
“비밀통로러니, 그런 게 있다니 그리고 그런걸 외부인인 당신이 알고 있다고요? 검사 측 확인해보세요.”
“네, 네.”
잠시 후 비밀통로의 여부에 대해 조사를 마친 병사들의 보고에 따라 비밀통로가 실제로 있음이 증명되었다.
“비밀통로라는 게 실제로 있다니. 역시 왕자님 정도 되면 그 정도 두근거리는 요소가 있길 마련이군요. 검사 측 반론 있습니까?”
아직 포기하지 않았는지 올리버 검사는 남은 머리카락을 다듬은 후 대답했다.
“분명 변호 측이 몇 가지에 관해 추론했지만, 이야기하지 않은 게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범인이 왕자님을 8시간 동안 광장에 보이지 않게 했다는 겁니까? 그건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크윽.”
분명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 준비했던 세르니온이었지만 아직 확실하게 결론을 못 내린 부분이 어떻게 왕자를 광장에 숨겼느냐 하는 점이다. 그때 세르니온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엘을 볼 수 있었다. 그 눈을 보자 세르니온은 물러날 수 없었다.
‘내가 여기서 물러나면 시엘씨가 범인으로 몰리고 말아. 반드시 생각해야해.’
그떄 시엘이 말해준 그 날의 행적들이 세르니온의 뇌리를 스쳐 갔다.
“후후 보세요. 변호 측은 어떤 대답도 못 하고 있습니다. 당연하죠. 연기도 아니고 갑자기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는 게 가능하겠습니까?”
“바로 그겁니다. 연기. 범인은 광장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반대로 연기처럼 광장에 등장한 겁니다.”
“네? 무슨?”
놀라는 판사를 향해 세르니온의 입이 빠르게 음절들을 내뱉었다.
“제가 현장을 조사하려 할 때 광장에는 거대한 눈덩이가 있었습니다. 제가 실제로 봤는데 정말 크더군요. 마치 사람 한둘 정도는 가볍게 숨길 수 있을 정도로.”
“그게 무슨?”
“변호 측은 주장합니다. 그날 왕자와 범인은 그 커다란 눈덩이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고.”
세르니온의 주장에 올리버 검사가 반박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광장에 범인과 왕자님 둘 다 숨어있는다고요. 잠깐이라면 모를까 몇 시간을 숨어있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분명 쉽지는 않은 일이겠지만 가능합니다. 그날 크리스라는 수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수인은 추위에 익숙하다면 며칠 정도는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게 가능하다고 쳐도. 변호인은 왕자님이 칼에 찔리고 피를 흘린 체로 8시간 이상 살아있다고 주장하실 겁니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일반적인 경우면 안되겠죠.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드라이아이스입니다.”
“드라이아이스요?”
“네, 순식간에 온도를 내려주어 대상을 얼어붙게 함으로써 아직 죽지 않은 왕자님의 몸은 초저온으로 떨어져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계속되는 공박에 지쳤는지 올리버 검사는 이젠 우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그럼 도대체 범인은 왜 왕자님을 살려둔 겁니까?”
“그건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범인은 왕자님을 죽인 체 드라이아이스에 넣으려 했지만, 왕자는 습격당한 직후 살아있었고 그걸 모른 범인이 그대로 왕자를 드라이아이스로 얼려 왕자님이 예상치 못하게 살아있었던 겁니다.”
“숨기게만 하려면 그냥 눈 속에 넣어도 될 텐데 왜 드라이아이스를 쓴 겁니까?”
“범인은 도망칠 때 혹시라도 있을 목격자가 생기는 것을 예방하려 했을 겁니다. 실제로 드라이아이스는 물과 접촉하게 되면 다량의 연기를 발생시킵니다. 즉 범인은 시엘씨가 다가올 때 장치를 이용해 왕자의 드라이아이스에 다량의 물을 뿌려 연기를 발생시킵니다. 그리고 그 혼란한 틈을 타 시엘씨를 습격한 겁니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그대로 도망치는 게 범인의 계획이었지만 시엘씨를 목격한 코코씨가 다가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대로 범인은 도망칠 장소를 찾지 못했기에 다시 눈 속으로 숨어버린 것입니다.‘
이때 판사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남습니다.”
“어떤 거죠?”
“분명 변호 측의 주장대로 범인은 다른 사람에게 범행을 뒤집을 정도로 치밀한 범행을 준비했는데 용의자는 그 장소에 우연히 오게 된 것 아닌가요? 만약 오지 않았다면 이 범행을 할 수 없었을 텐데요.”
세르니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원래 범인으로 몰릴 사람은 시엘씨가 아닙니다. 그 사람은 바로 코코씨입니다.”
첫댓글 역전재판을 제법 해봐서 어떤 포인트를 살렸는지는 알겠는데, 법정 요소는 다소 디테일이 부족해 아쉽습니다.
드라이아이스가 연기를 낼 수 있는 장치인건 맞지만, 이론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얼린 드라이아이스는 -78.1도에서 승화하는 물질로 신체 주변에 가져가면 급격한 동상에 걸립니다. 이 부분은 왕자가 설인이라는 설정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물을 뿌린다는 부분이 걸립니다. 사람이 들어갈 크기에 드라이아이스가 유지될 정도에 주변 온도라면 물은 액체로 존재할 수 조차 없을 만큼 추울꺼라고 예상됩니다.
마법적으로 풀면 해결될 문제지만, 그렇게 되면 추리적인 요소를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독자로서 상상해보았습니다.
사실 드라이아이스는 설정상으로 현재의 그것과 다른 물질이라는 것으로 해냈습니다. 애초에 그런 물질이 실존할 수 없느니까요 ㅎㅎ
그래서 누구나 예상할 수 있지만 일부러 앞에 똑같은 상황을 넣었습니다.
여기서는 추리소설에서 인물이 알고 있는 상황이 독자와 다르면 안되는것과 사실성 둘중 전자를 택한 결과입니다 ㅠㅡㅠ
@용용(baki) 나름에 고민하신 결과군요.
@타이밍 하지만 아쉬웠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기존의 트릭과 다른 트릭을 넣고 심리를 이용한 트릭 등을 넣으려다보니 논리적 허점이 생겼네요 ㅠㅡ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