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남정맥 종주 5구간(산줄기 160일째)
일 자 : 2003년 4월 8일
구 간 : 윗담고개 ~ 무학산 ~ 대산 ~ 한치
날 씨 : 흐림
도상거리 : 16.9km
윗담고개 - 1.0 - 마티고개 - 3.5 - 661봉 - 1.2 - 무학산(△761.1m) - 2.6 - 대곡산(△516.4m) - 0.7 - 쌀재고개 - 3.0 - 대산(717m) - 1.5 - 657봉 - 1.1 - 752봉 - 0.7 - 광려산(720.1m) - 1.6 - 한치
산행시간 : 6시간 40분(휴식시간 포함)
학이 날개를 펴 춤을 추는 무학산
새벽길을 나선다. 밤새 내린 비에 젖은 고속도로, 하늘은 잔 듯 찌푸렸지만 일기예보에 오후부터 해를 볼 수 있다고 하니 마음이 놓인다. 남해고속도로 서마산나들목을 놓치는 바람에 아까운 시간이 몇 십분 그냥 흘려보낸다.
12시 20분 윗담고개, 어느새 연초록으로 물들어오는 정맥의 숲은 작은 물결이 밀려오듯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가파른 오름길은 묘 1기를 지나 10여분만에 봉우리에 오른다. 키다리 소나무와 참나무가 빼곡이 들어서 있는 완만한 정맥길이다.
능선분기점에서 왼쪽으로 뚝 떨어지다가 참호가 있는 안부를 지난다. 다시 새벽까지 내린 비로 미끄러운 진흙길을 간신히 내려와 옛 고갯길을 가로지른다. 정맥길은 한차례 밋밋한 봉을 우회하다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며 자동차의 통행이 유난히 많은 5번 국도에 내려선다.
12시 50분 마티고개다. 마잿고개라 음각된 표지석이 서있다. 횡단보도를 건너 두척육교를 통과한다. 다시 마재교 횡단보도를 건너 오른쪽으로 조금 떨어진 무학산 등산로안내판과 이정표를 만나면서 무학산 오름길이 시작된다. 온양 정씨 묘지를 뒤로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밋밋한 봉을 넘는다. 송전탑이 서있는 안부를 통과한다. 안부에서 오름길은 진달래 꽃길이다. 좁은 날등의 능선길, 바람도 불어주니 부러울 것이 없어 마냥 즐겁기만 하다.
13시 24분 정상 2.5km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있는 안부에는 묘 2기가 자리잡고 있다. 아름드리 장송 숲 사이로 넓고 뻔뻔한 등산로는 가파르다. 그리고 만나는 너럭바위에는 정상 1km가 남았다고 쓰여있다. 제법 여유 있게 오를 수 있는 정맥길, 연이어 봉에 올라서니 정상이 다가서며 어서 오라 손짓을 한다.
13시 57분 능선분기점이다. 여기서 왼쪽으로 한차례 가파르게 떨어지는 듯하다 1분만에 내려선 곳에는 시루바위 0.8km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만날 수 있다. 정맥의 능선은 완만하게 이어진다. 능선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키다리 진달래군락을 지나 키 작은 푸른 소나무 숲길은 부드럽기만 하다.
14시 17분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는 높이 761.4m의 무학산 정상에 오른다. 표지석이 서있고 삼각점도 확인한다. 무인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철탑과 산불초소, 휘둘러보는 조망이 뛰어나다. 먼저 마산시가지와 바다, 그리고 남서쪽으로 가야할 대산이 우뚝하고 광려산의 능선도 부드럽게 다가온다.
무학산의 옛 이름은 풍장산 이었는데 신라 말 최치원이 이곳에 머물면서 산세를 보니 학이 나는 형세 같다 하여 무학산이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무학산은 말 그대로 학이 날개를 펴 춤을 추고 있는 듯 아름답게 보이고, 거대한 곰이 우뚝 선 채로 남해바다를 향해 울부짖는 듯 당당하다나...
무학산은 산 전체에 걸쳐 넓게 펼쳐진 진달래 밭으로 유명하다. 특히 학의 머리에 해당하는 학봉과 능선 일대가 많으며 다른 산에 비해 키가 큰 나무가 적어서 분홍 물감을 쏟아 부은 듯 장관을 이룬다. 조금은 때가 이른 것 같다.
정상을 뒤로 돌탑을 지나 헬기장에 오른다. 정맥길은 헬기장을 오르기 직전에 왼쪽으로 내려서야 한다. 만날고개와 학봉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있는 억새밭의 넓은 안부에 내려섰다가 올라서면 683봉이다. 정맥은 여기서 오른쪽으로 대산을 바라보며 내려선다. 키 작은 소나무숲길이다.
14시 47분 이정표(만날고개 :2.7km)를 뒤로 1분 뒤 넓은 길을 버리고 능선길로 들어서니 진달래 꽃길이다. 오르내림이 이어지다가 6분 뒤 전망대바위에서 내려다보는 마산시가지와 돌섬이 있는 바다가 한데 어우러져 멋진 그림을 보여준다. 바다가 있는 마산은 너무나 아름답다. 이어지는 진달래꽃길, 대곡산 0.8km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통과한다.
15시 09분 넓은 등산로의 진분홍 꽃길로 올라선 곳이 높이 516m의 대곡산이다. 돌탑과 표지석, 그리고 삼각점이 있다. 이정표에는 쌀재고개까지 0.8km를 가리킨다. 4분 정도 다리 쉼을 하고 내려서니 이내 Y자 갈림길이 된다. 이정표가 정겹다. 왼쪽으로 만날고개, 오른쪽은 낙남정맥 쌀재를 가리킨다. 남동쪽으로 향하던 정맥이 서남쪽으로 방향을 바꾸고있다.
무학산에서의 아쉬움이 대곡산을 지나면서 화려하게 펼쳐진다. 모두다 잎을 다물지 못한 채 걷고있다. 헬기장을 통과한다. 한차례 뚝 떨어진다. 군데군데 미끄러운 길이 걸음을 붙잡는다. 무학산을 오르면서 한 것 고도를 높였는데 여기서 마냥 낮아진다. 억새밭을 가르며 쌀재고개에 내려선다.
15시 28분 마산시 합포구와 내서읍의 경계인 쌀재고개를 뒤로 고도를 낮춘 만큼 올라서야 하는 부담을 않은 채 오름길은 잠시 후 만나는 임도를 가로지면서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키 작은 소나무 사이사이에 활짝 핀 진달래꽃이 마음껏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능선분기점에서 왼쪽으로 이어 447봉에 올랐다가 내림길로 바뀌면서 바람재의 넓은 억새밭이 빤히 내려다보인다. 잠시 너럭바위에 앉아 좌측으로 두릉마을과 도로현장이 내려다보며 허기를 메꾼다.
15시 57분 바람재에 내려선다. 널따란 억새밭, 2002년 6월 20일에 세운 ‘바람재진달래축제’ 3월 31일이라 음각된 표지석이 서있다. 이름 값을 하는지 바람이 억세게 불어 제킨다. 진달래 꽃밭을 가르며 가파르게 오른다. 한차례 오름길이 누그러지면서 바윗길이 나타난다. 그리고 다시 코가 닿을 듯한 힘겨운 오름길이다.
16시 22분 능선분기점인 밋밋한 569봉에 오르니 산불초소가 나타난다. 근무자가 반긴다. 삼각점(마산 435, 95년 재설)을 확인한다. 정맥은 오른쪽(서)이다. 진달래꽃길이 한결 부드러워 특공대의 발걸음은 저절로 가벼워진다.
진분홍의 물결을 가르며 2분 뒤 윗바람재를 만난다. 다시 한동안 이어지던 정맥길은 바위봉에 오른다. 여기서도 마산시가지와 바다는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나온 무학산에서 대곡산을 지나 이어온 정맥의 능선이 정겹다. 암릉을 우회한다.
16시 52분 헬기장을 지나 3분 뒤 높이 717m의 대산에 닿는다. 이름에 비해 좁은 정상에는 마산 장수산악회에서 세운 표지석이 반긴다. 시야가 탁 트여 시력만큼 볼 수가 있다. 역시 무학산과 대곡산, 그리고 가야할 검은 실루엣의 광려산이 멀리서 우리를 부르는 듯 하다.
광려산으로 이어지는 정맥의 능선이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우측 아래로 감나무골과 옥수골 작은 마을 그리고 작은 소류지가 평화롭게 내려다보인다. 갈 길은 먼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대산을 뒤로 곧이어 만나는 암릉지대를 밧줄에 의지해 본다. 한차례 떨어진다. 좌측으로 추곡저수지의 푸른 수면이 아름다워 잠시 걸음을 멈춘다. 앞에서 있는 바위봉도 한 폭의 그림 같다. 덩달아 보라색의 정맥의 꽃들이 유혹한다.
암릉이 가로막아 우회길로 능선에 붙는다. 잠시 카메라의 시스템이 에라가 생겨 걱정했으나 이내 괜찮아 마음이 놓인다. 산새가 운다. 조용히 노래를 부르며 간다. ‘아침에 우는 새는 배가 곱아 울고요, 저녁의 우는 새는 임이 그려...
한차례 가파르게 오른다. 다시 가파르게 오르다가 완만해 지면서 우측으로 더욱 가까워지는 광려산, 공터가 있는 봉(17:38)에 올랐다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며 간다. 암릉을 우회한다. 오름길은 돌밭길이다. 18분 뒤 힘겹게 올라선 바위지대, 그리고 1분 뒤 여기가 752봉 같다. 잠시 뒤돌아보는 아기자기한 지나온 암릉길...
18시 3분 허기를 메꾸고 출발한다. 아직은 해가 능선위로 우뚝하다. 조망이 트여 쉬엄쉬엄 여기저기 두루두루 내려다보며 간다. 좌측으로 여전히 푸른 수면의 추곡저수지가 가슴에 와 닿는다. 목표가 있어 우린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다. 늘 행복하다고...
18시 19분 광려산이다. 표지석도 삼각점도 보이지 않는 높이 720.1m의 광려산은 함안군 여항면, 마산시 내서?진북면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높이 378.8m의 광로산을 지나 입곡군립공원으로 내려설 수 있는 능선분기점이기도 하다. 먼저 도착한 나선배와 엄선배가 기다리고 있다. 이제 하산만 남았으니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
정상을 뒤로 잠시 내려섰다가 바윗길을 올라선다. 좁은 암릉길은 이내 내리막길로 바뀌며 돌길이다. 그리고 곧바로 능선분기점(18:27)을 만날 수 있다. 눈에 익숙한 선답자들의 리본들, 직선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뚝 떨어져야 한다. 사정없이 떨어진다.
18시 37분 봉화산 너머로 해가 떨어지고 있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정맥의 가파른 내리막길은 지그재그로 나있다. 내리막길이 누그러진다. 우측으로 임도가 나타나고 묘지를 통과한다. 어둠 속에 화사한 유채 밭이 나타나고 고목 한 그루가 서있다.
19시 67번 도로가 지나는 한치에 내려선다. 함안군 여항면과 마산시 진북면을 가르는 고갯마루에는 가야 12km, 여항 4km라고 쓰인 도로 표지판과 여항산 5km를 알리는 표지판을 볼 수가 있다. 도로를 가로지르며 만나는 忠烈公 李芳實將軍胎域이라 적힌 돌비석이 서있다. 그리고 문이 굳게 닫은 진고개휴게소, SK주유소 넓은 주차장에 차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