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국교총은 정말 바빴습니다. 성과상여금 지급확정과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저지 등 최근에 급박하게 결정된 현안을 한국교총이 모두 나서서 해결한 것처럼 선전하느라고 말입니다. 홈페이지 소식이나 학교로 급송된 공문을 보면 한국교총은 정말 열심히 싸운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내막을 알면 소가 웃을 일입니다. 분회장님께 간략하게 두 가지만 귀띔해 드립니다. 이게 한국교총의 진실입니다. (교선실)
하나. 교육행정시스템에 대해서
“한국교총은 지난 교섭합의서에서 교육행정시스템구축에 합의를 했습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전국단위 교육행정정보 시스템을 구축하여 교무업무 지원시스템(C/S)운영 방법을 개선한다.”
― 한국교총(회장 이군현)이 지난 7월 9일 교육부와 맺은 ‘교섭합의서’ 내용입니다.
이군현 한국교총 회장과 이상주 교육부장관을 비롯한 양측 대표 16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체결한 이 합의서는 25조에서 “전국단위 교육행정시스템을 구축하여 CS운영 방법을 개선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합의서는 39조 ‘이행책임’ 항목에서 “교육부와 한국교총은 본 합의서의 내용을 성실히 이행하도록 상호 노력하여야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랬다가 전교조가 새 시스템의 문제를 정면으로 치고 나오자, 그제야 비로소 한국교총은 설문조사를 벌이고, 9월4일자로 “교원 10명중 9명 이상이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도입시기를 늦추길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도입 연기에 대한 의견을 냅니다. 그래놓고서 교육부가 지난 주 시행 연기 입장을 밝히자, 한국교총은 기다렸다는 듯 나서서 모두가 자기들이 주도해서 한 것처럼 재빠른 선전전을 벌였습니다. 말도 안 나옵니다.
추석 전 교원성과금 지급 승리는 끝까지 교육적 가치를 지켜낸 킨 선생님들의 몫입니다.
성과급 투쟁 - 참으로 오래 진행되었습니다. 그 시작은 2001년 2월이었습니다. 전교조는 학교현장에서 ‘균등지급’을 요구하는 서명투쟁으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그리하여 2001년 2월24일 한완상 부총리가 새로 교육부장관에 취임하면서 일단 ‘유보’ 결정을 내렸습니다. ‘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하여 ‘개선’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이때부터 길고 지루한 싸움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교총이 보여준 행보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것이었습니다.
한국교총, 어떻게 나왔는가 ?
1. 한국교총은 현 ‘이군현 회장’ 취임 전까지는 전교조, 한교조와 함께 성과급에 대하여 ‘원칙적인 반대’ 입장을 지켰습니다.
그리하여 교직 3단체의 완강한 공조가 지속될 수 있었습니다.
제도개선위원회 1차회의(2001.3.27) 직후 3단체는 ‘균등지급만이 대안’이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2. 이러한 구도는 3차회의(2001. 5. 2)까지 그대로 진행되었습니다.
*작은 불협화음이 있긴 했습니다. 2차회의 때 교육부가 들고 나온 차등화안에 대해 교직 3단체 공동명의의 ‘설문식 팩스서명투쟁’을 제안하였으나, 한국교총은 ‘참여’를 거부했습니다. 결국 전교조와 한교조 명의로 서명이 전개되었습니다. 만일 이때 한국교총이 합세하였더라면 더욱 위력적인 서명투쟁이 전개되었을 것입니다.
3. ‘이군현 회장’을 새로 선출(2001. 5.2)하고 나서부터 한국교총은 방향을 급선회하기 시작했습니다.
2001년 6월26일, 교육부 장관과 ‘회동’한 이군현 회장은 ‘차등성과급 수용’으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교직3단체의 굳건한 공조가 순식간에 깨지고 말았습니다. 교사대중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환수할 수 있다’는 중앙인사위의 ‘협박’까지 효력을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전교조 본부는 쟁점을 진전시켜서 ‘팩스서명투쟁’을 한번 더 진행하기로 하고, ‘균등지급’을 요구사항으로 내건 서명으로 긴급지침으로 보냈습니다. ‘열광적’ 서명으로, 교육부와 중앙인사위, 청와대 팩스가 하루종일 ‘서명지’로 쌓였다고 합니다. 당시 한국교총 지도부의 입장과 상관없이 많은 회원들이 전교조가 주관하는 서명에 참여했습니다.
4. 4차회의(2001. 7.10)에서는 이군현 새 회장의 방침대로, ‘한국교총’ 대표가 ‘차등 성과급 수용’ 방침을 밝혔습니다.
대표 발언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교사들이 완화된 방식으로 차등성과급을 받고 싶어한다. 교육부의 3가지 안 중에서 2단계차등안을 선호한다. 하지만 ’성과급‘ 제도를 수용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일단 ’받고‘ 수당화를 위해 싸워 나가겠다”
‘받고 싸우겠다’는 것입니다. 한국교총의 입장선회는 2001년 성과급이 ‘차등’으로 지급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5. 5차회의에서 한국교총은 결정적으로 ‘배신’하고 교육부편에 합류하였습니다.
4차회의에서 한국교총이라는 ‘원군’을 얻은 교육부는 드디어 5차회의(2001. 8. 29)에서 ‘20% 교원복지비, 80% 3-4단계 차등지급’안을 ‘다수안’으로 성립시켰습니다. 그리하여 한국교총의 동의를 지렛대로 다수결 논리에 따라 표결에 붙였습니다. 이 회의에서 2가지 사항이 전교조, 한교조를 제외한 나머지 대표위원들의 ‘찬성’으로 결정되었습니다. ① 20%는 학교단위로 교원복지후생비 사용, 나머지를 차등지급하되 못받는 사람이 없게 한다 ② 최종결정(차등단계 및 등급간 액수차 등)을 교육부와 중앙인사위의 협의에 맡긴다. 두 가지 모두에 한국교총이 동의해 주었습니다.
지난해 일선 현장을 분노로 들끓게 했던 2001년 추석전 차등지급 ‘강행’의 근거가 이렇듯 2001년 8월 29일의 5차회의에서 마련된 것입니다. ( 2001년 추석직전의 ‘차등지급’은 우리의 예상대로, 4단계 + 3단계 교육감 자율 + 10% 교원복지비 방식이 되었습니다. )
“성과급 차등지급을 찬성할 때부터 교단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를 회원의 하나인 사람은 벌써 알았는데 오로지 교총 지도부 특히 이군현 회장님이 뭔소리인지 귀담아 듣지 못하고 이렇게 교총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니 이제 교총은 자진해산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자진 탈퇴교사로 회비미납으로 교육부 들러리 단체로 바뀌고 말 것이다.
누가 이런 성과급 차등지급에 찬성을 하여 이런 봉변을 당하고 있는지 지도부는 각성하고 자진사퇴하기 바란다. 30%뿐만 아니고 B급 교사들도 이번 차등 성과급에서 불만이 대단함을 이군현 총회장은 알아야 한다. 아마도 교총은 평교사들의 아픔도 모르는 허수아비 단체가 틀림이 없다. (하략) ( 최영남, 2001. 10. 07, 11:45, 추천 9, 조회 308 )
6. 한국교총의 각성을 촉구합니다.
성과급에서 보인 한국교총의 ‘태도’만 보면, 참으로 답답합니다. 절대 함께할 수 없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공격적 ‘교원정책’을 감안하면, 서로 힘을 합쳐야 할 일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올 상반기에 ‘교원지방직화’ 계기로, ‘공동성명’을 내며 ‘교직3단체 공동 항의방문’ 등으로 ‘공조’를 복원했습니다. 그만큼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강행으로 인한 교원의 ‘피해’ 상황은 갈수록 엄중합니다. 따라서 교직단체간 힘을 합쳐야 할 때가 더 많습니다.
허나 한국교총에 고언을 드립니다. 자신이 ‘한 만큼만’ 자랑을 하십시오. 그리고 어떻게 문제가 해결되는가 잘 살펴보십시오. 교육부나 중앙인사위, 정치권과 ‘교섭’하는 것으로 전혀 문제해결 안됩니다. 오직 교사대중들의 ‘의지’를 투쟁으로 모아낼 때 가능합니다.
한국교총은 ‘대중투쟁’은 철저히 피해갑니다. 작년도의 2차례 걸친 ‘팩스서명투쟁’에도 함께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상층 지도부의 ‘정치력’에 의존하게 됩니다. 이러다 보니, 전교조가 ‘대중투쟁’으로 힘을 모아내서 얻은 성과를 마치 ‘상층부의 정치력’으로 해결한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가 많이 생깁니다.
교육부도 그렇지요. 교총과는 ‘교섭협의’, 교원노조와는 ‘단체교섭’으로 2중창구를 열어놓고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교원노조와의 ‘단체협약’만 구속력을 갖습니다. 때문에 교총의 ‘교섭협의’는 사실상 교원노조와의 단체교섭을 ‘추인’하는 것밖에 안됩니다. 교육부의 ‘더블 플레이’가 가장 큰 문제이나, ‘교원노조 단협안’을 갖고 ‘교섭협의 체결’로 가는 게 현재의 일반경로이거늘, 한국교총이 무슨 자랑할 일이 있겠습니까.
성과급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늘 배포된 교육부 국감자료에 보면, 교원 성과급의 ‘방향’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10% 차등화를 ‘호봉’기준으로 하고, 보통의 수당보다도 ‘작은 폭’으로 지급액 차이를 줄여놓았지만, 이것을 점차 ‘기준’을 마련하여 ‘차등화’폭을 넓혀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현 교육부 장관과 차관은 교원노조와의 ‘단협’인 ‘수당화 또는 폐지’가 법령보다 앞선 효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셈입니다. 때문에 앞으로 싸울 일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한국교총은 부질없이 ‘남의 성과’ 가로채기 그만두고, 독자적으로 ‘할 일’을 하기 바랍니다. 이를테면 교원지방직화는 한국교총의 ‘장기’인 상층교섭이 어느 정도 힘을 발휘했다고 봅니다. ‘행정학 교수들’에 대한 ‘반대의견 전달’은 우리 전교조보다 한국교총이 잘 했지요. 그분들이 ‘회원’이라면 더 그러합니다. 전교조는 신속한 ‘팩스투쟁’으로 지방직화 저지에 큰 힘을 발휘한 바 있습니다. 이런 것에 교총은 장기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투쟁’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교원연합회(NEA)’만큼만 변해보십시오. 이 단체는 이제 ‘파업’까지도 한다던데요. 그러니 미국교원노조연맹(,AFT)와의 통합논의도 나오는 것이겠지요.
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대한 입장만 분명히 하시면 간단합니다. ‘공조’가 가능했던 성과급과 지방직화는 물론 의견차이가 있는 자사고 확대문제나 사립학교법 개정, 유아교육법 제정에서 ‘의견일치’를 이룩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대체 왜 그와 같은 사안에 의견이 ‘갈리는지’ 잘 모릅니다. 한국교총 상층 지도부가 현장 초중고 교원의 정서와 요구를 너무도 모르는 게 아니냐는 말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실, 이런 문제 해결하려면 지도부 구성에서 ‘평교사’ 중심 지도부, 그리고 전 회원이 참여하는 ‘직선제’를 꼭 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중앙 지도부를 ‘이사회’니 하면서 무슨 ‘회사’ 최고 ‘CEO'그룹처럼 보이는 그런 이미지를 벗어나야 할 것이라 봅니다. 쉽게 말해서, ’신자유주의 시대‘에 교원의 ’직업적 안정성‘이 깨지는 조건 속에서는, 교총과 같은 전문직 교원단체가 보다 전교조와 같은 ’노동조합‘ 유형으로 근접해 올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한국교총은 초중고 공교육의 ‘위기’를 직시한다면, 지금이라도 바로 대대적인 ‘개혁’으로 돌입해야 할 것입니다. 직선 평교사 회장, 대의원 대회 중심의 민주적 운영, 나아가 보다 ‘대중투쟁’을 중요시하는 교섭협의 등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면 전교조와 교총이 모두 회원으로 있는 국제교원노조연맹의 ‘Quality Education For All'(=모두를 위한 양질의 공교육’실현에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