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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01
S#1. 도시 야경 / 밤
크리스마스가 다가온 거리, 화려한 불빛으로 가득하다.
쇼윈도우의 예쁜 장식들과 크리스마스 트리...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어디론가 향하는 자동차들의 행렬.
멀리 빌딩위 대형전광판에 털모자에 귀마개를 예쁘게 한 신희의 모습 보인다. '내일의 날씨' 기상예고. 밝은 얼굴로.
기상예고를 하는 신희의 모습 아래로 <서울에 첫눈!기온 급강하, 빙판길 운전조심>이란 자막뜬다.
신나는 크리스마스 캐럴 라이브 연주 흐르면서...
S#2. 재즈 라이브 카페 / 밤
고급스런 분위기의 재즈 라이브 카페.
앞의 무대에선 피아노, 섹스폰, 콘트라베이스가 만들어내는 멋진 앙상블의 연주흐른다.
테이블마다 일렁거리는 촛불 빛이 따스하고 흥겨운 분위기를 더해준다.
창밖으론 흰눈이 간간히 흩날리고 신나는 캐럴연주로 분위기는 점점 더 고조되어간다.
반병 이상 빈 양주병이 놓여있는 한쪽 테이블,
자영과 신희, 현우 즐거운 표정으로 얘기하고 있다.
약간 취기가 있는듯 느린 말투와 웃음이 도는 얼굴.
신희 : 아... 나 오늘 너무 기분좋아... 자영이 너 정말 나 용서해주는 거지?
자영 : (미소로) ...
신희 : 자영아... 내가 정말 미안했어. 너한테 너무 잘못했어...
자영 : ...됐어, 신희야.
신희 : 오빠두 나 미워하지마. 나 자영이한테 용서빌었다.
현우 : (신희보고 고개 끄덕이며 미소) ...
현우, 다정하게 자영을 쳐다보고 자영도 현우에게 따스한 눈길.
그 두 사람을 신희, 잠시 물끄러미 쳐다보고.
S#3. 거리 / 밤
달리는 차 안. 신희가 운전을 하고 조수석엔 자영이 타고 뒷자리엔 현우가 앉아있다.
흐르는 음악에 맞춰 핸들을 톡톡 두드리며 장단 맞추는 신희.
현우는 술취한 듯 뒤에 눈감고 있고 자영은 신희를 보며.
자영 : 안전벨트 매.
신희 : (걱정 말라는듯) 나 아까 현우오빠 온 뒤로는 한잔도 안마셨어. 다 깼다니까...
자영 : (신희보며 그래도 안심이 안되는듯) ...
신희 : 알았어. (안젠벨트 하며) 우리 음악 뭐 딴거 들을까?
신희, 운전하며 한손으로 CD를 고른다.
신희 : 뭐 좀 신나는거 없나...
신희, CD고르는데 정신파느라 중앙선을 살짝 넘는다.
앞에 오던 차의 헤드라이트 확 비춰온다. 상대방 차의 날카로운 클락션 소리.
신희, 깜짝놀라 얼른 핸들을 꺾어 자기 차선으로 들어온다.
신희 : 어...미안...놀랬지?
자영 : 너 아직 술 안깼구나.
현우 : 신희야, 안되겠다. 차 세워.
신희 : 아냐, 나 취해서 그런게 아니구 CD찾다가 그런거야. 진짜야...
(E) : 핸드폰 벨소리
신희 : 여보세요... (반갑게) 어... 성훈오빠... 어디야, 지금? (아차싶어 미안한) 아, 맞다... 오빠네 콘도 오픈이 오늘이었지.
S#4. 국도 변 / 밤
인적이 뜸한 국도 변. 달리고 있는 신희의 차.
어두운 국도로 신희의 차 헤드라이트 비춰온다.
신희 : 이쪽 길이 맞나 모르겠네...
현우 : 맞는것 같은데.
신희 : 아냐...너무 많이 도는데... 오빠, 거기 뒤에서 지도 좀 줘 볼래?
현우 : 어디있는데?
신희 : 거기 왼쪽 차문에 꽂혀있을껄.
현우 : (확인하고) 없는데.
신희 : (고개 돌리며) 그럼 저 뒤에다 놨나?
신희, 고개 돌려 뒤를 보는 순간
자영의 눈에 오른쪽에서 길을 건너오는 행인의 형체가 들어온다.
헤드라이트 빛에 행인도 놀란 모습.
자영 : (놀라 날카롭게 소리친다) 신희야!!
신희, 놀라 고개를 돌렸을땐 이미 늦었다.
신희, 재빨리 핸들을 왼쪽으로 꺾지만 사람을 친다. 차에 친 행인, 공중으로 붕 뜨고.
신희의 차, 찢어지는듯한 급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왼쪽으로 틀어져 가로수를 받는다.
현우, 자영을 보호하려 자영의 몸을 감싸는데 신희의 차 계속 가로수를 연달아 들이받는다.
그 충격으로 현우, 밖으로 튕겨져 나간다.
신희의 차, 가다가 또 받고 멈춰선다.
S#5. 국도 변 사고 현장 / 밤
찌그러진 차. 앞쪽 범퍼와 헤드라이트가 완전히 박살나 있고 엔진오일이 뚝뚝 새나온다.
에어백이 터진채 핸들에 엎어져 있던 신희, 천천히 눈을 떠 본다. 멍하니 나쁜꿈속인듯 정신이 없고. 주위를 둘러본다.
자영은 정신을 잃은듯 눈을 감고있고 뒷좌석의 현우는 보이지 않는다.
신희 : ...자영아! (흔들어보는데)
자영 : (죽은듯 고개를 신희쪽으로 툭 떨군다. 이마에서 피가 주르르 흘러내린다)
신희 : (죽었구나!!... 두려움과 공포)
신희, 조심스레 발을 빼 문을 열어본다.
저 멀리 쓰러져있는 행인이 보이고 현우가 튕겨져 나가 쓰러져있는 모습 들어온다.
내가 엄청난 일을 저질렀구나 지옥같은 공포감... 겁에 질리고 경황없는 신희, 차로 들어온다.
숨을 몰아쉬고 정신차리려는 신희.
신희 : (다시 한번 자영을 흔들어보는) 자영아...
자영 : (죽은듯 대답없고) ...
한동안 숨을 몰아쉬며 앉아있던 신희, 주위를 살피고 떨리는 손으로 자영의 팔을 잡는다.
S#6. 국도변 사고현장 / 밤
앰블런스와 119구급대 차, 경광등을 번쩍이며 서있다.
쓰러진 행인을 들것에 싣고 사진을 찍고 부산히 움직이는 구조대원들.
'조심조심...천천히...'를 외치며 어수선하고 시끄러운 현장 분이기.
신희의 차 주변에 대원들 여럿 몰려있다.
카메라 다가가면 운전석에 죽은듯 쓰러져있는 자영, 그리고 조수석에 비스듬히 눈을 감고 있는 신희.
신희, 대원들에 의해 들것에 옮겨진다.
앰블런스에 실리며 힘없이 눈을 떠보는 신희, 차를 내려다보면 운전석의 자영이 보인다.
죽은듯 쓰러져 있는 자영의 모습.
시끄러운 현장소음과 도망가고 싶은 이 상황... 혼란과 소음속에서 신희도 정신을 잃는다.
S#7. 병원 응급실 / 밤
침상에서 눈뜨는 신희. 벌떡 일어나 앉는데 어깨와 가슴 부위에 통증이 온다.
간호사 : 선생님, TA환자 깨어나셨어요.
의사 : (신희에게 다가와) 어떠세요?
신희 : ...
의사 : (챠트보며) 이신희씨 맞죠? 다행히 큰 부상은 없어보이지만 엑스 레이랑 CT촬영은 해봐야겠는데요.
지금 불편한덴 없으십니까?
신희 : ... (정신없다) ...아뇨...
경찰, 신희에게 다가온다.
신희, 긴장되고.
경찰 : 이신희씨죠...옆에 있던 운전자가 이자영씨 맞습니까?
신희 : ...
경찰 : 옆에 타셨던 분말예요...운전한 분 이자영씨 맞죠?
신희 : ...네.
경찰 : (조서에 적고)
신희 : 다들 어떻게 됐어요? 현우오빠랑 자영인 어떻게 됐어요?
S#8. 중환자실 / 밤
산소마스크를 쓰고 누워있는 자영.
그 옆 침상의 현우.
의사(E) : 정현우씨는 중상이고 이자영씨는... 현재 식물인간 상태입니다.
앞으로 경과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지금으로선 거의 가망이 없습니다.
신희, 두려움에 입술을 깨문다...
자영의 침상에 붙여진 표찰... '이자영 F 22...'
물끄러미 쳐다보는 신희의 얼굴에서...
선생(E) : 자... 모두 이자영한테 박수! (박수소리 터져나오며)
S#9. 교실 / 낮
2학기. 9월 중순무렵. 학생들 박수친다.
담임(40대후반의 인자하고 따뜻한 남선생), 자영에게 성적표를 주며.
담임 : 자영이가 우리 반 체면을 간신히 살렸어요. 우리가 반평균은 꼴찌를 했는데 자영이가 전교 1등을 유지해 주는 바람에
간신히 망신을 면했습니다.
학생들, 환호성과 함께 요란하게 박수치는데
그중에 보이는 신희의 얼굴, 박수를 치면서도 밝지 못하다.
담임, 계속해서 학생들에게 월말고사 성적표를 나눠주고 있다.
'이신희' 이름부르면 나가서 성적표 받는 신희, 얼굴이 어둡다.
담임 : 신희 좀 분발해야겠어요.
신희 : ... (말없이 들어오고)
담임 : 어때요? 2학기들어 처음 본 모의고사인데 다들 심란하죠?
학생들 : (심드렁) 네에...
담임 : 꼴찌가 뭐냐 꼴찌가...2학기부턴 나도 좀 쎈 방법을 쓰기로 했습니다. 월요일까지 성적표에 부모님 각각의 도장을 받아 와요.
반드시 성적표 위에다 엄마도장 꽝! 아빠도장 꽝!
학생들 : (어으... 너무해요 ...야유하면)
담임 : 자...주말 잘지내고 월요일날 봅시다. 반장!
반장 : (일어나 차렷, 경례)
신희 : (얼굴 어둡고) ...
S#10. 하교길 / 낮
집에가는 학생들.
가방메고 걸어가는 자영에게 신희 다가간다.
신희 : 부탁이 있는데...
자영 : ??
신희 : 오늘 우리 성적표 받은거...너희 아버지한텐 말하지 않았음 좋겠어.
자영 : ...
신희 : 해줄수 있지?
자영 : 어떻게 그래. 부모님 도장을 다 받아오라시는데.
신희 : (기분 나쁘고) 그럼 너희 아빠한테 그래. 우리 아빠한텐 얘기하지 말라고. 알았어?
S#11. 국회 앞 / 낮
이의원과 문비서관, 준엽 걸어나와 대기해 있던 차로 간다.
문비서, 문을 열어주면.
이의원 : 월요일까지 국감자료 챙기는 것 잊지말게.
문비서 : 예, 의원님... (인사하며) 들어가십시오...
이의원, 뒷자리에 타고 조수석엔 준엽이 탄다. 국회를 돌아 빠져나오는 이의원의 차.
운전하는 자영 부, 말투나 표정이나 이의원 앞에서 자기를 낮추는게 보인다.
자영부 : 의원님, 어떻게... 댁으로 모실까요, 아니면...
이의원 : 집으로 가지.
자영부 : (싹싹하게) 예... 의원님.
이의원 : (창밖 내다보며) 벌써 가을이구먼...
준엽 : 이제 수능이 백일도 채 안 남았죠?
자영부 : 그럼, 백일 지난지가 벌써 언젠데...
준엽 : 참, 자영이 이번 모의고사에서두 또 1등했나요?
자영부 : 글쎄 난 잘 모르겠네...언제 시험봤다고 하던가?
준엽 : 이번 주내로 성적이 나온다고 하던데요...시험 끝난날보니까 표정이 아주 밝더라구요.
자영부 : (대견하지만 겸손) 원 아늘놈이 좀 똑똑해 먹어야지...딸년 1등하는거 하나두 안 반갑네.
이의원 : 자영이야 성적유지만 잘하면 서울대 문제없겠어.
자영부 : 가봐야알죠 뭐. (하면서도 피식 웃으며 대견한)
S#12. 이의원 집 외경/ 낮
단아하고 고급스런 2층집 외경.
대문앞에 서있는 신희와 자영. 대문 열리고 같이 들어간다.
마당으로 들어선 두 사람.
신희는 본채 현관으로 올라가고 자영은 지하층으로 내려간다.
S#13. 1층 주방 / 낮
고급스런 식탁이 놓인 넓고 세련된 인테리어의 주방.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신희엄마 옆에 자영엄마 걸리적거리며 왔다갔다하고 있다.
신희엄마, 데이블 세팅을 정성스레 하고있다. 남편을 어려워하는게 느껴질만큼
수저를 받침대에 똑바로 잘 놓고 그릇배열에 신경을 쓴다. 부산하게 오가는 자영엄마를 보며 짜증난다는듯.
신희모 : 저기... 자영어머니, 이제 됐으니까 내려가보세요. 잡채 버무리는건 내가 할께요.
자영모 : 아녜요...오늘은 파출부 아줌마도 안오는 날인데... 도와드리는 김에 마저 해드리고 갈께요...
자영엄마, 잡채를 버무리며 속에 들어있는 고기를 손가락으로 헤쳐 골라 집어먹어본다. 맛나다는 표정.
그걸 본 신희엄마 못마땅하고...
신희모 : 그거 어디 그릇에 좀 덜어가세요, 그럼.
자영모 : (기다렸다는듯) 어머, 그래두 안모자라겠어요? ...어따가 덜어가나...
자영엄마, 눈 앞에 보이는 빈 그릇에 잡채를 한가득 담다가.
자영모 : 참! 아까 마늘 깐거 갖다드려야지.
S#14. 자영 방 / 낮
반 지하 방. 조그만 창문으로 조각난 햇살이 들어와 책상에 떨어진다.
책상과 조그만 옷장이 놓인 조촐한 방. 습기로 벽지에 곰팡이가 피고 한쪽 벽이 누렇게 끁어들어간다.
허름한 면바지에 티셔츠 차림의 자영, 세수를 하고 들어온듯. 수건을 옷걸이에 건다.
작은 책장위에 놓인 '물먹는 하마'류의 제습제 흔들어보면 물이 출렁거린다. 갈아야겠단 표정으로 방바닥에 내려놓고.
책상에 앉는다. 책을 펴다가 책상위로 떨어져오는 햇살을 바라본다...
(E) : 인터폰 소리
S#15. 지하층 부엌 / 낮
지하층은 마루겸 부엌이 있고 3개의 방이 연결돼 있다.
자영, 방에서 뛰어나와 인터폰을 받는다.
자영 : 네...
자영모(F) : 자영이냐? 거기 식탁에 마늘 깐거 있지? 그것 좀 들고 올라와.
자영, 식탁을 보면 말끔하게 다듬어진 마늘이 커다란 그릇에 깔끔하게 담겨있고
한쪽에 몰래 좀 덜어둔듯 몇줌 따로 놓여져 있는게 보인다.
자영 : (기분 상해) 엄마 또 거기 올라가 있어? 엄마가 그 집 식모야?
자영모(F) : 잔소리말고 빨리 올라와. (인터폰 끓고)
자영, 전화를 끓고 한쪽에 엄마가 몰래 덜어둔 듯한 마늘을 큰 그릇에 도로 담는다.
S#16. 서재 / 낮
이의원의 책상을 이리저리 둘러보다 서랍을 뒤지는 신희. 도장을 찾고 있다.
서랍을 여기저기 다 열어보는데 도장이 보이질 않는다. 계속 여기저길 재빠르게 뒤지나 찾아내질 못한다.
책상위에 놓인 고급 옥돌 케이스.
그위에 올려져 있는 책을 내리고 두껑을 열어본다. 만년필 몇개와 함꼐 도장이 들어있다.
신희, 떨리는 손으로 도장을 들어 인주를 묻힌다. 성적표에 도장을 찍는데 서재 문이 벌컥 열린다.
이의원, 몰래 도장을 찍고 있는 신희를 본다.
이의원, 표정이 굳는다. 다가와 신희의 손에 든 성적표를 뺏어 본다.
이의원 : (표정 굳은채) ...
신희 : ...
이의원 : (차갑게 나즈막히) 너 지금 뭐하는거냐?
신희 : ...
이의원 : (고함) 내 말이 안들려? 지금 뭐하는 거냐고 묻쟎아.
이의원의 고함소리에 서재로 고개를 기웃해 보는 마늘그릇을 든 자영.
이의원, 신희의 뺨을 맵게 갈긴다.
깜짝놀라 눈이 둥그레지는 자영.
이의원, 신희의 성적표를 박박 찢어버린다.
신희, 얼굴을 손으로 감싼채 고개떨구고 있다가 문쪽을 보면 자영이 놀란 눈으로 보고 서있다. 자존심 상하고 부끄럽고.
S#17. 2층 신희의 방 / 낮
오디오에선 서태지의 '교실이데아'가 흐른다.
침대에 누워 음악들으며 다리로 장단맞추는 신희.
자영(E) : 음악소리 좀 줄일래?
자영, 신희의 책상에 앉아 신희가 푼 영어문제지를 채점하고 있다.
신희, 꼼짝않고 가만히 누워서 음악에 장단만 맞추고 있다.
자영, 답을 맞추는데 빨간 볼팬으로 쫙쫙긋는다. 맞은것보다 틀린게 더 많다.
자영, 채점하고 시험지보며 한숨을 한번 쉰다.
신희 : (한숨쉬는 자영을 본다. 자존심 상하고)
자영 : 음악끄고 이리와. 틀린거 설명해줄께.
신희 : 이자영 선생! 나 가르치고 한달에 얼마 받기로 했니?
자영 : 신희야...
신희 : 난 왜 이렇게 인복이 없지? 우리 사촌들 다 서울대에 하버드, 스탠포드... 내 동생 이정희두 공부 하난 드럽게 잘하지.
한 집사는 이자영, 늘 전교 1등이지...
자영 : 그럴시간에 이리와서 문제 하나라도 더 풀자.
신희 : 나더러 서울에서 다섯손가락안에 드는 대학엔 꼭 가야된대. (비웃음) 하!
자영 :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갈 수 있어.
신희 : (괴로운듯 베개에 얼굴 파묻으며) 몰라...
자영 : ...(신희가 딱한...침대로 다가간다) 너 그럼 뭐야? 아예 포기할꺼야?
신희 : (침대에 엎드린채) 자영아....
자영 : 응?
신희 : (일어나 앉아 자영의 손을 잡으며) 나 좀 도와줘.
자영 : 그래. 그러니까 빨리와서 틀린 문제들 다시...
신희 : (말 끓어) 자영아. 나 시험때 수학이랑 영어만 좀 도와줘.
자영 : ...?
신희 : 아니 국, 영, 수 이 세과목만 좀 보여줘. 어짜피 우린 시험때 앞뒤로 앉쟎아. 그러니까 국, 영, 수 답만 좀...
자영 : 그건 안돼.
신희 : ...자영아... 제발 이번 한번만 좀 도와줘...응? 부탁이야...
자영 : 안 돼.
신희 : (간절한) 이번 중간고사만... 응?
자영 : ...
S#18. 교실 / 낮
시험시간. 영어시험이다.
모두 조용히 문제풀고 있고 시험감독 선생 왔다갔다하는 발자국소리, 따박따박 긴장감을 더한다.
자영, 열심히 문제푼다.
자영 뒷자리의 신희, 감독선생이 볼까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다 선생이 안보는 틈을 타 자영을 쿡쿡찌른다.
자영, 긴장과 불안으로 침을 꿀떡 삼킨다.
신희, 손가락으로 쿡쿡 찌른다. 자영, 이러지 말라는 식으로 몸을 피한다.
선생, 신희옆으로 지나가고, 신희 착 엎드려 문제 푸는척.
신희, 선생이 지나가자 샤프펜슬 뒷축으로 자영의 등을 아주 세게 꾹꾹 찌른다.
자영 : ...
자영, 마지못해 시험지 한귀퉁이에 1) 3, 2) 1 하는식으로 답을 적기 시작한다.
신희, 시계를 본다. 조급한 마음, 자영을 한번 더 세게 꾹꾹찌른다.
자영, 선생 눈치를 보며 답쓴 부분을 조심스레 찢는다.
자영, 종이 찢어지는 소리에 더 긴장되고. 답안을 신희책상에 떨어뜨린다.
신희, 조심스레 쪽지를 펼쳐본다. 깨알같이 적혀있는 답안 보인다.
밝아지는 신희 얼굴.
S#19. 지하층 부엌 / 밤
과일바구니, 갈비세트... 푸짐하게 쌓여있는 식탁.
자영, 가방메고 들어온다.
자영 : 이게 다 뭐야, 엄마?
엄마 : (좋아서) 뭐긴... 위에서 너 수고했다고 내려보내신거지. 얘, 이렇게 잘생긴 배는 태어나서 첨 먹어본다.
갈비 잴때도 하나 갈아넣으면 딱이겠네.
양변기 물 내려가는 소리나고 아빠 욕실에서 나온다.
아빠 : 어, 자영이 왔냐.
엄마 : 얘, 니 덕분에 아빠까지 보너스를 받으셨지뭐니.
아빠 : 거참 애한테 별소릴 다하는구만.
자영 : ...?
엄마 : 너한테 맛난것 좀 사주라고 사모님이 글쎄 50만원이나 주셨지 뭐냐...
아빠 : 쓸데없는 소리관두고 빨리 상이나 차려.
엄마 : 지금 차리고 있쟎아요. 얘, 신희 그 지지리두 공부 못하던게 이번에 10등안에 들어다며? 얘, 넌 장차 교수를 해도 되겠다.
어떻게 그런 애를 단숨에 그렇게 우등생으로 만들어놓니?
아빠 : 그래 뭐 꼭 보너스 이런거 아니래도 니 덕분에 신희 성적이 올랐다니까 나도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좋더구나.
엄마 : 너 신희 성적 떨어지지 않게 신경 써줘.
자영 : (뭔가 잘못 들어섰구나 싶고) ...
S#20. 신희네 테라스 / 밤
테라스에 마주 서있는 두 사람. 서먹하니 분위기 썰렁하다.
자영 : 답안지 보여주는거, 이젠 다시 안할꺼야. 앞으론 니 힘으로 해.
신희 : 갈비...맛있게 먹었어?
자영 : .....
신희 : 엄마가 그러는데 너희 아버지한테 보너스도 드렸다더라.
자영 : ...그래서?
신희 : ...
자영 :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걸로 끝이야. 더 이상은 절대 안돼.
신희 : 그럼 이제 너희집으로 갈비세트나 보너스가 가는일도 없을텐데.
자영 : (째려본다. 너 참 비열하구나) ...
신희 : (다정하게) 집에 뭐 더 필요한거 없니, 자영아?
자영 : ...이신희!
신희 : (살갑게) 왜? 뭐 있음 말해봐.
자영 : 나 더 이상은 할 수없어. 무섭구 떨려서두 더 이상은 못하겠어.
신희 : 넌 벌써 날 10등안에 들게 했어.
자영 : 너 그러지말구 지금부터 공부해라. 응? 신희야.
신희 : 조금만 더 도와줘, 자영아. 이번 모의고사만...응?
자영 : 무서워서 못하겠어.
신희 : ...자영아 부탁이야...너 우리 아버지 알쟎아... 이번 모의고사 한번만 더 도와줘... 응? 자영아...
자영 : (곤란하고) ...
S#21. 교실 / 낮
D--58이라 쓰여진 칠판. 시험중인 학생들.
시험감독으로 들어온 체육선생, 왔다갔다하며 지휘봉으로 손바닥을 탁탁치면서 얘기한다.
체육 : (시계보며) 이제 5분 남았다. 종이 치면 뒷사람 제까닥 일어나서 재빠른 동작으로 걷어온다, 알았나.
체육선생, 지휘봉으로 교탁을 책상을 탁탁치며 걸어다닌다.
신희, 이리저리 눈치만 보고 있다. 수학시험지엔 낙서만 가득하고 답안지는 비어있다.
앞자리엔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는 자영.
신희, 선생이 안보는 틈을타서 자영의 등을 쿡 찌른다.
자영, 문제푸느라 정신없다. 자영도 시험지 뒷부분을 다 못풀고 있다.
신희, 자꾸만 쿡쿡 지른다.
신희 : (나즈막히) 야, 뭐해...
자영 : ... (소근소근) 나두 아직 못풀었어...
신희 : 그럼 푼데까지만 보여줘... 빨리...
자영, 짜증난다. 풀던 문제 놔두고 시험지 한쪽 빈면에다 답을 적기 시작하는데
선생의 지휘봉 자영의 책상을 탁 때린다.
자영, 숨이 멎듯 깜짝놀란다.
선생, 시선은 다른데 둔채 또 앞 책상을 탁 때리며 지나간다.
자영, 숨을 내쉬고. 신희, 빨리 넘기라는듯 잔기침을 해댄다.
자영, 신희에게 답안을 넘겨준다. 25문제중 20번까지만 답안이 적혀있다.
신희, 열심히 답안지에 베껴 적는다.
자영은 못푼 문제를 다시 풀고 있다.
(E) : 종소리
선생 : 자, 머리에 손 올리고! 뒷 사람, 일어나서 걷어 와.
뒤에 앉은 학생 일어나서 시험지 걷기 시작하고 신희와 자영은 계속 답안지를 붙들고 있다.
신희, 20번까지 답을 다 베껴씀과 동시에 시험지 걷어간다.
신희, 다행이다는 표정.
자영, 21번 문제 붙들고 있는데 답안지를 휙 걷어간다.
자영 : (안타까워) 어후...... 잠깐만...
선생 : 뭐야. 빨리 걷어와.
자영 : (분이 팍 솟고)
S#22. 3학년 복도 로비 / 낮
모의고사 성적 1등부터 100등까지 붙어있다.
학생들 모여서 웅성거리며 석차를 보고. '전교 1등 김주선... '
학생1 : 이자영이 웬일이야... 전교 1등을 다 놓치고...
옆에 있던 학생2, 학생1을 툭치며 눈치를 준다.
그 옆엔 자영, 기분나쁜 얼굴로 서서 석차를 보고 있다. 이자영 5등에 적혀있다.
자영, 등수를 따라 쭉 내려와 본다. 52등에 이신희 이름이 보인다.
미자, 신희의 손을 끌고 뒤어온다.
미자 : 빨리 와봐. 신희, 너 전교 52등이야.
신희 : (와서 등수를 본다. 얼굴 환해지고)
학생1 : 너 시험전날 미팅 나가지 않았니?
신희 : 나갔지.
미자 : 신희, 미팅끝나고 락카페까지 갔었어.
학생1 : 그런데도 이렇게 잘봤어?
신희 : (잘난체) 모의고사야 평소 실력으로 보는거 아니니?
자영 : (기분 나쁜듯 홱 돌아서고)
S#23. 집 외경 / 밤
2층의 따스하고 선명한 백열등 빛. 지하층의 춥고 뿌연 백열등빛 흘러나온다.
S#24. 지하층 부엌 / 밤
저녁식사중인 식구들. 송이구이와 옥돔이 놓인 식탁.
자영, 밥맛 없다는듯 깨작거리고 있다.
영철, 욕실에서 바지를 걷은채 수건에 손닦으며 나와 식탁으로 간다.
영철 : 어?... 옥돔이랑 송이 아냐. 이게 다 웬거예요?
자영모 : 사모님이 내려보내신거 아니니. 자영이 수고했다구.
영철 : 자영이 덕에 이 비싼걸 다 먹어보구... 야, 그런데 너 신희 가르치면 니 공부엔 방해 안되니?
자영 : ...
자영부 : 영철이 넌 요새 잘 다니고 있는거냐?
지영모 : 꼴 사납다고 욱! 뭐한다고 욱! 너, 그 성질머리 고치기전엔 절대루 사회생활 못한다.
맨날 남 일에 참견하다가 제 밥그릇 하나 못챙기고...
영철 : 아우 알았어요. 이젠 안그러니까 걱정마세요...
자영 : ... 엄마...아빠...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아빠, 엄마 : (자영보면)
자영 : 우리...이 집에서 나가면 안돼요? 아빠, 꼭 신희네 말고도 다른데서 일하실 수 있쟎아요.
자영모 : 얘가 지금 무슨 소릴하는거야? 얘, 우리가 지금 여기서 전세금을 걸고 있니? 아님 월세를 내니? 수돗세 전기세도
저 집에 묻어서 나가고 그 좋은 반찬이며 과일이며 그냥 다 얻어다 먹는데 이런 집을 어디가서 구해?
영철 : 아니 좀 들어보자구요. 자영이가 왜 이런말을 하는지.
자영 : ..저 신희한테 시험때마다 답안지 보여주고 있어요. 걔 성적이 오른거 내가 잘 가르쳐서 그런게 아니라 보여줘서 그런거예요.
영철 : 뭐?
아빠 : 신희가 보여달라고 그러드냐?
자영 : .... (고개 끄덕끄덕) ......
영철 : 이놈의 기집애를 당장에 내가... (벌떡 일어서는데) ...
엄마 : (잡아앉히며) 얘, 앉어. 앉어. 아니 답 그거 좀 보여주면 어떠니. 어짜피 대학시험때 다 판가름날꺼 뭐 어때.
자영 : 엄마!
자영 : ... (아빠를 보면)
아빠 : ...(자영시선 피한채) ...그래...생각해보마...
엄마 : 생각하긴 뭘 생각해요...이 집에서 나가면 변변한 전세금 하나 없는 우리가 어딜가요.
아빠 : 거참 조용하지 못해!
자영 : (그리 낙관적이지 못한 예감이 오고) ...
S#25. 교 정 / 낮
가을...낙엽이 떨어져 교정에 뒹군다...
S#26. 교실 / 낮
D--47쓰여진 칠판.
도시락 먹고 소란스런 점심시간 분위기.
신희, 미자와 큰소리로 웃고 떠들며 밥먹는다.
교실 뒷편에선 나미란과 불량학생처럼 보이는 아이들, 서태지의 '컴백홈'에 나오는 춤 스탭을 연습중이다.
자영, 책상에서 열심히 아이들이 갖다내는 돈을 받고 이름을 적고있다.
반장 : 졸업앨범비, 오늘까지 부반장한테 다 내줘. 오늘까지 안내면 졸업앨범 안준대.
자영, 돈을 받고 체크하고... 만원짜리와 천원짜리 수북히 쌓인다.
자영, 헝겊주머니에 돈을 세서 넣고...
학생1 : 자영아, 담임이 잠깐 교무실로 오래.
신희 : (자영 본다. 무슨일로 부르지?)
S#27. 교무실 / 낮
선생 앞에 마주 앉아있는 자영.
담임, 성적표를 보고 앉아서.
담임 : 요새 왜 이렇게 성적이 떨어져요? 3년내내 한번도 전교 1등을 안 놓던 녀석이 요새 왜 이래? 이자영이, 요새 무슨일 있죠?
자영 : ...
담임 : 이성문제야? 남자친구 생겼어요?
자영 : ...아뇨.
담임 : 그럼 집에 무슨일 있어요? ...그렇지 않구서야 내가 니 성격을 아는데 이럴수야 없지. 무슨 일예요? 나한테도 말 못해요?
자영 : ... 아무일도... 없어요...
담임 : ... (아닌것 같은데) ...
자영 : ...(무섭기도 하고 다 털어놓고 싶기도하고)
담임 : 항상 니 그늘에 가려서 2등만 하던 7반에 김주선 있죠. 걘 요즘 신났어요. 이번에도 김주선이가 1등이야.
이자영이! 자존심도 안 상해요?
자영 : ......
담임 :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긴데... 지금 까딱하면 큰일나요. 무슨일인지는 몰라도 니 공부에 방해를 받는거라면
독하게 마음먹고 딱 끓어버려야 돼. 지않아요?
자영 : ...네!
S#28. 교실 / 낮
굳은 결심의 표정으로 걸어 들어오는 자영. 신희의 책상으로 간다.
자영 : 신희야!
S#29. 학교 일각 / 낮
자영, 신희 마주보고 서있다.
자영 : 날 망치면서까지 널 도울수는 없어. 이제부턴 그런짓 절대 안할꺼야.
신희 : 내가 니 전교 1등을 뺏었어? 난 너보다 한참 아래서 놀고 있는데 나한테 점수 몇점 적선한게 널 망치는거야?
자영 : 넌 나한테 미안한게 전혀 없니?
신희 : ...댓가를 지불하고 있쟎아.
자영 : 시험때마다 내가 얼마나 불안한지 모르지? 선생님이랑 눈이 마주칠때마다 가슴이 뜨끔하고 조마조마해 미치겠어.
신희 : 나도 그렇게 편하진 않어.
자영 : 이제부턴 절대 안돼.
신희 : 정말 그럴수 있을까?
자영 : (단호한 결심의) 그래, 이젠 절대 안해.
S#30. 교실 / 낮
국어 수업시간.
선생의 설명을 듣고 있는 아이들.
자영, 열심히 받아적고 줄 친다.
국어선생 : 자, 그럼 문제집을 보자... 문제집 다 가져왔지...
학생들 모두 가방에서 문제집을 꺼낸다.
자영도 가방에 손을 넣는다. 문제집을 꺼내다 문득 표정이 굳는다.
돈 주머니를 꺼내본다. 텅빈듯 홀쭉하고... 열어본다. 돈이 하나도 없다.
자영, 사색이 되고.
S#31. 교실 / 낮
학생들 모두 고개숙이고 앉아있다. 조용하고 푹 가라앉은 교실 분위기.
담임 : 내가 마지막 시간까지 쓰레기통에 갖다놓으면 누군지 안묻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돈은 돌아오지 않았어...
학생들 : ...
담임 : 78만원이란 돈은 선생님한테도 엄청 큰 액수예요. 어떻게 이 큰 돈을 가져갈 생각을 해... 그것도 졸업앨범비를...
가져간사람도 문제지만 잃어버린 사람도 잘못이 커요. 우리 모두를 서로서로 다 의심하게 만들었쟎아.
자영, 고개 숙이고 앉아있고 그런 자영을 힐끗 쳐다보는 신희.
태연한척 고개숙이고 있는 나미란.
담임 : 우리중에선 범인이 없으리라 생각하고 싶어요, 다른반에서 돈이 급하게 필요한 친구가 가져갔겠지.
앨범비는 우리가 한번씩 더 걷도록 하자.
담임 나간다.
교실 웅성웅성 소란스러워진다.
반장 : 내일까지 앨범비 다시 걷을께.
아이들 : (말도 안돼 소리치고 화내고)
미자 : 야! 이건 잃어버린 사람이 책임져야되는거 아냐? 엄마한테 앨범비 2만5천원 또 달라고하면
순순히 다시 줄 엄마가 몇명이나돼. 난 못내. 이자영, 나 돈 없으니까 내 앨범비는 니가 내줘.
아이들 : (나도 못내. 니가 내. 소리치고 야단법썩...)
자영 : (괴롭고) ...
신희 : (그런 자영을 바라보고 있고) ...
S#32. 부엌 / 밤
신희엄마, 통화중이고 자영엄마는 옆애서 과일 깎고 있다.
신희모 : (교양있게 보일려고 톤을 높여서) 네... 사모님... 이번 요리모임은 그럼 저희 집에서 하죠.
다들 맞는 시간으로 어렌지하셔서요, 다음 주쯤에 셋업하기로 하죠 뭐.
자영모 : (입모양으로 따라해본다. 어렌지, 셋업...)
신희모 : 네? 김장관님 사모님두요...어머나...영광이죠. 그래요. 그럼 다음주에 뵈요...네...
신희, 가방메고 들어온다.
신희 : 다녀왔습니다...
신희모 : 배고프지? 얼른 옷갈아 입고와서 밥 먹어.
신희 : 네... (나가려는데)
자영모 : 신희야,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
신희 : 왜요?
자영모 : 자영이... 오늘은 야자도 안하고 와서는 이불 들쑤고 드러눕드라.
신희 : 아, 그거요...자영(이가... 하고 말하려다가)...이가 뭐 어디 아픈가보죠...감기든것 같던데...
S#33. 자영 방 / 밤
이불쓰고 누워있는 자영.
엄마, 들어온다. 자영, 돌아눕고.
엄마 : 얘, 너 몸살이니? 약 지어다 줘?
자영 : .....아냐...
엄마 : (이마 만져보며) 열은 없는것 같은데...
자영 : (엄마 손 피해 이불 푹 쓰며) 됐어...나 안 아퍼...
엄마 : 그럼 나와서 뭐 좀 먹구 자던가...힘이 없음 더 아픈거야. 내가된장국 뜨끈하게 뎁혀 놓을테니까 나와서 밥 말아먹어.
(일어서서 나가는데)
자영 : 엄마!
엄마 : (나가려다 돌아서) 응?
자영 : ... 우리집에... 돈 좀있어?
엄마 : 돈? 얼마나?
자영 : 한...80만원...
엄마 : 그런 돈이 어딨어. 지지난달에 세탁기 바꾼거 할부금 내기두 바뻐 죽겠구만.
자영 : ...
엄마 : 왜? 니 대학등록금 걱정돼서? ... 그거야 그때가서 신경쓸 일이지... 어여 나와 밥먹어. (나간다)
자영 : (어두운 얼굴, 한숨...)
S#34. 학교내 예쁜 곳 / 낮
학교 배경 좋은데서 삼삼오오 모여 사진찍는 학생들. 거울보고 색깔엷은 립스틱도 돌려가며 바르고...
미자, 눈썹집게로 눈썹도 올린다.
아이들, 떠들며 머리빗고 웃고 시끌벅적한데 자영만 한구석에서 조용히 고개숙이고 있다.
미자 : 야, 우리 이거 찍어도 되냐? 앨범비도 날렸는데 우리반 사진은 다 도려내고 주는거 아냐?
학생1 : 자영이가 책임지겠지 뭐.
학생2 : 아직까지 돈 안메꿔논것 같던데.
미자 : 무슨 소리야. 집을 팔아서라도 메꿔놔야지. 야, 이자영! 너 아직까지 돈 안메꿔놨어?
자영 : ...
미자 : 니가 잘못한거니까 니가 책임져야지. 너때문에 우리가 다 피해를 보면 되겠냐?
신희 : 야! 그만 좀 해라. 자영이가 잃어버리고 싶어서 잃어버렸겠니. 왜 얘를 이렇게 몰아 세워.
자영 : (신희를 보며) ...
신희 : 니들이 나서서 범인을 잡아내던가... .그것도 아니면서 왜 자영 이를 닥달해... 그렇쟎아도 속상해 죽고 싶을텐데...
자영 : ...
신희 : 이제 그만 좀 괴롭히자. 응?
사진사 : 자, 30번부터 40번까지 서세요....
신희, 미자와 미란... 기타 학생들 와서 앉고 서고한다.
자영, 힘없이 천천히 다가와 가장자리에 머쓱하게 서면
신희, 자영의 손을 끌어 자기 옆으로 데려온다.
사진사 : 거기 세번째 학생...머리 좀 왼쪽으로...그렇지...자, 활짝 웃어요...
예쁘게 웃는 신희의 얼굴, 힘없이 어두운 자영의 얼굴.
신희, 자영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예쁘게 웃는다. 셔터소리나며 찍힌다.
S#35. 안방
화장대에 앉아있는 신희모.
신희, 엄마옆에 서있다.
신희모 : 왜 그러구 서있어?
신희 : 엄마... 나 돈 좀 줘.
신희모 : 돈을? 얼마나?...
신희 : 좀 많이...
신희모 : 글쎄 얼마나 많이?
신희 : 한 80만원.
신희모 : 뭐?
S#36. 자영 방 / 밤
자영, 불도 안켠채 방바닥에 엎드려있다. 힘도 없고 우울한 표정.
신희(E) : 자영아... 자영아...
자영 : (일어나 앉으며) ???
S#37. 마당 / 밤
자영에게 돈을 건네주는 신희.
자영, 수북한 만원짜리를 보며 눈이 둥그레지고.
신희 : 내가 통장도 깨고 책 산다고 엄마한테 좀 뜯어냈어. 너 혼자 80만원 가까운 돈을 무슨 수로 메꾸니.
분명히 아저씨 아줌마한테 말도 못꺼냈을텐데...
자영 : ...
신희 : 우리 엄마한텐 비밀이다. 나도 너희 엄마한테 학교에서 무슨일 이 있었는지 얘기 안했어.
자영 : 신희야...
신희 : 니 자존심에 그냥 받긴 싫을테구...나중에 너 성공해서 돈 많이 벌면 그때 이자까지 쳐서 갚어. 그럼 됐지?
그리구 이거우리 둘 만의 비밀이다...
자영 : ...신희야...고맙다...
신희 : (자영을 껴안으며) 힘내! 이 기집애야...너 요새 왜 그렇게 쳐져 있냐?
자영 : 고마워... 신희야...
신희 : (자영 안은채 미소, 넌 이제 더 벗어날 수 없을껄...) ...
S#38. 몽타쥬
신희, 미자와 함께 락카페로 백화점으로 압구정동 거리로 돌아다니며 신나게 놀고...
자영은 도서관에서 교실에서 열심히 공부한다...
S#39. 학교 매점 앞
아이스크림 사먹으며 잡담하는 미자와 신희.
한쪽에선 머리핀과 끈을 이것저것 고르는 나미란. 빵과 아이스크림 쵸콜렛도 잔뜩 골라 계산한다.
미자, 나미란을 이상하게 보다가.
미자 : 나미란, 살찌기 경연대회 나갈 준비하시나봐? 아주 골고루 빠짐 없이 잘도 사셨어.
미란 : 남이사! (나간다)
미자 : (신희에게 와) 쟤 요새 좀 이상한 것 같지않니? 옷두 저거 새로사입은 거구, 저 구두도 10만원 넘는거쟎아.
그리구 방금 봤지? 쟤 평소에 돈 한푼없이 다니던 애야... 아무래두 좀 수상해...
신희 : 미자 너 어디가서 그런 소리 하지마.
미자 : 아니 난 혹시 쟤가 그 앨범비를...
신희 : (단호히) 글쎄 그런 소리 하지 말라니까!
미자 : ...
신희 : 다 해결된 일이야. 쓸데없이 이상한 말 꺼내고 다니지 마. 알았어?
S#40. 교실 / 낮
D--39이라 칠판에 쓰여있고.
시험시간. 국사시험 시간이다.
선생 : 내신성적에 들어가는 마지막 시험이니까 오늘부터 마지막날까지 최선을 다해서 보세요. 다 푼것도 한번 더 확인하고...
자영을 쿡쿡찌르는 신희.
자영, 문제풀던 펜을 멈추고 잠시 가만히 있는다. 국사시험인데...
자영, 필통에서 메모지를 꺼내 답을 옮겨적는다.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선생.
신희 책상에 툭 떨어지는 답안지.
신희에게 답안지를 넘긴 자영, 밝지 않은 얼굴로 앉아있다.
S#41. 학교 도서실 / 밤
영어 교과서를 보고 있는 자영. 연습장에 쓰고 눈감고 외우고... 하다가 펜을 멈춘다.
자영(E) : 이게 마지막이야... 이번 시험만 끝나면...다 끝나는거야..
S#42. 거리 / 밤
순찰중인 승재의 차.
천천히 거리를 통과해 가는데 무선 들어온다.
무선(F) : 12호! 12호! 여기는 코콤 서울!
승재 : 여기는 12호! 송신바랍니다!
무선(F) : 762계약처. 실상황 발생! 즉각 출동바란다.
승재 : (긴장의) 12호, 수신확인! 지금 출동합니다.
경광등을 울리는 승재의 차, 급하게 유턴을 한다.
급브레이크 소리를 내며 방향을 트는 승재의 차, 어디론가 급하게 달려간다.
S#43. 쇼핑센터 안 / 밤
불꺼진 채 텅빈 상가 안.
승재, 가스총을 겨누고 주위를 둘러보며 천천히 걸어들어온다.
어디선가 후다닥하는 인기척이 난다.
승재, 팽팽한 긴장감으로 주의를 둘러보다 얼른 벽으로 붙어 전원을 올린다.
불이 켜지며 환해지는 내부. 아무도 없고 고요하다.
승재, 걸음을 옮기는데 유리 장식장에 자신을 뒤에서 찌르려는 칼 그림자가 보인다.
순간 뒤에서 승재를 덮치려는 범인.
승재, 순발력있게 몸을 옆으로 피하고 범인의 팔을 걷어찬다.
승재를 찌르려던 칼, 바닥에 툭 떨어지고 승재 발로 칼을 멀리 차버린다.
승재에게 달려드는 범인의 팔을 꺾어 넘어뜨리는 승재. 밖에서 요란한 경찰차 사이렌 소리 들리고 코콤 요원과 경찰 들이닥친다.
경찰, 범인에게 수갑을 채운다.
승재, 씩 웃으며 땀을 닦아낸다.
S#44. 거리 / 밤
책가방 메고 걸어오는 자영.
불량배 3명이 따라 붙는다. 자영의 뒤를 따라가다 앞으로 나가 자영을 가로 막는다.
자영 : 왜 이러세요...
불량배1 : 왜 이러긴...
불량배2 : 오빠들 당구비 좀 내놔야겠다.
자영 : 나 돈 없어요....
불량배3 : 너 뒤져서 돈 나오면 10원에 한대씩 터지는거다.
불량배3, 자영의 가방을 뺏는다. 열어서 지갑을 꺼내본다.
100원자리 서너개와 학생용 회수권 2장 달랑 나온다.
인상 구겨지는 불량배들.
S#45. 골목 / 밤
승재, 차를 타고 천천히 지나가는데 옆 골목안으로 달려오는 여고생이 보인다.
자영의 겁먹은 얼굴 선명히 들어오고.
자영, 다른 골목으로 피해 달아나는데 불량배들 자영을 쫓아간다.
S#46. 공터 / 밤
자영, 달아나는데 벽이 막아선다.
자영, 멈칫하며 서는데 뒤에서 자영의 머리채를 잡는불량배.
자영의 고개 뒤로 팍 꺾여지고.
불량배들, 씨익 웃으며 다가온다.
겁에 질린 자영.
자영 : 살려주세요...
불량3 : 돈만 좀 있었으면 우리도 곱게 보내지...
불량2 : 생긴건 부잣집 딸년같이 생겨가지곤 지갑이 그게 뭐냐. 반성해, 이 기집애야.
불량1 : (친구들보고) 야, 망 좀 봐.
불량1, 자영의 어깨를 확 벽에다 밀쳐 세운다. 겁탈하려는듯 다가간다.
자영 : (소리친다) 으악...도와주세요...
불량배, 자영을 껴안고 자영은 그를 밀쳐내고 몸싸움을 벌이는데
이때 환한 헤드라이트 빛 확 비춰보며 요란한 사이렌소리 울린다.
마이크 폰에서 승재 목소리 쩌렁쩌렁 들려온다.
숭재(F) : 어서 비키지 못해.
불량배들 도망가고, 자영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사이렌 소리 꺼지고 헤드라이트도 꺼지고 누군가 다가와 자영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승재 : (따뜻하게) 괜챦아요?
자영 : (고개를 끄덕이는데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S#47. 동네 거리 / 밤
천천히 움직여가는 승재의 차.
조수석에 타고 있는 자영.
승재 : 이제 좀 진정이 돼요?
자영 : ....
승재 : 얼굴이 무기인 사람들은 밤에 막 돌아다녀도 괜챦지만 학생처럼 이쁜 사람은 조심해야지.
자영 : ....
승재 : 아직두 얼이 빠져있어요? 똘똘하게 생겨가지구 저런 놈들 좀 쥐어패지 뭐했어요. (자영보며) 어이구... 힘도 세게 생겼구만.
자영 : (어이없는듯 피식 웃는다)
승재 : 이제 괜챦죠?
자영 : ...네... 고맙습니다.
승재 : 집에가서 푹자요. 아까 그 일은 다 잊어버리구.
승재, 핸들을 틀어 골목으로 꺾어든다.
자영 : ... (어? 의아하다는듯 승재를 쳐다본다)
승재 : 왜요?
자영 : ...어떻게 ...아세요? 저희 집 이쪽인거...
승재 : (약간 당황) 어...아니 뭐 그냥... 이쪽이 주택가니까...
S#48. 집 앞 / 밤
대문 앞에서 승재에게 인사하는 자영.
자영 :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승재 : 다음부턴 조심해요... 그리구 이거 내 명함인데 갖고 있다가 필요하면 SOS쳐요. 내가 후다닥 달려갈께요.
자영 : (명함받는다)
승재 : 그럼 들어가서 푹자요... 안녕...
자영 : (고개 숙여 목례만하고)
승재, 차에 타고 웃으며 손흔든다.
승재가 탄 차, 움직여 나가고.
자영, 멀어지는 차를 한참동안 보고 서있다.
S#49. 자영 방 / 밤
공부하다가 승재의 명함을 꺼내보는 자영. 빙그레 웃는데 창문 두드리는 소리...
준엽(E) : 자영아...
S#50. 마당
대문 열어주는 자영.
준엽, 살그머니 들어온다. 소리안나게 대문을 살살 닫는다.
자영 : (속닥거리는)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준엽 : 매번 미안하다...
자영 : 에이...뭐가요...
준엽 : 이의원님 벌써 들어오셨지?
자영 : 네...
준엽 : (집 올려다보며) 어후... 벌써 다 주무시나보네...
자영 : 저녁은 드셨어요?
준엽 : ...집에 라면있니?
S#51. 뒷 뜰
테이블에 앉아 컵라면을 달게 먹는 준엽.
자영, 한손엔 김치그릇, 한손엔 찬밥 그릇을들고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걸어온다.
자영 : 아저씨... 밥도 말아드세요...
준엽 : 고맙다... (밥을 말아 맛있게 먹는)
자영 : 유리언니랑 데이트하느라고 늦으셨죠?
준엽 : 아니. 오랜만에 선배를 만나서 뭐 이것저것 좀 상의하느라구. 시험은 다 끝났니?
자영 : 내일이 마지막 날이예요.
준엽 : 힘들지...
자영 : (웃고) 아저씬 유학준비 어떻게 돼가세요?
준엽 : 응... 보좌관으로 한 1~2년 더 일하다 가야할꺼 같애.
자영 : 그럼 내가 대학생때 가시겠네...
준엽 : 자영아... 난 널보면말야. 10년전에 날 보는것 같다.
자영 : 10년전엔 아저씨가 여자였어요?
준엽 : (꿀밤 한대 때리며) 이그...짜식...너 어떻게 알았어?
자영 : (깔깔 웃다가 웃음소리가 들릴까 얼른 입막고 입막은채 킥킥대고)
준엽 : 지금 힘들어두 조금만 참아. 우리 자영이두 잘될꺼야.
자영 : 네.
S#52. 교 실 / 낮
신희, 자영이 넘겨준 답안지 보며 답을 채워넣고 있다.
벨 울리고 시험지 걷어가고...
선생 : 자...이제 학교에서보는 고3의 모든 시험이 다 끝났다. 수고했다.
자영, 숨을 후... 내쉬며 책상에 엎드린다....
자영 : (이제 다 끝났다.....)
S#53. 1층 주방 / 낮
신희 엄마와 고위층 부인들 4명 정도 모여 가정요리중이다. 스페인식 해물볶음밥 '빠에야'를 만들고 있다.
자영모, 왔다갔다 접시를 꺼내오고 재료를 갖다주고 옆에서 부산히 움직이고 있다.
밥을 노랗게 물들여 볶고 있는 부인1.
신희모 : 전 여기쓰는 이 색소가 뭔가 했어요...
부인1 : 샤프란이란 꽃에서 우려낸 거예요...맛과 향을 독특하게 하죠. 자.... 이제 그릇에 버터를 바르고...
신희모 : 버터 좀 갖다주실래요 자영어머니?
자영모 : 예, 사모님... (버터 갖다주며) 어머나... 밥에 이 누리끼끼한 색깔은 다 뭐예요? 꼭 불량식품 같네...
신희모 : (짜증스럽고) 가서 과일도 좀 깍아오세요.
(E) : 전화벨
부인1 : 전화가 왔나보네...
자영모 : 아녜요 사모님... 저희집 무선전화가 여기까지 돼요.
자영모, 무선전화 들고 마루로 나가고.
잠시후 가방멘 신희 들어온다.
부인1 : 어머나...이게 누구야...
신희 : 안녕하세요...
부인1 : 신희 이제 얼마있으면 수능보겠구나... 신희 공부잘하죠?
신희모 : 그럼요, 잘하죠.
부인2 : 신희 합격하면 근사하게 한턱 내실꺼죠?
신희모 : ...당연하죠...
부인1 : 엄마 후배가 되면 딱 좋겠네. 이의원 사모님 이대 미대 나오셨죠?
신희모 : ... 아닌데요...
부인1 : 그래요? 우린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신희모 : ...(말 돌리는) 아니 자영어머닌 과일 좀 깎아오랬더니 뭘하고 있는거야.
신희 : 저 올라갈께요. (나간다)
S#54. 신희 방 / 밤
침대에 누워있는 신희. 엄마, 들어온다.
신희모 : 너 이것 좀 먹어볼래?
신희 : 이따 먹을께...
신희모 : 오늘 시험 다 끝났지? 잘봤니?
신희 : 몰라...
신희모 : 너 대학 좋은데 가야된다. 아후... 난 그 여자들 모이면 대학 얘기 나올까봐 그냥 조마조마...
후진데 나오면 평생을 이렇게 기 못피구 사는거야. 알었어?
신희 : ...
신희모 : 이제 너만 좋은데 떡하니 붙으면 내 딸 어디다닌다 그거 하나로 목에 힘주고 다녀야지.
신희 : 엄마...
신희모 : 응?
신희 : 사실 나 엄마한테 말할꺼 있어.
신희모 : 뭔데?
신희 : ...나... 성적 오른거 말야...
S#55. 집 외경 / 낮
S#56. 1층 부엌 / 낮
스치로폴 상자에서 해물을 꺼내는 신희엄마.
자영엄마 그 옆에 서서 전복이며 대하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한채 서있다.
신희엄마 : (다정하게) 이거 오늘 들어온 제주산 전복인데요... 죽 만들어서 자영이 좀 먹이세요.
요새 시험도 얼마 안남았는데 좀 힘들겠어요...
자영모 : (감격해서) 어머 ... 사모님...
신희모 : 요새 시험 스트레스로 입도 깔깔할텐데 자영이 얼굴색이 안좋아보여서 늘 마음이 쓰였어요...
자영모 : 어머... 세상에... 감사합니다...전복 이 비싼걸...
신희모 : 자영어머니 무릎 아픈건 요즘 좀 어떠세요?
자영모 : 늘 도졌다 괜챦았다 그러죠 뭐... 찬바람 부니까 요새 또 좀 아프고...
신희모 : 아우...어쩌나... 우리 바깥양반 약 지을때 자영어머니 것두 한재 더 지어와야겠다. 아주 용한 한의원을 알거든요.
자영모 : (황송해서) 아녜요 사모님...
신희모 : 괜챦아요...한집에 살면서 식구처럼 지내는데 뭐가 어때요...
자영모 : 아유... 사모님두 참... (주위 둘러보며) 오늘 파출부 아주머니 안 오시는 날인가? 거실에 청소기 한번 돌려드려야겠네.
신희모 : 됐어요, 그런걸 자영어머니가 왜 하세요...
자영모 : 그래두 이런걸 다 받고 어떻게...
신희모 : 저기... (다정하게 손을 잡으며) 자영어머니...
자영모 : ???
S#57. 자영 방 / 밤
공부하고 있는 자영.
엄마, 전복죽이 담긴 그릇을 들고 들어온다.
엄마 : 힘들지... 이거 먹고 해. 전복죽이다.
자영 : ...또 위에서 얻어온거야?
엄마 : (찔끔하면서도) 얘는... 너줄려구 내가 산거야.
자영 : (거짓말임을 안다. 더 말하기 싫어 가만히 있는데)
엄마, 뭔가 얘길하려는데 입이 안떨어져 자영만 보고 가만히 앉아있다.
자영 : 먹을께... 두고 나가세요.
엄마 : ...저기...자영아...
자영 : (책만 보며) 왜...
엄마 : 너...대학시험 내년에 한번 더 보면 안되겠니?
자영 :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엄마를 보면)
엄마 : 한해 재수해도 그 실력이 어디가겠어? 오히려 1년 더 하니까 늘면 늘었지.
자영 : 엄마...
엄마 : (자영 손을 잡으며) 자영아... 이번엔 니가 신희 대학시험 좀 봐줘라.
자영 : 뭐?
엄마 : 신희만 대학 보내주면 우리한테 크게 보답하시겠대. 그래서 말인데...
자영 : (울분이 폭발, 소리 버럭) 엄마 미쳤어?
엄마 : ....
자영 : 나 죽어도 안해. 절대로 못해!
울분이 폭발해 무섭도록 소리 버럭지르는 자영의 분노 가득한 표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