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자신을 따라오기 위해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과 자세에 관하여 다소 거친 방식과 언어로 단도직입적으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 16,24)
예수님의 말씀 속에서 드러나는 주님을 따르는 이의 자세는 두 가지입니다. 곧 첫째, 자기를 버리는 것과 둘째,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그 분의 뒤를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우리들 마음 안에 질문이 생겨납니다. 내가 나를 버리면 내가 없게 되는 것인데, 내가 없이 무엇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내가 없이 그 무엇을 이룬다한들 그것은 누가 하는 것이며 이루어진 그 일은 누구의 영광이 되는 것인가? ‘나’ 중심적인 생각에 길들여진 우리들은 예수님의 이 말씀에 바로 이런 질문들을 던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뒤이어지는 말씀은 우리를 더욱 당황시킵니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마태 16,25)
나를 버리라고 하는 말에 뒤이어 이제는 목숨마저도 내어놓으라는 이 예수님의 말씀은 사실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예수님 스스로 온 세상을 다 얻고도 목숨을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씀하시면서 정작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자기 목숨을 내어놓으라고 이야기하시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과연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요?
오늘 복음의 말씀의 참뜻은 오늘 독서의 말씀을 통해 헤아려볼 수 있습니다.
오늘 제 1 독서에서 나훔 예언자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를 거부하고 하느님의 뜻과는 반대의 삶으로 치닫는 유다와 니네베 사람들에게 하느님이 그들에게 내리실 혹독하고도 처절한 벌을 예고합니다. 예언자의 다음의 말을 통해 하느님께서 유다와 니네베에 내릴 벌이 얼마나 처참한 것인지를 드러냅니다.
“나는 너에게 오물을 던지고 너를 욕보이며 구경거리가 되게 하리라. 너를 보는 자마다 너에게서 달아나며, ‘니네베가 망하였다! 누가 그를 가엾이 여기겠느냐?’하고 말하리니, 내가 어디서 너를 위로해 줄 자들을 찾으랴?”(나훔 3,6-7)
주 하느님께서는 유다와 니네베 사람들에게 계속하여 예언자를 보내어 하느님의 뜻을 알려주었습니다. 예언자들의 말을 듣고 자신들이 지은 죄를 깨닫고 회개하여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계속하여 기다리며 그들에게 회개의 기회를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끝끝내 하느님의 말씀을 저버리고 예언자들을 박해하며 하느님의 곁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마침내 하느님의 벌이 내려집니다.
오늘 독서에서 드러나는 이 같은 유다와 니네베 사람들의 모습이 바로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말씀의 참뜻을 이해하는 데에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우리는 많은 경우,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실상은 나를 믿고 내가 원하고 바라는 바를 하느님께 청하는 신앙의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듯하지만 정작 실상 그 내면의 본모습은 하느님이 아닌 나를 믿고 있는 신앙의 모습, 내가 원하고 내가 바라는 것을 하느님의 이름으로 청하여 얻고 누리기를 바라는 것이 우리들의 신앙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은 바로 우리의 이 같은 신앙의 모습에서 당신의 말씀을 시작하십니다. 이러한 잘못된 신앙, 거짓과 가식과 위선의 신앙의 모습을 버리는 것, 곧 자신을 버리고 오직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신앙의 모습으로 변화되기를 촉구하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예수님의 우리를 향한 요청은 그저 나의 생각과 잠깐 동안의 결심으로 가능한 것이 아닌 나의 존재를 위협하는 결정적 요청이라는 사실, 바로 이 사실을 예수님은 우리의 목숨을 내어놓을 수 있는 신앙의 모습으로 요구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 16,24)
신앙은 단순한 취미활동이나 동아리 모임이 아닙니다. 시간이 될 때, 내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그리고 경제적으로 여유 있을 때, 그 여유를 누리기 위한 시간의 방책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내 존재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놓인다할지라도 하느님이 바라시면 하느님이 뜻하신다면 하느님이 바라고 뜻하는 그것을 위해 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느님의 뜻에 순종할 수 있는 마음을 갖는 것, 바로 그것이 신앙의 모습입니다. 이 신앙의 모습을 바로 오늘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다음의 말씀으로 건네고 계신 것입니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마태 16,25)
예수님의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여러분 모두가 예수님을 통해 전해지는 이 하느님의 신앙의 요청을 여러분의 삶 안에서 실천하여 사람의 아들이 아버지의 영광에 싸여 천사들과 함께 오는 날, 사람의 아들과 함께 하늘 나라의 영광을 차지하는 참 하느님의 자녀가 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