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2024. 11. 24. 일요일.
늦가을 막바지인데도 햇볕 나고, 기온도 제법 온화하다.
오늘 서울 날씨는 최고온도 영상 13도, 최저온도 영상 2도이다.
아침밥을 먹고 내 방에서 쉴 때다.
아내가 "무 채 썰어 주세요"라고 서방인 나한테 지시 내렸다.
거실 바닥에는 신문지 여러 장이 펼쳐져 있고, 그 곁에 커다란 고무 함지박(다라), 제법 큰 무(무수) 몇 개가 깔끔하게 씻어져 있고, 부엌칼과 플라스틱 도마 등이 있었다.
가을김장을 할 모양이다.
나는 무수(표준말은 '무')를 채 썰려고 거실 바닥에 힘들게 겨우 앉았다.
요즘 허리뼈가 뻣뻣하게 굳어서 움적거리는 게 무척이나 힘이 들고, 허리를 쳐들으려면 심한 통증으로 벌벌 떨면서 겨우 일어서서 움적거린 뒤 벽이나 기둥 모서리를 손으로 잡고서 몸 중심을 잡아야 한다. 심한 통증으로 벌벌 떨면서 일어선 뒤에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떼고 있는 요즘이다.
주인 마나님이 시켰으니 머슴인 나는 별 수 없이 힘겹게 앉아서 무수(무)를 가늘게 채 썰어야 했다.
예전 서울 용산구 삼각지 어떤 직장에 다닐 때다.
월급은 매달 10일에 나왔기에 우리집에서는 12월 10일 봉급을 탄 뒤에서야 뒤늦게 김장을 시작했다.
오늘은 11월 24일. 내가 정년퇴직한 지도 오래되니 연금은 매달 25일에 나온다.
그래서일까. 요즘 우리집 김장 시기는 11월 25일 전후이다. 예전 직장에 다닐 때보다도 무려 보름정도 더 일찍이다.
오늘 거실바닥에 힘들게 앉은 뒤에 부엌칼로 무를 채 썰었다.
통이 큰 무(무수) 여러 개를 가늘게 길게 써는 시간은 한 시간 반이 더 걸렸다.
마침 큰딸이 친정에 와서 채 써는 일을 도왔다.
이로써 머슴인 나는 김장 - 일을 잘 끝냈다.
주인 마나님이 수고했다며 유리컵에 우유와 땅콩 등의 군것질을 섞어서 내놨다. 우유잔 속에는 불르베리 열매, 달콤한 꿀도 들어 있다.
수십년 전 시골에서 살 때에는 텃밭에 배추, 무, 쪽파 대파, 갓* 등 김장채소를 무척이나 많이 재배했다.
뒤켠에 있는 커다란 장독(항아리)에 김장을 잔뜩 넣어 담았고, 때로는 뒤켠 땅을 깊게 파서 그 안에 커다란 항아리를 묻고는 그 안에 김치 등을 넣어서 겨울철 내내 오랫동안 보관했다.
배추 2접(200포기) 이상으로 김장했기에 이른 봄철까지 짠지(소금을 많이 넣어서 만든 김치 등)을 장기간 보관해야 했다.
당시에는 전기시설이 전혀 없었던 시절이었기에 요즘의 냉장고, 냉동고는 상상도 못했다.
해동됄 즈음이면 김치독 안에 있는 짠지 등은 지나친 과숙으로 탓으로 상해서 쉰내가 심하게 났다.
특히나 뒤켠 땅속에 묻었던 김치 독에서는 고약한 냄새까지 심각하게 났다.
* 갓 : 배추와 흑겨자의 자연 교잡종이며 톡 쏘는 매운 맛이 특색인 채소. 그냥 먹기도 하나 갓김치로도 많이 담가먹는다. 한자로는 개채(芥菜)라고 부른다.
요즘은 전기시설이 무척이나 자동화 고급화 되었다.
돈만 주면 전기로 사용하는 편의시설, 기계, 장치 등을 쉽게 구입해서 활용할 수 있다.
요즘 나는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에서 산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서 10분 정도 걸어 잠실 새마을시장에 가면 모든 먹을거리를 쉽게 장만할 수 있다. 김치 등도 구입해서 집으로 가져온 뒤 곧바로 먹을 수 있는 세상, 정말로 편리하고, 실속있는 세상이다.
요즘 누가 집에서 김장김치를 지나치게 많이 담궈서 겨우내 군둥내를 풍기면서 먹으랴 싶다.
김장을 하더라도 겨우 흉내를 낼 정도로 조그만큼만 하며, 김장하는 체하는 수준이다.
시장에 가면 완성품 김장거리가 산더미처럼 진열되어 있다. 지갑을 열면 김장을 전혀 하지 않아도 걱정 끝인 세상이다.
2.
오후에 석촌호수 서호쉼터로 나갔다.
걷기운동하려고. 서호쉼터 입구에서 충남 광천김을 팔고 있었다. 소형트럭을 대놓고.
판매업자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젊은이 한 사람은 충남 보령시 웅천읍 대창리 사람. 나는 웅천읍 구룡리 화망마을 사람이기에 고향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웅천국민학교, 웅천중학교를 나왔으며, 대창리에서 산다고 한다. 나는 웅천국민학교 43회. 중학교에는 대전에서 학교 다녔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귀가 직전에 김 2박스 3만원 주고 샀다. 귀가한 뒤에 친정에 들른 큰딸한테 박스 하나를 넘겨 주었다. 아내가 광천김을 뜯어서 입맛을 다시더니만 '맛이 있네요'라면서 반가워 한다.
광천은 김 생산지이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내 고향 보령시 웅천으로 내려갈 때 홍성톨게이트, 또는 광천톨게이트에서 빠져나와 살짝 에둘두르면 해변가로 나갈 수 있다. 해산물을 풍부하게 맛보고, 또 푸짐하게 살 수 있다.
더 남쪽으로는 대천톨게이트 또는 무창포톨게이트로 빠져나오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어항, 포구에 도착할 수 있다. 싱싱하고 값 싼 해산물을 잔뜩 사서 차 트렁크에 실을 수 있다.
내년인 2025년 봄에나 고향에 다녀와야겠다. 바닷가로 나가서 갯바람도 쐬야겠다.
3.
오늘은 2024. 11. 24. 일요일.
밤중에는 기온이 싸늘하게 내려갔다.
다음 주 수요일부터는 무척이나 춥다고 일기 예보한다.
11. 27. 수요일 최고온도 3 최저온도 1,
11. 28. 목요일 최고온도 3 최저온도 -1,
11. 29. 금요일 최고온도 3, 최저온도 -3,
11. 30. 토요일 최고온도 4, 최저온도 -4.
이하 생략.
이후로도 최저온도는 계속 영하권
이렇게 나날이 추워지면 가뜩이나 몸이 부실해서 추위를 더 타는 나는 어찌하라고?!
당뇨병을 오랫동안 앓고 있기에 추위를 더 타기에 본격적인 겨울철이 시작되면 나는 더욱 움추리면서 긴긴 겨울을 힘겹게 버텨야 할 터.
신이 있다면 신들의 멱살을 움켜쥐고는 귀싸대기를 후려쳐 갈겼으면 싶다.
"왜 겨울철을 보다 따뜻하게 하지 못하지?"
"왜 겨울철에는 이렇게 춥게끔 그냥 놔 두지?"
"너 아무런 능력도 없니?"
얼마 전 지방여행에서 어떤 절을 구경했다. 불과 80년의 기간인데도 사찰규모는 어마어마했다.
신통방통한 능력을 지녔을 것 같다.
세계 각종의 제신들은 많다. 제발 좀 겨울철이 보다 따뜻하며, 온화했으면 싶다.
한번 기도해 봐!!
나중에 보탠다.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