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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파트 까지 해서 쉬버링 산맥 편이 끝났습니다. 이번 쉬버링 산맥편에서는 흰둥이 가족 이야기를 넣기 위해 흰둥이를 등장시켰는데 실제로 못 넣고 끝냈네요. 미안해 흰둥아 ㅠ_ㅠ 그리고 이제 전편 링크가 너무 길어져서 2부까지 하고 좀 정리를 해야겠네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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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니온은 코코를 가리켰고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
“!!!”
“제가 왕자님의 방에 갔을 때 그 편지를 봤습니다. 코코씨에게 새벽 1시에 광장에서 보자는 편지를 그 편지를 봤기에 코코씨도 광장을 바라보며 시간을 기다렸겠지요.”
세르니온의 눈빛을 본 코코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즉 범인은 원래 코코씨를 범인으로 몰기 위해 계획을 준비한 것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새벽 1시에 다가온 코코씨를 기절시키고 목격자로서 모든 죄를 뒤집어씌웠겠지만, 마력의 흔적을 쫓던 시엘씨가 다가오게 됩니다. 그러나 범인은 눈 속에 있어 앞을 볼 수 없기에 코코씨로 착각 시엘씨를 습격했지요. 그리고 그 장면을 목격한 코코씨가 오는 것을 눈치채고 다시 눈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세르니온의 말에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뭐야 그럼 진범은 따로 있는 거야?”
“저 인간은 그냥 억울했던 거야?”
올리버 검사는 세르니온의 기대와 달리 남은 머리카락을 정갈하게 다듬으며 웃었다.
“후후후.”
“뭐가 그렇게 웃기죠. 올리버 검사?”
“하하하, 솔직히 당신을 얕봤습니다. 그러나 인정해야겠군요. 저의 비장의 카드를 꺼내야 할 정도의 상대라는 것을.”
“???”
“사실 그날 범인의 범행을 목격한 또 다른 목격자가 있습니다.”
세르니온은 놀라 입을 쩍 벌렸다.
“네에?”
판사 역시 당황하여 검사를 쏘아봤다.
“아니 검사. 왜 그 목격자가 있다는 것을 말 안 한 겁니까?”
“죄송합니다. 또 다른 목격자인 코코로 충분히 용의자의 범행 입증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목격자가 불안한 상태였기 때문에 다른 장소에서 철저히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당장 목격자를 소환하세요.”
“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잠시 법정이 소란스러워진 상황 속에서 코코가 시엘에게 다가갔다.
“미안해요. 시엘씨. 제가 분노에 휩싸여 제대로 된 진실을 볼 생각을 안 했어요.”
시엘은 웃으며 코코의 손을 잡아줬다.
“괜찮아. 이해해.”
“시엘씨 이 법정이 끝날 때까지 당신 옆에서 있어도 될까요? 당신과 함께 진실을 보고 싶어요.”
“응.”
시엘과 코코가 서로 화해하던 와중 병사들이 새로운 증인을 데리고 들어왔다. 쓰고 있는 안경에 얼굴이 많이 가려질 정도로 작은 얼굴에 아직 사건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는지 핏기가 없는 얼굴이었다.
“늦었습니다. 워낙 자신이 목격한 충격적인 진실에 대해 두려워하는 목격자라 어쩔 수 없이 모든 정보를 차단한 체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인정합니다. 그럼 증인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메도우라고 해요. 학생이고 그날 사건 현장을 목격했어요.”
생긴 것에서 유추되듯 여린 말투에 판사는 살짝 당황하며 재판을 이어나갔다.
“그럼 목격자 그날 목격한 건 말씀해주시죠.”
“새벽, 공부를 끝내고 집에 가는 길이었어요. 갑자기 연기가 생기며 앞을 볼 수 없었어요. 곧 그 연기가 걷히고 난 뒤 앞을 보니 저 여자가 마법으로 만든 칼로 왕자님의 배를 찔렀어요. 전 너무 무서워서 그대로 도망쳐버렸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풀밭은 그렇게 말하며 벌벌 떨며 시엘쪽을 바라보았다. 그때 세르니온은 약간의 위화감을 느꼈다. 올리버 검사는 그 증언을 들으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 이렇게 범행을 목격한 증인이 나온 이상 더 이상 재판은 무의미한 것 아닐까요?”
판사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너무 명확한 증언이군요.”
세르니온은 책상을 쾅 쳤다.
“잠시만요. 변호 측은 증인을 심문할 권리가 있습니다.”
“인정합니다. 변호 측 심문하세요.”
“분명 증인은 그날 사건을 목격했다고 하는데 그곳에 다른 사람은 없었나요?”
“네 전 분명 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분명히 이 사건에는 또 한 명의 목격자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당신은 보지 못한 거죠?”
“목격자요?”
메도우는 진심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세르니온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네 분명 그곳에는 그 사건을 목격했다고 했던 사람이 한명 더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당신을 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분명 거기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고 증언했죠. 서로 맞지 않는 이 증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올리버 검사가 끼어들었다.
“그건 그날 어둡다 보니 못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세르니온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렇기엔 그날은 멀리서도 사람 형상이 보일 정도였습니다. 다른 건 다 잘 기억하면서 왜 다른 사람이 있던 건 기억 못 하는 겁니까?”
“그…. 그건…….”
“뭣이 중헌디?”
“예?”
메도우는 안경을 하늘 높이 던져버린 채 묶었던 머리를 풀었는데 순식간에 인상이 바뀌었다.
“뭣이 중허냐고. 내가 목격했다니까. 다른 목격자 따윈 중요하지 않아. 내가 내 눈으로 그 년이 마법을 써서 칼을 만들어 왕자 배때기를 푹푹 쑤시는 것을 봤다니까!”
“저? 증인?”
“시끄러워 이 무능한 검사야. 도대체 왜 재판에 지금까지 나를 부르지 않고 기다리게 했는지 그것도 말 안 해줘서 한참을 기다리게 해놓곤 다른 증인에 대해서 말하지도 않아? 그리고 지금 내가 공격받고 있는데 그걸 막아주지도 못하면 너는 도대체 왜 그곳에 앉아있는 거야? 그리고 이 문어머리 판사야. 너는 이런 확실한 증인이 있는데 왜 자꾸 법정을 질질 끄는 거야. 빨리빨리 판결 내리지 못하겠어? 내가 말하잖아. 난 그날 저년을 본적 없어. 내가 본건 저기 있는 저 범인만 봤다고 다시 말해줘? 배를 푹푹 쑤셨다니까.”
메도우가 다시 한번 그날의 증언을 할 때 세르니온은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저기 메도우씨? 딱 한 두가지만 물어봐도 될까요?”
메도우는 세르니온을 홱 돌아봤다.
“어 또 너냐? 그래 딱 두 가지다 그 이상 물어보면 내가 니 배를 쑤셔버릴 거야.”
“혹시 그날 범인의 모습에 관해 특별한 건 없었나요?”
“없었어. 그냥 평범했어.”
“그렇군요. 판사님 이걸로 증인의 증언이 거짓임이 증명되었습니다.”
판사는 놀라 되물었다.
“변호 측. 증언이 거짓이라뇨 그게 무슨 말입니까?”
“증인 죄송하지만, 당신이 본 범인을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메도우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아놔, 내가 내 증인이 거짓이라는 놈의 말을 하나하나 다 들어줘야 해?”
“그것만 해주시면 모든 게 증명됩니다.”
“진짜. 그래 내가 딱 한 번만 더 들어준다. 자 봐라.”
“!!!”
모두가 풀밭의 손가락을 보며 말을 잃었다. 메도우가 가리킨 사람은 코코였다. 그러나 메도우는 뭐가 문제인지 모른다는 듯 당당하게 말했다.
“왜 내가 너무 당연한 말을 해서 할 말을 잃었어?”
“아 용의자는 제가 아니라 이쪽인데요.”
코코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시엘을 가리키자 이번엔 메도우가 말을 잃었다.
“이상했습니다. 분명 당신은 계속 범인을 이야기하며 코코씨를 보는 것 같더군요. 옆에 시엘씨가 함께 있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넘어갔겠지만 저는 자꾸 그 시선이 신경쓰이더라구요. 그렇게 당신을 의심해보니 모든 게 이상했습니다. 당신이 처음 증언에 말한 새벽이라는 표현. 사건은 분명 밤 11시에 일어났는데 우리는 보통 밤 11시면 밤이라 하지 새벽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잖아요. 그리고 분명 당신은 범인의 특징이 없다고 하셨는데 최소한 제가 느끼기에 설인족이 아닌 저나 시엘씨는 귀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아 그것만으로도 구별할 수 있는데 당신은 거기에 대해서는 전혀 특이한 것을 느끼지 못하셨나 봅니다.”
메도우의 표정에서 급격하게 당황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 아니……. 그게…….”
“불행히도 당신은 사건 발생 직후 바로 올리버 검사를 찾아갔고 지금까지 철저하게 보호받느라 다른 정보를 접할 수 없었죠. 결국, 당신은 코코씨와 시엘씨의 관계에 대해 모른 체 증언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말한 새벽과 코코가 범인이라 말하는 것은 왕자님의 편지를 본 진범이 아니면 모르는 정보죠 즉 당신은 왕자님의 암살 미수의 진범이나 최소 공범이라는 것입니다.”
이미 사색이 된 메도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올리버 검사 역시 머리가 모두 빠진 체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판사님 이제 판결을 해주시죠.”
세르니온의 재촉에 판사는 혼란스러운 법정을 조용히 하게 했다.
“왕자님 암살미수사건에 대한 판결을 시작하겠습니다. 본 재판은 잘못된 결론으로 한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 뻔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법정에서 억울한 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좀 더 철저한 조사의 필요성에 대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럼 본 법정은 피고인에 대해 판결하겠습니다. 무!죄!”
판결의 결과에 모두 즐거워하고 있을 때 세르니온은 메도우에게 다가갔다.
“자 그럼. 메도우씨 이제 진범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뭐라고?”
“당신은 원래 이번 사건의 목격자 역할을 맡았던 거겠죠. 그러니 진짜로 왕자님을 습격하고 시엘씨를 공격한 범인은 따로 있겠죠.”
세르니온의 이야기를 듣던 판사도 흥미롭다는 듯 세르니온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이 사건의 진범은 몇 가지 조건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설인족과 이누이트족의 분열이 이득이 되는 사람. 둘째 가짜 얼음마녀를 만들 비밀연구소를 알아야 하는 사람. 셋째 왕국의 비밀통로를 알 정도로 왕국에 대해 빠삭한 사람 그리고 넷째 그날 자신의 몸을 숨기기 위해 거대한 눈덩이가 필요했던 사람. 마지막으로 사건 현장에서 눈덩이에 대한 조사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권한이 있던 사람. 바로 지금 이곳에 없는 가스트 장군입니다.”
세르니온의 충격 고백에 판사가 놀라 되물었다.
“가스트 장군이요?”
“그렇습니다. 한가지 이상하지 않습니까? 왕자님이 사라진 그때부터 가스트 장군의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스트 장군의 흔적이 있던 곳은 바로 사건 현장에 남긴 명령서 하나입니다. 아마 가스트 장군이 시엘씨를 습격한 후 거기다 편지를 하나 남긴 것이겠죠.”
“하지만 그건 추측이 전부 아닙니까?”
“맞습니다. 하지만 제 추측이 맞다면 그건 사실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전 당장 눈덩이 속에 숨어있는 가스트 장군을 수색할 것을 요청합니다.”
“그럴 필요는 없다. 내가 왔으니.”
갑작스럽게 등장한 가스트의 등장에 모두가 놀랐다.
“안녕하십니까? 왕국의 모든 백성 여러분 제가 돌아왔습니다.”
가스트의 한마디 한마디는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선 말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왕자를 찌르고 숨은 것은 제가 맞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전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증인을 데려왔습니다.”
가스트가 데려온 사람은 다름 아닌 감옥에 갇혀있던 과학자였다. 왕자가 데려간 이후 세르니온도 그 존재에 대해 잊고 있던 과학자가 등장하자 모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자 너에게 비밀연구소를 맡긴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보시죠.”
과학자는 가스트를 한번 쳐다본 후 차분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나에게 모든 일을 맡긴 것은…. 바로 왕자님입니다.”
“뭐라고?”
“왕자님은 겉으로는 이누이트족과 설인족의 공생을 꿈꾸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지독한 설인족 우선주의자였습니다. 그렇기에 얼음마녀의 세포를 이용해 가짜 얼음마녀를 만들어 설인족을 습격하는 자작극을 벌여 그것을 계기로 이누이트족을 죽이려 했단 것입니다. 물론 그 첫 번째 대상은 자신의 왕위를 가로막는 지금은 병상에 누워있는 왕이었고요.”
‘당했다.’
세르니온이 속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을 때 기분 나쁜 목소리가 들렸다.
“여러분 아시겠습니까? 지금까지 설인족을 공포로 휩싸이게 하고 이누이트족에 대한 차별을 부추긴 모든 일의 배후에는 왕자가 있었습니다. 전 그런 왕자의 이중성을 알아채고 왕자를 막기 위해 왕자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왕자의 뜻을 막을 수 없었고 오히려 왕자가 외부에서 사람들을 불러들여 다른 범죄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그 계획을 막기 위해 이런 일을 꾸밀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어떠한 이유에서건 왕자를 암살 시도한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이겠지만 저에겐 왕자와 왕가보다는 이 나라에 사는 모든 백성 여러분의 목숨이 소중했습니다. 설인족도 이누이트족도 모두가 저에겐 사랑하고 지켜야 할 생명이었기에.”
“가스트! 가스트!”
“그래 가스트 장군님의 행동이 비록 잘못을 저질렀어도 그건 더 큰 대의를 위한 희생이야. 가스트 장군님 만세!”
사방에서 들려오는 환호를 들으며 가스트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가스트는 자신을 향한 환호를 진정시키며 외쳤다.
“여러분이 제 죄를 용서해주신다면 전 이제 이 혼란한 왕국의 통수권자가 되어 여러분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 쉬버링 왕국을 이 대륙 최고의 왕국으로 성장시키겠습니다!”
“와아아!”
“잠시만요.”
압도적 환호에 묻힌 세르니온의 외침이었지만 완벽한 승리를 예상한 가스트는 그 외침을 외면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외치까지 끌어내서 자신에 대한 모든 의심의 뿌리까지 뽑으려 했다.
“분명 가스트 장군이 한 말은 그의 일방적 주장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 과학자는 저와 왕자님이 잡은 사람입니다. 아마 가스트 장군의 사주를 받아 거짓을 말할….”
가스트는 세르니온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과학자의 목을 꺾어버렸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죽은 과학자의 표정은 고통보다는 의문을 남아있었다.
“아 무슨 말을 하려 한 건가?”
“당신 죽여버린 거야?”
“당연하지. 이 자가 저지른 범죄는 이미 즉결심판 감이야. 더 이상 재판도 필요 없다고. 자 또 할 말 있나?”
“아직 왕자님이 그런 일을 벌였다고 나온 증거는 없어요.”
“자꾸 증거 증거. 못 들었나? 여기 죽은 과학자가 왕자가 모든 일을 시켰다고 했고 내가 왕자의 계획을 막기 위해 움직였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나. 분명 믿기 싫겠지. 그러나 고전에도 있단 말이지 ‘모든 불가능을 제외하고 남은 것이 믿을 수 없는 것이라 해도 그것이 진실’이라고. 왕자는 의식불명이고. 증인과 증거는 없어. 그렇다면 내가 말한 그것이 진실이야.”
가스트는 속으로 환호를 지르며 기뻐하고 있었다. 왕자를 죽이려는 완벽한 계획이었지만 몇 가지 변수가 발생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스스로 모든 죄를 고백하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결국 모든 권력을 잡는 두 번째도 생각하고 있었고 그 계획은 지금까지 완벽하게 돌아갔다. 만약 왕자가 다시 살아온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럴 일은 없다. 이미 왕자를 제거하기 위해 보낸 암살부대가 왕자를 죽였을 것이기에.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거기까지 준비하다니. 정말 대단하군.”
자신의 계획에 잘못된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순간 가스트는 자신을 향해 날아온 목소리에 일이 크게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째서 당신이?”
“다행히 늦지 않았군요.”
가스트는 자신의 뒤에서 키득키득 웃는 세르니온을 볼 수 있었다.
“혼수상태에 있는 왕자님에 대한 부실한 치료와 왕자님을 암살하는 것까지 딱 예상하기 좋은 시나리오라. 바로 준비했죠. 부유성의 동료들에게 말해서 왕자님을 치료하고 호위를 부탁했죠. 그리고 여기 딱 제시간에 맞춰 왔네요.”
“그럼 내가 오는 것까지 모두 다 예상했단 말이냐?”
“당신이 직접 나타나고 과학자를 죽여서까지 왕자님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건 솔직히 예상 밖이었죠. 그렇기에 갑자기 나타나 이 분위기를 잡아가는데 솔직히 좀 놀랐어요. 그래도 장군짬이 어디 가는 건 아니구나. 하지만 이젠 어떻게 하실 겁니까?”
가스트가 뭐라 더 말하기도 전에 이번엔 왕자가 소리쳤다.
“국민 여러분. 가스트가 했던 모든 말은 거짓입니다. 과학자를 시켜 가짜 얼음마녀를 만들어 이누이트족에 대한 차별과 두려움을 일으킨 것은 바로 가스트가 시킨 일입니다. 여기 그 모든 진실을 담은 보고서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보고서에는 또 한 가지 충격적인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얼음마녀를 안정시키기 위해 이누이트족을 캡슐로 만들었다는 것. 분명 이건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죄입니다.”
말을 멈춘 왕자는 그대로 사람들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그렇기에 저는 모든 설인족을 대표하여 사죄드립니다. 말로만 평화를 부르짖으며 실천하지 않아 그대들의 피를 흘리게 했습니다. 그 모든 죄 내가 대신 받겠습니다. 그대들이 토해낼 원망, 분노, 그리고 복수 다 저에게 주십시오. 그리고 한 번만 부디 한 번만 더 마음을 열고 설인족들과 함께 이 쉬버링 왕국에서 살아가십시오.”
왕자의 말에 충격받은 사람들이 잠시 멍하니 있었지만, 곧 한마디씩 터져 나왔다. 가스트에 대한 분노, 배신감, 설인족에 대한 원망, 이누이트족에 대한 미안함…. 그때 코코가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왕자의 앞으로 나간 코코는 붉은 얼음을 만들어 왕자를 향해 날아오는 모든 것들을 막아냈다.
“코코.”
피 흘리는 자신보다 코코가 견뎌야 할 감정이 더 걱정된 왕자가 일어나려 했지만, 코코는 앉아있던 왕자를 꼭 껴안았다.
“살아있어 줘서 고마워. 그리고 이제는 내가 지켜줄게.”
코코는 다시 일어나 사람들을 보며 외쳤다.
“왕자는 모든 분노와 원망을 자기에게 보내라 했지만 한번 생각해봐요. 여기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왕자와 가스트는 다 핑계고 그냥 서로가 서로를 싫어했을 뿐이잖아요. 심지어 스스로에 대한 혐오와 차별까지 하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더러움과 한심함을 남에게 전가하지 말라고. 최소한 여기 있는 왕자보다 서로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없애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 사람은 없으니까. 만약 있다면 내 앞에 당당히 서서 돌을 던지세요.”
아무도 반응하지 못했다. 고개를 숙인 체 자신과 자신의 옆을 바라보며 있을 뿐이었다. 그곳에는 단지 종족이라는 이름으로, 저주받은 혈통이라는 이름으로 애써 무시하고 다른 것으로 규정하려고 했던 껍데기를 벗겨내자, 온전한 자신과 별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왕자. 이제 일어나. 그리고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을 해.”
왕자는 고개를 끄덕인 후 가스트를 바라보았다.
“근위병! 당장 국민들에게 칼을 들이대고 불법실험을 자행한 가스트를 체포해라.”
왕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병사들이 가스트를 향해 달려왔다.
“내 계획을! 죽어라 왕자!”
하지만 가스트는 포기하지 않았다. 갑자기 자신의 몸에 이상한 약물을 투입하더니 붉은색 몸이 된 가스트는 붉은 얼음을 사용하여 근위병을 날려버린 후 왕자에게 달려갔다. 갑작스런 가스트의 움직임에 모두가 당황하고 있을 때 코코가 가스트의 앞에 나섰다.
“왕자는 못건드려.”
코코의 머리의 색이 하얗게 변하며 붉은얼음을 사방에서 만들어 내 가스트를 몸을 구속했다. 그리고 가스트의 가슴팍으로 다가가 손바닥으로 가스트를 밀쳐냈다. 가스트는 얼음이 깨지며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어떻게 너가?”
“어디서 그 힘을 훔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서 가짜주제에.”
코코가 가스트를 내리 깔며 천천히 다다가려 할 때 가스트는 붉은 얼음을 이용해 안개를 만들어낸 후 도망쳤다.
“어떻게 가스트가 붉은 얼음을 사용했죠?”
놀란 세르니온에게 왕자가 설명했다.
“보고서를 더 읽어보니 뒤에 내용이 있더라고. 가스트는 붉은 얼음을 약물로 변환해 자신의 몸에 주입하는 방법을 찾아낸거야. 분명 막대한 힘을 쓰다보니 몸에 좋지는 않겠지만 긴급한 상황에서 쓰기 위해 준비한 거겠지. 아마 이 마력을 시엘이 찾아 왔던 것 같아.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는 마. 근위병들이 쫓고 있으니 멀리 도망가지는 못할 거야.”
“그럼 다행이고요. 그런데 참 길었네요. 이번엔. 좀 쉬어도 될까요?”
“그래. 오늘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첫날이니 크게 파티를 열어 기념하자고.”
*
쉬버링 산맥 깊은 곳
자신을 쫓는 추격자들을 피해 가스트는 최대한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이미 지쳐버린 다리와 무라 한 얼음마녀의 힘을 사용해 망가진 몸이 멈추라고 말했지만, 그는 멈출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더 도망친 가스트는 이젠 자신의 입에서 피가 느껴진 후에야 멈춰 섰다. 당장 추격자가 보이지 않기에 겨우 숨을 돌리려는 찰나 그의 앞에 한 형상이 나타났다.
“호오. 누군가 했더니 그때 그 녀석이구나.”
분명 눈보라로 인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가스트는 그 목소리를 잊을 수 없었다. 2년 전 산에서 길을 잃어 그곳을 헤맬 때 만났던, 전설 속의 얼음 마녀였다. 가스트의 뇌는 당장 도망쳐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이미 공포에 질린 다리는 그 명령을 시행하지 않았다. 그런 가스트의 상태와 상관없이 얼음마녀는 천천히 가스트에게 다가왔다.
“그 몸에서 내 기운이 느껴지는구나. 분명 너는 그때 나를 너무도 존경하기에 내 힘에 대해서 분석하고 싶다고 해서 내 세포를 조금 줬었는데. 들려오는 이야기는 나를 존경해서 탐구한 게 아니고 그냥 내 힘을 이용해 네 사리사욕을 채우고 싶었던 것 같더군.”
분명 적의 없이 내뱉는 말들이지만 가스트는 한마디 한마디에 공포를 느꼈다.
“나를 보자마자. ‘아이 러브 루! 피! 나!’를 외치며 내뱉는 말에 나도 모르게 기뻐했던 그때의 내가 조금은 부끄러워지는구나.”
“제…. 제발…. 살려주십시오. 목숨만.”
“하하, 왜 그래? 내가 너를 죽이기라도 한다는 거냐? 걱정하지 마 나는 그냥 오늘 너를 만나고 싶어 하는 아이를 데려왔을 뿐이야.”
루피나는 웃으며 손을 가볍게 하늘 위로 뿌렸다. 그러자 가스트의 앞에 있는 루피나를 닮은 형체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분명 가스트는 그 형체를 알고 있었다. 루피나와 닮았지만, 얼굴이 보이지 않는. 자신이 만들어냈던 가짜.
“이 애가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봐. 한번 들어주렴. 혹시 아니. 이 아이도 너를 죽일 맘이 없을지.”
루피나는 비명을 지르며 살려달라는 가스트를 보며,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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