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딩 시스템을 이용하여 싸게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와이키키 해변이 보이는 호텔방에서. Hyatt Regency Waikiki, Oahu.
하와이는 공식적으로 한국보다 19시간이 느린 곳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시차 적응을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인간이 인위적으로 정한 날짜 변경선에 의해 '느리다'고 정의될 뿐이지, 어떻게 보면 5시간이 빠른 섬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래, 편하게 5시간이 빠른 섬이라고 생각하자. 다만 한국의 날짜에서 1일만 빼면 된다.'
우리는 시차 적응을 위해서 한국보다 5시간 일찍 잠자리에 들면 되었다. 5시간이 '빠른' 섬이니까. 우리는 하와이 시간으로 밤 12시, 한국시간으로 오후 7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다만 아기 재희만이 잠자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
아침 일찍 대형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관광객들. 링컨 컨티넨탈을 길게 개조한 택시들은 우리나라 모범택시만큼이나 자주 볼 수 있으며 추가 요금도 10불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다음날 우리의 계획은 알라 모아나 쇼핑 센터에 가는 것이었다. 오전부터 와이키키 비치에서 해수욕을 즐기기엔 아기 재희에게 부담이 될 것 같았기에 만만한 쇼핑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쇼핑센터로 향하는 가운데 와이키키 해변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세계 최고의 해변에서 최고의 파도와 함께 서핑을 즐기는 서퍼들이 부러웠다.
우리는 트롤리를 타고 쇼핑 센터로 향했다. 하와이의 트롤리는 창문이 없고, 뼈대가 나무로 짜져 있으며 달리는 승객이 대로변을 보고 앉도록 설계되어 있어 아주 특별한 느낌이 들었다. 관광지 하와이의 느낌을 잘 살려주는 교통수단이었다.
길거리에 보드를 들고 수영복 차림으로 다니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도시.
우리가 도착한 알라 모아나 쇼핑센터는 복층의 초대형 몰을 가운데 두고 네 귀퉁이에 대형 백화점이 각각 하나씩, 총 4개의 백화점이 있는 대형 쇼핑센터였다. 안내지도를 보며 이리저리 파악하는데만도 시간이 꽤 소요되었다. 우리는 아기 재희를 위한 기차 장난감을 하나 사고 잠시 배회하다가, 떨어지는 혈당을 주체하지 못하고 가까운 중식당을 찾았다.
젓가락을 가지고 좋아서 난리 치고 있는 아기 재희 .
미국에 오자마자 우리 부부에게 닥친 이중고는 다름 아닌 식사 문제와 아기 시중 문제였다.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허겁지겁 먹었던 기내 비빔밥은 불행의 서곡이었다. 나는 한끼를 비빔밥으로 떼웠기에 한동안 한식 생각이 나지 않을 줄로 예상했지만... 그것은 아주 큰 오산이었다. 시시때때로 내 머릿속을 채워오는 한식에 대한 욕구는 나를 괴롭혔으며, 중식당에서 먹는 미국식 볶음밥은 김치에 대한 갈증을 한층 강화시켰다. 나는 괴롭게 밥을 먹다가 우연히 밥에 들어있던 파인애플을 생으로 좀 달라고 해보았는데 그것이 김치 역할을 제법 해주어서 간신히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안그랬으면 토할 것 같았다. 나는 한국에 돌아간 후 반드시 해외여행시 여행자의 신체에 나타나는 한식에 대한 갈망을 과학적으로 탐구해보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것도 젊을 때는 안그랬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그러는 이유를 말이다...
트루 릴리전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청바지 가게에 들어갔는데 점원이 하도 'So Cuuuute!'를 외쳐서 한번 안겨주었더니 엄청 좋아했다. 아기 재희도 미모의 점원에게 흠뻑 빠진 듯 했다.
이후 두 시간 정도 쇼핑센터에 더 있었는데 진이 빠질 지경이었다. 특히 아기를 안고 하는 쇼핑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나는 마린이 옷을 고르는 사이 백화점 지하의 어느 아기용품 판매대 근처 쇼파에서 쉬고 있었고 마린은 용케 그곳을 찾아왔다. 서둘러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것저것 쇼핑을 많이 했기에 '알뜰해진' 마린이 트롤리를 타려고 했는데, 주변 교통상황이 영 좋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날이 와이키키에 거리 축제를 하는 날이어서 교통을 통제했다는 것이다. 트롤리를 타면 한 두시간 걸려 도착할 것이라고 택시기사가 귀띔을 해주었다. 처음에는 기사의 승객유치용 거짓말이 아닌가 생각해보았는데 기사들이 일관되게 그런 말을 하는데다 아기 재희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기에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오후의 하와이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좋은 정보를 준 젊은 한국청년 택시기사들을 뒤로 하고 백발의 미국인 할아버지 기사님의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방에서 잠시 휴식 후 호텔 수영장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해변은 아기 재희에게 무리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말로만 듣던 와이키키 해변은 언제쯤 밟아볼 수 있을지. 먼곳이 아니라 진정한 '코앞'에 있는데...
아기 재희는 처음 경험하는 수영장 물과 아기 튜브에 당황하여 울었지만 이내 적응해 주었다. 차양이 달린 튜브는 수영장을 찾은 각국의 엄마들이 부러워하였으며 마린은 몇몇에게 구매 방법을 설명하기도 했다.
수영을 마치고 우리가 저녁을 먹기로 한 곳은 유명한 '치즈 케익 팩토리'였다. 엄청난 인파가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도 그 맛을 느껴보고 싶었기에 망설이지 않고 대기하기로 했다. 대략 1시간이 남았는데 우리는 산책을 하기로 했다.
치즈케익 팩토리 앞에 기다리고 있는 인파.
동생네서 빌려온 손잡이가 앞으로 오는 '아프리카' 유모차. 덕분에 아기가 울지 않고 여행을 잘 할 수 있었다.
팩토리에서 조금 걸어가면 아웃리거 호텔 방향으로 멋진 거리와 상점들이 나타난다.
하와이에는 이처럼 가스 등불을 밝히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 같았다. 아까 팩토리 앞에서 보았던 횃불을 이곳에도. 전에 케이블에서 인기리에 방영했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사람의 생명을 나타내었던 횃불이 연상되었다. 그리고 횃불로 인해 상점이 매우 원초적이고 진지한 자세로 영업에 임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가스비가 좀 나와도 그런 느낌을 줄 수 있다면 오케이인듯 했다.
미국 하와이에서도 영업을 하고 있는 레드 망고. 내가 사진을 찍자 점원이 신경이 쓰인다는 듯 쳐다 보았다. 그들은 작은 종이 컵에 아이스크림 시식을 시키며 손님을 끌고 있었다. 한국 브랜드의 건승을 빌어 보았다.
그리고 전에 여행했던 시칠리의 도시 '타오르미나'의 이름을 딴 이탈리안 레스토랑. 이곳도 가보고 싶었지만 너무 포멀한 느낌이어서 우리의 복장과 어울리지 않아 그냥 패스하기로 했다.
우리는 팩토리에서의 식사를 잘 마치고 무사히 호텔로 귀환했다.
첫댓글 하와이의 하늘색과 바다색이 같은 푸른색인데도 전혀 다른것이 정말 오묘하고 환상이네요.그나저나 전 재희것이라면 왜 이렇게 모든것이 탐날까요;;퀼트 이불,비행기안의 바구니서부터 저,저 차양 달린 튜브 뭡니까!!!저 수영 할줄 아는데도 저 튜브 진정 타고 싶군요ㅠ.ㅠ
차양 달린 튜브 탐나는데요 ㅎㅎ 저두 치즈 케익 팩토리 가기 위해 1시간 기다렸어요~ 기다린만큼 맛있더라구요. 그리구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나이가 들수록, 여행을 가면 한식에 집착을 하게 되더라구요. 아~19살 때 처음으로 유럽 여행갔던 그 시절이 너무 그립네요 ㅜ.ㅜ
하와이가 이렇게 생겼었군요.. 휴양과 쇼핑과 먹거리가 결합된 멋진 곳 같아요...
아, 벌써 2달이 되어가네요...ㅠㅠ;; 날이 쌀쌀해지니 햇볕, 수영장, 바다 넘 그리워져요...ㅠㅠ;;; 폴리아나님 ㅋㅋㅋ 저 튜브 몸무게 11키로까지 지탱된다는디 어쩌져... ㅋㅋㅋ 치즈케익팩토리 넘 맛나여~~ 미국산 소고기고 뭐고 간에 넘 맛나서 잊고 하와이에서 어찌나 고기를 많이 먹었던지~~~ 핍언니 넘 올만...ㅠㅠ;;
갑자기 치즈케잌먹으면서 수영하고파요... 전 이미 나이가 들어버렸는데. 나갈 때 꼭 고추장싸가야 겠어요.
기다렸던 하와이 여행기 반갑네요~아기 재희는 정말 너무너무 귀여워요^^ 마린이도 누가 애기엄마라고 하겠어요 미혼때 발리갔을때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모습이네요 ㅎㅎ그리고 앞으로도 하와이 사진 팍팍 풀어주세요~~
저도 기다리고 기다렸던 소년님의 하와이 브리핑! 이었는데...넘 재밌고 반가워요. 와후에 시칠리안 쿠진도 있다뉘...몰랐지 뭐에여.
흠.,, 갈뻔했는데 못가봐서 더 아쉬운 하와이~ 꼭 조만간 가보고야말겠어용~~ㅎㅎㅎ 마린이랑 소년님~힘드셨을텐데 행이를 동반한 여행...다시한번 박수를 보낸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