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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9일 (목) 21:42
[hamsa] 레바논 파병과 관련하여...
엊그제 한국에서 반전 운동을 하는 한 친구가 메일을 보내 왔더군요.
“한국에서 레바논에 평화유지군(공식명칭은 유엔잠정군) 파병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 한국군의 파병에 반대하는 레바논
의 움직임을 알려달라.”는게 골자였습니다.
이 글을 받고서 유엔잠정군(UNIFIL)에 대한 레바논 사회의 분위기를 한국에서 분
명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 이 글을 씁니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저는 개인적으로 어떤 형태의 군사적인 개입에도 분명히 반대
하는 입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합니다.
레바논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횟수를 센다는 게 무의미 할 정도로 오
래 동안 겪어온 내전을 포함한 많은 전쟁을 이 사람들이 겪어왔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만 합니다.
전쟁 기간 중에는 전쟁 기간이기에 정부가 제 기능을 못했다는 변명이 가능 합니
다. 하지만 내전이 끝나고 난 후에도 민중들에게 정부는 없었습니다.
내전을 종식하기 위해 레바논에선 내전의 주체였던 각 세력들이 모두 참여한 거국
내각을 꾸렸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내전 기간 중 학살의 책임이
있던 자들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모두 고스란히 정부에 들어가서 권력을 차
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자들의 눈에 국민이 보일 리 만무합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의 부패를 견제하고 감시할만한 세력은 없습니다.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 한 세력에 줄을 대고 있거나, 아니면 특정 정치 조직에서
직접 운영하는 언론사입니다. 시민단체들도 이런 군사 정치 조직들이 설립한 조
직이거나 이들과 줄을 대고 있는 단체가 대부분입니다. 간혹 가다가 정치조직과
관계없는 단체가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정치문제에는 아예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
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각 정파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하는 짓들을 보면 사실
정부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입니다.
혹시라도 상대방 정파의 인구가 자신의 정파의 인구보다 많게 나올까 불안하여 인
구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습니다. 정확한 인구조사는 민주주의를 위해서나 사회보
장을 위해서 가장 기초가되는 자료입니다.
하지만 특정 정파의 인구 증가는 그 정파의 영향력 확대로 연결되기 때문에 아예
정치적 안정을 기한다는 이유로 아예 인구조사 자체를 안해 버리는 것입니다. 그
래서 구호단체들이 구호사업을 위해 필요한 통계 자료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습니다. 레바논에 관한 비교적 정확한 통계 자료는 레바논 정부가 갖고 있는 게
아니라 UN 기구들이 갖고 있습니다.
레바논에서 60여 년째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아직까지도 시민권이 없어
서 자신의 이름으로 땅 한 평을 가질 수 없고, 또한 가질 수 있는 직업도 제한되
어 있습니다. 변호사 자격증이 있더라도 팔레스타인 사람은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고, 의대를 졸업해도 레바논에서는 의사가 될 수 없습니다. 이유는 이들이 순니
무슬림이기에, 이들에게 시민권을 주면 순니파의 권력이 강화될 것이기 때문입니
다.
이스라엘이 점령했던 남부지역 마을 주민들 중 일부는 “차라리 이스라엘이 점령
했을 때가 더 나았다. 최소한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필요해서 주민들의 협조를 요
구할 때는 뭔가를 해줬었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이번 전쟁 이후에도 레바논 정부는 피해 주민들을 위해서 한 일이 거의 없습니다
. 겨우 한 일은 UN 긴급구호팀과 구호단체들이 구호물품을 배분하기 전 잠시 보관
할 수 있도록 정부 소유의 창고를 제공한 정도가 레바논 정부가 한 일의 전부입니
다.
그나마도 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구호품 중 일부가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레바논에 대한 구호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유엔은 이를 쉬쉬하고
있습니다. 레바논 정부는 전쟁 이후 국가 부채가 늘어났다고 엄살을 부리고 있지
만, 이렇게 빌려온 돈을 이번 전쟁의 피해자들을 위해 사용한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 유엔은 주민들을 위해서 뭔가를 해주고자 하고 있고, 또 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미국이 개입되지 않은 곳에서는 유엔이 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스라엘 때문에 미국이 UNIFIL에 참여를 거부한 바람에 레바논에서는 유엔이 제 기
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유엔의 산하조직은 지뢰 제거 긴급구호 장기개발 사업 등을 위해 정말로 분주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영공 침해에 대해서도 레바논 총리가 국제사회에 이를 막아
달라는 호소를 한 것 이외에는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을 때, 유엔 잠정군
(UNIFIL)은 발포를 할 수도 있다고 직접 이스라엘에 경고를 합니다.
그리고 오랜 외세의 간섭 속에서 생활해 온 레바논 사람들은 외국군대의 존재 자
체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습니다. 무감각해져 버린 것입니다.
또한 레바논의 정치 세력 역시 나름대로의 계산속에서 UN의 주둔을 반깁니다. 물
론 이들은 자신의 권력유지와 직결되지 않는 한 국가 안위조차도 관심 없는 사람
들입니다.
가장 강력한 정치세력인 헤즈볼라 역시 UN의 존재가 이스라엘의 재침략을 견제할
수 있고, 재무장 및 조직 정비를 위한 시간을 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지식인들은 어차피 주변 열강의 각축장이 되어버린 레바논에 새로운 외세가 들어
오는 것에 대해 냉소적 반응을 보입니다. 그들에게 다른 주변나라들 군대보다는
유엔이 훨씬 나은 존재입니다. UN의 존재는 이들에게 이 나라를 떠날 수 있는 기
회를 하나 더 제공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비판적인 지식인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극히 소수이고 위와
같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은 거의 없습니다.
즉 다시 말해 레바논에서는 어떤 형태든 유엔 잠정군의 존재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레바논은 이라크와는 다릅니다. 한국에서 레바논 파병 반대운동을 할 경우 이런
상황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간 유엔을 무시해왔던 이스라엘의 행태를 봤을 때 유엔잠정군의 존재와 상관없
이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재침공할 여지는 다분하다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지금 분
위기는 상당히 험악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다시 레바논을 침공할 가
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입니다. 또한 최근 몇일 레바논 경찰과 UN을 대상으로 한
수류탄 공격이 연달아 벌어졌습니다. 내전의 재발 가능성도 전혀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스라엘이 재침략 하거나 내전이 재발할 경우 유엔 잠정군이 분쟁에 휘말릴 가능
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세계 최강이라는 이스라엘 군과 실전경험을 해볼 의사가 아니라면 레바논 파병은
여러모로 실익이 없습니다. 파병 보다는 부패한 정권이 아닌 주민들에게 실질적으
로 필요한 경제지원과 같은 도움을 주면서 유엔과 협력한다면, 비록 군을 보내지
는 않더라도 유엔 결의안 이행에 힘을 보태는 것이 될 것입니다.
2006년 10월 31일 (화) 15:19
[hamsa] 레바논 피해자 돕기 캠페인이 시작됩니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습니다.
많은 레바논 사람들은 아직도 집이 없는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러는 집이 완전히 파괴되어 콘크리트 조각만 남아있습니다. 이번 전쟁에서 집중
폭격을 당한 남부 베이루트에 살던 한 여자 여자아이는 폐허가 된 집을 보면서
이렇게 표현을 하더군요. “화장실이 지금은 거실에 들어와 있고, 거실은 침실로
들어왔어요.”
이렇게 집이 완전히 파괴된 사람들은 오히려 괜찮습니다. 친척집이나 친구 집으로
이동하여 이번 겨울을 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러는 집이 반쯤 파괴되었습니다. 한쪽 벽면이 완전히 없어졌거나, 집의 뒤편의
방이었던 곳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런 집은 앞면에서 보면 별로 파괴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은 천 조각으로 문을 만들어 걸고 이
런 집으로 들어와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집은 폭격으로 골격이 손상된 상태
이기 때문에 추가붕괴의 위험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겨울을 안전하게 지낼
장소가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UN이나 국제구호단체들은 식량과 의약품, 식수 등
긴급 구호품을 보급하고 있을 뿐 이런 부분 까지는 손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일은 구호단체가 아닌 정부차원에서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일입니다
.
하지만 레바논 정부의 역할은 국제 구호단체들이 가져온 구호품을 보급하는 정도
에 그치고 있습니다.
헤즈볼라가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지만, 아무리 커다란 조직이라도 국가적 재난의
모든 것을 한 조직에서 책임진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더러는 집이 아주 멀쩡한 것처럼 보이지만, 집 안으로 들어가 보면 벽에 구멍이
뚫렸거나 문과 창문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천정에 구멍이 뚫려있기도 합니다.
이정도 파괴된 집에 살던 주민들은 대부분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직접 집수리를
하고 살아갑니다. 이정도 파괴는 비행기에서 발사한 기관총에 맞았거나 지상전 도
중에 이스라엘이나 헤즈볼라가 사용한 수류탄이나 자동 소총 등 소형 무기에 맞아
파괴된 것입니다.
이정도 파괴된 경우는 대부분 쉽게 수리를 할 수 있습니다.(물론 상대적으로 쉽다
는 것입니다. 창문이 파괴된 경우는 대부분 창틀 전체를 바꿔야 하고, 벽에 구멍
이 뚫렸을 경우는 심한 경우에는 한쪽 벽면을 전부 헐어내고 다시 벽을 쌓아야 합
니다. 눈으로 보이는 것은 구멍 하나이지만, 벽 전체가 심하게 금이 가서 수리하
기 위해 손을 대면 벽이 그냥 부서져 내리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돈을 조금 들어가긴 하지만, 겨울이 오기 전에 집을 수리할 수 있기에 당
장의 겨울은 대비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두 번째 경우인데, 집이 심하게 파괴되어 돈이 있다고 하더라도 수리를 할
수 없습니다. 집을 수리하기 위해서 손을 대면 추가로 붕괴가 일어나기 때문입니
다. 그래서 집을 헐어내고 다시 짓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인데, 겨울 전에 집을 헐
어내고 다시 짓는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건설 회사나 건설업자들은 현재 대부분
다리복구나 도로 연결 등 사회 기반산업 재건에 나서고 있어서 개인집을 지을 여
력이 없습니다. 결국 개인집은 각자가 알아서 헐어내고 새로 지어야 하는데, 사실
구멍 막는 것 정도는 개인이 할 수 있지만, 집을 헐어내고 새로 짓는 것은 전문
건설업자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하다못해 깨진 유리를 가는 간단한 일도 몇 달씩 걸립니다. 작업량이 워낙
많아서 유리 교체 작업을 요구를 해도 유리가게가 수급을 맞추지 못하기 때문입
니다.
그래서 문짝이나 유리가 없는 집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이번 겨울이 오기
전에 깨진 유리나 문짝을 바꿀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레바논은 아라비아 반도에 위치하고 있지만, 유럽에서 넘어오는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을 직접 받는 곳으로 다른 아랍 국가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겨울이 추운
나라입니다. 게다가 산이 많아서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려 다른 아랍국가에서 스
키 관광을 오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이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당장 필요한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따뜻한 옷가지,
담요, 난로 등이 그것입니다.
10월 중순부터 우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우기가 끝나고 곧바로 겨울이 오지는 않는
다고 합니다. 11월 초 우기가 끝나면 다시 25도를 넘나드는 기온이 11월 말까지
유지 되다가 12월부터 추워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더운 나라에 사는 레바논 사람들에게 비가 오면서 갑자기 내
려간 기온은, 무척 춥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벌써부터 두꺼운 겨울
잠바를 입고 다닙니다.
12월까지 아직은 한 달 남짓의 시간이 있습니다.
지금 한국의 몇몇 친구들이 레바논의 전쟁 피해자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
도록 돕기 위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신촌의 민들레 영토 앞에서 매주 월요
일 저녁에 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메일을 받는 여러분께서도 신촌을 나가실 기회가 생긴다면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들러서 힘을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온라인 캠페인이 시작되면 사이트 주소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혹시 신촌을 나갈 일
이 전혀 없으신 분들은, 온라인으로도 참여할 수 있도록 조만간 온라인 캠페인도
시작하도록 이야기 중입니다.
사이트가 개설되면 메일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레바논 남부항구도시 시돈에서
한상진 드림
2006년 10월 20일 (금) 23:58
[hamsa] 아직도 끝나지 않은 레바논 전쟁
레바논 동남부의 작은 마을 가자르에는 아직도 이스라엘 군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 이 마을은 예전에 마을의 3분의 1가량을 이스라엘이 점령하여 마을이 두동강 났
던 곳인데 이번에 나머지를 마저 점령했습니다.
몇일 전에는 가자르를 다녀왔습니다. 마을을 좀더 가까이서 보기위해 마을로 다가
가자 저를 태워다준 운전기사가 총쏘는 시늉을 하며 "이스라엘 방방"을 연신 외치
면서 적극 만류를 하더군요.
덕분에 가자르에서 약간 떨어진 이웃 마을에서 가자르를 바라다 볼 수 밖에 없었
습니다.
이스라엘이 점령했다 철수한 다른 마을에서는 점령 기간 중 피난을 가지 않고 남
아있는 레바논 현지 주민들을 이스라엘 군이 궂이 내쫒지는 않았었습니다. 영구
점령할 의사가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가자르에서는 주민들을 모두 몰아냈더군
요. 영구 점령의사를 명확히 한것으로 보입니다.
얼마 후면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이 마을로 들어오겠지요.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
엘이 그렇게 하고 있는 것처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후, 여기서 철수한 사람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새
로이 확장할 정착지를 물색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레바논 남부에서는 아직도 이스라엘이 뿌려놓은 집속폭탄(클러스터 밤)으로 매일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레바논 남부를 내려가면 어김없이 어제 어디서 집속
폭탄으로 누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어제도 남부를 내려갔다가 전날 한사람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죽었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영국의 지뢰제거 팀에서 일하는 친구의 얼굴 표정은 사
람의 죽음을 전하는 이의 얼굴이 이미 아니더군요.
워낙 많이 죽어가나고 있기 때문에 사람의 죽음에 무덤덤해 져 있었던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아직도 지속적으로 헤즈볼라의 무기 유입을 감시한다는 명목으로 영공
침해를 일삼고 있습니다. 견디다 못한 레바논 수상이 국제사회에 이를 막아줄 것
을 요청했더군요. 하지만 국제사회의 반응은 무덤덤 한것 같습니다.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의 영공 침해를 막기위한 어떤 행동도 취했거나 계획하고 있다는 이야기
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여기에 머물고 있는 친구들과 함께 앉아있다가 비행기가 머리위로 지나가면 이스
라엘 비행기인지 아닌지를 꼭 확인하는 새로운 버릇이 생겼습니다.
대부분의 레바논 사람들은 조만간 또다른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 하지만 제가 보기에 레바논에서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관련 사진을 몇장 www.ihamsa.org에 올립니다.
레바논의 전쟁으로 고통받고있는 사람들을 돕기위한 활동에 힘들을 보태주시기 바
랍니다.
한상진
2006년 10월 12일 (목) 09:34
[hamsa] 몇가지 소식들
아라비아 반도에 위치한 레바논은 비교적 따뜻한 지역이긴 하지만, 레바논은 산이
많아 겨울에는 눈이 많이 와서 다른 아랍국가에서 스키 관광을 올 정도로 추운
곳입니다.
원래 레바논 들어올 때는 한두달 정도 머물면서 전쟁범죄 조사와 평화협정 이행
상황을 감시하는 일만을 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날이 추워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폭격을 당해 집의 일부가 파괴되고, 창
문도 없고 문짝도 없는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이 조금씩 바
뀌어 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레바논 현지 NGO들과 이 문제를 협의하면서 주민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있는 중입니다.
1. 이번에는 이곳의 풀뿌리 단체와 함께 남부지역의 구호사업 현황을 잠시 모니터
하고 왔습니다.
정부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 나라인지라, 정부차원의 체계적인 피해 현황이
나오질 않고있고, 그래서 일부 구호단체는 상대적으로 정확한 피해 통계를 가지고
있는 헤즈볼라와 협력을 하고 있지만, 일부 구호단체는 무장세력이자 정치조직인
헤즈볼라와 협력을 꺼리면서 독자적인 구호를 하고 있는 등 체계적인 구호가 이뤄
지지 않고있어 구호물품이 중복되거나 필요한 곳에 전달이 되지 않는 든 많은 혼
맥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풀뿌리 단체들은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혼신의 힘을 다하여 구
호사업을 진행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집이 파괴된 많은 레바논 주민들은 친척집 등으로 이주하여 겨울을 나기위한 준비
를 하고 있지만, 일부 주민들은 문짝도 창문도 없는 반쯤 파괴된 집에서 그대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헤즈볼라는 집이 파괴된 모든 주민들에게 새집을 지어주겠노라고 약속을 하였고,
UN에서는 재건되는 모든 집에 태양열 난방장치를 설치해 주겠노라고 약속을 하였
습니다. 하지만, 헤즈볼라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봉쇄로 이란에서 새로 집을 짓기
위한 자금을 들여오는데 상당한 곤란을 겪고 있는 눈치입니다.
이들 주민들은 당장 다가올 겨울을 걱정하고 있고, 이들에게 당장 필요한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적십자를 위시한 일부 NGO들 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당연
히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레바논 정부에서는, 건물 잔해를 치우는데 보태라고 UN에서 지원한 몇십 억원을
파괴가 심한 일부 지방정부에 배분한 것 말고는 이들 피해 주민들을 위해 한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도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기에 중간에 착복하지 않
고 고스란히 전달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이 당장 겨울을 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조만간 지원 가능한 구체적인 명단이 나올 것입니다.
전쟁 피해를 겪고 있는 레바논 주민을 돕는 일에 여러분들의 동참을 호소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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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번 북한 핵실험으로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된 가운데, 여기서도 제가
단연 주위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입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은 물론 일차적으로 행위 당사자인 북한에 있지만, 미국과
한국 그리고 중국과 일본 등 주변 나라들의 책임도 작아보이진 않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현상은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서 그 파장을
주시하고 사후 대책을 논의하는 분위기인데 반해 미국과 일본은 핵실험 실패설 등
을 흘리면서 애써 북한 핵실험의 의미를 축소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
입니다.
어쨌든 지금 논의되고 있는 모든 의제들이 제가 보기에는 무의미하거나 무책임해
보입니다.
지금 논의해야 할 것은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지구적 핵 확산의 가능성과 위험성
, 그리고 지구적인 핵군축이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역설처럼 들리지만, 북한핵실험은 한반도의 비핵과 지구적 핵군축을 논의하는데
적절한 계기를 마련해 준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고 단시간에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하지
만 이것만이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이뤄서 민족 공멸을 막는 방안이고, 또
한 한민족이 인류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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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관한 예기가 나온김에 레바논 정부군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하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레바논 정부군은 정말 우스꽝 스러운 군대입다.
헤즈볼라란 민병대에게 국토 수호를 내맡기고는 이스라엘의 침공에 아무런 일도
하지 않다고 최근들어 유엔 잠정군(UNIFIL)을 등에 업고 레바논 남부지역에 다시
배치되고 있기는 하지만, 국경 근처까지는 배치되어 있는 레바논 정부군이 막상
국경선으로 가면 한사람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국경 관리 임무를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레바논군은 지난 약 40여 년간 이스라엘과의 국경을 지
키기 위한 임무를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레바논 군은 그 태생부터가 특이합니다.
레바논은 익히 알려져 있듯이 여러 종교, 정치, 민족들로 이뤄진 다양한 사회입니
다. 그래서모자이크 국가라로도 불립니다. 어쨌든 이런 다양한 구성 때문에 그리
고 이웃 나라들의 간섭으로 많은 전쟁을 겪습니다.
1980년대의 기나긴 내전을 겪은 후 레바논 군은 이런 다양한 세력들을 한울타리
안에 묶어두기 위한 방편으로 재편됩니다. 비록 여러 무장 세력을 한울타리 안으
로 묶어두는 데는 성공을 하였지만, 아직도 레바논 정부군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세력의 병사들에겐 정부군의 지휘관보다도 자신이 속한 그룹의 지도자의 지시가
우선합니다.
심지어는 레바논 정부군의 수장인 군 사령관마저도 일개 무장 세력의 지도자일 뿐
입니다.
그래서 만약 또다시 정파간이 갈등이 재연된다면 정부군 병사들은 같은 내무반에
서 생활하던 동료와 총부리를 겨누게 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레바논 정부군에게 국토 수호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
습니다.
국토수호와 국민의 생명을 지킨다는 자부심이 없는 정부군은 국민들 앞에서 주눅
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레바논 정부군은 국민들 앞에서 위압적이지 않습
니다. 친절하고 상냥한 정부군의 힘없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서글픈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차라리 군사독재 국가의 위압적인 군부의 모습이 더 낫다는 생각
이 들기도 합니다. 최소한 그들에게는 분노라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레바논의 정부군 역시 다른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정치. 종교 지도자들의 권
력 나눠먹기의 피해자일 뿐입니다. 레바논 국민들은 대부분 정부와 정부군을 불신
합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각 세력들 간 싸움을 일삼던 모습만을 봐온 레바논 국민들에
게 헤즈볼라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모습은 전혀 새로운 모습
이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스라엘의 철군을 끌어내고 이번 전쟁에서도 이스라엘
을 막아내는 것을 보면서 레바논 국민들은 심지어 헤즈볼라에 반대하는 그룹에 소
속된 사람들마저도 헤즈볼라에 열광을 합니다.
최근 헤즈볼라가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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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들 잘 보내셨으리라 믿습니다.
저는 연휴 기간 중 앞에서 말씀 드렸듯이 풀뿌리 단체들과 함께 레바논 남부지역
구호 현장을 잠시 다녀왔습니다. 그나마 남부지역은 구호단체들이 활동을 하고 있
어서 사람들에게 불충분하지만 도움이 전달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동부 지역
의 베카계곡과 바알벡 지역은 구호단체의 관심에서 비껴나 있는 것 같습니다. 조
만간 이 지역도 다녀올 생각입니다.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상황은 이미 전해드린바와 같습니다. 레바논에 거주하는 팔
레스타인 난민들의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중에 있습니다. 이들을 위한 활동도
뭔가 있었으면 합니다. 능력이 안되는 상황에서 욕심만 앞서서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여러분들의 도움이 따라준다면, 자그마한 도움을 줄 수 있을 않을
까 생각합니다.
한상진 드림
2006년 10월 5일 (목) 10:16
[hamsa]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탈
어제(10월 3일),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서 완전 철수는 아니지만 어쨌든 거의 대
부분을 철수를 한 후 이틀만에 이스라엘 항공기가 레바논 영공에서 다시 정찰임무
를 수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 군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계속 헤즈볼라의 무기 불법 반입을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하겠노라고 발표를 했습니다.
지상군을 일부 철수한 대신에 공군을 투입한 것입니다.
이스라엘 전투기는 국경지역 뿐 아니라 북부지역의 레바논 깊숙한 곳에 위치한 항
구도시 트리폴리까지 정찰 비행을 한 후 돌아갔습니다.
순찰 비행은 한 시간 반여 동안 계속 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영토 안에서 헤즈볼라의 무기 반입을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하
겠다고 나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주장이지만, 한 시간 반 여 동안만의 비행
으로 감시 임무를 한다는 것 자체도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정말로 감시를 하려고
한다면 24시간 정찰 비행을 해야만 하겠지요.
아마도 레바논에서 외국군의 침략을 막아낼 수 있는 강한 정부 구성 논의가 어찌
됐건 시작 되면서, 비록 육상에서는 철군하지만 레바논은 언제든지 내 손안에 있
다는 것을 레바논 사람들에게 확인시켜 줄려는 것이 이스라엘의 진짜 의도인 것처
럼 보입니다.
한국 언론을 뒤졌지만, 한국 언론에서는 이런 사실이 전혀 보도되지 않고 있어서
간단하게 소식 전합니다.
한상진 드림
2006년 10월 1일 (일) 23:02
[hamsa] 이스라엘의 완전 철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서 철수완료했다는 소식을 모두들 접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는 조금 다릅니다.
이스라엘군이 레바논내 주둔지에서 철수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번 전쟁의 결과 이스라엘은 기존에 점령하고 있던 세바 농장지역의 두 마을 이
외에 가흐자르라는 새로운 마을을 점령지로 추가하였습니다.그리고 당연히 여기서
는 철수하지 않았습니다.심지어 이 새로운 점령지에는 레바논 지역과 분리하는 분
리장벽을 세우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엔잠정군은 기존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이스라엘의 권리
를 인정하겠노라고 발표를 하였습니다.
이런 잠정군의 입장에 따라서 이스라엘이 새롭게 추가한 점렁지는 이스라엘의 주
권이 인정되는,즉 이스라엘이 철수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서양 언론은 유엔 잠정군의 발표대로 이스라엘이 철수를 완료했
노라고 발표를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언론들은 모두 이를 받아쓰기 하고 있습니
다.
하지만,이스라엘의 완전 철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점 오해 없었으면합니다.
레바논에서 한상진 드림
2006년 9월 30일 (토) 06:20
[hamsa] 팔레스타인 난민촌의 청소년 센터 대표 인터뷰
베이루트 남부의 세틸라 난민촌에서 어린이. 청소년 센터를 설립하여 10년째 아이
들 교육에 매달리고 있는 모함메드 압바스씨를 만나서 간단한 대담을 나눴다. 다
음은 그와의 대담 내용을 정리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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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바논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의 상황과 여기 난민촌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달
라.
이곳 난민촌은 1948년에 세워졌고 나는 1959년에 여기 난민으로 왔다.
현재 레바논에는 약 350,000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살고 있고(레바논 정부의 공
식 통계에 의하면 394,532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현재 레바논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출산율을 생각할 때 현재 40
만이 넘을 것으로 파악된다. 모하메드씨가 인용하고 있는 통계는 아마도 몇 년 전
의 통계일 것으로 추측된다.), 약 100,000명의 난민은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서구
로 재 이민을 떠났다.
레바논에는 모두 15개의 캠프가 있었으나 3개의 캠프는 전쟁으로 이스라엘과 레바
논의 우익 그룹에 의해 파괴되어 현재 12개의 캠프가 남아있다. 그리고 난민캠프
로 공식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11개의 팔레스타인 난민 집단거주지가 존재
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인구의 53%는 난민 캠프에서 거주하고 있고, 나머지 47%는 난민 캠프
밖에서 살고 있다.
점령이 팔레스타인 문제의 모든 것이다. 점령 때문에 난민이 발생했고, 난민들의
삶의 질, 인권, 아동문제, 교육, 빈곤 등등 모든 문제들이 점령 때문에 발생했다
.
동물원 동물들의 생활이 난민촌보다 나을 것이다. 이곳 집들을 보면 문턱이 조금
높다. 이 문턱의 높이는 우기에 물이 집에 넘쳐들지 못하도록 하는 딱 그 높이이
다.
어린이들에게 교육받을 권리, 건강, 주거, 보호, 놀이, 참여 등의 권리가 전혀 보
장되지 않는다.
UNRWA학교가 캠프 내에 있지만, 학교 시설이 열악하고 선생들은 학생을 처벌할 때
폭력을 사용한다. 학기가 시작된 지 2주가 지났지만 아이들에게는 교과서조차 아
직 지급되지 않았다. 8.6%의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중도에 포기하고 16.8%의 아이
들이 14세 이전에 학업을 포기한다. 67%아이들이 고등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고 나
머지 아이들 중 3%만이 대학엘 진학한다.
경제적으로는 전쟁 전 팔레스타인 인구의 39%가 실업상태였고 지금은 훨씬 더 높
을 것이다. 전쟁후의 통계는 아직 없다.
난민의 60%가 극심한 빈곤상태에서 생활하고 있고 그 중 11%는 기아 상태에 놓여
있다.
레바논 정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취업의 자유를 제한한다. 농장이나 공사판에
서 일하는 데는 정부 허가가 없이 일할 수 있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줍
는 일을 하더라도 정부 허가가 필요하다. 팔레스타인 난민은 의대를 졸업해도 의
사가 될 수 없고, 법대를 졸업해도 변호사가 될 수 없으며, 공대를 졸업해도 엔지
니어가 될 수 없다.
팔레스타인 사람은 단 한 평의 토지도 자기 이름으로 소유할 수 없다. (잠깐 부연
설명을 하자면,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레바논에 살기 시작한지 60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레바논의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갖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레바논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선거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정치세력화도 하
지 못한다.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이니 정부에 어떤 요구도 하
지 못하고 한다 한들 정치인들이 선거권이 없는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이유가 없
다. 그리고 이들의 권리를 위해서 일하는 레바논 시민단체도 없다. 이들은 인구
통계에조차 잡히지 않는 사람들이다.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레바논
의 인구를 이야기 할 때 레바논의 공식 인구 통계에는 항상 40만에 이르는 팔레스
타인 사람들이 빠져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만 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레바논 사람들은 이스라엘에 의한 폭력의 피해자들이다. 하
지만 우리는 레바논 사람들에 의해 부당한 착취를 당하고 있다.
1959년 난민으로 여기에 왔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인에 대한 억압은 오히려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들이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원
하는 것은 이해할 수없다.
렙바논과 시리아에 살고 있는 난민들의 대부분은 북부 팔레스타인 출신들이다. 그
래서 팔레스타인 내에서도 사실 관심을 별로 받지 못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 맥주마시며 춤추고 축하했던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분리 장벽에는 침묵한다. 레바논에 살고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상황은 팔레스
타인에 살고있는 사람들보다 더 열악하다. 팔레스타인 영토 내에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최소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고있다. 이스라엘에 의해서 팔레스타인에
서 죽은 사람의 수보다 훨씬 많은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레바논에서 죽었지만, 세
상의 관심 밖에 있다.
* 센터에 관해서 이야기 해달라. 어떤 내용의 교육이나 활동이 이뤄지고 있으며,
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혜택을 받고 있는가?
현재 어린이 청소년 센터에는 난민촌의 250명의 아이들이 정식으로 등록되어 교육
을 받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놀이나 도서관 이용을 위해서 드나드는 아이들을 포
함한다면, 약 400명 남짓의 아이들이 센터의 혜택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자녀를 갖고 있는 아버지로서 나의 아이들이 나보다 나은 생활을 하게
되기를 꿈꾼다. 이 센터를 시작한 이유이다.
처음에 센터를 시작할 때 부모와 공동체가 합의하여 공동체를 시작하였지만,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사람들이 우리가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
았었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들이 권리를 갖지 못하고 있는데 과연 우리가 아이들에게 어떤 권리를
가르칠 수 있으며 어떤 권리를 줄 수 있겠는가?’ 많은 이들이 던진 질문이었다
.
10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아이들의 권리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레바
논 정부는 팔레스타인 아이들을 돌보지 않는다.
외국인들이 여기 와서 보고 자기나라로 돌아가 대사관을 통해서 혹은 직접 레바논
정부에 압력을 넣기는 어려운 일은 아니다. 물론 이들의 이런 노력이 대단히 고
마운 일이고 우리는 감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들을 이런 상황으로 몰아넣은 근
본적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우리는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66년의 팔레스타인 영토를 회복하여 우리의 고향
으로 돌아가고 싶다.
점령과 전쟁의 피해는 여성과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겪는다.
UN에서 인권선언과 어린이헌장 어린이 인권선언 등 만든 것이 누구인가? 모두 서
구 국가들이다. 그들은 책상에 앉아 그럴듯한 문구를 고민하여 멋진 선언과 국제
법들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다. 이런 선언이나 국제 법들을 만들
때 그들은 전쟁의 피해자들인 우리들에게 아무런 조언도 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법들을 만든 미국과 서양 국가들이 사실은 인권을 침해하고 국제 법을 어긴
나라들 아닌가? 우리는 피해자들일 뿐이다.
센터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상대로 컴퓨터 교실, 도서관, 전통문화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고, 센터 산하에 게스트 하우스도 만들었다. 게스트 하우스의 목적은
재정 충당을 위한 수익사업도 일부 목적이지만, 그보다는 국제사회의 사람들이 팔
레스타인 난민촌 생활을 경험해보고, 또한 난민 어린이들도 외국인들을 접하는 기
회를 통해서 국제적인 안목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 다른 난민촌에 센터와 비슷한 시설이나 단체가 있는가?
다른 난민촌에도 유사한 시설이나 단체들이 있는 곳이 있고 이들 단체들과 여러
차원에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 센터의 재정은 어떻게 충당하는가?
Save Children, Sweden 과 UNICEF 그리고 유럽연합에서 정기적인 지원을 받고 있
고, 또한 개인적으로 후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방문자들이 약간의 후원금을 내놓
고 가기도 한다.
세틸라 난민촌에는 약 3,000여명의 아이들이 있다. 그 중 6~18세 사이의 아이들
250여명에게만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더 많은 센터가 필요하다.
이 센터는 이번 전쟁이 끝난 후 전쟁 난민을 위한 지원사업을 위한 장소로 사용되
기도 했다.
* 82년 여기서 일어났던 학살에 관해서 이야기해달라.
1982년의 세브라, 세틸라 캠프 학살은 레바논에서 그간 있었던 여러 대량학살 중
의 한 개에 지나지 않는다.
레바논에서는 카나의 학살등 많은 학살이 지난 60년간 이스라엘에 의해서 이뤄져
왔다.
82년의 학살 당시 나는 여기 세틸라 캠프에 있었다. 휴전 협정 후 베이루트에 있
는 PLO사무실이 존재하고 있었고, 외국 군대(UN)휴전을 위해 베이루트에 주둔하고
있었다.
9월 14일 레바논 대통령의 묵인 하에 이스라엘 군이 캠프를 습격했었고, 이스라엘
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민병대가 15, 16, 17일에 계속해서 사람들을 죽였다. 당시
이들이 사용한 무기는 도끼, 칼, 총 등이었다. 몇 명이나 죽었는지 정확한 숫자
는 모른다. 공식 통계는 1,500여명이다.(당시 학살의 피해자 숫자는 통계마다 다
르다. 가장 적은 통계는 300명이고, 가장 많은 통계는 4,000명이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수는 1500~2000명 사이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다.)
당시 목격한 장면들은 20년이 넘은 지금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마치 비
디오로 녹화한 것처럼 목격 당시에도 지금 그 장면들을 떠올리는 지금 이 순간도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는다. 아마도 목격한 장면들이 감정으로 느낄 수 있는 범위
를 넘어선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피비린내 때문에 구토를 했었지만, 내가 본
상황들은 믿을 수 없는 상황들이었고 받아들일 수도 없는 상황들이었다. 그래서
아무런 감정 없이 그냥 녹화하듯이 쳐다보고 머릿속에 담았다. 가족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사체들은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고, 어떤 사체에는 죽인 다음에 불을
지르기도 하였다.
나는 여기 센터에 오는 아이들을 때리는 것조차 상상하기 힘들다. 어떻게 인간이
인간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지...
당시의 피해자는 팔레스타인 사람뿐이 아니었다. 피해자 명단을 보면 아랍의 다른
나라들, 이집트,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등의 나라의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고,
심지어는 유럽인도 몇 사람 포함되어 있다. 단지 캠프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들도
무차별로 공격을 받았고, 여행자들, 관광객들, 친지 방문을 위해 잠깐 들를 사람
들도 모두 공격을 받았다.
카나에서는 유엔 캠프에 피신한 사람들마저 공격하지 않았던가? 나는 이들이 인간
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각 난민촌에 촌을 대변할 단체나 주민 협의회 등의 조직이 있는가?
캠프에는 전체를 대변할 협의회 등의 조직이 예전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와해된
상태다. 캠프 내에 여러 조직들이 존재하고 있고, 서로가 캠프를 대표한다고 주장
한다. 간혹 가다 이들 조직 간에 충돌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런 조직
들 어디에도 관계하지 않고있다. 난민촌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으면 이런 정치
조직들이 아니라 각 난민촌에서 스스로를 돕기 위해 일하고 있는 단체들을 방문하
는 것을 권하고 싶다.
(레바논을 방문할 한국 사람들에게 이곳 세틸라 난민캠프의 게스트에서 하룻밤 머
물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연락처는: +961 3 974 672 혹은 cyc@cyberia.net.lb 입
니다.)
2006년 9월 30일 (토) 06:04
[hamsa] 레바논의 편린
레바논 내의 팔레스타인 난민촌과 레바논 남부지역의 집속탄 피해지역 등을 돌아
보고 있는 중입니다.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상황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합니다. 팔레스타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그나마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레바논 사람들도
이번 전쟁이후 국제사회의 도움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 레바
논과 시리아, 요르단 등지에 살고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완전히 잊혀진 사람들
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곳 레바논의 상황은 가장 심각합니다.
행복한 추석을 맞이해야 할 여러분께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는 것 미안한 마음입
니다. 하지만, 행복한 추석의 이면에 잊혀진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마음으로나마 추석의 행복함을 함께 나눴으면 합니다.
모두들 행복한 추석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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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에서 벌어지고 있거나 벌어졌던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 행위나 유전 협정 위
반 행위는 크게 두 개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당연히 불법적인 점령과 침략 등 영토 침탈이 있고,
다음으로 이스라엘이 그간 레바논에 매설해왔던 지뢰들과 전쟁의 마지막 3일 동안
레바논에 쏟아 부은 집속폭탄(클러스터 밤) 문제입니다.
하산 나스랄라가 승리대회에서 “강한 정부” 구성을 요구한 후 레바논 정국이 소
용돌이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헤즈볼라의 영향력이 더 이상 확대되기
를 바라지 않는 경쟁 조직들은 연일 “나스랄라의 발언이 1943년의 ‘국민협정’
을 무시한 것”이라고 성토하고 있고, 헤즈볼라를 지지하는 시아파 계열의 단체들
은 ‘국민협정’의 틀 안에서도 얼마든지 강한 정부를 구성이 가능하다면서 ‘이
를 위해 적극 협력할 용의가 있다.’며 이 기회에 정치적인 영향력을 확대하겠다
는 속내를 감추지 않습니다. 시니오라 수상은 유약한 이미지 그대로, 국제사회를
돌아다니면서 도움을 호소하는 일에만 주력할 뿐, 국내 문제에 관해서는 어떤 입
장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도 남부지역엔 최소한 10개 이상의 지점에 이스라엘이 주둔을 하고 있고, 기
존에 점령하고 있는 세바와 크파르 쇼우바 이외에 가흐자르라는 새로운 지역을 점
령하고 여기에 또다시 그들의 특기인 분리장벽을 건설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 접근하는 사람은 외신 기자라도 이스라엘군의 경고 사격을 피하지는 못합
니다.
유엔잠정군(UNIFIL)이 배치되기 시작하면서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 사이의 총격전
은 눈에 띄게 줄었고 현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유엔 잠정 군은 이
스라엘이 현재 주둔하고 있는 지역들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의 권리를 인정한다면서
이들이 자발적으로 철수할 때 까지는 이들이 점령한 지역에서 아무런 행동도 취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아직도 일부
지역에서, 비록 경고사격이긴 하지만, 총질을 해대고 있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의 점령이 끝나지 않는 한 무장해제를 할 수 없노라고 공언 하였습니다. 아직도
여기저기에 위험 요소들이 암초처럼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레바논의 정쟁은 제가 보기에는 아직 일러 보일 뿐
아니라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어쨌든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의 위상은 나라
를 지켜낸 무장단체로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단체이지 더 이상 불법 무장조직은
아닙니다.)
오늘 남부지역을 돌아보러 가는 길에 버스 안에서 만난 한 청년은 ‘오랜 전쟁 후
가까스로 안정을 찾아서 지난 15년간 재건을 위해 땀을 흘려왔는데 단 한 달 만
에 15년간 이뤄왔던 것들이 모두 파괴되었다. 레바논은 지금 15년 전이 아니라 그
이전으로 되돌아가 버렸다. 앞으로 다시 재건하는데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 15
년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도 이스라엘이 다시는
침략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한 것이다. 문제는 재건에 걸리는 시간이 아니
라 사람들이 더 이상 재건의 의욕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라고 이야기 하면서
한숨을 쉬었습니다.
소위 ‘부자나라’서 온 외신 기자들이나 구호단체 관계자들도 함부로 가기를 꺼
리는 시내 번화가의 비싼 식당이나 카페, 혹은 호텔레스토랑 등이 레바논의 부유
층 젊은이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특히 시내 곳곳에 10여개 가까이 존재하는 스
타벅스에는 연일 않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젊은이들이 모입니다. 입으로는
반미, 반 이스라엘을 외치지만 코카콜라의 매상은 전혀 줄어들지 않습니다. 시내
의 나이트클럽에서는 밤새도록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전쟁마저도 이들 부유층 젊
은이들의 삶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유엔 잠정 군이 배치되고 있는 남부지역의 해변에는 약간 철지난 피서객들이 삼삼
오오 몰려들고 있습니다.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젊은 아가씨들이 유럽에서 온 군
인을 만나서 레바논 탈출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유엔 잠정 군의 존재는 레
바논의 평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유러피언 드림을 이뤄줄지도 모를 꿈의 군대일 뿐
입니다.
레바논 인구의 10% 가 넘는 숫자인 레바논 내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60여년을 레
바논에서 살아왔지만, 아직도 인구통계에조차 잡히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시민권은 물론이고 자기 이름으로 땅한 평 소유할 수 없습니다. UN의 공식 통계에
의하면 이들 중 60%가 극심한 빈곤상태이고, 11%는 기아선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 그리고 항상 유엔 통계는 보수적입니다. (팔레스타인 난민문제와 관련해서는 별
도의 글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서구 일부 언론에서는 알 카에다가 레바논에 들어와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사실인지 여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이런 다양한 모습들의 모여서 레바논이라는 모자이크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2006년 9월 마지막 날 현
재 레바논의 모습입니다.
레바논에서 한상진 드림
2006년 9월 24일 (일) 16:20
[hamsa] 헤즈볼라의 승리대회와 팔레스타인 난민촌
베이루트 남부의 이스라엘의 공격에 의해 파괴된 지역 인근에서 헤즈볼라가 조직
한, 시아파 주민들 수십만이 모인 승리대회(victory rally)가 22일 열렸습니다.
이 대회에는 이스라엘의 암살을 피해서 시리아에 피신해 있던 나스랄라가 참석한
다는 소문이 돌면서 레바논 사람들 사이에서는 관심이 대상이 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암살 위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스랄라가 과연 참석할지는
대회가 열리기 직전까지 미지수라는 관측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대회가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스랄라는 모습을 드러내었고, 한시간
이 넘도록 열정적인 연설을 하였습니다.
이 대회에는 해외에 거주하는 수백명의 레바논인들이 참석하여 나스랄라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외신을 인용 한국 언론에도 그가 연설한 내용들이 대충 보도된 것으로 알고있기에
그의 연설을 여기서 다시 반복하지는 않겠습니다. 단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푸아
드 시니오라 총리가 국제사회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도움을 호소했던 것을 빗대서
‘눈물로는 레바논을 지킬 수 없다’고 조롱하면서 헤즈볼라는 레바논 정부가 강
해지기 전까지는 무장을 해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그는 또한 정부의 재구성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엊그제 보내드린 보고서의 마지막에 전망하였듯이 헤즈볼라가 본격적인 정권잡기
에 나선 것입니다.
이에 질세라 레바논 정부군도 다음 주말에 전쟁에 희생된 레바논 군인들을 추도하
는 대규모의 집회를 개최하겠노라고 나섰습니다.
정부군 측에서는 최대 10만명이 대회에 참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한때 시
아파 내에서 헤즈볼라와 주도권을 다투다가 지금은 헤즈볼라와 손잡고 대이스라엘
항전을 하고있는 아말 민병대의 지도자에게도 초대장을 보냈다고 합니다.
레바논판 파워게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레바논이 정치적 혼란기로 접어들고 있
습니다. 앞으로 레바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단지 앞으로 전개될 혼란이 또다른 외부의 개
입이나 내전으로 비화하지 않게되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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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에는 유엔에 의해서 공식으로 인정된 12개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이 있고, 유
엔에 의해서 아직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또다른 14개의 소규모 난민촌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들 난민촌에 살고있는 팔레스타인 난민은 모두 40여 만명에 이릅니다.
이는 레바논 전체 인구의 10%에 달하는 많은 숫자입니다.
유엔에 의해 인정받은 난민촌은 그나마 유엔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당장 밥을 굶
을 어려움은 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엔의 인정을 받지못한 난민촌은 그 얼마되지 않는 도움도 받지못해 대
단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유엔의 도움을 받는다는 난민촌도 경제적으로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레바논
정부는 난민촌 주민들을 위해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습니다.
유럽에서 살다 온 한 쿠르드족 출신의 레바논 사업가 친구가 이들의 살아가는 모
습이 너무나 안타까워서 이들을 돕고자 나선적이 있다고 합니다.
난민촌 주민들은 아무도 이 친구를 믿지않고 뭔가 자신들을 이용하려 한다는 의심
의 눈초리를 보내더라고 하는 이야기를 전해주더군요.
지금까지 레바논 정부나 레바논 사람들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아보지 못한 사람
들의 당연한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들은 조금씩 돈을 모아 외부의 지원이 모두
끊긴 상태에서 최근 심해진 이스라엘의 공격에서 고통받고 있는 가자지구의 동포
에게 보내주고 있었습니다.
어제는 베이루트 인근의 사브라와 세틸라라는 두 팔레스타인 난민촌을 다녀왔습니
다.
이 두 난민촌은 1982년 내전 중에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던 기독교 민병대 남부레
바논군(SLA)에 의해 2,0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학살당
했던 것으로 유명한 난민촌입니다.
당시 이 난민촌에서 학살당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숫자는 아직까지도 파
악되지 않고있습니다. 적게는 300명을 주장하는 통계부터 많게는 4000명을 주장하
는 통계도 있습니다. 하지만, 약 2000여명을 주장하는 통계가 가장 믿을만 해 보
입니다.
당시 학살은 내전의 다른 무장세력으로부터 남부레바논군을 보호하기위해 이스라
엘군이 학살 현장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심지어는 이스라엘 내부에서조차 당시의 학살은 이스라엘 책임이라고 이스
라엘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이스라엘의 공식 입장은 내전 하면서
자기네들끼리 죽고 죽이는 상황 속에서 일어난 일일 뿐이라는 것이지만 말입니다
.
레바논 전체가 전쟁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어쨌든 레바논 사람들의 어려움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고있고 이들을 돕기위한 국제회의까지 개최되고 있습니다.
반면 레바논에 살고있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완전히 잊혀진 사람들로 보였습니다
.
이곳에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뿐 아니라 인근 국가에서 일자리를 찾아서 들어왔거
나 자국의 국내 사정때문에 이곳까지 피신해온 갈곳없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베이
루트에서도 가장 열악한 슬럼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거리는 쓰레기로 넘쳐났고, 땟국물이 흐르는 아이들은 쓰레기를 뒤지고 있었습니
다. 냄새는 온 천지를 진동하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새까만 손으로 길거리에서 음
식을 먹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곳의 사람들은 서로 도우며 살고 있었고, 베이루트의 다른 곳
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걸하는 사람들을 이곳에서는 만날 수 없었습니다.
사이즈가 커서 사진을 함께 보내지는 못합니다.
사진은 ihamsa.org에 가면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주에는 이스라엘이 아직까지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는 세바의 농장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이곳은 그간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간 총격전이 지속적으로 벌어졌던 곳으로 헤즈볼
라가 이곳에서의 이스라엘 축출을 명분으로 싸우고 있는 곳입니다.
레바논에서 평화일꾼 한상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