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반 (비빔밥)의 역사와 변천
'비비고'로 유명한 비빔밥은 현대 "융합"이란 트렌드를 가장 잘 반여한 음식이란 수식어가 붙으면서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넓혀 가고 있다. 비빔밥이란 단어의 어원은 19세기 후반 조리서 '시의전서'에 '부밥'으로 나온 것이 처음이다. 비빔밥의 기원으로는 제사기원설과 농번기 들밥설, 섣달 그믐날에 묵은해의 남은 음식을 없애기 위한 설 등이 있다. 과거 비빔밥은 요즘처럼 고추장과 각종 재료를 밥에 얹어 비벼 먹도록 나오기보단, 밥을 국물이나 양념에 미리 비벼 나오는 경우가 많다. 비빔밥은 외식이 본격화된 19세기 후기부터다. '전골집, 냉면집, 쟝국밥집, 설넝탕집'(매일신보, 1912년 12월 12일)과 함께 가장 보편적인 대중 외식이었다.
옛날에는 "교반"으로 젓가락으로 휘저어서 먹는다는 뜻의 음식이었다. 19세기 중반에 편찬된 백과사전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평양의 명물로 냉면과 비빔밥이 등장한다. 평양비빔밥은 ‘다져서 볶은 소고기와 밥을 참기름으로 섞어 그 위에 고기, 녹두나물, 고사리, 버섯, 도라지 등으로 꾸미를 놓고 실닭알(지단)과 김을 얹어 만든다고 기록 되어있다.
평양비빔밥은 해주교반(해주비빔밥)을 말했다. 1925년에 쓰인 ‘해동죽지(海東竹枝)’에 해주교반(海州交飯)으로 처음 등장한다. 교반은 16세기 말에 쓰인 ‘용사잡록(龍蛇雜錄)’에 나온다. ‘남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돼지비계를 넣고 졸이다가 밥을 넣어 볶으면서 나머지 소금으로 간을 맞추어 그릇에 퍼 담은 다음’(조선의특산료리, 2005년, 평양출판사) 꾸미로 닭고기를 사용하는 것이 평양비빔밥과 다르다. 수양산 고사리와 김을 잘게 썰어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1969년에는 ‘으뜸회관’에서 곱돌을 이용한 ‘전주곱돌비빔밥’을 상표 등록한다. 1970년 신세계백화점에서 ‘팔도강산특산물민속전’이 열린다. 전주비빔밥은 이때 최고의 인기를 얻으며 서울은 물론 전국적인 유명세를 탄다. 전주의 유명 비빔밥 식당들의 분점이 1980년대 초반부터 서울에 진출한다. 그러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외식으로 성장했다.
진주에는 1927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천황식당’이 있다. 고사리, 무채, 숙주나물 같은 나물들과 ‘쏙대기(돌김)무침 붉은 육회’와 ‘엿꼬장’이라고 부르는 독특한 고추장으로 만든 고추장 육회비빔밥이다. 진주비빔밥은 ‘화반(花飯)’이라 불렀다. 진주 기방문화에서 유래한 음식이라는 설이 있지만 오래된 자료는 없다. 그보단 장터를 오가던 장사꾼들을 위한 먹거리로 출발한 듯하다.
‘비빔밥(骨董飯)을 먹고 석양을 함께 구경’(김약제일기, 1894년 3월)할 만큼 비빔밥은 서울의 대중 외식이었다. 서울비빔밥은 ‘큰 고기졈을 그냥 노흔 것과 콩나물발이 셋치나 되는 것을 넝쿨지게 노흔 것’(별건곤, 1929년 12월 1일)이었다. 아쉽게도 서울식 비빔밥을 내는 식당은 찾기 어렵다.
우시장으로 유명한 전남 함평에는 육회비빔밥이 있다. 식사를 넘어 안주로 사용됐다. ‘잠간 함평에 와서 일을 보고 오후에 가는 이가 혹 점심을 먹게 되면 대개는 비빔밥집이니 그곳에 들어가 십오전자리 비빔밥 한 그릇에 보통주량을 가진 이면 소주 두 잔만 마시면 바로 목에 넝겨버리기도 앗가울만한 싼듯하고 깊은 맛잇는 비빔밥 그 구수하고 향기 난 소주, 이러기게 함평시장날이면 외촌에 사는 분들이나 근읍에 게신 이들은 시장에 와서 비빔밥에 소주만 먹고 가는 예도 적지 안다.
경북 김천역에서 ‘헛제삿밥을 먹고’(동아일보 1925년 3월 4일)갈 정도로 오래전부터 헛제사밥은 제사가 많은 안동과 주변 지역의 음식문화였다. 안동에서는 1978년 안동댐 건설로 고가옥을 옮기면서 헛제사밥을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했다. 경상도의 헛제사밥은 콩나물, 고사리 등의 나물과 간장으로 간을 한 소박한 음식이다. ‘헛신위밥’이라 부르기도 한다.
전북 익산 황등면에 있는 황등시장의 비빔밥은 시장 비빔밥의 전형을 보여준다. 1960년대부터 시장 주변에 생긴 비빔밥 중 가장 오래된 ‘진미식당’은 독특한 방식으로 비빔밥을 만든다. 밥과 삶은 콩나물을 소머리로 끓인 선짓국으로 토렴한 뒤 고추장, 깨소금, 참기름, 고춧가루를 넣고 비빈 뒤 소고기 육회를 올려 낸다.
전북 익산 황등면에 있는 황등시장의 비빔밥은 시장 비빔밥의 전형을 보여준다. 1960년대부터 시장 주변에 생긴 비빔밥 중 가장 오래된 ‘진미식당’은 독특한 방식으로 비빔밥을 만든다. 밥과 삶은 콩나물을 소머리로 끓인 선짓국으로 토렴한 뒤 고추장, 깨소금, 참기름, 고춧가루를 넣고 비빈 뒤 소고기 육회를 올려 낸다.
이렇듯 작은 나라의 고울마다 나름의 비빔밥이 있다. 바쁜 현대인이 더 많이 챙겨 먹을 수 있는 이 비빔밥이 요사이 우리의 융합의 상징이라고 한다. 비빔빠은 원래 시장통에서 남모르는 사람과 어께를 부딛치며 먹어야 제맛인것 처럼 이렇게 저렇게 썩이면서 사는 우리와 꼭 닮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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