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목욕하는 걸 엄청 싫어했지요. 완악한 어머니의 손아귀에 강제로 옷이 벗기고 고무 다라이에 처박히러 끌려가는 건 도살장 가는 기분이었어요.
그렇지만 일단 물속에 처박힌 다음에는 공포가 다 가시고 맙니다. 이왕 젖은 몸 반항해 봤자고 또 그럴 필요도 없어요. 그저 물 튀기고 미끈한 비누칠하고 하는 것이 참 즐거웠습니다. 온몸을 문질러주시는 어머니의 손은 어쩜 그리도 기분이 좋은지.
그럼에도 목욕은 길래 싫어했답니다. 어른이 된 지금도 역시 목욕탕 가는 거 싫어하지만, 아마 그때 처세술 하나를 터득했을 겁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두이노의 비가> 운영진 위촉을 받으면서 그런 체념을 하게 됩니다.
폼나고 점잖은 고사(固辭)가 아닌, 한사코 기피하고자 했던 운영자 자리였어요. 그 이유야 열 가지도 훨 넘지만 씨잘데기없는 거 각설하고, 고무 다라이에 끌려가는 아이 같은 상황에서 더 이상 도망갈 여지없는 처지에 이르러 그 처세술을 떠올렸지요.
피할 수 없음 즐겨라!
그래 이젠 다 체념하고 맡겨진 운영자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하라.
우리 카페의 그간 취약점의 하나였던 게 역시 또 대안 없이 지속되게 생겼습니다. 운영진의 평균연령이 좀체 낮아지질 않았으니까. 전부터 이 카페의 정체성에 대해서 말이 좀 있어 왔지요. 너무 노쇠했다느니, 중년층의 사교카페 같다느니 하는 따위의.
그 대안 중의 하나가 싱싱하고 젊은 운영자였는데, 저 역시 그런 생각을 지니고 있었던 터. 그런데 새로 포진된 운영진의 면면이 어째 ㅡ..ㅡ
그건 뭐 어쩔 수 없이 다음 주자에게 넘길 때까진 최선을 다해 약점을 최소화하는 게 저희들의 할 일이기도 하고요. 좀더 푸른 운영자를 더 초빙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겠습니다.
그것보다는 우리 회원님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더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이 회원정보보기였습니다. 짐작한 대로 젊은 회원들도 많습니다. 한데 이때껏 앞에 나서지 않았을 뿐이지요.
운영진이 바뀌었다고 당장 카페가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꽃피고 새우는 3월, 학교에서도 새학기 새담임 새학우를 맞아 분위기 일신하듯 우리 카페도 새로운 바람이 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특히 나이 젊으신 분들이 적극적으로 관심 가지고 또 직접 참여도 해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문학적인 소양도 없고, 더구나 글쓰기도 진즉에 놓은 처지고, 따라서 게시판에 오르는 작품을 평할 능력도 없는 위인입니다. 게다가 컴퓨터 하고도 그리 가깝지 않아 겨우 컴맹이나 면천한, 운영자로선 뭐 하나 제대로 갖춘 것 없는 형편입니다.
그렇지만 글 읽는 걸 좋아하는지라 회원님들이 올리시는 글은 죄다 정독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거라 다짐합니다.
이런 보잘 것 없는 위인이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마음이 여유롭고 거늑한 건 앞에서 이끌어 주시는 횃대님과 숲님이 정말 미덥기 때문입니다. 두 분의 선배님과 함께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든든하고 행복한지 모릅니다.
횃대님은 공개적인 제 여친이고, 숲님은 저의 은밀한 연인입니다. 어때요, 이만 하면 환상의 트리오라고 할 수 있지요. 아님 가정불화가 잦을까요.
노심초사 흰머리가 배는 늘었을 tanbek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좋은 여행하시고 맑은 모습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카푸스님 편재님 고생하셨습니다. 어디 멀리 가지 마시고 늘 이 카페에 머무르며 지도편달 해주시길 바랍니다.
봄입니다.
골짜구니 저 아래서 올라오는 훈풍이 사뭇 산골총각의 가슴을 흥분시킵니다. 나이를 먹어도 감성은 이렇게도 철이 안 드는지 원...
우리 카페 회원 여러분들의 가슴에도 따스한 봄기운이 가득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정선 숲에서 김홍림 올림
첫댓글 고마와요 숲에서님. 어제는 내가 괘히 걱정이 되설랑 고스방한테 시비를 걸었더랬어요. 지금 마악 산 위로 빠져나온 햇님만큼 글 읽고 기분이 환해졌습니다.
지도 먼지 몰게 환해지는거 같기는 헌데 얼른 말을 못꺼내고 있었던 것은 저의 노쇠함이 앞을 착 가로막고 ^^ 애쓰세요.
탄백님이 아주 좋아하시겟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ㅎ 카페가 젊어지는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방해자가 되지않는 관객의 몫을 충분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젊은사람들의 역량을 믿습니다. (그런데 난 숲에서님이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아바타가 헷갈려요.남자 맞지요?)
어쩐지 카페가 꽃피는 느낌인걸? 암튼, 자주뵈요^^ -은밀한 연인이. ㅋㅋ-
체감시간 참 빠르게 전해 오네요 느낌이 좋습니다
창밖의 봄날씨가 완연하게 따뜻해졌어요. 숲에서 님의 출사표를 읽었더니 훈훈한 봄날씨가 더욱 실감나는 것 같아요. 고생되시겠지만 어떡합니까. 숲에서 님의 성품이 모든 걸 받아들이기로 한 것을,,, 횃대는 내 친구이니 친구의 친구는 친구 아닌가요.
푸...
연인의 연인도 연인이 될 수 있나? 푸핫,,
내 사랑하는 여자를 사랑하는 그 남자까지 사랑하시겠습니까 진정??
푸하하하핫...
'내 아내가 결혼햇다'를 읽다가 퇴근.역시 젊은이들이 신선하다는 느낌..두이노에서도 같은 느낌을 받았으면...
ㅎㅎ 축하드려요^^ 환상트리오 카페가 멋져지겠는걸요? *^^* 앞선 세분님들 그동안 수고많으셨습니다^^ 제가 누나였다면 등이라도 토닥거릴텐데 그러다간 싸대기 맞겠구 ㅎㅎㅎㅎ 암툰 이젠 무거운짐 내려놓으시고 편히 즐기게되신거 또한 축하드립니다 *^^*
한강에 개나리가 피기 시작 하니까 정선에서도 꽃바람이 불어오나봐요 많이 즐기면서 수고도 많이 해주세요~~~
숲에서 님, 안녕? 반가워요.
지게 하나 만들어 드려야겠네요. 짐이 무거우니 거기다 얹으라고.^^* 반갑습니다 숲에서님.
삼각관계의 포스가 느껴지는군요.
역시 젊은이의 시선은 날카롭습니다 ㅎㅎ
아름다운 모습 입니다...
난 그냥 낑겨서 인사...저도 운영자라네요. 꾸벅^^
어허~ 따로 똑바로서서 배꼽 인사 해야 착하지.
나는 물타기...저는 카페지기라네요 ㅎㅎ
어딜가나 든든하니 다 횃대 팔자로고
난 줄타기.. 난 지기와 운영자의 왕 팬이라지요^^*(나 이뽀?)
정신없는 나도 한마디 놓고 가야지 홍사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