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5곡이나 들어 있는 가격대비 알찬 Lifelines 앨범… 세 멤버의 갈등이 극에 달했을 시기에 나온 앨범이라 통일성이 없다고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세련된 곡도 많고 좋습니다. 각자 자신이 남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한 덕분일까요? 어쨌든 모튼의 목소리로 불렀다는 점에선 통일성이 있을텐데요.
이 앨범에는 마그네와 폴이 공동으로 만든 노래가 단 한 곡도 없습니다. 속지 보니까, 폴이 만든 노래는 뉴욕에서 녹음하고 나머지는 오슬로에서 녹음했지 뭐예요. 마지막 곡만 양쪽에서 녹음했구요.
한곡 한곡 다 쓰고 싶어서 답글로 답니다. 좋아하는 곡이 많아서 투표도 못하겠어요.
1. Lifelines – 드디어 마그네가 자신의 역량을 보여준 곡입니다. 전까지는 곡을 끝까지 완성하지 않고 폴의 손을 빌린 적이 많았는데 말이죠.
a-ha.com에서 보셨겠지만, 이 비디오는 1991년 Morten Skallerud가 감독한 12분짜리 노르웨이 단편영화 “Året gjennom Børfjord (A Year along the Abandoned Road)”를 가지고 만들었다네요. 노르웨이 북부의 Børfjord 라는 거의 버려진 어촌 마을을 105일동안 찍은 것을5만배속으로 미속도 촬영한 이 단편영화를 노래 길이에 맞게 편집하고 아하 멤버들을 삽입했고, 비디오 초반에 나오는 자막으로 나오는 인용구는 노르웨이 국왕이 쓴 시에서 따온 거라고 합니다.
When I look back
I see the landscape
That I have walked through
But it is different.
All the great trees are gone.
It seems there are
Remnants of them
But it is the afterglow
Inside of you
Of all those you met
Who meant something in your life
Olav Rex, August 1977
2. You Wanted More – 마그네 곡이고 작사는 모튼과 함께 했습니다. 가사 내용이, 마그네가 폴에게 쌓인 감정을 표현한 거라고 어디선가 읽은 것 같아요. 한편 Savoy 노래 중에는 폴이 모튼에게 섭섭했던 것을 직접적으로 적은 Daylight’s Wasting이라는 곡이 있지요.
3. Forever Not Yours – 전 처음 이 노래 들었을 땐, 모튼 목소리가 완전 갔구나 생각했었는데, 몇번 들으니까 엄청 좋아진 노래입니다. 어쨌거나 좀 힘들어 보이는 창법이랄까?
도입부가 매우 마그네스러워요.
꽤나 공들인 뮤직비디오도 멋지구요. 제목도, 많이 쓰는 표현인 Forever Yours를 뒤집는 Forever Not Yours이고, 비디오 내용은 가사와는 관계없지만 결말 부분이 반전이고… 만든 사람들이 참 영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래의 분위기가 아하적이지 않나요? 작곡은 모튼과 마그네, 작사는 모튼과 시인 Ole Sverre-Olsen이 같이 했습니다..
4. There’s a Reason for It – 그냥 제 생각인데, 이건 폴의 관점에서 아하의 갈등상황을 에둘러 표현한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가사 내용과는 상관없이 자꾸 생각나는 곡이예요.
5. Time and Again – 어찌 들으면 좀 재미없는 노래같기도 한데, Lifelines와 함께 모튼의 목소리를 곱게곱게 내게 하는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폴 작품.
6. Did Anyone Approach You? – 굉장히 특이한 노래입니다. 비디오도 공연장에서 싸게 찍은거 같은데도 참 쿨하고 다들 멋지게 나와서 좋아요. 로렌 왁타 사보이 여사가 찍었다죠.
대체 폴은 머릿속에 뭐가 들었길래 이런 곡을 쓸까요? 아하 노래는 소재가 참 다양해요.
7. Afternoon High – ‘Incidental memories collide, sentimental reveries abide’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Analogue 앨범의 Keeper of the Flame에는 Incidental incidents, sentimental sentiments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폴 곡입니다.
8. Oranges on Appletrees – 히피에 대한 노래라고 하는데… 어렵네요. 개인적으로 오케스트레이션 가미된 거창한 곡들 좋아하는 편이라 이 노래도 좋아하는 편입니다. 외국엔 이 노래 싫다는 팬들이 많더라구요. 마그네 곡이고 작사는 모튼과 함께 했습니다.
9. A Little Bit – 이것도 모튼의 고운 목소리를 돋보이게 하는 곡입니다. 말도안되게 아하 노래 중에 마약과 관계된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는 곡이 두 곡 있는데, 그 중 하나입니다. And it will take a little bit of all you've got to get a shot, get a shot이라는 부분에서 shot을 주사 한 방이라고 해석해서 그런 것 같은데, 전 사진 한 방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고(Lifelines에서는 그런 뜻이죠) 정말 주사일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아하 멤버들의 언행을 볼 때 마약과는 너무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또 한 곡은 Riding the Crest이지요). 가사 의미는 아무리 들어도 모르겠어요. 폴의 곡입니다.
10. Less than Pure – 처음엔 좋은 줄 몰랐다가 완전히 꽂힌 노래입니다. 가사를 한번 찬찬히 보세요. ‘시내에 좋은 곳이 생겼다고 해서 우린 거기 가고 있어. 그런데 얼마나 가야 도착할지는 몰라. 엄청 오래 걸릴지도 모르는데, 찾기도 힘든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우리가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등등…’ 인생에서 몇번씩 부딪치게 되는 질문 아닌가요? 폴은 천재가 맞아요.
11. Turn the Lights Down – 모튼과 함께 노래하는 아넬리 드레커의 목소리를 좋아합니다. 목소리만… 그런데 저한테는 이 노래는 진부하게 들려요. 뭔가 마음에 안 들어요. 마그네와 모튼의 작품.
12. Cannot Hide – 작사는 모튼과 Ole Sverre-Olsen, 작곡은 모튼과 스웨덴 프로듀서이자 송라이터인 Martin Landquist가 같이 했습니다. 모튼이 이런 노래도 쓸 수 있다니! 스웨덴 아저씨의 역량인 걸까요? 좋아하는 노래인데, 후반부에 I speak French today, baby~ 하면서 나오는 불어는 아무 내용이 없다는 것이 아쉽… 구글 번역기로 돌려봤는데, 그냥 막 우표, 전화카드, 엽서가 어쩌구 하는 내용입니다. 우표수집해서 스크랩할때의 주의사항을 말하다 마는 것 같기도 하구요. 프랑스 사람도 뭔말인지 모르겠다더군요. 대체 왜 불어를 넣었으며 의미가 뭔지 안다는 사람을 못봤습니다.
불어 가사 부분: Pour les ... et pour tous les abonnés,
les timbres neufs doivent être conservés dans des pochettes afin qu'ils ne ...
n'importe où
pour mieux collectionner les timbres, sauf les bords endommagés
d'où qu'il soit le matériel pour plastifier..............
lisse hélas
les albums ont des timbres qui tiennent les marques de différents fabricants contre ....
des timbres ...
des timbres destinés à des albums de ...
Pièce de monnaie pour les cartes de téléphone,
pour les cartes postales à deux humhumhumhum les cartes téléphonique
13. White Canvas – 마그네 곡입니다. 아 참 아름답고 순수한(?) 곡이죠.
14. Dragonfly – 마그네가 2001년에 발표한 영화음악입니다. 영화 제목도 잠자리예요. 저는 마그네가 부른 버전(http://www.youtube.com/watch?v=_Wdo1YaELwc)이 더 좋다고 해왔었는데, 자꾸 들으니 모튼이 부른 아하 버전도 좋네요. 마그네가 부르는 건 상처 있는 사람이 상처받은 다른 사람을 위로해주는 듯하다면, 모튼이 부르는건 상처받은 사람을 위로하는 것 같긴 하지만 본인이 그렇게 상처가 있는 것 같지는 않은 느낌?
The Voice Norway의 우승자이며 지난 모튼 생일날 오슬로 모튼 콘서트 오프닝을 한 Martin Halla도 이 곡을 리메이크했는데, 네이버 뮤직에서 1분 미리듣기 해봤는데 별 감흥이 없더군요.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인건 맞는데 말이죠.
15. Solace – 저는 이 곡이랑 White Canvas랑 좀 겹치는 느낌이 있어요. 폴의 곡인 Time and Again까지도요. 셋 중 하나만 넣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세 곡 다 앨범에 넣어 놓으니 다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 것 같거든요. 이건 마그네의 작품.
첫댓글 흠 완전히 상세하게 곡하나하나 설명해주셨네요 완전 보너스 트랙같은 앨범이에요 두개로 쪼개서 두서너곡 붙였으면 앨범 두개도 낼수있었을텐데...전 특히 white canvas에 완전히 꽂혔는데 흡사 에어서플라이같이 예쁜(?)발라드가 나온거 같애요 곡안에 서로 서운한 감정 담는다는게 좀 안타깝기도 하네요 마치 갈등은 많은데 안에 담아두고 겉으론 화목한 부부같은 씁쓸함...암튼 모튼 폴 마그네 모두 훌륭한 뮤지션이네요 완전 인정!
각 곡들에 대한 견해 잘 읽었습니다 ^^ 어서빨리 고향에 있는 앨범들을 가져와야 겠어요...
뒤늦게 이제서야 읽었습니다.재결합 후 나온 앨범 중에 lifelines 앨범에 좋은 노래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한 곡 한 곡 설명을 해주셔서 정말 좋네요.전 forever not yours 노래는 너무 좋아하는데 비디오가 좀 깨죠?ㅋㅋ 오빠들 연기가 압권인것 같아요.
Did anyone approach you 를 사보이 여사가 찍었다니 놀랍네요.그 뮤직 비디오 굉장히 맘에 들던데...사보이 여사는 목소리만 빼면 굉장히 재능이 많으신 분이네요.^^
뒤늦게 이제서야 답글을 읽습니다^^. 이건 설명이라고 하긴 그렇고 제 개인적 감상에다가 주워들은 것을 좀 보탠 거죠... Forever Not Yours는 노래도 비디오도 기발하고 전 좋아요~~ 로렌 사보이의 목소리는 제 취향도 아니구요ㅎㅎ 사보이 노래 중에서 로렌이 메인보컬인 건 빼고 재생목록에 넣어서 듣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