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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 의성분회에서 키우고 있는 가농소와 첫 자가소 송아지 ⓒ정현진 기자 |
가톨릭농민회와 도시생활공동체가 만드는 생명의 순환
소입식운동의 가장 큰 목적… “땅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자”
소입식운동은 도시 본당을 중심으로 송아지를 사서 가톨릭농민회 농가에 보내고, 유기축산으로 키운 소를 1년에 두 번, 설과 추석 때 도축해 나누는 운동이다. 농민들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해 도시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한편, 쇠똥을 이용해 자급퇴비를 만들어 다시 생명농업이 지속될 수 있는 밑거름을 마련한다.
또 도시 소비자들로서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먹는 것 외에 육식 소비를 줄이기 위한 실천에 동참하게 된다. 소입식운동은 ‘똥이 곧 밥’이라는 생태적 순환의 한 고리이며, 도시와 농촌이 만나 협력할 수 있도록 만드는 가교다. 생명농업으로 생산된 농산물이 소비자들의 입으로 들어가고 다시 거름이 되는 순환농업을 가능하게 하는데, 예를 들면 입식한 소를 나누는 것은 물론, 자급퇴비로 감자와 양파 등을 생산하고 이 역시 도시 공동체와 나누는 것이다.
결국 소입식운동은 소고기 나눔으로부터 시작해 더 많은 생명농산물을 생산하고 나누며, 땅을 살림으로써 결과적으로 사람과 지구를 살리는 생명운동의 시발점이다.
‘가농 소’는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 각 분회에서 유기축산으로 키우는 소를 지칭한다. 이 중 처음에 입식된 소를 ‘입식 소’, 입식 소가 낳은 송아지는 ‘자가 소’다. 자가 소는 두 마리까지 비용의 일환으로 농민의 몫이 되고, 이 역시 명절 즈음에 도시 본당에 제공된다. 입식을 위해 송아지 한 마리 값으로 지원되는 350만 원은 실질적으로 현재 송아지 시세보다 높은 가격이지만, 첫 송아지 입식 때의 가격인 350만 원을 유지하는 것은 남은 돈을 소의 불임과 같은 사고 대비와 소입식운동 확산을 위한 기금으로 조성하기 위해서다. 현재 모임 가농소도농협력 기금은 1억 6백여 만 원이다.
각 회원 농가의 농사 규모에 맞게 분산된 가농소는 전통방식으로 키우게 되는데, 무농약 볏집, 쌀겨, 콩깍지, 옥수수대, 보릿겨, 활성탄, 미생물 등으로 만든 안전한 자가 사료를 사용한다. 다국적 농기업들이 유전자조작 옥수수와 항생제, 성장 호르몬으로 키운 소고기가 우리의 건강을 해치고, 공장형 축산의 소 배설물은 퇴비가 아닌 오염물질이 되며, 무엇보다 중소농과 가족농 해체의 원인이 된다면, 입식소와 자급퇴비는 사람은 물론, 지구 환경과 농촌공동체를 살리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 ‘유기순환 자급퇴비 가농소 입식운동 10주년.’ 농은수련원 강당 벽에 붙은 지난 10년의 기억들.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회원이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다. ⓒ정현진 기자 |
도시생활공동체(꽃님들)의 시작, “시중에서 산 한우고기, 믿기 어려워요”
농촌생산공동체(뿌리님들)의 시작, “퇴비 자급에 자신이 없어요”
2001년 9월, 명절 때만이라도 정말 믿을 수 있는 한우를 공급 받고 싶다는 서울대교구 목동본당 우리농 활동가들의 바람이 안동교구에 전해졌다. 농민들도 생명농업을 지향하지만 가장 중요한 퇴비 자급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공장형 대규모 축산에서 나온 축분은 유기농에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통 농사 방식처럼 축산과 농사가 결합된 순환농법에 대해 논의하던 중, 서울대교구 우리농 생활공동체는 ‘자급퇴비 마련을 위한 암송아지 입식 지원’을 제안했다.
생명농업의 방식으로 소를 키운다는 것은 만만치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반응이었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가 반신반의하던 일이지만 2004년 4월 13일 서울대교구 목동성당과 양천성당이 안동가톨릭농민회 쌍호분회와 월소분회에 각각 첫 입식 자금을 전달했다.
안전한 먹을거리를 바라는 마음, 자급퇴비를 이용해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바람이 만나 “땅을 살리고, 세상을 살리자”는 목표를 만들었고, 실질적으로 도농 간의 약속, 가농소를 위한 도농협력모임 운영규정, 가농소 사육규정 등을 만들어 체계를 갖춰갔다. 그렇게 시작된 소입식운동은 현재 5개 교구(서울 · 의정부 · 부산 · 안동 · 인천) 28개 본당 도시생활공동체로 확산됐으며, 그간 총 148마리 분 5억 1천 6백만 원을 입식 자금으로 지원했다.
지난 7월 가농소 도농협력모임이 가농소를 통한 자급퇴비 생산이 지난 10년 간 농사 체계를 얼마나 변화시켰는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농소 자급퇴비 생산 비율(88%)은 비사육농가(66%)에 비해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또 조사 대상인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 61개 농가 중 가농소 사육농가는 비사육농가에 비해 자급퇴비 이용률이 3배에 이른다. 도농협력모임은 2005년과 현재 상황을 비교했을 때, 가농소 사육두수가 8농가 17두에서 28농가 354두로 증가했고, 이는 자급퇴비 사용량 역시 5~6배 증가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하면서, “외부 의존 관행농업에서 탈피해 지역순환 농업 체계를 만들고 있다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소 수정이 안 된다” “거세하지 않은 황소고기는 냄새가 나요”
▲ ‘가농소 입식’을 통한 도농협력형 농사 체계 (자료 제공 /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 |
물론 소입식운동이 처음부터 성공가도를 달렸던 것은 아니다. 일반사료를 사용하는 농민들을 징계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고, 각종 사고와 소의 불임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특히 2010년 말 구제역 살처분 때는 7농가 63두가 살처분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또 소입식운동의 타교구 확산을 어떻게 할 것인가, 생산비는 증가하지만 고기 생산량은 적다는 문제, 생명농의 차원에서 황소를 거세할 것인가 말 것인가와 같은 고민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도시생활공동체 역시 갈 길이 멀다. 도시생활공동체 활동가들의 노력과 뜻있는 이들의 십시일반 동참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소입식운동 본질에 대한 온전한 홍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본당 소 나눔이 확산되면서 교육의 기회가 충분치 못해 가농소의 상품성을 의심하는 소비자들이 생기기도 하고, 본당 사제의 판단으로 소입식운동이 일순간 중단되기도 한다. 비교적 높은 가격도 넘기 힘든 벽이다. 무엇보다 ‘마블링’(포화지방)이 거의 없는 가농소의 경우, 일반적인 소고기 등급제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도 문제지만, ‘마블링’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소비촉진에 있어 큰 과제다.
더 적은 것이 더 많은 것이다!
소입식운동은 특별한 지역만의 사례 아냐
“현재의 지배적인 농업 생산모델은 전세계를 먹여 살릴 수 없다. 굶주림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 먹을거리의 생산을 증가시켜야 하지만, 이는 반드시 자연적인 수단을 통해 달성되어야 한다.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와 화학물질, 기계를 덜 사용하는 생태적 먹을거리 생산을 통해서만 자연자원의 남용을 방지할 수 있다. 줄이기, 다시 말하면 ‘적은 것’이 ‘많은 것’이다.” (2010년 3월, 파라과이 국제가톨릭농민운동연맹 세계 총회 최종 결의문 중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있다. 많은 시행착오와 오류를 통해 가농소 입식운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수 있었다. 가농소 사육의 목적과 방향, 원칙을 정하고, 소입식을 위한 도농협력모임 만들어 입식지원방법과 사육비 산정방법, 도시와 농촌 상호간의 책임과 의무에 대해 함께 약속했다. 또 공장형 축산 대신, 소농과 가족농 중심으로 확산하고, 새로운 유통구조로서 대안적 직거래 마련하고 육류 의존적 식문화를 개선한다는 등의 합의를 이뤘다. 이 모든 것은 도시와 농촌이 함께 고민하고 논의한 결과다.
생활협동조합 ‘한살림’은 쌍호공동체의 소사료 100% 자급에 대해, “다른 지역에서 꿈꾸고 있는 지역순환농업의 완성, 멀게만 보이던 사료자급과 식량자급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준다”며 가톨릭농민회 소입식운동을 주목했다.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는 “지역순환 자급사료, 자급퇴비 농산물 직거래, 명절 소 나눔 등 도시와 농촌이 함께 일궈 온 소입식운동은 특별한 지역의 특별한 사례가 아니”라면서, “공장형 대규모 축산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시와 농촌이 함께한 노력의 결실”이라고 밝혔다.
도시공동체의 노력도 이어진다. 의정부교구 우리농 생활공동체는 가농소 나눔을 한 달에 한 번씩 하기로 결정했으며, 서울대교구 우리농 역시 쌍호분회 공동체에 빌려주었던 ‘가족농 사랑기금’을 자급퇴비로 생산한 양파로 돌려받기로 결정했다. 소입식운동은 단지 유기축산과 안전한 소고기 나눔을 넘어 편한 농사와 쉬운 소비를 버리고 생명의 길을 개척하는, 순환과 공생의 생명농업을 위한 운동이 된 것이다.
앞으로 소입식운동이 활성화되고 제 길을 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다양한 주체들이 실천의 장에서 그 방향을 잃지 않는 것이다. 소입식운동 자문위원인 권영근 박사는 소입식운동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입식운동의 목적은 근본적으로 “유기 자급퇴비의 생산”이라면서, “소입식운동의 목적은 땅을 살리기 위한 것이며, 그것은 신앙을 통해 경제적 가치보다 더 소중한 생명의 가치를 선택하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권 박사는 소입식운동은 안전한 육류 공급, 동물 복지의 보장, 순환형 농업 또는 먹을거리를 위한 사업이 아니라 ‘생명운동’이라고 강조하면서, “초심을 잃지 않고, 자급퇴비의 사용으로부터 시작되는 많은 일들의 의미를 확산하고 알리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급퇴비 가농 소입식운동’에 동참하려면 |
소입식운동의 중요한 동력은 도시 소비자들에게 있다. 소 나눔과 자급퇴비 생산, 그리고 다시 생명농산물 생산으로 이어지는 순환고리가 끊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지원과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소입식운동은 현재 각 본당 단위로 입식 지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입식을 하지 않고도 ‘자가소’를 따로 나눌 수 있다. 소입식운동 참여 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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