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의 사랑을 얻기 위해 혀를 자르고 다리를 얻게 된 인어아가씨- 어릴적 동화책에서 읽은 인어공주는 공주가 물거품으로 변해버리는 슬픈 사랑이야기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어린시절 누구나 읽어 기억하고 있을 만한 인어공주가 2002년 인어아가씨라는 화제만발의 드라마로 재탄생했습니다. 인어아가씨는 잉어아가씨, 붕어아가씨 라는 식의 안티팬들의 공격과 사이버테러로 유래없는 드라마의 진기록을 낳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집중과 관심의 대상이 크기도 했고 여러 가지 요소가 맞물려 드라마가 나은 사회적 파장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인어아가씨는 드라마 작가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참신한 소재와 복수 치정극(?)이라는 기존의 일일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다소 파격적이고 스릴 넘치는 이야기로 초반부터 강세였습니다. 아버지를 빼앗긴 딸(아리영)이 어머니를 대신해 복수를 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아버지와 재혼한 여자의 딸 예영의 약혼자를 빼앗고 신문사 사주의 아들- 이주왕 기자와 극적으로 결혼해 살다가 아리영이 결혼전 만났던 대기업 남자와의 사랑때문에 이혼을 당한 수림의 등장으로 자괴감에 못이겨 스스로 헤어질 것을 요구하고 어머니와 비슷한 전철을 밟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저는 임성한 작가의 보고 또 보고를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고 그래서 인어아가씨에 대한 기대도 컸고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물론 중간 중간에 드라마가 시청률에 편승하여 질질끌기라는 비판을 받을 때 지루하기도 하고 짜증이 날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살사춤에 드럼, 요리, 살림까지 만능한 슈퍼우먼 아리영이 결혼후 집에 들어가 시부모를 훈계하며(?) 길들이기 식의 여우짓을 할 때는 민망하기도 하고 오바가 심하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요즘은 드라마가 종영을 앞두고 아리영이 지난 잘못을 뉘우치고 조각조각난 퍼즐을 맞추듯이 삶의 파편들을 맞추어가는 과정에서 드라마가 완성되어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것이 시청자를 우롱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 그러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봅니다. 결자해지- 사필귀정이라는 인과응보식의 결말이 명쾌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예영은 엄마의 실수와 업보로 아기를 갖지 못하게 되고, 아리영은 자신으로 인해 이혼한 여자 때문에 스스로 자괴감에 결별하고 어머니처럼 교통사고를 당하고 등등 원인-결과가 명확하게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착한일을 하면 복받고 못된일을 하면 벌받는다는라는 단순한 교훈이지만 아구가 딱딱 맞으면서 떨어지는 결말이 황당할 수도 있지만 인생은 부메랑이다 라는 말이 작가가 이야기 하고 싶은 메시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론에서는 인어아가씨가 주왕이 수림과 만나는 모습을 보고 교통사고를 당하고 결국엔 주왕과 다시 만나는 것으로 헤피엔딩으로 매듭을 짓는다고 합니다.
그러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인어아가씨가 인기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한번 집어 보겠습니다. 첫째 인어아가씨, 아리영, 마마준, 마마린, 은예영, 금실라 등 주인공과 등장인물의 이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개성있는 이름들과 각각의 성격이 분명히 드러나는 살아있는 등장인물로 이들의 연기가 조화를 잘 이루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미자, 고두심, 한혜숙 등의 중견연기자들과 장서희, 이재은, 우희진 등 아역출신의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가 돋보였고 적절한 캐스팅으로 연기가 자연스레 드라마 속에서 살아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둘째는 방송국이라는 그 중에서도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호기심을 어느정도 충족시켜 주었고 신문기자, 탤런트, 디자이너 등 직업에 대한 흥미도와 상류층 세계에 대한 관심으로 드라마의 소재를 다채롭게 하였습니다. (물론 명품 등 간접광고가 너무 심하다고 비판을 받기도 하였지만)
셋째 임성한 드라마의 강점은 일상의 자잘한 에피소드를 잘 집어서 아기자기하게 보여주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 드라마 보고 또 보고에서도 느꼈지만 금실라 부부-아리영 부부의 닭살스럽기도 하고 다소 시트콤 같은 에피소드와 유머가 웃음을 자아냅니다. 드라마가 시트콤처럼 황당무계한 일을 웃음의 소재로 삼으면 곤란하겠지만 일상속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을 자연스럽게 드라마로 연결하는 것도 작가의 능력이라고 봅니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은 기본적으로 작가의 탄탄한 대본과 연출의 조화를 통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예전에 코미디작가 시험에 개그 콘서트 대본을 써서 응모한 적이 있는데요, 한달간 골빠지게 머리 터지도록 고민하고 열심히 썼습니다. 작가란 정말로 피말리고 고된 직업이구나..라는 생각 절실히 들드라구요. 그래서 드라마에 사이버시위를 하며 극단적으로 작가에게 절필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드라마의 사회적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어느정도 개선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심한 안티는 그 안티를 만들고… 그러면서 균형을 잡아갈 수도 있겠지만은요.. 저는 솔직히 욕먹는 아리영을 보면서 국민 드라마 허준도 생각도 났습니다. 허준도 의술도 뛰어나고 인간성에 싸움까지 잘하는 못하는 게 없는 멀티플레이어입니다. 대체로 드라마속 주인공은 아주 착하고 못하는 게 없는 완벽한 사람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도 현실속에서 인간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완벽을 꿈꾸며 대리만족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무조건적인 비판보다는 대안을 제시하는 애정어린 비판이 더 생산적일 것이라고 봅니다. 안티팬들에 대해 임성한 작가는 드라마는 드라마일뿐이라고 드라마로 봐달라고 해명을 내리기도 했는데요,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지만 현실을 너무 간과해서도 안되고 적절히 현실을 반영해서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첫댓글 저도 인어의 안티지만, 작가로서의 임성한은 상당수준 이상이라고 생각은 합니다. 무엇보다도 그리도 치열하다는 드라마작가 세계에서 끝발치게 욕을 먹더라도 자기색깔은 끝까지 지키려는 자존심?을 넘어선 그녀만의 캐릭터!가 있지않습니까! 부러울따름이죠 그부분에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